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을 가져요 : 웹툰과 만화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웹툰이 돈이 된다’는 말은 이젠 식상하다. 하지만 어떻게 돈을 버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작품이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 방법은 다양해졌다. 웹툰의 유료화 자체가 비난을 받던 시기부터 웹툰이 산업의 규모에 들어선 지금까지의 발전속도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가장 기본적으로, 웹툰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바로 트래픽이다. 트래픽은 곧 사람들이 얼마나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느냐는 뜻이다.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면, 당연히 돈이 몰린다. 그 서비스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콘텐츠인 셈입니다. 그래서 ‘콘텐츠가 왕’이라는 얘기까지도 나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안다. 몰랐다고 해도, 감은 잡을 수 있다. 시장이 형성되는 것과 마찬가지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의 임대료가 비싼 것과 같다.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 접근성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플랫폼 운영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일까?
웹툰 플랫폼 A를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냥 만든 게 아니라, 런칭 초기 함께 할 작가님들까지 모셔왔다. 매일 10작품씩이라고 해도 70작품이 된다. 그럼 한 달에 얼마나 필요할까? 일단,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 원고료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도록 하자. 편의를 위해 모든 작가님들을 신인으로 생각하고, 모두 250만 원으로 출발한다고 가정한다. 그럼 70명에게 월 250만 원, 한달 원고료로만 1억 7천 500만 원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작가들을 담당할 PD는 물론, 앱과 웹페이지를 운영, 보수할 개발자도 있어야 한다. 또 웹툰 내의 이벤트 등을 기획할 서비스 기획인력도 있어야 하고, 이들 인력을 운영할 인사팀, 돈을 관리할 재무팀도 있어야 한다. 이들 인력들이 일할 사무실 공간 임대료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2억 3천만 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해보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나가는 돈이 한 달에 2억 원이 넘는다. 1년이면 25억 원이 넘는 돈이다. 여기엔 결제수단 이용료, 수수료, 세금, 사무실을 꾸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 운영비 같은 건 포함하지 않았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이건 못 참지 : 코인, 기다리면 무료와 미리보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우리가 웹툰을 볼 때 사용하는 쿠키와 코인이다. 우리는 결제하고, 그 결제한 금액에 따라 재화를 제공받는다. 그럼 우리는 그 쿠키, 코인을 가지고 웹툰을 본다. 지금이야 이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2010년대 초반 이런 유료 서비스가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작가들은 엄청난 악플 세례를 받았다.
다음웹툰은 유료로 작품을 공개하며 일종의 ‘입장권’ 개념을 도입했었다. 당시 이 서비스는 말하자면 유료회차 통째로 묶고, 결제에 성공하면 유료회차를 풀어주는 방식이었다. 당시 한 웹툰의 유료 서비스를 보는 가격은 500~1000원 내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툰 플랫폼과 작가들은 엄청난 저항에 시달렸다.
그리고 2013년 7월, 레진코믹스가 등장했다. 전면 유료를 내세운 플랫폼이었고, 모바일 웹페이지보다 앱(APP)을 먼저 공개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당시 네온비 작가가 연재하던 <나쁜 상사>는 레진코믹스 출시 반년 만에 매출 2억 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무료 콘텐츠로 취급받던 웹툰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 사례였다.
그리고 새로운 모델이 등장한다. 바로 ‘기다리면 무료’와 ‘미리보기’다. 좋은 상품이 있다면, 그걸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가지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걸 ‘하이프(Hype)’라고 부른다. 하이프의 사전적 정의는 과대광고,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혹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뉘앙스를 보다 정확히 풀어내면 ‘가지고 싶게 만드는 힘’ 정도로 풀어낼 수 있다.
이걸 잘 활용한 것이 패션계다. 로고 한번은 본 적 있을 ‘수프림(Supreme)’은 한정판 판매줄만 수천 명씩 서고, 구매해서 나온 사람들은 환호하고, 그 사람들에게 ‘나에게 되팔라’며 또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는 장사진을 만들어낸다. 아무나 살 수 없고, 아무나 볼 수 없는 아이템을 가졌다는 것. 남들이 보고 싶어 하는데, 나만 볼 수 있다는 건 소비자들에게 꽤나 큰 메리트다.
