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프랑스]2009년 앙굴렘 만화페스티발에 대해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해마다 10월 말경이 되면 앙굴렘 페스티발 주최측은 다음해의 경쟁부분 후보작들을 발표하고, 페스티발의 주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기자 컨퍼런스를 마련한다. 컨퍼런스 참여기자들의 기사를 기초로 내년 페스티벌의 개요를 알아보고 문제점도...

2008-11-04 박경은


2009년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의 포스터

2009년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의 포스터


해마다 10월 말경이 되면 앙굴렘 페스티발 주최측은 다음해의 경쟁부분 후보작들을 발표하고, 페스티발의 주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 기자 컨퍼런스를 마련한다. 컨퍼런스 참여기자들의 기사를 기초로 내년 페스티벌의 개요를 알아보고 문제점도 살펴보도록 하자.

1. 앙굴렘은 페스티발 후보작중엔 왜 그렇게 비주류만화들이 많은가 ?

졍 씨

2009년 심사위원장 뒤퓌와 베르베리엉의 대표작 <졍 씨 Monsieur Jean>


페스티발 조직위원회는 공식경쟁부분에 56개 작품, 아동부분에 20개 작품, 만화유산(Patrimoine-만화사에 중요한 만화를 출간한 출판사의 노력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상) 8개 작품의 리스트를 발표했다.
어느 시상식이나 후보선정에 있어 이러저런 불만이 있게 마련이듯 앙굴렘 페스티발에서도 경쟁부분 후보작선정에 대한 이런 저런 불만이 들려오곤 한다. 그 불만들은 대게 페스티발이 너무 엘리트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즉 후보작 중에서 소규모출판사의 독립만화, 작가주의 만화의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금년의 경우 전체 후보작 56개 작품중 20작품이 독립만화계열 작품이다) 대표적인 독립만화 출판사 라쏘시아시옹(L’Association)은 올해에도 여전히 5작품을 후보작에 올려놓았다. 에고 꼼 익스(Ego comme X)나 레흐깡막또(Les Requins Marteaux), 꼬르넬리우스(Cornelius)같은 출판사의 만화들도 다수가 후보작에 선정되었다. 전체 만화시장에서 독립만화가 차지하는 몫이 상당히 작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후보작중 독립만화의 비율이 너무 높다는 비판에 대해 페스티발의 미술감독인 브뉴아 무샤 (Benoit Mouchart)는 앙굴렘 페스티발이 만화를 더 많은 대중에게 가깝게 해주고 특히 대중매체에 널리 소개되지 않은 우수한 만화들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후보작선정은 그 의도에 적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페스티발 조직위원회측은 후보작 선정에 대한 잡음들을 그렇게 불쾌하게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선택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서 페스티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작품선택에 있어서 더욱 탄력적인 사고를 할 기회를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획전시가 준비되어있는 만화가 윈쉴뤼스의 의 표지

기획전시가 준비되어있는 만화가 윈쉴뤼스의 의 표지


필자 개인적으로는 페스티발의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행사 안에서 스폰서들의 역할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 행사 스폰서인 프랑스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이, 공식 경쟁부분과는 별도로, 심사위원과 선정작을 마련해서 본상 시상식 중간에 자체적인 시상행사를 갖는 것이다. 심사위원장은 프랑스의 유명 코미디언인데다가 후보작들 역시 거의 모두가 주류만화들인 이 상들은 홍보의 편리성을 염두에 둔 슈퍼마켓쪽의 상업적 시각이 엿보인다.


2. 세계경제위기는 앙굴렘 페스티발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것인가 ?

전시가 준비중인 만화 <루씨앙Lucien>

전시가 준비중인 만화 <루씨앙Lucien>


2009년의 페스티발 역시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심사위원장인 뒤퓌와 베르베리엉( Dupuy-Berberian) 의 전시가 있고, 만화 루시앙( Lucien )과 불과 빌(Boule etBill), 만화가 윈쉴뤼스의(Winshluss) 작품들에 대한 전시회도 열린다. 다니엘 클로우스(Daniel Clowes)나 포지 심슨(Posy Simmons), 크리스 웨어(Chris Ware), 제임스 코샬카 (James Kochalka)같은 작가들이 페스티발을 방문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이 상영된다.
그러나 그동안 페스티발의 젊은 재능 부분을 지원하던 프랑스 체육건강 청소년부가 경제위기와 함께 예산상의 문제로 지원을 철회하기로 결정하면서 여러 행사가 사라지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조직위원장인 프랭크 봉두( Frank Bondoux) 는 이런 재정적인 어려움때문에 행사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공적기관의 재정적 지원이 많이 축소된 상태에서 행사의 경제적 지원을 많은 부분 사기업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는데 , 그 지원이 기획했던 행사들을 전부 온전히 진행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2009행사의 프로그램들은 이미 본격적인 경제위기가 오기 전부터 구체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이 계속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삭제해야 할지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필진이미지

박경은

만화가, 번역가
『평범한 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