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 나오는 여러 공상들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과지옥
녹아내리는 피부거죽과 다 부패되어 뼈와 근육이 훤히 드러나는 몸뚱아리,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와 촛점잃은 눈같은 수식어를 항상 달고다니는 좀비들은 수십년 동안 서방세계에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귀신의 집에 가면 항상 등장하는 단골손님이고, 게임이나 만화에도 수적우위를 이용해 주인공을 공격하는 모습으로 등장하죠. 얼마 전만해도 이런 좀비들은 서방이나 일본에서는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국내에서는 좀비라는 단어를 찾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죠. 원래 '좀비'라는 소재는 마이너 장르 매니아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부두교의 전설에서 등장하는 좀비들은 국내에선 일부 오컬트/호러/고어필름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소재였고, 게임이나 애니같은 일부 비주류 문화매체에서만 등장하고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좀비를 소재로 한 드라마, 게임, 영화같은 대중매체들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이제는 좀비가 거의 진부한 소재라고 생각할만큼 친숙해진 소재로 돌변했습니다. 당연히 인기가 많은 매체인 웹툰에서도 자주 소재로 사용 되었는데요,대부분의 문화매체들에서는 좀비는 공포스럽고, 무시무시한 존재들로 묘사되는것과는 달리, 어떤 매체들에선 좀비는 친근한 개그요소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 k-좀비의 표본, 킹덤
네이버 웹툰의 좀비딸이 가장 가까운 예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원인 불명의 좀비 바이러스에 딸이 감염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개그 육아 웹툰입니다. 작품내에서 좀비바이러스는 광견병의 일종같이 지능이 야생동물 수준으로 낮아지고, 정맥이 튀어나오면서 기괴한 형상을 띄게 됩니다. 또한 공격성또한 증가하게 되죠. 하지만 주인공은 좀비가 된 딸을 키우기로 결정하고, 규칙을 정하고 생활방식을 정하면서 좀비가 되어버린 딸과의 동거하게 되는 웹툰이죠.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좀비 바이러스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저렇게 진짜 저렇게 사람들이 많이 감염될 수 있을까요? 애초에 좀비는 존재할 수 있을까요?
△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
당연한 말이지만 좀비는 특별한 마법이나 마술이 아닌이상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사망 후 썩어 문드러져가는 몸뚱이를 가진 시체가 걸어다닌다니, 연료가 없는 차가 달릴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는(...) 설정이죠. 이정도는 관대하게 봐준다고 쳐도, 걷는것 혹은 사람에게 달려가서 목을 물어뜯는 행위 또한 뇌와 척수의 신경 반응, 에너지 대사에 의한 운동이기 때문에 뇌나 척수 그리고 근육같은 세포들이 죽은 상황에서는 뇌의 명령도 없고 그 명령을 전달해주는 매개체도 없으니 그 어떤 운동도 할 수 없는것이죠.
하지만 일단 어떻게든 된다고 해봅시다. 마법이든 흑마술이든 바이러스든 뭐든간에 현세에 나타나서 좀비들을 생성하고,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쳐봅시다. 이렇게까지 해도 좀비가 존재 불가능한 이유중 가장 큰것이 바로 파리들입니다. 자연상태의 시체는 수시간 이내로 부패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특유의 악취는 파리들을 불러모으죠. 파리의 알에서 태어난 굼뱅이들은 좀비의 가장 큰 천적입니다. 가장 빨리 사라지는것은 눈입니다. 시력기관의 상실은 전투력의 현저한 저하를 불러오고 이는 전투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윽고 몸뚱아리가 부패되어 굼뱅이가 갉아먹은 근육때문에 더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가까지 가지 않는이상 위험하지 않은 무력한 존재가 될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감염시키는것은 불가합니다.
△ 어이, 최근 좀비들을 ‘과학적‘ 이라구?
그러나 최근의 좀비 영화들은 기존 좀비 영화들과 어느정도 다른 노선을 가고있긴 합니다. 좀비 바이러스를 그저 인간을 시체로 만들어버리는 미지의 바이러스가 아니라 광견병의 일종으로, 신경계에 침투하여 숙주의 공격성과 식욕을 활성화 시키는 바이러스라거나(28주후) 생화학 병기로 개발하던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유출되어 글로벌 판데믹을 일으키는 설정으로 조금 현실성이 있도록 설정이 개선된것이죠. 이런 설정이라면 어느정도 좀비딸의 좀비 바이러스와 일치합니다. 짐승같은 공격성, 침을 흘리고 반복적인 동작과 신음소리는 광견병의 증세입니다. 만약 인간의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지능을 낮추는 변종 광견병이 발견된다면 사실 좀비딸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 야생동물이나 개에게서 나타나는 광견병은 좀비와 증상이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그런경우에는 절대로 작품에서 묘사하는것처럼 글로벌 판데믹으로 번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염병중 가장 방역하기 힘든건 겉으로 드러나는 감염증세가 전혀 없어 미감염자와 구분이 되지 않는 전염병입니다. 코로나와같이 무증상 감염자가 사람들을 만나며 거리를 활보하면 막기가 힘들고 동선 체크도 불가능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좀비 바이러스의 증상은 명확하기 때문에 신속한 격리와 치료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감염방법도 비말감염이 아니라 육체적 접촉이라면 방역은 더욱 난이도가 내려가게 되죠. 결론적으로 좀비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불가능하고, 만약 감염자가 꽤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방역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물론 일류 선진국들의 손에 배양 가능한 바이러스가 쥐어진다면...? 1년도 되지않아 백신과 치료제가 만들어질겁니다.
결국 어릴적 악몽에 등장하던 좀비 바이러스 대창궐은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세계전쟁z같은 좀비와의 전쟁도 없을거구요(이건좀 아쉽...). 하지만 미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좀비 대비책을 내놓은 만큼 재미있는 상상은 항상 가능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