만화에 나오는 여러 공상들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과지옥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 V~!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이 글을 읽고있는 여러분들도 어쩌면 한번씩 들어봤을법한 주제가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어려서 광고나 개그 프로그램에서나 한번씩 들어봤을것이고, 어느정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어릴적의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태권도를 주 무술로 이용하는 거대로봇이 격투와 무기로 악당들을 무찌른다는것이 주 내용인, 지금 보면 다소 유치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만, 방영당시에는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아주 획기적인 작품이었음이 분명합니다.
△ 요즘,,,,중학생들은,,,,다,,,,태권브이,,,본다,,,,!!!!!
태권v는 가뭄같은 한국 만화시장에 그야말로 개척자같은 존재였는데요, 최근에는 언급될때마다 표절 논란으로 인해 약간의 잡음이 없지않아 있습니다만 한국 전대물, 로봇, 애니메이션과 만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라는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업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건, 이런 고전 국산 로봇 애니를 정식적으로 이어받은 웹툰이 있었다는건데요, 바로 다음 웹툰에서 2007년 1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했던 웹툰 "브이"입니다.
웹툰브이는, 기존 태권v의 설정들과 세계관을 따와서 웹툰으로 기존작의 30년 후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부부가 된 전 태권v 파일럿 김훈과 히로인 윤영희가 태권v의 폐기 후 평범한 삶을 살다가 의문의 악당들이 출현하게 되면서 다시금 태권v를 조종하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기존의 꿈과 희망이 넘치는 로보트 태권v와는 달리 어둡고 현실적인 분위기를 반영했기에 웹툰 v에서는 거대 로봇기체인 "TAEKWON-V" 나름 현실적이고 새로운 기체 설정들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거대 보행 로봇들이 과학적으로 현실성이 있는것일까요?
△ 태권브이의 웹툰화, V
거대로봇은 항상 sf 덕후들 사이에서 미제로 남은 과제였습니다. 특히나 거대 로봇물의 본고장이었던 일본에서는 아톰과 건담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실제 과학/기계/로봇 전공자들이 되어 머리를 맞대고 실제 건담을 만들어 보려고 애를썼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냥 만들면 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사실 그 머리 좋은 석박들이 머리를 맞대로 수십년간 고민해도 어려울 만큼 실전 사용 가능한 거대 보행 로봇은 실현 가능이 힘든 목표입니다. 고작 20m짜리 건담도 만들기 어려운데, 태권 v는 어떨까요?
태권브이의 현실성을 판단해보려면 일단 태권 브이의 상세 제원을 한번 살펴봐야합니다.
이 제원을 그대로 들었을때는 태권브이는 무적의 장갑과 육중하고 강력한 불멸의 무기같이 들립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런 제원들은 이야기에 조금 더 몰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소설적인 설정이자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 을 알게됩니다. 전부 현실 불가능한/혹은 현실화 되기 매우 힘든 제원이기 때문이죠.
1.크기
태권브이의 기체 전고는 56m입니다. 그러니까 키가 56m라는거죠. 저번에 하이브편에서 언급했듯, 부피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구성 재료들이 버텨야하는 무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키 180cm에 70kg이 나가는 남성이 있다고 해봅시다. 인간의 70%는 물이고, 근육의 밀도는 1.07g/cm^3 지방의 밀도는 0.92g/cm^3정도라고 하니 대략적으로 1g/cm^3정도의 밀도를 가지고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인간 크기의 철덩어리를 만든다면 7.8g/cm^3정도이니 인간과 같은 크기의 금속덩이는 대략 70kg의 7.8배인 546kg이 됩니다. 키가 커지면 부피도 3제곱배로 커지므로, 180cm의 31배인 56미터짜리 태권브이의 무게는 546kg의 30,080배인 16,423,806kg(...)이 됩니다. 대략 묘사된 태권브이의 중량의 10배 이상입니다. 우리는 강철이나 티타늄같은 금속들이 매우 강하다 생각하지만, 저정도의 단위가 되어버리면 강철의 강도라는것은 젤리 수준의 보잘것없는것이 되어버립니다. 즉, 형태를 유지하는것 자체가 힘들어질거라는 이야깁니다.
2.파워문제
위의 문제에서 이어지는 내용인데, 인간에게 들어가는 에너지양이 1이라고 치면, 몸이 전부 철인 기계인간이 움직이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는 인간 무게의 7.8배인 7.8이 들어게겠죠. 거기에 인간 부피의 30,080배를 곱하게되면 234,624배의 힘이 필요한 셈입니다. 일반적인 사이클링 선수가 내는 힘이 1500w정도라고 하니 351,936,000w정도의 파워가 필요한 셈인데, 이는 태권브이의 제원에 한참 못미치는 파워입니다. 문제는 이 힘이 추진력이 아닌 이 파워를 동력으로 바꿔주는 엔진의 문제인데, 거대 보행 병기의 힘이 전차같은 추진력이 아닌 여러 관절을 움직여야 한다는것에 있습니다. 이 파워를 각 관전 모터로 전달하는 과정 자체고 문제거니와 이 모터들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자체가 현재에는 없습니다.
△ 걷는것도 힘든데 날아다니는건 생각도 못한다.
3.관절문제
평소에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지만 일반적인 인간의 관절들과 아킬레스건은 평소에도 인간의 무게의 몇배에 해당하는 무게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가벼움 뜀걸음시에도 관절은 적게는 2배, 많게는 4~5배의 무게를 견뎌야하도록 설계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태권브이가 뛸 수 있으려면, 최소 무릎관절 하나당 82,115t(...)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설계나 장갑 경량화 소재변경, 관절강화등을 하여 절반의 무게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아직도 터무니 없는 무게인것이죠.
4.관성문제
대부분의 유인 로봇물에서는 파일럿이로봇의 가슴이나 머리에서 조종하는 모습으로 묘사 되는데요, 실제로 이런 설계가 도입된다면, 로봇이 걸을 때 파일럿의 위치는 최소 2~3m이상을 상하로 움직이게 됩니다. 걸을때만 해도 이정도인데, 뛸때에는 5~6m가 넘는 높이를 위아래로 출렁거리게 됩니다.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에만 타도 꽤나 멀미가 나게 되는데, 5~6m를 위아래로 출렁거리며 30분 이상의 전투를 지속하게되면 관성으로 인해 파일럿의 뇌에 영구적인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애초에 드론이나 무인기체로 설계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유인 거대 로봇으로 설계된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물리의 법칙입니다.
△ 가슴에 위치한 조종석은 태퀀브이가 걷기만해도 2m가량 위아래로 출렁거린다
이외에도 거대 로봇 병기들은 실전화 되려면 수도 없이 많은 허들을 넘어야합니다. 피격범위 문제, 정비문제, 속도, 연비, 조종, 충격흡수....정말 대려면 끝이없이 하루종일 이야기 할 수도 있는 주제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태권브이를 비록한 거대 로봇들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열정을 심어줬다는 것 아니겠습니까?(ㅋㅋ) 거대 태권브이가 전시되어있는 박물관이나 1:1비율 건담이 전시된 건담 베이스 도쿄에서 모형들을 구경하면서 대리만족을 하는것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