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장이 크게 성장한 2010년대, 모바일 급성장의 수혜를 받은 것은 단순히 웹툰만이 아니다. 웹툰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모바일게임 시장 역시 크게 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혜 역시 마찬가지로,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난해 2021년 1분기 다운로드 수는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40% 이상 성장했고, 2020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019년 대비 2020년 25%가량 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19년 당시 추산한 모바일게임 산업 추이 (출처=NEWZOO)
전 세계 모바일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 전체 게임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거대산업으로 변모했다. 모바일 시장 친화적인 콘텐츠 사업이라는 점은 게임 산업이 웹툰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2021년에는 게임업체들의 웹툰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다.
사실, 한국에선 만화 기반 게임이 크게 낯설지는 않다. 김진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바람의나라>와 신일숙 작가의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리니지>가 등장한 것이 이미 20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만화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 등장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웹툰 기업들이 직접 웹툰을 만드는 기조가 형성되고 있다. 그동안은 웹툰을 원천 콘텐츠로 게임을 제작했다면, 이제는 게임을 원천 콘텐츠로 웹툰을 만드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게임 기반 콘텐츠 제작하는 게임사들
‘쿠키런’ 시리즈를 만드는 데브시스터즈는 웹툰 제작팀을 꾸렸고, 모바일게임 기업으로 성장한 컴투스는 케나즈와 손잡고 웹툰 전문 스튜디오를 꾸렸다. 위메이드 역시 자신들의 게임 ‘미르의 전설’을 기반으로 하는 무협소설을 대형 작가들과 함께 만들어 공개하는가 하면, 웹툰이 아닌 다른 콘텐츠로도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36부작 드라마 <천월화선>을 공개해 18억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크래프톤이 마동석 배우와 협업해 9분짜리 단편 영화 <그라운드제로>를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11월 와이랩과 협업해 PUBG 유니버스를 주제로 자사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 웹툰 3종을 공개했다.
단순히 웹툰 오리지널 작품의 세계관을 빌려 게임으로 재해석하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으로 만들어진 세계관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서사를 쌓아가던 게임 방식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에게 자사의 세계관을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서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시도는 주목해볼 만 하다.
더군다나 게임은 이후 작품 속에 상품을 등장시켜 게임 속 캐릭터를 판매하거나, 게임 속 보상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이템을 제공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독자들을 다시 게임으로 유도할 수 있는 장치 또한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은 광고, 브랜드웹툰등의 방식으로 마케팅을 홍보했다면, 자사의 웹툰과 연계한 마케팅 역시 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콘텐츠가 하나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윈윈할 수 있는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메이드에서 투자 제작해 좌백, 진산 작가가 집필을 맡아 화제가 된 웹소설 <금갑도룡>역시 좋은 예시다. 웹소설 원작의 웹툰, 웹툰 원작의 영상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에 인기 IP인 미르의전설 시리즈를 환기시킴과 동시에, 웹소설을 통해 직접적인 수익화를 꾀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게임 기반 웹툰, 웹소설의 등장은 웹툰 IP의 다양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수익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자본의 직접 투입과 생태계 교란은 경계해야
단일 시장으로 100조 이상의 규모를 가진 모바일게임 시장은 물론, 200조 시장을 달성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게임업계는 전 세계 시장을 모두 모아 15조를 넘겼을 것으로 추산되는 웹툰시장에 비해 엄청나게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웹툰시장이 가진 강점은 이미 탄탄한 시장을 형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업체들이 직접 진출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업체들이 웹툰을 일회성 상품으로 생각하고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경계하고, 알맞은 협상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게임사들은 웹툰 전문 직원을 채용하면서 모두 1년 계약직으로 선발하고, 이후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공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웹툰은 보통 1년 이상 장기연재되는 작품이 많기 때문에, 담당 직원, 심지어 작가진을 1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웹툰업계의 생리와 맞지 않다. 잦은 작가 교체나 프로젝트 변동성이 심할 경우, 모처럼 시작된 게임업계의 웹툰 제작 바람이 결과적으로 웹툰시장의 연속성을 해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사업을 맺은 파트너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는 와이랩, 케나즈 등의 파트너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게임 IP의 웹툰 확장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만화-웹툰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면서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웹툰은 매력적이지만, 단순히 1회성 소비재나 투자 대비 수익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한다면 웹툰 시장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시너지
사실 게임시장과의 협업이 가장 기대되는 이유는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두 분야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이 과도한 과금 유도, 그에 비해 부족한 게임성, 경쟁 일변도로 치닫는 구조가 주는 피로감이 극에 달한 지금, 모바일 게임업계는 작품에 게이머들이 더욱 빠져들게 만들 수 있고, 게임에서는 단기간에 제공하기 어려운 새로운 스토리에 대한 몰입과 소위 ‘숙제’로 불리는 반복되는 플레이로 인한 피로감을 극복하면서도 신규 스토리에 대한 게이머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한편 웹툰계에서는 빠른 현금화가 가능한 게임과의 협업으로 보다 다양한 비즈니스모델로의 확장이 가능해진다. 단순히 원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원천 콘텐츠를 인큐베이팅하고 확장할 수 있는 무대로의 전환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승리호>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프로모션 형태로 단편이 연재되거나, 브랜드웹툰 형식으로 홍보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과 달리 플랫폼 안에서 정식으로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의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웹툰 원작 넷플릭스 드라마의 화제성을 웹툰으로 이어가도록 만들었다면, 게임에서도 충분히 전략 수립이 가능해 보인다.
게임업계의 웹툰 시장 참전은 이제 막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IP가 가지는 설득력을 얼마나 잘 독자들에게 전달하느냐, 그리고 IP를 선보이는데 얼마나 진심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모바일 시장의 독자들은 매우 냉정하다. 자신에게 콘텐츠가 효용이 없다면, 피드백은커녕 그저 돌아설 뿐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게임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제 막 시작한 게임업계의 웹툰 참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