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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웹툰 ‘수수료’ 문제, 평행선의 갈등을 넘기 위하여

MG가 처음 도입되는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애석하게도 MG에 대한 논의는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동시에, MG에 대한 논란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더더욱 작가와 플랫폼 사이의 갈등은 이제 ‘수수료’에 대한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2021-12-31 성상민


장기화된 웹툰 ‘수수료’ 문제, 평행선의 갈등을 넘기 위하여


누구도 성공을 예측할 수 없던 ‘유료 웹툰’의 첫 등장

2013년은 한국 웹툰의 역사에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시기이다. 본격적으로 웹툰 전문 유료 플랫폼을 표방한 ‘레진코믹스’가 처음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웹툰 자체는 2000년대 중반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현, 카카오웹툰)이나 ‘네이버 웹툰’처럼 종합 포털 사이트의 하부 서비스로 정착하며 접근성에서 우위를 가지고, 그 우위를 바탕으로 출판 만화의 급격한 하락세로 인해 깊은 침체에 빠져있던 한국 만화에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며 한국 만화의 새로운 흐름이 되었다.

하지만 빠르게 웹툰이 한국 만화의 두각을 받는 존재로 부상한 것과는 별개로, 당시의 웹툰은 ‘지속적인 사업’이라 말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웹툰이 지닌 접근의 우위성은 포털 사이트의 부속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당시 서비스되던 거의 모든 웹툰 작품들이 무료라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었다. 포털 사이트에게 있어서는 인기 좋은 웹툰을 제작·제공함으로서 자사 포털을 애용하는 유저의 수를 늘린다는 점에서 마냥 손해를 보는 사업은 아니었겠으나, 동시에 이는 돌려 말하면 아무리 인기 많은 웹툰을 서비스해도 이를 제공하는 포털 자체가 쇠락하면 해당 웹툰의 운명은 곧바로 미지수에 처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2000년대 초중반의 치열한 세력권 다툼을 거쳐 한국의 양대 포털로 정착한 ‘네이버’와 ‘다음’과 달리, 이 경쟁에서 밀려난 ‘엠파스’나 ‘파란’, ‘야후 코리아’가 발 빠르게 정리한 서비스가 웹툰이라는 것은 당시의 웹툰의 유통 환경이 상당히 불안정했음을 시사한다.



△ 2004~2012년까지 운영했던 ‘파란’의 메인화면. 하일권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등용문이었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웹툰 작가들에 대한 대우는 무척이나 열악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었다. 보도에 따라 조금씩 수치는 달라지지만, 2010년 당시 포털 산하의 웹툰을 통해 데뷔한 신인 작가의 고료는 월 100만원대 이하를 벗어나지 못했다.1) 이는 최저임금보다도 훨씬 적은 것은 물론, 이미 침체에 빠져 있던 출판 만화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금액이다. 이용자를 모아 트래픽을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유저의 체류시간을 늘리는데 용이했지만, 당시만 해도 웹툰으로 직접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광고 수익이 있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광고가 체계화되지 못했다. 거기에 젊은 사회 초년생이었던 당시 웹툰 작가들의 처우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웹툰이 분명 오랜 침체에 빠져있던 한국 만화에 새로운 자극제가 된 건 분명했지만, 작가들은 물론 포털 서비스사조차도 지속적인 선순환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레진코믹스’였다. 당시 레진코믹스의 성공 여부를 쉽게 점치는 사람은 없었다. 레진코믹스가 출범한 2013년은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고, 3G망을 통한 통신이 일반화되던 시기였다. 여기에 ‘포털이 아니라도 IT 서비스가 대중을 만날 수 있다’는 명제가 가능성이 아니라 사실로 굳어지던 시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레진코믹스가 주 사업으로 선언한 ‘유료 웹툰’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2000년대 중반 이래 ‘웹툰’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당연했고, 일부 작품이 단행본을 별도로 출간하긴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의 사례였다. 현재의 ‘네이버 시리즈’처럼 웹툰이 아닌 별도의 ‘온라인 만화 사이트’에서 유료로 제공되는 작품이 존재하긴 했으나, 대중의 인지도나 존재감은 무척이나 미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레진코믹스는 ‘유료’를 꺼내 들었다. 분명 한국 IT 환경에 지각변동이 생기던 시기였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레진코믹스는 ‘억대 수입 웹툰작가’를 최초로 선보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곧 경고음이 들려오게 된다.


