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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한국인 입양아 출신 만화가의 성장기 - ≪피부색 :꿀 (Couleur de peau :Miel)≫

해외에서 입양 한국인과 마주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히 우리와 너무나 똑같은 생김새를 가졌으나 국적이 한국이 아닌 외국인이고, 그들이 한국뿌리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이며...

2008-12-04 박경은

                            한국인 입양아 출신 만화가의 성장기

          ≪피부색 :꿀 (Couleur de peau :Miel)≫


해외에서 입양 한국인과 마주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히 우리와 너무나 똑같은 생김새를 가졌으나 국적이 한국이 아닌 외국인이고, 그들이 한국뿌리에 대해 많은 주의를 기울이며 그들을 교육하는 양부모 밑에서 자라지 않는 이상 사는 방식 역시 한국인과 전혀 다른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변사람들과는 다른 생김새 때문에 자신들은 ≪어떤 다른 존재 ≫임을 인식하면서 살아간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몸속 깊이 새겨져 있는 ≪ 버려짐 ≫에 대한 컴플렉스는 항상 이들의 가슴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인 필자가 그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느냐는 항상 미묘한 문제이다.

피부색 :꿀

≪피부색 :꿀≫ 1권의 표지. 2008년 여름 2권도 출간되었다.


필자는 ≪피부색 :꿀 (Couleur de peau :Miel)≫ 의 작가 jung 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만화가 나오기 이전에, 사무라이와 일본이 배경인 작가의 전작들을 서점에서 발견했었는데, 이름이 일본식도 아니고 중국식도 아닌 한국식인 중(Jung) 이였고 시나리오 작가 역시 지윤(Jee-yun)이라는 한국식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궁금증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중 그는 2006년 그동안의 판타지 섞인 사무라이물을 벗어나서, 다섯살때 한국을 떠나 벨기에의 한 가정으로 입양된 자신의 성장기를 눈물 짜내는 이야기가 아닌 환상과 자조 섞인 유머로 담담하게 이야기한 만화 ≪피부색 :꿀 (Couleur de peau :Miel)≫을 출간했다.
필자도 이 만화를 통해 그동안 궁금해 하던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양부모의 시각에서 주로 다뤄지던 입양에 대한 여느 저작물들과는 달리, 입양된 아이가 세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라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만화는, 입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시함으로써 이미 입양을 했거나 입양을 앞둔 부모들 혹은 입양되었던 사람들에게 입양에 대한 새로운 참고서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11월 프랑스의 만화전문지 Bodoi는 ≪피부색 :꿀 (Couleur de peau :Miel)≫ 에 대한 Jung과의 인터뷰를 실었고, 작가가 자신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책에 대한 가장 좋은 설명이 될 것 같아 번역된 인터뷰를 덧붙인다.

Q : 2006년 ≪피부색 :꿀≫이 출간되었을때 이미 16년째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었는데요. 왜 그 순간에 자전적인 만화를 시작하신 건가요 ?
A :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저는 의식적으로 버려짐이나 자아에 대한 탐구, 아시아, 실향에 대해 다뤄왔습니다. 다른 만화 작가들과 제 입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저는 그들이 이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자전적인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고, 그렇게 해서 해외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겁니다. 입양에 대한 얘기는 꽤 많은 사람들과 관련된 것입니다. 50여년 전부터 약 20만명의 한국인이 전세계로 입양되었기 때문이죠. 특히 유럽과 미국으로요.

Q : 책안에서 자기 자신을 조롱하거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는데요?
A : 저는 비극적인 묘사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페르세폴리스를 제외하고는 자서전적인 작품중에 신파조가 아닌것이 드뭅니다. 제 얘기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 유머러스한 서술방법을 썼습니다. 이야기를 하기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1권은 굉장히 빨리 쓰게됐죠. 넉달만에요..

Q : 어린시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약간 민감한 문제 아닌가요 ?
A : 1권보다 2권이 더 어려웠습니다. 103페이지에서 꽉 막혀버렸죠. 그것은 제가 심하게 병들고 거의 죽을뻔 해서 제 입양가정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였습니다.
그날 저는 저의 양어머니와 화해했었죠. 그런데 그 씬을 끝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저의 양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대립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저에게는 두명의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어야만 했었죠. 저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저와 마찬가지로 한국인 입양아 출신인, 제 부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부인인 지윤이 시나리오를 맏고 남편인 jung 이 작화를 맏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공동작업을 해왔다.)

