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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 숨어있는 함정 피하기 (2) : 세부 조건들을 검토하는 방법

내 계약서가 제대로 된 계약서인지 세부 조건을 검토해보고 싶다면, 필독!

2021-06-01 임애리



계약서에 숨어있는 함정 피하기 (2) : 세부 조건들을 검토하는 방법


(1)에서 이어집니다

계약서에 숨어있는 함정 피하기 (1) : 불리한 계약과 불공정한 계약


출판사가 계약서를 통해 확보하려는 권리의 범위를 확인한다.

출판사는 한 번의 계약을 통해 작가에게 적은 대가를 주고 최대한 많은 권리를 가져오기를 희망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당연하겠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출판사가 무리하게 많은 권리를 확보하려 하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공동저작 계약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상대방 측에서 기획안을 제공하고 수정 의견을 주었더라도 만화저작물의 공동저작자는 될 수 없다. 소설을 만화화하는 노블 코믹스(Novel Comics) 계약처럼 원작에 대한 권리를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원저작물과 만화저작물은 엄연히 구분되는 별개의 저작물이다.

대상 저작물을 정확히 특정하자.

필자가 상담한 사례 중에서 표지 외주를 의뢰받았는데 계약서에는 표지뿐만 아니라 삽화와 홍보 이미지까지 대상 저작물의 범위에 포함한 사례가 있다.


계약 기간과 자동 연장 조항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계약 기간 조항을 볼 때는 기간의 시작점(기산점)이 언제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간혹 출판권 설정 기간이나 이용허락 기간이 계약 기간과 다른 경우가 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출판권이나 이용권이 저작권자에게 환원되어야 하고, 설정(이용) 기간에는 계약상 상대방의 정산 의무도 살아 있으므로 계약 기간과 설정(이용) 기간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만화가들과 출판사 모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권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3월 26개 웹툰 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웹툰 연재 계약서를 심사하여 웹툰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10개 유형의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조치하였다.1) 시정조치 전에는 연재 계약을 체결하면서 ‘동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이용하거나 양도받는’ 계약이 많았는데, 시정조치 이후 대부분 2차 사업화 제안이 들어올 경우 상대방에게 고지하고 협상 후 계약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우선협상권’ 형태로 바뀌었다.


 저작인격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저작인격권이란 저작권법 제14조에 따라 절대 양도할 수 없는 창작자의 권리다. 주로 성명표시권(크레딧), 동일성유지권이 문제가 된다.


출판사가 권리를 확보하는 대가로 작가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 이해한다.

대가 조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작가들 대부분이 계약서를 읽어 보아도 수익의 몇 퍼센트를 분배받는지 외에 수익 분배 조항에 숨어 있는 수많은 함정은 보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정해진 금액을 지급받는 방식에 비해 수익을 분배받는 방식은 계약서에 아주 많은 함정이 숨어 있기 마련이므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조금이라도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아래 체크리스트와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할 내용을 살펴보고, 계약상담을 받아보자.


수익 분배 조항 검토 체크리스트

- 수익 분배의 기준은 무엇인가? 매출액 또는 판매가 기준인지, 각종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 기준인지, 판매 부수 또는 발행 부수 기준인지 확인해야 한다.

- 공제 항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구체적인 정산 방법이 무엇인지 이해하는가?

- 매출 취소, 환불, (종이책의 경우) 재고 발생 시 매출액에서 차감하는가?

- 정산 주기와 통지 방식은 어떠한가?

- 원장부 등 증빙자료 청구권을 보장하는가?




특히 MG, 선인세나 선급금이 있을 때 정산 방법이 복잡해지므로 공제 항목과 정산 방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차감과 분배의 순서를 표시하지 않고 나중에 정산할 때 출판사에 유리하게 정산하는 경우도 있다. MG를 먼저 차감하고 분배율에 따라 정산하는지(선 차감 후 분배), 먼저 분배율에 따라 작가 몫을 나눈 다음 작가 몫에서 MG를 차감하는지(선 분배 후 차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미리 정산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소송 사례 중 노블 코믹스 연재 계약에서 작가들에게 지급한 저작권료가 MG나 선급금이 아니었음에도 전부 인건비성 비용으로 처리해 매출액에서 공제해서 분쟁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연재 기간 중 작가가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지 확인한다.

