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밖에서도 웹툰을 즐기다! 웹툰 펀슈머를 저격한 마케팅 총정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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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밖에서도 웹툰을 즐기다! 웹툰 펀슈머를 저격한 마케팅 총정리 (1)
4. 아낌없는 기다림, 펀딩문화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텀블벅은 이제 만화/웹툰 카테고리가 중심인 펀딩 사이트가 되었다. 스케치업, 웹툰 소스 등의 프로그램 관련 펀딩도 많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만화/웹툰 관련 독립출판 및 굿즈 펀딩이다. 다양한 작품과 굿즈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고마운 창구가 아닐 수 없다. 와디즈와 텀블벅은 펀딩 서비스의 특성상 참여율에 따라 펀딩이 성사될 수도 있고, 무산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여 굿즈 제작과정, 배송까지 실시간으로 기다리는 쫄깃함은 펀딩 서비스만의 묘미다. 리워드를 받아보기까지의 두근거림도 있지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실물을 보고 후원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공지한 리워드 구성의 변경이나 디자인, 품질 저하 등의 이슈 등을 겪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애초에 펀딩이라는 것이 물건을 구매하는 의미보다는 어떠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후원하는 의미로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에 펀딩은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한 편인데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은 필요해 보인다.
네이버 웹툰은 2019년 11월 5일 이상규 작가의 <호랑이형님> 무케인형을 처음으로 펀딩의 포문을 열었다. 이 프로젝트는 3,372명이 참여한 1841%의 달성률로 92,080,900원이 모였다. 이후 총 2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두 개의 프로젝트를 제외한 대부분이 목표액을 넘어 달성했다(2021년 5월 기준). 그 중 <호랑이형님>의 굿즈가 가장 종류가 많았는데 자수 스웨트셔츠, 자수&귀염 찰떡 쿠션, 이어폰 & 핸드폰 자수 케이스, 무드등 등이 있다. 한국적이고 트랜디한 감각의 <호랑이형님> 굿즈는 팬들의 기대를 부응하며 사랑을 받았다.
이후 네이버 웹툰은 다양한 웹툰 IP를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살려 서로 다른 작품을 크로스오버 콜라보를 하기도 하고(<대학일기>, <좀비딸> 등), 펀딩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 굿즈나 작가 친필 사인 등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도 했다(<정순애 식당> 등). 또한 일정 후원금액을 달성하면 추가 리워드를 증정하는 방식의 마케팅도 했는데, 추가 리워드를 원하는 독자들이 스스로 발품을 팔아 프로젝트를 홍보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펀딩 프로젝트는 단순한 굿즈 판매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펀슈머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리워드의 퀄리티가 후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루만 네가 되고 싶어>의 액세서리 펀딩은 작중 캐릭터들이 착용하고 있는 액세서리를 실물로 똑같이 재현하는 리워드로 주목을 받았다. <하네되>의 팬들에게는 현실에서도 작품 속 캐릭터들과 이어진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리워드 굿즈를 받아 본 독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작중에서 블루스톤 계열의 문스톤으로 소개되었던 메데이아 ‘유모의 목걸이’가 천연석이 아닌 레진으로 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단가가 좀 더 올라가더라도 액세서리 전문업체와 콜라보를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바른연애길잡이> 펀딩도 작중 바름이가 사용하는 플래너의 내지 양식을 완벽하게 재현한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후원자가 몰려서였을지 가격대비 품질이 아쉽다는 평도 있었다. 꾸준히 웹툰 관련 굿즈를 후원하는 팬들의 덕심을 만족시켜 줄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오길 바란다
플랫폼에 연재되지 않는 독립작가들의 단행본 펀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통 단행본 출판은 재고의 공포 때문에 발간이 쉽지 않다. 하지만 펀딩을 통해 출판할 경우 판매량을 예측한 채 책을 출간할 수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제공하는 <2020년 출판통계(2021.2.19.)>에서 만화책 분야 출판 평균 부수를 살펴보면 2019년은 986권이었고 2020년에는 860권이었다.1) 만화 출판의 평균 부수가 8~900권 대의 출판시장에서 적게는 50여 권부터 800여 권까지(펀딩 참여 후원자 기준) 보장된 판매 부수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꽤 든든한 일이다. 각 프로젝트별로 최소 제작 수량과 비용은 다르지만, <표2>에서 보이듯 2021년 기준으로 무산된 프로젝트는 단 하나도 없다. 단행본을 내고 싶은 작가에겐 펀딩을 통한 출판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 고유의 팬덤을 구축한 다음 단행본을 출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SNS에서 연재되어 ‘2017 오늘의 우리만화’ 상까지 오르게 된 <며느라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책이 먼저 나오고 SNS를 통해 홍보하는 일반적인 출판 관례를 벗어나 <며느라기>는 SNS에서의 연재를 통해 독자를 모은 다음 단행본을 출판했다. 잇선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잇선 작가는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미리보기를 제공하고, 후에 SNS에 작품을 연재하며, 작품이 쌓이면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한다. 그동안 잇선 작가의 메일을 받아보고 SNS에 연재된 만화를 보며 형성된 팬덤이 단행본을 구매하는 것이다. 다만 평균적으로 모금액의 40% 정도는 기존 팬이나 지인 등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지고 나머지 60%가 새로운 후원자들을 통해서 성사된다는 점을 기억하고 평소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어야 하겠다.