웹툰계에서도 이것과 비슷한 것이 있다. 바로 ‘기다리면 무료’다. 물론, 앞서 설명한 패션계의 하이프보다는 그 열광의 단위가 낮지만, 매일 계속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유저 리텐션(User Retention, 재방문율)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은 ‘다음 화가 보고 싶다’는 독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한편, 결제한 사람들에겐 ‘저 사람들은 기다리는데, 당신은 결제해서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기다리면 무료의 반댓말은 “결제하면 안 기다림”이니까.
△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비슷한 것이 네이버웹툰의 ‘미리보기’다. 다음 화가 너무 궁금한데, 우리는 쿠키를 내면 미래로 갈 수 있다. 물론, 기다릴 수도 있다. 돈 대신 시간으로 독자를 잡아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이 재화를 사용하고,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되면 독자들의 서비스 이용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일단 비용을 지불했으니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게임에서도 잘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독자를 잡아두고, 트래픽을 유지하게 된다.
웹툰 바깥은 어때요? : 광고와 오퍼월
오픈 초기 허니문 기간을 지나면, 다시 유료 매출은 평행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비용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유저 이탈을 막는 것이 급선무고, 그들이 쿠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오픈했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 즉 독자들을 ‘락인(Lock-in)’ 시키는 과정에 실패해서 서비스 유지에 실패하는 플랫폼도 적지 않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광고다. 일단 트래픽은 모아 놨으니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 특히, 모바일 디바이스 사용이 많은 계층이 활용하는 곳이다 보니 광고를 연계하기도 쉽다. 작품을 보려고 들어온 독자들이 많으니, 광고를 세분화해서 그냥 예전 같은 배너, 작품 하단에 작가가 직접 일러스트를 그린 광고, 작품 캐릭터들이 등장해서 홍보하는 광고 등 등급을 나눌 수도 있다. 네이버웹툰이 이미 활용하고 있는 광고들이다. 광고는 추가 수익을 약속한다.
△ 네이버웹툰 하단에 등장하는 광고
자, 그런데 광고로는 한계가 있다. 광고가 지나치면 독자들이 떠난다. 결국 트래픽을 유지하고 새로운 유저들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는데, 광고는 이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미 ‘락인 된’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신규 사용자 중 77%는 다운로드 후 3일이 지나면 해당 앱을 사용하지 않고, 보통 30일 동안 계속해서 사용하는 앱은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웹툰 플랫폼들이 쉬지 않고 새로운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벤트도 비용이 든다. 그래서, 신규 유저들에게 다른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을 만들어냈다. 바로 오퍼월(Offer-Wall)이다. 오퍼월은 네이버웹툰에선 ‘쿠키오븐’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쿠키를 구워내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만든 이름이 돋보인다.
△ 네이버웹툰, 네이버시리즈의 '쿠키오븐'
오퍼월은 일반 광고와는 다르게 직접 참여하면 플랫폼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화를 보상으로 준다. 기간제 재화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기간 내에 다시 플랫폼을 찾을 수 있게 유도하는 한편, 재화를 사용해보는 경험을 통해 락인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확장은 돈이 된다 : 영화, 드라마, 굿즈
플랫폼 내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이 외에도 데이터, 기술 연구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들은 최근 IP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플랫폼들에게 IP 확장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플랫폼의 IP를 활용해 사업을 펼치는 건 플랫폼에게도, 작가에게도 모두 수익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플랫폼이 직접 대리를 하지 않더라도, ‘드라마/영화 원작 웹툰’임을 홍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웹툰 자체의 매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스튜디오N을 통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M을 통해서 영상 제작에까지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웹툰은 ‘웹툰프렌즈’, 디앤씨미디어의 디앤씨웹툰비즈는 ‘디앤씨웹툰비즈 스마트스토어’를 통해서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제작사들이 직접 IP 확장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수익 다각화를 통한 안정성 확보를 위함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 구독모델과 웹툰
지금까지는 ‘트래픽이 돈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건 많은 트래픽을 확보해서, 그 트래픽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는 말이다. 그럼, 트래픽을 뭉뚱그려서 세는 것이 아니라 유저 하나하나에게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런 플랫폼을 이미 알고 있다. 바로 넷플릭스다. 웹툰 플랫폼들이 고도화되고, IP 확장까지 지속가능성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웹툰 구독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리디의 만타(MANTA) 등의 플랫폼에서는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여기엔 계약방식, 수익쉐어 방식과 데이터 불균형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더 많은 결제가 일어나게 될 웹툰계에서 구독모델은 닿을 수 있는 많은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 지갑을 유혹하는(?)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재밌게 보는 작품들의 이면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알아두는 것도 다 쓸 데가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