입양되기 전 한국에서 찍은 jung의 사진

입양되기 전 한국에서 찍은 jung의 사진


Q : 책 제목인 ≪피부색 :꿀 (Couleur de peau :Miel)≫은 어떻게 붙이시게 된겁니까 ?
A : 그건 제 양부모님이 저에게 건네주신 보육원의 서류 사본에서 나온겁니다. 제가 운이 좋았던지, 제 서류를 다루던 직원이 상상력이 좀 있는 분이여서 피부색 란에 ‘노란색’ 대신 ‘꿀색’이라고 써놓았습니다. 그 서류가 제 사진첩 속에 있었고 저는 어렸을 때 부터 그 서류를 보았습니다. 그걸 책 제목으로 쓰겠다는 생각은 안해봤지만 그 문장은 항상 제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하지만 자전적인 만화를 하기로 맘먹었을때, 책 제목이 뭐가 될지는 금방 알수 있었죠.

Q : 당신은 만화 속에서 좋은 추억들뿐만 아니라 나쁜 기억들도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항상 엄격하시기만 할 뿐 애정을 표현하실 줄 모르는 양어머니에 대한 기억같은 것들이요. 가족들은 이 만화를 어떻게 받아들이시던가요 ?
A :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제가 이 만화를 그리고 있는것을 몰랐습니다. 제 형제 자매들은 이 만화를 무척 좋아합니다. 어머니는 별 말씀이 없으셨구요. 그런데 제가 어머니를 자주 만나진 않는다는 얘기는 해야겠군요.
하루는 어머니께서 제게 싸인한 책을 한권 달라고 하시더군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항상 말이 필요한 건 아닌거 같습니다… 어머니의 교육방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였습니다.다른 모든 부모님들의 교육방법이 완벽하지 않은것 처럼요. 저는 모든 사람이 가족에게서 필요로 하는것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입양된 저는 뭔가 더 필요했습니다. 제 어머니는 저에게 그것을 줄 수 없었습니다. 입양은 훌륭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입양될 아이는 항상 이미 겪어온 일들과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Q : 독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A : 거의 매주마다 편지를 받습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죠. 저는 이 책이 불러일으킨 반응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유용한 작품입니다. 입양을 앞두고 있는 부모들은 저에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별로 이야기되지 않았던 입양된 아이의 시각을 발견할수 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입양아와 입양아 가족 단체에서도 이 만화를 참고서적으로 추천하고 있을 정도죠.

Q : 앞으로도 이런 내면적인 성향의 작품을 계속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이 작품이 여담같은 작품인가요 ?
A : 이 작품은 여담 같은 것도 아니고,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연습도 아닙니다.
저는 이런 작품과 함께 흑백의 극화체 만화와 오락적인 성향의 만화도 병행해 나가고 싶습니다. 2009년에는 한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마 안돌아 올지도 모르죠. 그리고 아마 책 한권을 출간할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들, 그리고 도큐멘터리 감독 로랑 브와로, 모자이크 필름의 제작자인 토마 슈미트도 이 여행에 동행할 겁니다. 그들은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섞은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아마 2010년에 완성이 될 것 같습니다.

해외입양아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자신을 버린 한국에 대한 분노섞인 시선도 있고, 한국에 대한 의식적인 무관심도 있다. 반면 한국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고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으며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한국에 대한 반응이 다른만큼 이들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방법도 단순한 것 같지만은 않다. 그들과의 만남은 그냥 친구와의 만남 같은 것도 아니고, 동포를 만나는 반가움과도 다르며, 측은한 눈길로 바라봐야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닌 것이다.

피부색 :꿀의 일부

≪피부색 :꿀≫의 일부.


필자가 알고 있는 해외입양아의 한 사람은 자신을 마주하는 한국인의 시선이 차가왔었다고 이야기하는데, 필자는 그것이 당혹스러움의 표현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너무 많았던 한국인 해외입양인들에 놀라고 그들에게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도 마다않으면서 주변의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에서 오는 당혹감 말이다. 지금이야 해외입양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몇 년 전만해도 잘사는 나라의 경제적으로 안정된 부모품에서 십여년 공부해도 잘하지 못하는 외국어 할 수 있으니 오히려 해외입양이 나은거 아니냐는 생각들도 있었다.
필자가 국내입양을 활성화하자고 소리 높여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해외 입양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외국에서 입양아로 산다는 것은 꽤 많은 상처를 갖게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제 한국도, 주변의 아이들을 더 돌아볼 줄 아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고, 미혼모 가정이나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잘 자랄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 책은 유럽에서는 입양부모나 입양인들에게는 다른 시각으로 입양을 이해하는 참고서가 될수 있겠으나 , 한국에 살고있는 한국인에게는 해외에 입양된 한국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있는지에 대한 단면을 볼수 있게 해주고,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해외입양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참고서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Jung이 2009년의 한국여행을 통해서 한국을 더욱 많이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피부색 :꿀 (Couleur de peau :Miel)≫을 제외한 Jung 의 작품 대부분이 사무라이와 일본에 관한 이야기들인데, 이제는 그런 작품보다 한국에 대한 작품을 조금 더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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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만화가, 번역가
『평범한 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