독자들이 이미 무료로 작품을 보았거나 나중에 서점에서 살 수 있는데도 굳이 펀딩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경우의 펀딩 참여자들은 펀딩을 '구매'의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애초에 펀딩은 '후원'의 개념이다. 독자들은 자신이 마음을 내어준 콘텐츠를 응원하고 싶어 한다. 후원은 좋은 작품을 본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고, 작가가 지속가능한 작품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그의 좋은 작품을 보고 싶으니 말이다. 또한 펀딩은 독자의 니즈에 맞춰 리워드가 조정되는 등 독자와 작가 간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하다. 좋아하는 작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5. 겁내지 말지어다. 추억의 만화 소환하는 X세대 독자들
독립만화만큼이나 출판 여부를 두고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오래된 국내 출판만화의 복간판이다. 워낙 많은 작품이 있는 데다 출판을 할 수 있을 만한 퀄리티의 원고 확보도 중요한데 무엇보다 복간을 원하는 독자들이 얼마나 있을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태권브이를 시작으로 레트로 열풍이 시작되긴 하였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현재까지 진행되었던 복간판 중 펀딩이 무산된 경우는 없다. 와디즈에서도 2천만 원이 넘는 펀딩액을 유지하였고 (앵콜 제외) 텀블벅에서도 대부분 천만 원이 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순정 만화의 강세이다.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일억펀딩의 신화를 기록하며 알라딘 최고의 펀딩 달성률을 만들었다. 1973년 작품인 <하얀 돛배>도 1,000%를 훌쩍 넘기고 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덕심을 어떠한 계기로 깨우기만 한다면, 스스럼없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층이 분명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추억의 작품을 내어놓아 주시기를 바란다.
6.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원해!! 현실 세계로 소환!! 믹스미디어를 부르다
앞서 웹툰과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두고 “작품과 생활을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어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소비자층"이라고 언급했었다. 팬들이 원하는 다양한 경험 중 하나는 바로 좋아하는 작품을 웹툰을 넘어 다른 미디어로도 즐기는 것일 것이다. 웹툰이 드라마, 영화화가 되어 대중적인 인지도와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들은 웹툰 캐릭터 자체가 움직이기를 원한다. 그것은 때로는 애니메이션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에서 웹툰의 애니메이션화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오디오 드라마다.
<바른연애길잡이>의 오디오 드라마는 2020년 9월 7일 오디오클립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여 99화(21.1.12 등록 기준)까지 나왔다. 독자들은 웹툰과 함께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로 진행되는 오디오 서비스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낀다는 호평을 쏟아낸다. 웹툰과 함께 제공된 음원은 음원 차트에도 당당히 올라와 있다. 2021년 2월에는 모바일 게임으로도 출시되었는데, 실제 캐릭터들과 대화형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웹툰을 즐긴 독자라면 몰입도가 무척 높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다. <고래별-경성의 인어공주>는 원작 웹툰을 영상 플레이 형식으로 별도의 각색 없이 그대로 제작한 후, 성우 연기와 음악(전곡 순수창작), 음향 및 다양한 효과를 결합해 오디오 웹툰으로 재탄생했다. 작화없이 원작을 화면 안에서 연출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웹툰의 영상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담항설> 오디오 드라마는 호화 성우진으로 구성되어 시즌 2까지 제작되었다. <고래별>과 같이 영상 플레이 형식으로 별도의 동화작업은 없어 보인다.
웹툰 <이미테이션>은 이미 팬들의 니즈에 따른 OSMU를 실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오디오 드라마가 제작되고 라이브 공연까지 진행한 바 있다. 이때 600석이 넘는 좌석 중,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몇 자리를 제외하고는 노쇼가 없었던 이례적인 행사로 남았다. <이미테이션>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5월 7일부터 방영 중인데 4월 30일에 작품 속 걸그룹 ‘티파티’가 KBS <뮤직뱅크>에 실제 출연하여 데뷔곡 ‘show me’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특히 마지막 시그니쳐 포즈는 웹툰과 싱크로율 100%로 믹스미디어의 끝판왕을 보는 듯하였다.
웹툰 콘텐츠는 그 어떤 시장보다 독자들과 소통하고 즐기며 성장하고 있다. 웹툰 펀슈머들은 가장 활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있다. 시장이 크면 지켜야 할 것도 조심해야 할 것도 따라오기 마련인데 부디 긍정적인 힘으로 작가도 독자도 행복할 수 있는 웹툰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1) 본 자료는 (사)대한출판문화협회에 납본된 자료를 근거로 집계된 통계이므로 전체 출판계의 대표 통계로는 볼 수 없으니 이점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