2015년 ‘대나무숲’, MG의 존재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다

‘MG’는 ‘미니멈 개런티’(Minmum Guaranntee)의 줄임말로, 직역하면 ‘최소로 약정한 수익 금액’을 뜻하는 말이다. 본래 MG는 만화보다는 영화에서 흔하게 쓰였던 용어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상업 영화가 도무지 흥행을 자신할 수 없을 경우에 사용하거나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작이 된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의 경우, 제작 당시에는 바다 배경의 대형 블록버스터가 흥행에 성공했던 사례가 많지 않아 제작비를 최대한으로 올리는 대신 감독 등 주요 스탭의 임금과 보수를 MG로 계약했던 사례가 유명하다.), 또는 IMF 이후의 빠르게 얼어붙은 한국 경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한국 영화계가 꽤나 자주 애용했던 흥행 분배 계약이었다. MG는 수익을 고정적인 비율로 분배하는 대신, 일정한 흥행 수입을 넘지 않을 경우에는 사전에 미리 맺은 계약에 따라 정해진 금액만큼만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본래 MG는 마냥 한 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 방식은 아니다. 익히 알다시피 만화나 영화, 음악 등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제조업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불안정성이 크다. 인기 있는 소재, 잘나가는 창작자를 섭외해 무수한 돈을 들여 만들어도 결코 투입한 비용 대비의 수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영역이 엔터테인먼트다. 이러한 상황에서 MG는 창작자에게는 설사 해당 작품의 흥행이 실패할지라도 최소한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최후의 버팀목이 될 수 있고, 다시 제작사나 투자사에게는 최악의 경우가 닥쳐와도 손실 폭을 가급적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일종의 양자에게 있어 ‘보험’과도 같은 계약이 MG이다.

문제는 MG는 앞서 설명했다시피 만화와 같은 출판 업계보다는 영화, 또는 뮤지컬 같이 상대적으로 큰돈이 투자되는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기가 개봉 직후로 한정되어 있는 영역에서 많이 쓰이는 계약 형식이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출판 영역의 계약 방식은 판매 부수에 따라 정해진 비율대로 수익을 지급받는 ‘인세’ 방식이 대세였다. 여기에 잡지에 연재하는 경우, 게재한 횟수에 따라 정해진 기준에 맞춰 ‘원고료’(이하 고료)를 지급하는 것이 출판 만화의 일반적인 수익 발생 형태였다. 흔히 ‘선인세’와 MG를 비교하곤 하지만, 선인세가 출간 예정인 단행본이 판매를 시작하기 전 인쇄 부수를 기준으로 미리 수익을 선지급하는 방법이라면, 연재작품의 경우에는 고정적인 고료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선인세와 MG가 동일하다고 보긴 어렵다.

초기에 시작했던 유료 웹툰 전문 플랫폼 또한 초창기에는 출판 만화와 비슷한 형태로 계약을 진행했었다고 알려져 있다. 작가에게 정액의 ‘고료’를 지급하거나, 또는 정액의 고료를 지급하는 대신 철저하게 유료 판매로 발생한 이득을 사전에 계약으로 정해둔 비율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의 계약(수익쉐어)이 주를 이뤘다. 2015년 당시의 기사를 찾아보면, 레진코믹스의 경우에는 2015년까지는 고정 고료 월 150만원, 또는 작가 9 : 회사 1의 수익 셰어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해 계약할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2) 

 


그러나 2015년을 기점으로 유료 웹툰 플랫폼의 계약 체계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MG’의 존재가 유료 웹툰 플랫폼이 작가에게 제시하는 계약서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제시된 MG는 이전까지의 MG와는 상당히 결이 다른 형태의 MG였다. 매달 고정적인 금액이 지급되지만 이 금액은 원고에 대한 대가, 다시 말해 ‘고료’로서 주어지는 금액이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향후 발생할 수 있을 작품 판매 수익을 선지급받는 형태로 주어지는 돈이다. 그러니까, 작품을 유료로 판매하여 발생하는 수익을 미리 당겨 받는 셈이다.

