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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블, 크로스오버 이벤트에 맛들이다 : 월드워

작년 하반기, 미국 주류 만화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마블엔터테인먼트는 「시빌워」 라는 대형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화계를 뜨겁게 달구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올해 초에 이 출판사의 가장 원조급 히어로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의 사망이라는 강력한 스토리 전개까지 겹치면서 마블사의 관련 타이틀들이 판매순위의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등 파장이 컸다. 그리고 이 성공에 고무되어서인지, 마블은 또 다시 대형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통해서 성공을 이어가고자 하는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2009-09-09 김낙호


작년 하반기, 미국 주류 만화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마블엔터테인먼트는 「시빌워」 라는 대형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화계를 뜨겁게 달구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올해 초에 이 출판사의 가장 원조급 히어로 중 하나인 캡틴 아메리카의 사망이라는 강력한 스토리 전개까지 겹치면서 마블사의 관련 타이틀들이 판매순위의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등 파장이 컸다. 그리고 이 성공에 고무되어서인지, 마블은 또 다시 대형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통해서 성공을 이어가고자 하는 행보에 박차를 가했다.

시빌워
「시빌워」 (CIVILE WAR)>의 한 장면

이번 2007년 하반기를 장식할 이벤트의 명칭은 「월드 워 헐크」 로, 세계 평화를 배후에서 조종하고자 결성된 단체 일루미나티가 「시빌워」 사건 발생 이전에 우주로 추방했던 헐크가 지구로 돌아와서 분노의 복수를 한다는 것이 주된 소재다. 사실 「시빌워」 만 하더라도 슈퍼히어로간의 싸움을 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정치적 입장 차이에 따른 분열이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즉 어떤 캐릭터가 공무원 등록파와 반대파 가운데 어떤 팀에 붙을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 워 헐크」 의 경우는 애초에 헐크가 모든 것을 부수고 다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층 더 순수한 폭력과 파괴의 쾌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이벤트의 메인 스토리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5부작 미니시리즈 「월드 워 헐크」 1호는 6월에 첫 호가 발간되었는데, 벌써부터 일루미나티의 멤버인 블랙볼트를 두들겨 쓰러트리고 아이언맨의 본거지 스타크 타워를 무너트리는 등 거침없는 전개가 일품이다. 크로스오버 이벤트의 전형에 따라, 마블사의 여러 슈퍼히어로 연재만화들 역시 이 세계관을 반영하여 진행되는 중이다. 헐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메인 시리즈인 「인크레디블 헐크」는 물론, 고스트라이더, 인빈서블 아이언맨, 히어로즈 포 하이어, 어벤져스: 이니셔티브, 앤트맨, 퍼니셔 워 저널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월드 워 헐크」 사이드스토리로 출간되는 작품들까지 합하면, 실질적으로 하반기를 주도하는 컨셉이 될 예정이다.

월드워 헐크
「월드 워 헐크」 (WORLD WAR HULK)>의 이미키 컷

마블사가 연달아서 크로스오버 이벤트를 벌이는 것에 대해서, 팬들의 반응은 양가적이다. 동어반복에 빠져있던 마블 유니버스 전체를 흔드는 큰 진동을 계속 줌으로써 긴장과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꼽는 반면, 거꾸로 개별 작품의 재미보다 이벤트성 충격효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으로 팬 층을 질리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 「시빌워」 이벤트의 여진도 수습되지 않아 슈퍼히어로들이 팀을 재편중이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작품들이 많은 상태에서, 곧바로 새로운 이벤트가 벌어지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흥미를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오히려 세계관이나 캐릭터 일관성을 더욱 부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온라인 포럼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중이다. 특히 마블사의 배트맨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이언맨이 가장 위태로운데, 안 그래도 「시빌워」 에서 등록파의 수장으로 “더러운 짓”도 서슴치 않은 안티히어로적 모습을 보인데다가 슈퍼히어로 지원 특수부대 조직인 실드의 대장 역할까지 맡게 되어 캐릭터 성격과 스토리라인들이 가장 조율하기 복잡해진 상황이다. 게다가 하반기에 헐리웃판 실사 영화까지 개봉 예정인 만큼, 마블사의 수습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과연 마블이 함정에 빠지지 않고, 향후 스토리들에서 좋은 진행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이런 크로스오버 이벤트나 현상은 출판사가 실질적인 프로덕션화가 되어있는 미국의 주류 슈퍼히어로 장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경영’하는 능력은 한국의 문화콘텐츠 업계에서도 여러모로 참조할 필요가 있다. 「월드 워 헐크」 로 대변되는 마블사의 최근의 행보는 특히 하나의 중요한 참조자료가 될 것이다.

사실 이런 크로스오버 이벤트나 현상은 출판사가 실질적인 프로덕션화가 되어있는 미국의 주류 슈퍼히어로 장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경영’하는 능력은 한국의 문화콘텐츠 업계에서도 여러모로 참조할 필요가 있다. 「월드 워 헐크」 로 대변되는 마블사의 최근의 행보는 특히 하나의 중요한 참조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