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네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중 하나인 ‘안시’는, 한 편으로는 멀리 보이는 몽블랑 산, 그 산자락으로 둘러친 아름다운 호수 등 그 천연적인 자연환경을 자랑으로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호숫길 따라 널따란 풀밭에서 낮밤을 막론하고 열기를 뿜어내는 인간들의 열정 또한 자랑꺼리이다. 이 1년에 한번씩 벌어지는 축제에 참가한 젊은이, 중년 장년들은 모여서 영화를 관람하고, 환호성을 내지르고, 밤이 되면 술잔을 껴들고 축제를 연다. 다음 날이면 다시 일어나 상영관으로 달려나가는, 이러한 열정이 질러대는 소리도 탁 트인 산과 호수아래선 부드럽게 메아리칠 뿐이다.
올해 안시와 관련해서 몇 가지 숫자를 제시해보자. 일단, 입장객수는 115,000, 출입증을 발급한 전문가들의 숫자는 6,130으로 작년대비 약 10의 증가를 보인다. 이중 약 310명이 필름 구매자들이며, 전 세계에서 몰려온 310명의 기자들이 포함된다. 이 정도면 계산상으로는 작년 못지 않은 성공률을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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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 까페 외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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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외관에서 본 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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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상영관인 봉리유 센터의 장식 |
안시의 상영 프로그램은 크게는 경쟁과 비경쟁 부문((파노라마), 그리고 특별 프로그램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경쟁과 비경쟁 부문은 각기 단편, 장편, 텔레비전과 주문제작, 학생 졸업 작품 등 네 섹션으로 나뉜다. 올해 전 세계에서 보내온 응모작들은 총 1,882개의 작품으로, 작년의 1,732작품보다 약 8.6의 증가율을 보여준다. 이 중 경쟁, 비경쟁, 프로그램 영역을 모두 합해보면 총 500 작품이 상영되었고, 경쟁 비경쟁 부문을 합해서 35개국의 233작품이, 경쟁부문만 보자면 182작품이 공식 선정되었다. 단편 51작품, 장편 9작품, 텔레비전 부문 43작품, 주문제작 28작품, 학생 졸업 작품 51작품이 그 리스트이다. 안시의 강점은 주로 단편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올해는 장편의 놀라운 약진을 주목해야 한다. 작년의 경우는 한 작품도 진출하지 못했던 데 비해 올해는 장편부문에 47작품이 응모를 했고, 그 중 9작품이 경쟁에 올랐으며, 13작품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상영되었다. 아마 안시 역사상 최다수의 장편이 몰렸다고 보아도 된다.
특별 프로그램들 역시 다양하게 마련되었다. <올해의 초청국>은 우리가 베네룩스3국이라고 부르는 국가들이다. 하지만 세 국가가 아니라 안시조직위원회에서는 네덜란드, 룩상부르그, 벨기에의 플라망드권과 불어권, 4개로 나누어서 총 6개의 상영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욕망>,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정치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동시대적인 여러 사회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시민의 애니메이션> 등의 프로그램들과 더불어 다양한 시사회, 토론회, 컨퍼런스가 열렸다.
안시성의 미술관에선 1998년부터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작가 뒤 젠진Du Zhenjun의 특별전이 열렸고, 봉리유 센터를 중심으로 작은 전시, 그리고 시티아CITIA의 전시 이 시티아와 전시에 대해선 이전의 글을 참조할 것
도 여전히 미술관에서 계속되고 있다. <슈렉 3 메이킹 스토리>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인 <페르스폴리스 메이킹 스토리> 역시 많은 관람객의 인기를 끌어 모았으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차기작들을 위한 요한 스파나 루이스 트롱다임 등 유명한 만화가들의 방문 역시 올해의 특별한 움직임으로 지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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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스탠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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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의 일꾼들_오른쪽 조르쥬는 미파의 산 역사이다 |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보자. 올해 개막식과 폐막식의 규모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개막식 상영작으로는 디즈니의 차기작품인 부조(浮彫)애니메이션인 <로빈슨씨네 집에 어서오세요Bienvenue chez les Robinson>가 선정되어서 여타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기도 했다. 유럽연합출신의 장편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왜 미국의 디즈니 작품을 선정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리고, 각 상영회의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서 조직위원회는 행사가 시작하기 약 한달 전부터(5월 15일) 6월 1일까지 인터넷으로, 출입증을 구입한 사람에 한해서 2장씩의 티켓을 미리 예약하도록 해 두었다. 표를 구입하기 위해서 줄을 길게 늘어서야 하는 점은 피할 수 있지만 보완해야 하는 점은 표를 취소하거나 바꾸기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한번 예약한 표는 무조건 찾아야하며, 표는 반환하는 장소에 가서 다른 사람들이 반환시킨 표들 사이에서 자신이 원하는 표가 있으면 그렇게 바꾸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그냥 거기에 두고 와야 한다. 