보통 작가가 주 1회 60컷 이상의 풀컬러 작업을 해야 하는 웹툰 연재 계약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연재 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짧지 않아 그 기간 중 작가가 자기 작업 스타일에 맞게 창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계약서를 보다 보면 이따금 지나치게 사업자의 편의만을 중시하는 빡빡한 연재 스케줄을 규정할 때가 있다. 이런 계약은 작가가 혹사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계약 체결 단계에서 협의하여 조정하는 것이 좋다.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을 때  작업을 쉴 수 있게 하는 규정도 필요하다.

연재 중 상을 당하거나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 등 건강상의 사유가 생겨 작업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때 진단서 등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고 작업을 쉴 수 있어야 한다. 연재 기간 중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상대방의 검수가 조건으로 걸려있는 경우를 주의하자. 

검수에 따라 대가를 지급받도록 규정한 경우 자칫하면 상대방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주관적인 이유로 무한 수정의 늪에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검수 절차를 아예 생략하기는 어려우므로 수정 횟수를 정하고 추가 작업 시 비용이 얼마인지 미리 정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참고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이전에는 마감 기한을 넘기는 경우 지각비를 부과하는 사례가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품의 마감 기한을 게재 시간보다 2일 전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고, 지연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매출이나 이용률의 하락 등 피해가 크게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부당하게 지각비를 부과하는 조항은 약관법 제6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고 지각비 조항을 삭제하도록 시정조치하였다.


다른 계약에서도 중요한 일반 조건들: 보증, 계약 해제·해지, 손해배상, 관할

저작권 계약에는 다른 계약과 달리 작가가 완전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음을 보증하고 저작물의 내용이 표절, 초상권 침해,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작가가 전적인 책임을 지게끔 하는 보증 조항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보증 조항이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원작이 있는 저작권 계약에서 상대방의 보증 책임이 없거나 불충분한 경우는 문제가 된다. 작가로서는 계약을 할 때 상대방이 제공하는 원작의 권리관계나 원작의 내용이 적법한지에 대해 알 수 없으므로, 상대방이 원작에 대하여 계약을 체결할 완전한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보증하고, 원저작물의 내용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작가에 대하여 상대방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끔 해야 형평에 맞다.


작가의 계약 해지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상대방의 해지권 범위가 과도하게 넓지 않은지도 확인한다. 

“작가가 마감을 어긴 경우 출판사는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의 해지권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다. 작가가 마감을 어겼다 해도 그것만으로 출판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1~2회 마감을 어겼을 뿐이거나 작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면 이를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고 볼 수도 없다. 


위약금, 정산금 반환 조항이 있다면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위약금을 실손해액의 100% 이상으로 규정하거나 정산금 전액 반환 조항을 둔 곳이 많다. 손해배상금을 미리 정하는 성격의 위약금인지, 아니면 손해배상금에 더하여 추가로 부과되는 위약벌인지도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분쟁이 생겼을 때 관할 법원을 어디로 할 지도 중요하다. 

은 상대방 사업장 소재지 관할 법원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주지가 상대방 사업장 소재지에서 멀 경우에는 ‘민사소송법상 관할 법원’으로 하는 편이 낫다. 참고로 민사소송법상 관할 법원이란 피고의 주소지를 말한다. 내가 소를 제기할 때는 상대방의 주소지를, 상대방이 소를 제기할 때는 내 주소지를 관할로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지금까지 필자가 최근 만화가들과 상담한 사례를 위주로 계약서를 볼 때 특별히 유의해서 볼 사항을 정리하였다. 최대한 자세히 정리하려 노력했지만, 이 글을 읽고 계약서를 본다고 해서 바로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손해 보지 않는 계약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신인이나 지망생처럼 거래 경험이 부족하면 상대방에게 협상안을 적절히 제시하지 못하고 계약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계약하기 전에는 앞날이 장밋빛으로 보이며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다. 하지만 경력과 인지도, 계약을 해 본 경험이 쌓일수록 계약서를 보는 눈과 협상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여러분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그러니 좌절은 금물이다. 지금부터라도 계약서를 보는 눈을 기르자.



1) 공정위 보도자료, 26개 웹툰서비스사업자의 웹툰연재계약서 상 불공정약관 시정

   http://www.ftc.go.kr/www/selectReportUserView.do?key=10&rpttype=1&report_data_no=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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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리

現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한국만화가협회 법률 자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법률 자문 ▲서울시립교향악단 법률 자문▲서울시 문화예술불공정피해상담센터 법률상담관 ▲서울지방변호사회 형사당직변호사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민사소액사건소송지원변호사단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입문 강사 ▲변호사시험 1회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