당시 MG를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레진코믹스는 ‘작가 수익의 격차를 줄이고, 비인기 작가의 고료 상승효과를 낳는다’는 명목으로 2015년부터 새롭게 작성, 갱신하는 계약서에 해당 조항을 삽입하기 시작했다.3) 일부 대형 플랫폼을 제외하면 ‘고료’가 사라지게 된 배경이다. 당시 작가들은 ‘대나무숲’ 계정을 만들어 계약 변경 내용을 공론화하고,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당시 공론화에 나선 작가들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MG제도의 도입을 막지는 못했다. 

물론 MG제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레진코믹스의 당시 주장과 같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지 않은 작품에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다. 당시 작품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양극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은 일견 타당한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고정 고료와 유료 판매 수익을 모두 지급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작가들에게 미래의 수익을 당겨서 미리 제공하는 것이 아닌, ‘최저 수익 보장’이라는 의미의 ‘MG’는 없었다.

앞서 언급한 대나무숲의 소기의 성과는 재계약 시기가 다가와서는 사실상 단 하나 만의 계약을 고를 수밖에 없게 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속속 새롭게 맺은 계약에서 제대로 합의하지 않으면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조항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었다. 플랫폼이 MG를 지급하는 대신, 독자가 코인으로 결제했을 때의 배분율,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한 독점적인 대행권 등 ‘협상’의 대상이어야 할 조항들에 대한 협상력이 낮아졌다. 심지어는 이른바 ‘지각 패널티’, 즉 지체상금4) 문제가 논란이 됐다. 스토리와 선과 칸의 배치 이상으로 ‘채색’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많은 공력을 소모하는 문제고, 일본처럼 어시스턴트를 고용할 정도의 고료를 지급하지도 않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작가에게 부하를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거의 모든 연재 방식이 주간 연재 방식에 묶인 상황에서, 일주일에 수십 컷 이상을 그려야 하는 작가가 놓인 창작의 부담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당시는 웹툰의 ‘퀄리티’와 ‘분량’에 대한 기준이 크게 높아지고 있던 시기였다. 이러한 압박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료 웹툰 플랫폼은 상당히 불친절한 방식으로 새로운 계약을 요구했고, 결국 점차 작가들이 계약이 담긴 의미를 인식하게 되면서 논란은 언젠가는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당시의 유료 웹툰 플랫폼들은 어찌하여 MG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일까. 2000년대 초중반을 거치며 일찌감치 자본을 쌓아 올린 포털 기업과는 달리, 유료 웹툰 플랫폼 상당수는 자본력이 상당히 취약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기존 기업이나 민관의 투자를 받으면서 시작했다. 빠르게 투자금을 상회할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결국 어떤 식으로든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소위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같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 지출 항목에 있어서는 최대한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다시 수입은 일정 이상으로 꾸준히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을 일컫는다. 한국 웹툰에서 MG는 작가에게 지급하는 수익은 일부의 인기 작가를 제외하면 최저선으로 묶이고, 다시 이를 돌파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작가들이 제작하는 웹툰의 유료 수익은 웹툰 플랫폼에게 돌아간다.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수입은 최대한 늘리며 수입원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계속 복잡해지고 첨예해지는 수수료에 대한 문제, 대화와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분명 MG는 때에 따라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호가 확실하게 동의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수긍했을 때’ 가능한 법이다. MG가 처음 도입되는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애석하게도 MG에 대한 논의는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동시에, MG에 대한 논란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더더욱 작가와 플랫폼 사이의 갈등은 이제 ‘수수료’에 대한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10월,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앞에서 웹툰과 웹소설에 대한 과도한 플랫폼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 문제가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반증이었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지회는 웹툰, 웹소설 작가들이 플랫폼에게는 30 ~ 50%, 그리고 에이전시의 역할을 하는 출판사에는 30 ~ 40%의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음을 주장했다.5) 