상영 시작시간 이후 아직까지 좌석이 남아있을 경우 영화관 앞에서 기다리다가 표를 재발급 받아서 상영회에 들어갈 수 있다. 영화만을 보러 간 경우는 상대적으로 편리하지만, 행사에 참석해서 자신의 일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전문가들 같은 경우엔 영화 한 편 제대로 보기 힘든 시스템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보다는 전자의 일반관객의 수가 훨씬 더 압도적이므로, 이러한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단편과 장편 경쟁작에는 한 작품도 진출하지 못했다. 단편 비경쟁 부문에선 이선주 감독의 <물고기 옷>이 유일하게 선정되었으며, 한국 콘텐츠진흥원의 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장편 비경쟁 부문에선 조범진 감독의 <아씨와 씨팍>이 선정되었다. 텔레비전 경쟁 부문에서 경기 디지털 진흥원이 제작지원한 백종석 감독의 <슈퍼 따롱이>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정윤철 감독의 <이솝 극장-해와 바람> 역시 진출했지만, 수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학생 졸업 작품 부문에는 김진만 감독(중앙대)의 <소이연>, 류진호 감독(호서대)의 <삶>, 한동훈 감독(세종대)의 <쥐덫>, 원종식 감독(한예종)의 <수박병아리>, 정민지 감독(목원대)의 <동물농장>으로 5작품이 진출했지만 역시 수상에는 다다르지 못했으며, 마지막 작품은 한국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제작지원한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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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경기 디지털콘텐츠 진흥원 공동 부스 |
그리고 부천시의 시장 방문에 의해 안시시와의 협력약정(MOU)이 체결되었고, 부천 학생 애니메이션 페스티발(PISAF)와 경기 디지털콘텐츠 진흥원이 미파(MIFA :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견본시)에 스탠드를 설치하여 홍보활동을 펼쳤고, 한국 문화콘텐츠 진흥원에서는 젊은 학생들에게 안시를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호수반대편에서 열리는 제 17회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견본시(Mifa)는 6월 13일부터 15일, 3일간 열렸고, 60여개의 나라에서 온 1,700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280개의 회사 및 학교가 공동으로 또는 단독으로 스탠드를 설치했다. 미파에서는 졸업생이나 구직자들과 스튜디오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맞추기도 하고, 각 프로그램 개발사들이 자신의 새로운 툴들을 소개했으며, 각 학교들이 스탠드를 설치해서 자신의 커리큘럼과 특색을 설명하고 있었고, 각 정부기관, 유럽의 기관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몇 가지 해결과제가 남아있다고 해도-그런 것이 없는 곳이 어디 있으랴?-, 여전히 안시는 애니메이션을 꿈꾸는 이에게는 행복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올해의 주요 수상작들[단편 경쟁 부문]
상 | 작품 | 작가 | 국적 |
그랑프리 | 피터와 늑대 Peter and the Wolf | 수지 템프레토 Suzie Templeto | 영국 |
심사위원 특별상 Prix special du jury | 피어스 자매 The Pearce Sisters | 루이스 쿡 Luis Cook | 영국 |
처녀작에게 주어지는 장-뤽 지베라 상 Prix "Jean-Luc Xiberras" de la premiere oeuvre | 바보같은 소녀 Foolish Girl | 조이야 키레바 Zojya Kireeva | 러시아 |
특별상 Mention speciale | 하우 이야기 The Tale of How | 더 블랙하트 강 The Blackheart Gang | 남아프리카 |
까날 플뤼스 상 Canal+ | 최초의 여행 Premier voyage | 그레고아르 시방 Gregoire Sivan | 프랑스 |
관객상 Prix du public | 피터와 늑대 | 수지 템프레토 | 영국 |
[장편 경쟁 부문]
상 | 작품 | 작가 | 국적 |
그랑프리 | 자유로운 지미 Free Jimmy | 크리스토퍼 니엘슨 Christopher Nielsen | 노르웨이, 영국 |
특별상 Mention speciale | 시간을 달리는 소녀 La Traversee du temp | 마모루 호소다 Mamoru Hosoda | 일본 |
관객상 Prix du public | 막스와 코 Max & Co | 사무엘 기욤, 프레드릭 기욤 Samuel Guillaume Frederic Guillaum |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영국 |
[텔레비전
편 경쟁 부문] 상 | 작품 | 작가 | 국적 |
그랑프리 | 샤운 더 슬리프 시리즈 중 “정물” Shaun the Sheep "Still Life" | 크리스토퍼 사들러 Christopher Sadler | 영국 |
텔레비젼 시리즈를 위한 특별상 Mention speciale pour la serie TV | 샤를리와 롤라 시리즈 중 “아마도 나는 아주 조심스러울꺼야” Charlie and Lola "I Will Be Especially, Very Careful" | 키티 테일러 Kitty Taylor | 영국 |
[학생졸업 경쟁 부문]
상 | 작품 | 작가 | 국적 |
특별상(동일) Mention speciale ex æquo | 콘크리트 Beton | 아리엘 베링코, 미셀 파우스트 Ariel Belinco, Michael Faust (학교:BEZALEL ACADEMY OF ART AND DESIGN) | 이스라엘 |
특별상(동일) Mention speciale ex æquo | 고블힐의 유령 Le spectre de Cobble Hill | 아담 파리쉬 킹 Adam Parrish King (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미국 |
최고의 졸업작품상 Prix du meilleur film de fin detude | 톰 t.o.m. | 톰 브라운, 다니엘 벤야민 그레이 Tom Brown, Daniel Benjamin Gray (학교 : IFSW) | 영국 |
심사위원 특별상 Prix special du jur | 우유 이빨 Milk Teeth | 티보 바노츠키 Tibor Banoczki (학교: NFTS) | 영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