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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제 9의 예술, 제 7의 예술을 탐하다 : 활발해 지고있는 프랑스 만화가들의 영화감독 진출

최근에 프랑스에서 살펴볼 수 있는 현상중 하나는 만화가들의 활발한 영화계 진출, 특히 영화감독으로의 진출이다. 대개 만화가들의 영화참여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실사영화 작업시에는 자문을 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작품을 실사영화화 할때 만화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는것을 자주 볼수 있다. 조안 스파(Joann Sfar)나 히아드 사투프( Riad sattouf)같은 작가의 경우는 자신들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것을 넘어 순수 창작영화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0-07-14 박경은

지난 1월 프랑스 샹송의 전설이 된 가수 세르지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의 삶을 다룬 영화 갱스부르가 개봉되었다. 갱스부르라는 인물이 프랑스 대중문화에서 갖는 비중과 그의 생전의 기행들을 돌아볼 때 많은 감독들과 제작자들이 그의 전기 영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영화의 감독은 여느 영화감독이 아닌 만화가 조안 스파가 맡았다. 최근에 프랑스에서 살펴볼 수 있는 현상중 하나는 만화가들의 활발한 영화계 진출, 특히 영화감독으로의 진출이다. 대개 만화가들의 영화참여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실사영화 작업시에는 자문을 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작품을 실사영화화 할때 만화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는것을 자주 볼수 있다. 조안 스파(Joann Sfar)나 히아드 사투프( Riad sattouf)같은 작가의 경우는 자신들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것을 넘어 순수 창작영화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자신이 감독한 영화 『갱스부르(Gainsbourg)』의 포스터에 그림을 그려 넣고 있는 조안 스파


만화가들의 영화참여 역사


한국의 영화계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영화계에서도 만화원작인 작품들이 다수 영화나 텔레비젼 시리즈로 제작되곤 했다. 땡땡시리즈는 이미 60년대 초에 두 차례나 영화로 제작되었고, 쟝 클로드 포레스트(Jean claude Forest)의 원작만화 『바바렐라(Babarella)』는 제인 폰다 주연의 영화로, 벨기에 만화가 모리스(Morris)의 『루키루크(Lucky Luke)』 시리즈는 1991년에 테렌스 힐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르네 고시니와 알베르 우데르조의 『아스테릭스』 시리즈는 애니메이션과 실사로 여러차례 영화화되었고, 최근의 『블루베리』,『이즈노구드』, 『라르고 빈치』, 『하늘의 기사들(les chevaliers du ciel :한국에서는 「마하 2.6 풀스피드」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과 같은 영화들 역시 만화가 원작이다. 뤽 베송 감독의 흥행작 『제 5원소』는 만화가 쟝 클로드 메지에( Jean claude Mézières)의 작품세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뤽 베송 감독은 최근 쟈크 따르디(Jacques Tardi)의 유명만화 『아델 블렁쌕(Adèle blanc-sec)』을 영화화하기도 했다.

만화가들의 영화감독으로의 진출도 적지는 않았다. 세쟈르 영화제에서 여러번 감독상을 수상한 파트리스 르콩트(Patrice Leconte)감독은 1970년부터 1974년까지 만화잡지 필로트를 통해 여러차레 작품을 연재한 만화가이기도 하다.

만화, 영화컨셉트 디자인, 게임등 모든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던 프랑스 만화의 대표작가 모에비우스는 애니메이션 2002년 『아르쟉 랩소디(Arzach rhapsody)』를 직접 감독했다. (하지만 그가 해왔던 모든 일들에 칭찬을 아끼지 않던 비평가들도 이 작품에 대해서만은 좋은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크 카로(Marc Caro) 역시 만화가 출신 감독이다. 70년대에 메탈 위를랑(Metal hurlant)과 플뤼드 글라시알(Fluide glacial)같은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던 그는 1974년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기간 동안 쟝 피에르 쥬네를 만났고 두 사람은 『델리 카트슨』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같은 명작을 공동 감독했다. 엔키 빌랄(Enki Bilal)은 자신의 만화에 나오는 SF적 세계에 바탕한 세 편의 영화를 통해 판타스틱한 세계와 형이상학적 질문들을 펼쳐냈다.


만화가 감독들의 최근작들


2000년대 후반에는 작가주의 만화가들의 영화감독 진출이 눈에 띈다.