이러한 갈등의 심화는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다. 2015년 처음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순간부터, 2021년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플랫폼은 적당히 수습하기에 급급했으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공공의 관계 기관 역시도 제대로 현황을 파악하거나 정책을 고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료 웹툰 플랫폼들도 할 말은 있다. 앞서 설명했던 대로, 유료 웹툰 플랫폼 등장 이후 성공사례가 등장하면서 작품의 종수가 크게 늘었고, 그러면서 고정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출판과는 다른 신흥시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경쟁은 계속해서 과열되기만 했다. 2021년 현재는 상대적으로 안정기를 맞이하는 상황을 거치면서 유료 웹툰 플랫폼도 고정적인 유저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했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대부분의 부가가치를 빨아들이고 있다. 물론, 안정적으로 플랫폼을 유지하고, 그러기 위한 관리 인력을 고용하는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MG 제도가 본래 영화 영역에서 창작자와 투자/제작자 모두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생겼던 제도인 것처럼, 산업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플랫폼 역시도 정당한 수익 분배가 필요하다는 점은 결코 도외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MG에 대한 논란이 처음 불거졌던 시기부터 현재까지를 되돌아보면, 플랫폼은 제대로 된 논의의 장을 공개적으로 마련하는 대신 폐쇄적인 대응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만화계는 아직까지 계약 문제에 공적 개입은 필요로 했지만, 당사자들이 나선 공적인 해결의 장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다. 포털 웹툰 이상의 움직임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도전적으로 사업에 나선 플랫폼 사업자, 작품을 만들던 작가나 읽는 독자, 플랫폼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당사자들의 관계성과 역학을 고민하기보다 당장의 논란을 가라앉히기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2015년부터 발생한 MG 도입이 가져온 평가나 회고의 작업도, 다시 그로 인해서 상처를 입은 작가를 비롯한 여러 존재에 대한 접근은 무척이나 희박했다.

수수료 문제는 결코 작가와 플랫폼, 단일 개체간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결제의 주체인 독자도, 그들의 결제로 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들도 포함된다. 2021년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비롯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마켓의 수수료나 구입 방식을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대로 고정하는 문제가 화제가 되었던 것은 단순히 규모의 문제만이 아니다. 해당 산업의 영역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으며, 이제 단순히 이전처럼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국가 차원, 또는 글로벌 차원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플랫폼 사업의 일환인 웹툰 역시 마찬가지다. 웹툰 산업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사랑받는다는 자긍심은 쉽게 언급하면서도 그 산업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작가나 플랫폼을 비롯해 해당 사업에 필수적으로 관여하는 이들은 어떠한 환경에 놓이고, 어떤 맥락 속에서 움직이는지에 대한 접근은 너무나도 적은 것이 현실이다. 관계 기관이나 정부가 손을 놓고, 플랫폼 역시도 개방적인 논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제는 더욱 첨예화되고 갈등은 게속 증폭된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2021년 현재는 사실상 작가와 플랫폼 사이에 존재하는 ‘에이전시’가 속속 등장하고 반필수적인 존재로 부상하면서, 더더욱 MG를 비롯한 수수료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각 유료 웹툰 플랫폼들이 속속 자사 직속의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웹툰 생태계는 더더욱 복잡한 국면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해관계자가 늘어났다는 말은, 그만큼 정보를 필터링할 주체도 늘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를 면밀히 살펴보지 않으면,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다른 주체들, 즉 작가와 독자들이 떠안게 된다.

시장은 커졌지만, 정작 그 시장을 유지하는 존재들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도 무척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갈등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도, 장기적인 어젠다의 제시도 모두 부재한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웹툰 시장이 게속 확장하고 있음만을 강조하는 것은 얼마나 유의미하고 유효한가. 진정으로 웹툰을 비롯한 만화 생태계의 선순환을 고민한다면 수수료의 문제는 결코 도외시해선 안 될 것이다. 아니, 이미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로 이미 접어든 상황이다. 사적인 문제로, 단순한 해프닝이나 갈등 관계로 치부하는 대신 공적인 장에서 폭넓은 논의가 도출될 수 있는 장이 등장할 수 있길 바란다.



1) 이주연, 「'만화=무료’?… 살기 위해 진보하는 ‘웹툰'」, 『오마이뉴스』, 2010.02.12.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23220 (최종검색일:2021.12.17)

2) 위근우, 「레진코믹스 논란에 대한 FAQ」, 아이즈, 2015.09.21.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10 (최종검색일:2021.12.17)

3) 신진아, 「웹툰 작가 억대 연봉 시대… 얼마나 벌까」, 『뉴시스』, 2015.09.10.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03&aid=0006747395 (최종검색일:2021.12.17)

4) 각주 2)와 동일

5) 「웹툰·웹소설 작가 “네이버·카카오 수수료 과다…생계 위태”」, 『동아일보』, 2021.10.19.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1019/109779864/1 (최종검색일: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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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민

만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만화규장각 지식총서 《지금, 독립만화 (며느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저자, 《미디어오늘》 ‘성상민의 문화뒤집기’ 칼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