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괴이한 이야기를 들으면 체감온도가 내려간다는 믿음 때문인지 한국에서 무더운 여름은 어김없이 괴담과 공포영화의 계절이 되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 여름은 공포영화의 계절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지만 한국독자를 위해서일까? 만화전문지 『zoo』는 남미에서 떠도는 몇가지 스머프 괴담들을 소개했다.한밤중에 스머프 노래를 부르지 말라.1958년 스머프를 만들어낸 원작자 페요.벨기에 만화가 ‘페요’의 스머프 시리즈는 남미에서 아이들의 머릿속에 마법과 마술, 동성애를 옹호하는 불순한 사상을 주입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모가 담긴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삐뚜포(Pitufos)라고 불려지는 스머프는 저주받은 곳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스머프가 사악한 존재인 증거는 만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스머프들은 밤마다 불 주위를 둥글게 에워싸고 마녀들처럼 왁자지껄하게 춤추고 노래한다. 성 도미니크회 수도사의 머리모양을 한 승려이자 종교재판관인 ‘가가멜’은 이 조그맣고 악랄한 푸른 괴물에 맞서 싸우는 희생자일 뿐이다. ‘가가멜’의 삼촌인 ‘발타쟈르’는 카톨릭의 주교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는 보랏빛 옷을 입고 있고 사람들이 그를 볼때 마다 그의 커다란 반지에 입을 맞추기 때문이다. 별모양의 펜타클과 마법약을 사용하고 붉은 옷을 입은 ‘파파 스머프’는 의심의 여지없는 악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각의 스머프들은 교회의 원죄와 맞아떨어진다. ‘스머페트’는 음탕함, ‘멋쟁이 스머프’는 교만, ‘투덜이 스머프’는 분노, ‘먹보 스머프’는 탐욕, ‘게으름이 스머프’는 나태를 상징하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덩치 스머프’가 인색함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스머프는 99마리나 되지만 그중에 여자인 스머페트가 하나밖에 없는 것도 분명히 동성애를 선동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도 하였다.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스머프도 악마주의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비켜갈수 없었다. 이런 괴담들은 분명 사실과도 거리가 있고 웃어넘길만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1983년 중미의 푸에르토리코에서 처음 스머프가 방영되었을때 경쟁 방송사에서 만들어 냈음이 분명한 이 이야기들은 주변 나라들에 불길처럼 퍼져나갔다. 남미와 미국의 몇몇 근본주의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주에서는 교사들과 부모들까지 이 괴담들을 받아들여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면 “밤중에 스머프가 널 찾아올꺼다”라고 겁을 주거나 스머프 노래를 부르면 스머프가 나타난다고 야단치곤 했다고 한다. 검은 스머프의 저주스머프들은 항상 정신착란적인 상상력의 소재가 되곤 했다. 진지한 이론가들조차도 스머프의 마을의 운영에서 스탈린적 시스템의 은유를 찾아볼 수 있다고 믿었다. 스머프들은 ‘게으름이 스머프’를 제외하고는 모두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며 사회에 유익한 스타카노비스트(Stakhanovistes)(※주1)들이다.(※주1자신의 일에 헌신하고 주어진 일보다 더 생산하는 노동자가 되자는 스탈린이 내새운 구 소련의 집단운동. 이 운동의 이름은 동료 노동자들보다 12배나 많은 석탄을 캐낸 광부 스타카노브에서 따왔다.)‘파파 스머프’는 당연히 작은 스머프들의 “어버이”다. 그의 숙적인 ‘가가멜’은, 종교적인 몽매주의와 투기적인 자본주의의 심볼이 될수 있다. 스머프를 조금이라도 주의깊게 읽은 독자라면 가가멜의 얼굴선에서 유태인의 흔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빚었던 『검은 스머프( les schtroumpfs noirs)』만화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 재판관들이 마녀사냥의 특권을 부여받은 자리이기도 하다. 인본주의라는 교리의 이름으로, 이들은 의심스러운 만화들을 끊임없이 이단으로 몰아세우고 없에버릴 것이라고 공언하곤 했는데, 이들에게 모든 만화가들은 검은 음모의 잠재적인 앞잡이였다. ‘땡땡’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고, ‘아스테릭스’는 너무 프랑스 민족중심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스머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였는데, 미국에서는 스머프의 애니메이션 제작당시 ‘파파 스머프’가 의심스러운 약물의 열렬한 추종자이고, ‘스머페트’가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며 작품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었다. 출판만화에서는 시리즈 중 『검은 스머프( les schtroumpfs noirs)』라는 단행본이 인종차별로 해석될 수 있다며 검은 스머프를 보라색으로 칠해줄 것이 요구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이 앨범은 흑백으로 출간되었고 보라색 스머프는 다시 검은색이 되고 말았다. 순진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악마로 나오는 만화와 영화는 두렵지 않았던 대상들을 두렵게 만들기 때문에 더 끔찍하고 오싹하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가 악마로 나왔던 오멘시리즈나 인형이 악마였던 처키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는지도 모르겠다. 조만간 공포버젼의 스머프만화나 영화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100마리나 되는 새파란 스머프가 괴물 같은 표정을 하고 나타나는 장면을 상상하면 꽤 섬찟하기도 하다. 독자분들도 이제부터는 “랄랄라 랄랄라~” 로 시작되는 스머프 노래를 무심코 부르기가 조금 두려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더 두려운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에 반한다면 작은 것이라도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고 억누르려는 세력들의 존재일 것이다.
박경은
만화가, 번역가 『평범한 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