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발표한 ‘가장 많이 언급된 작품’ TOP 20 초연결사회라는 말이 등장하자마자 낡아버린 느낌이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새삼스럽게 느끼지 않아도 우리는 언제나 서로에게 연락할 수 있고, 닿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우리를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게 만들었고, 서로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세상에 풀어놨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 지를 분위기만으로도 알 수 있게 됐다. 나는 모르는데, 모든 사람이 열광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김연정 이사는 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뮤콘 2021”에서 K-POP이 음악에서 영화, 드라마, 웹툰에 이르기까지 ‘K-Culture’의 세계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발제했다. 여기서 김연정 이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K-POP의 의미가 단순히 음악을 넘어 영화, 드라마, 웹툰, 패션, 뷰티, 게임을 비롯한 문화가 다층적으로 결합한 “한국에서 출발한 대중문화 장르”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화가 하나의 매체가 아니라 여러 매체로 이식되고, 동시에 소비자를 만나는 경향이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실제로 파악할 수 있는 흐름으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K-드라마 TOP 20 : 웹툰과의 연관성
먼저 전 세계 트위터에서 2018년 7월부터 2021년 8월까지 3년간 가장 많이 언급된 한국 드라마를 살펴보자. 1위는 <킹덤>, 2위는 <이태원 클라쓰>, 3위는 <여신강림>으로 1, 2, 3위 작품이 모두 만화, 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다. 여기에 12위 <스위트홈>과 15위 <좋아하면 울리는>까지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는데,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킹덤>, <스위트홈>, <좋아하면 울리는>)이거나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된 작품(<이태원 클라쓰>)이 웹툰 원작 5작품 중 4작품을 차지했다. 전체 20작품 중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3작품,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된 작품이 17작품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한 배급이 전 세계적인 K-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데이터다. 더불어 김 이사는 “<이태원클라쓰>라는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다른 K-드라마까지 확장되는 결과를 내면서 지속적인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방영 당시만 해도 드라마의 주제, 배우, OST인 ‘Sweet Night’에 BTS의 뷔가 참여하면서 관심을 얻었지만, 1년여가 지난 2021년 상반기에는 11개의 작품이 <이태원 클라쓰>와 연관 키워드로 집계되면서 드라마 자체가 주목받는 현상을 보이게 된 것이다. 이는 스타마케팅이 ‘일시적인 인기’에는 기여하지만, 결국 IP의 힘이 없으면 지속적인 관심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웹툰 TOP 20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웹툰 역시 같은 기간 3년간을 집계했는데, 네이버웹툰이 16작품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카카오웹툰(당시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작품이 4작품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작품으로는 북미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Quimchee 작가의 <I LOVE YOO>가 유일하게 선정됐다.
작품의 장르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판타지 장르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TOP 10에 오른 작품 중 <여신강림>, <스위트홈>, <이태원클라쓰>, <나빌레라>가 드라마로 제작됐고, <신의 탑>, <노블레스>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10 작품 중에 6작품이 영상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여신강림>, <스위트홈>, <이태원클라쓰>, <나빌레라>는 드라마 순위에도 이름을 IP 확장이 단순히 수익성이나 인지도뿐 아니라 독자들의 일상에 파고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중 <나빌레라>는 BTS의 뷔가 팬카페에 추천글을 올리면서 화제를 모았는데, TOP 10에 이름을 올린 작품 중에 판타지가 아닌 현실 기반에 극적인 요소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언급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나빌레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는 TOP 20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웹툰은 6위에 랭크되어 스타마케팅보단 ‘독자로서의 스타’가 언급한 작품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IP 확장, 영향력에서도 ‘확장’
지금까지는 IP확장이 매체와 매체 간의 전이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의 매체보다 영향력이 큰 매체로 전이되어 그 효과를 받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기 쉬웠다. 예를 들어, 서브컬처인 웹툰에서 대중매체로의 전이가 일어나면 대중매체의 팬덤이 서브컬처로 유입되거나,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수혜를 입는다는 생각이다.
물론 소셜미디어에서 언급된 웹툰과 드라마 순위의 상관관계를 보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웹툰의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유료 구독을 해야 하는 드라마의 접근성보단 (네이버웹툰 기준) 무료로 공개되는 회차가 많은 웹툰의 접근성이 더 높다는 걸 생각해 보면 글로벌 언급량이 큰 작품들은 그만큼 많은 팬덤을 보유한 작품이고, 오히려 웹툰을 열독한 독자들이 드라마로 유입되며 입소문을 내는 경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웹툰의 영상화와 (주로 넷플릭스를 통한) 글로벌 유통은 단순히 작품의 매체 이전 뿐 아니라, 초연결사회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중 지향적 확장’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은 곧 매출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처럼 영상화를 포함한 IP 확장의 다각화는 작품의 생명을 지속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스위트 홈>은 프리퀄 작품인 <엽총소년>으로 주목받고 있을 뿐 아니라 <좋아하면 울리는>은 이른바 ‘좋알람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트위터에서 발표한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언급된 드라마, 웹툰을 살펴봤다. 흥미로운 점은, 웹툰 원작 영화의 경우엔 11위에 랭크된 <신과 함께>를 제외하곤 TOP 20에 순위를 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장기연재를 기본으로 하는 웹툰의 특성과 맞물린다. 초기에는 영화에 집중하던 웹툰이 최근 OTT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물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다.
또한 영화는 실제 ‘흥행’보다는 작품성이나 독창성이 더 주목받는 경향이 10위권 밖으로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경향이 보였다.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은 157만명이 들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전했지만, ‘흥행작’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위에 이름을 올렸고, 2006년 작인 <괴물>이 2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다시 한번 글로벌 트렌드의 ‘대세’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20작품은 웹툰만 보았을 땐 스타마케팅의 효과, 플랫폼의 파괴력과 오리지널, 핵심 콘텐츠의 힘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지만, 드라마 하나로만 놓고 봐도 그 직, 간접적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반자이자 경쟁자인 글로벌 OTT 플랫폼이 보여주는 위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2021년, 오늘의 지표를 시금석으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웹툰 중심 IP 확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