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계에 훈풍이 불었던 2021년은 엄청난 성장의 해였다. 수없이 많은 작품들이 경쟁을 벌이는 웹툰 시장은 그만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한다. 특히 인터넷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독자들의 취향은 날카롭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는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지만, 불확실성을 그만큼 높이기도 한다.
2022년 트렌드를 완벽히 전망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2021년의 산업계 트렌드를 바탕으로, 2022년 본격적으로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키워드를 꼽았다. 물론, 이것이 2022년 전체의 트렌드 모두를 담기엔 역부족이다. 이제 하나의 흐름으로 짚어내기엔 웹툰계는 크게 성장했고, 하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어디에 집중하는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의미 있을 트렌드들을 만나보고자 한다면, 함께 이 글을 읽어주시라.
1) 메타버스와 NFT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메타버스와 NFT다. 이미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버킷스튜디오와 손잡고 메타버스, NFT와 블록체인을 결합할 ‘빗썸라이브’를 설립해 NFT를 판매 중이다. 규모가 있는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판을 깔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그동안 NFT 거래에 가장 큰 문제로 제시되던 ‘플랫폼 신뢰도’ 문제가 해결된다면, 단순 투기목적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으로서 NFT에 대한 관심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웹툰은 NFT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첫째로 애정 기반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작품 속 아이템이나 한정판 일러스트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웹툰 단행본이 출간될 때, 일반 단행본과 한정판 단행본을 동시에 발매하는 걸 생각하면 쉽다. 한정판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초기에 확실한 팬덤을 끌어올 수 있고, 동시에 NFT라는 개념을 알리기에도 적합한 모델이다. 실제로도 빗썸을 운영하는 두나무에서 웹툰 작가들의 NFT 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로는 메타버스와의 연결이다. 메타버스 중에서도 가상세계, 즉 VR을 포함한 가상현실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더라도, NFT는 ‘단 하나’임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상세계 안에서 본인만이 진품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는 제페토로 대표되는 가상현실 속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소유한 아이템을 거리에 관계없이 ‘보여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메타버스와 NFT는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될 것이다.
셋째로, 웹툰이 시각적 요소를 활용한 이미지 콘텐츠라는데 있다. 이미지 콘텐츠인 웹툰은 디지털상에서 다른 콘텐츠로의 전환이 비교적 용이하다. 또한 영상 등의 콘텐츠는 이미지 콘텐츠에 비해 프레임, 포맷 등 동일성 보장에 필요한 요소가 많지만, 이미지는 보다 간단히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웹툰이 초기 NFT 시장에서 가장 유리한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2) IP 확장을 넘어: IP 크로스
또 다른 트렌드는 IP 크로스다. ‘지적 재산’, 즉 IP는 무형의 자산인 만큼, 다양한 형태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웹툰을 원천 콘텐츠로 하는 다양한 ‘확장’에 주목했다면, 2022년에는 보다 다양한 IP 크로스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다. 이미 네이버웹툰과 손잡은 크래프톤은 와이랩과 함께 합작해 <100>, <침묵의 밤>, <리트리츠> 등 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모두 크래프톤의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게임 원작 웹툰뿐 아니라 영화 원작 웹툰, 드라마 원작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서로 크로스하며 IP 확장의 개념을 일방이 아닌 쌍방으로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흐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배트맨 세계관으로 만든 <배트맨: 웨인 패밀리 어드벤처>나 <빅 에셀 에너지> 등의 작품은 물론 하이브와 손잡고 BTS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착호>, TxT등 하이브의 아이돌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내년도에 선보일 예정이다.
3) 블록버스터 기획작
이런 흐름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투자를 불러오게 되고, 이에 따라 대규모 기획작들이 선보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런 기미들이 보이고 있다. 천계영 작가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관에 따라 이미 만들어진 세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핀오프 시리즈 중 <좋아하면 울리는>의 세계관으로 로맨스 세계관을 창조해 선보이는 이른바 ‘좋알람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다음웹툰이 지난해 사명을 변경하면서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로 출범한 것 역시 대형 기획작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에 작품에 투자되는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른바 ‘블록버스터’로 불릴 수 있는 작품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애초에 시작 단계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는 정도가 아니라, 비교적 제작 기간이 긴 영상의 특성상 영상화가 확정된 상태에서 웹툰이 연재되고, 웹툰이 연재되는 동안 영상이 제작되는 형태의 새로운 제작 역시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키워드들이 2022년의 모든 트렌드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2021년에 등장한 힌트들을 바탕으로 2022년 만개할 것으로 보이는 ‘예측 가능한’ 트렌드를 꼽아봤다. 말 그대로, 지금까지 몰랐다면, 지금부터 알아두면 좋을 2022년의 트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