기사 초반에 이미 언급했다시피 조안 스파는 갱스부르를 연출했다. 러시아계 유태인 출신으로 어린 시절 나치치하에서 유태인의 노란별을 달기도 했고, 성장한 후에는 유명한 작곡가 겸 가수로 기행을 일삼으며 여러 여가수, 배우들과 염문을 뿌렸던 갱스부르는 조안 스파에게 실존일물이라기보다 상상속의 인물처럼 생각되었다고 한다. 조안 스파는 갱스부르 주변인물 들의 증언을 참고하여 실재적인 인물을 그리기보다 거짓말과 허풍이 섞인 갱스부르 본인의 이야기들을 통해 상상력이 가득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마르쟌 사트라피는 자신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페르세 폴리스(persepolis)』를 공동감독하여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평론과 흥행에서 얻은 좋은 반응을 바탕으로 사트라피는 두 번째 영화의 연출을 준비 중이다. 이란의 전통악기 타르(Tar) 연주자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트라피의 원작만화 『자두를 곁들인 통닭( poulet aux prunes)』이 이번에는 실사영화로 제작된다.

2009년 만화 피노키오로 앙굴렘 페스티발 최고 앨범상을 수상한 만화가 윈쉴뤼스(Winshluss 본명 Vincent Paronnaud)는 사트라피와 『페르세폴리스』를 공동감독했고 『자두를 곁들인 통닭( poulet aux prunes)』 도 공동연출한다.


만화가 히아드 사트푸(Riad Sattouf)의 만화 『파스칼 브뤼탈(Pascal Brutal)』의 표지와 그가 감독한 영화 『잘생긴 녀석들(Les beaux gosses)』의 포스터


2010년 『파스칼 부뤼탈(Pascal Brutal)』이란 작품으로 앙굴렘 페스티발 최고 앨범상을 수상한 만화가 히아드 사트푸( Riad Sattouf) 는 만화와 영화, 두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만화시리즈 『청소년들의 숨겨진 삶( La vie secrète des jeunes)』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연출한 영화 『잘생긴 녀석들( Les beaux gosses)』로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갱스부르에는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1999년 앙굴렘 페스티발에서 알프아르 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만화가 파스칼 하바테(Pascal Rabaté)는 자신의 동명만화인 『작은 냇물들 Les petits ruisseaux』을 영화화 하며 금년여름 감독으로 데뷔한다. 은퇴한 70대의 홀아비 에밀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랑과 섹스에 대해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의 원작만화 『작은 냇물들Les petits ruisseaux』은 그동안 만화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던 노인들의 성과 사랑에 대해 잔잔하게 이야기하여 큰 호평을 받았으며, 프랑스 만화 비평가 기자협회(ACBD)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파스칼 하바테(Pascal Rabaté)의 만화 『작은 냇물들 Les petits ruisseaux』의 표지와 영화포스터


만화가들의 영화감독으로 진출할수 있었던 이유는?


조안 스파에게 영화 갱스부르의 연출을 맡긴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자 마크 뒤 퐁타비스는 만화가들이 영화감독으로 자연스레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의 몇 가지로 설명한다. 첫번째로 만화가들은 영화인들보다 그들의 상상력을 더 멀리 펼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들은 더 많은 표현의 자유가 있고(만화가 영화보다 자본의 영향을 덜 받고 그래서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좀 더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비쥬얼적인 감각과 강렬한 창조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만화가들은 소설가들과 달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품 안에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장면 안에 등장인물을 들여다 놓을 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화가가 다른 예술가들보다도 영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해준다. 두번째 이유는 만화의 화면배치가 이미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매체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화면을 구성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공통된 도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문화적으로도 동류성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들 젊은 작가주의 만화가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러권의 만화책을 발표하기 위해 신속히 작업을 진행하기 위한 그들만의 방법을 발명했다. 그들에게는 7,80년대에 프랑스 만화를 무겁게 만들었던 “그림의 복잡함(Complexe pictural)”이 없다. 퐁다비스는 이런 연유로 이 젊은 세대작가들은 영화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 그는 만화가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는데 그것은 “ 카리스마”라고 이야기한다. 영화작업은 몇 몇 사람이 책상머리에 앉아 죽치고 그려대야 하는 만화와는 달리 수십명의 사람들과 몇 달 동안 같이 작업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향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갖춤과 동시에 같이 일하는 영화배우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필진이미지

박경은

만화가, 번역가
『평범한 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