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제작에 있어 10대들의 감성을 어떻게 따라야 할까? 스마트폰, SNS와 함께 자란 2000년대생들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 소비에 집중
강태진(웹툰가이드 대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직원에게 선물하여 유명해진 적이 있다. 한동안 여러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던 해당 책은 90년대 태어난 현재 20대들의 특성을 설명하며 앞으로의 직장 문화와 우리 나라 여러 사회 부문에서의 변화를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꼰대’라는 용어로 현재의 40대 50대 기성세대들을 부르고, 그들이 본인의 과거 경험에 맞춰 현재를 재단하고 지금의 젊은이들이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보고 도전정신과 패기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2년동안 밥먹듯이 야근을 하던 대기업에 다니던 언니가 퇴직하고 결국 한 공공기관의 9급 공무원으로 다시 취직한 것처럼 현재 90년대생들은 돈보다는 자신의 삶을 더욱 중요시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라고 부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삶은, 지금 시대의 90년대생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단어가 되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삶보다는 자신의 행복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현재 20대인 90년대 생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웹툰은 대중문화이며 현재의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그리고 웹툰의 가장 큰 독자는 10대이다. 웹툰의 독자인 10대들은 90년대 생이 아니다. 2000년에 태어난 웹툰 독자는 벌써 우리 나라 나이로 21살이 되었고 이들은 90년대과는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한 언론사에서 2000년생의 특징을 밝힌 적이 있었다. 그들은 공정성을 중시하고, 주변과 잘 어울리는 '인싸'가 좋고, 사귀는 것도 가성비를 따지고, 연애와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러라밸'을 중시하며, 24시간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폰연일체'가 주요 특징이라고 제시했다.1)
현재 20대 대부분을 차지하는 1990년대 출생자들은 “우리는 유년기·청소년기를 주로 PC와 함께 보냈다. 연예인에게 관심이 많고 유행에 민감하다. ‘노스페이스 패딩’을 교복처럼 입고 다녔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2000년생들은 “우리는 청소년기를 스마트폰·사회관계망서비스와 함께 보냈다. 1990년대생들과는 많이 다르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미국의 세대 연구가인 데이비드 스틸먼은 2000년대 전후 출생자들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혹은 ‘Z세대’라 부르며 구분한다.
Z세대로 불리는 2000년대생은 SNS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냈고,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 소비에 집중해 있다. 특히 동영상 콘텐츠인 유튜브를 집중적으로 사용했으며 연예인들보다 오히려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유명 BJ들에 열광했다. 2000년대 생은 90년대 생과는 달리 좀 더 예의를 중시하며, 경제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정치적인 성향도 90년대 생과는 다르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회의 평등과 공정성을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며 감정에 호소하거나 부당한 기준을 참지 않고 목소리내어 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2000년대생들을 위한 웹툰은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사실 웹툰 제작에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은 기획이다.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미가 있으면 흥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재미라는 부분에 있어서 ‘공감’이라는 요소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로맨스 만화도 1980년대의 로맨스와 2020년대의 로맨스가 엄연히 다르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소재와 ‘공감’하는 대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히트하기 쉽지 않다. 오래된 로맨스 만화가 명작이긴 하지만, 현재에 와서 엄청난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1987년 발표된 강경옥의 <별빛속에> vs 2020년 연재를 시작한 <악녀가 사랑할 때>
2000년대 생은 성장과 함께 이미지와 동영상에 익숙해진 세대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폰과 함께 산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첫 세대이다. 이들은 웹툰을 초등학교 4,5학년때부터 보면서 자란 세대이다. 동영상 또한 익숙하며 SNS와 동영상 플랫폼등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이들 플랫폼에서 트랜드를 형성하고 공유한다. 이런 2000년대생의 특징은 철저하게 개인화, 파편화된 콘텐츠 소비성향과 함께 보수적일 정도로 기회의 평등, 공정성, 효율, 경제적 가치를 높게 추구한다. 이런 10대들을 위한 웹툰 콘텐츠는 조금 더 현장감 있는 형태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10대들이 콘텐츠를 생성하고 소비하는 주요 플랫폼들의 트랜드를 조사하고 그들이 ‘공감’하는 포인트와 추구하는 가치, 그리고 그들의 용어를 조사해야 한다. 현재 네이버웹툰 상위권의 부동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모 작가의 경우 해당 연재일 아침에 올라오는 10대들의 댓글을 거의 모두 읽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서 ‘이런 용어는 이제 10대들은 안써요. 촌스러워요’라든지 그 외 다양한 10대들의 의견을 댓글을 통해 파악하고 배우고 있다. 그녀는 이런 노력 외에도 중·고등학교에 직접 찾아가 그들과 대화하면서 최근 10대들의 트랜드와 용어를 습득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 않다. 이런 노력이 현재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2000년대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가 아닌가 한다.
앞으로의 웹툰은 2000년대생에 맞춰 제작되어야 하고 이들이 20대가 되고, 소비의 주체인 30대가 될 때까지 최소 20년간은 지속적으로 그들의 트랜드를 따라가는 노력이 경주 되어야 한다.
1) [자유성] 집에 2000년생이 있다, 영남일보,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00421010003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