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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권익보호, 만화가들이 직접 나선다. : 프랑스의 만화가 노조

유명작가와 무명작가의 소득차이도 엄청나고, 혼자서 일하는 직업의 특성상 소속감이 없는 만화가들끼리는 단체도 드물고 힘을 모으기는 더욱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법률 시스템을 갖춘 출판사와의 계약과 그 이행, 그리고 라이센스 문제에 있어서 만화가들은 항상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런 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프랑스의 만화가들은 2007년 2월 만화가 노조를 결성했다.

2010-03-13 박경은

외신에서 프랑스 소식을 전할 때 빠지지 않는것 중의 하나가 파업소식이다. 주로 화물트럭 운전사들이나 공장노동자, 지하철과 철도 산업 근무자들이 파업을 많이 하는데, 대부분 노동조합에 소속된 이들 노동자들은 단결의 힘으로 가끔씩 사측과 협상시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화가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유명작가와 무명작가의 소득차이도 엄청나고, 혼자서 일하는 직업의 특성상 소속감이 없는 만화가들끼리는 단체도 드물고 힘을 모으기는 더욱 힘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법률 시스템을 갖춘 출판사와의 계약과 그 이행, 그리고 라이센스 문제에 있어서 만화가들은 항상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이런 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었을까? 프랑스의 만화가들은 2007년 2월 만화가 노조를 결성했다.


만화가 노조 어떻게 만들어졌나?


만화가 노조가 결성되기 이전에 프랑스에 만화가의 모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모임들은 대개 같은 출판사에서 일을 하는 작가들이나 일면식이 있는 작가들끼리의 소규모 모임이었다. 그러나 그런 규모의 모임으로는 정보교환과 만화가들이 맞이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특히 법률적으로 만화가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만화가들에게 항상 불이익을 가져왔다.

「전국 작가 작곡가 노조 (SNAC-Syndicat National des Auteurs et des Compositeurs)」산하의 만화가 노동조합 로고.

대부분의 만화가들은 이런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었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2007년 초 문학, 공연예술, 음악, 시청각예술 종사자들의 노조인 「전국 작가 작곡가 노조 (SNAC-Syndicat National des Auteurs et des Compositeurs)」에 만화분과가 생기면서 만화가 노조는 시작되었고 3년이 지난 현재 조합원 수는 200여명에 이르게 되었다.
1400명이 넘는 전업 만화작가의 수를 헤아려 볼 때 조합원 수는 아직 많은 것은 아니나 조합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프랑스 만화가 노조가 가질 파급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2006년 앙굴렘 페스티벌 대상 수상자이자 2007년 심사위원장이였던 작가 루이스 트롱다임(Lewis Trondheim)과 앙굴렘 페스티발 Essentiel상을 수상한 시릴 페드로사(Cyril pedrosa)는 조합의 창립멤버이고, 2008년 대상수상자인 뒤퓌&베르베리엉(Dupuis & Berberian)과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중의 하나인 「트로이의 세계(l’univers de Troy)」의 시나리오 작가인 크리스토프 아를스통(Christophe Arleston) 역시 적극적인 조합원으로 활동 하고 있다.


만화가 노조의 목적, 그리고 하는일.


만화가 노조에는 작화가, 시나리오 작가, 채색가등 만화 제작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가입 할수 있다. 만화가 노조는 개별 작가들의 결속과 권익을 보호하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함과 동시에, 만화가들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목적도 있다.

앙굴렘 페스티발 기간 동안 만화가 노조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

만화가 노조의 대의원들은 조합원들의 회의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이들은 여러 행정위원회와 만화가의 사회보장제도를 관리하는 AGESSA, 상설 작가 자문위원회, 그 외의 여러 기관의 토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조합원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동료작가들의 이익보호를 위해 노력한다.
노조의 역할은 출판사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대화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작가들의 노동조건과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데 있다.


노조는 어떤 지원과 조언을 해줄수 있는가?


조합 내, 외부의 저작권 관련 법률 전문가를 통해, 조합원들은 법률적 도움 및 법적인 문서와 각종 서신(문서)작성, 작품제출, 저작권 관련 책자의 출간, 계약서 분석. 개인적 상담 서비스등을 제공한다. 한 소송 시에는 법률적 지원도 가능하다. 단체의 조직원들과 집행위원회의 임원들 역시 조언과 특수한 질문에 대한 답을 준다.


분쟁시 노조가 취할수 있는 행동은?


출판사와 작가와의 분쟁이 생겼을 때 만화가 노조는 여러 가지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대화와 협상을 최우선 해결책으로 삼지만 그것이 부족하다면 독촉장, 소송, 압류 등 법률적 투쟁방법과 작가들의 결집, 대중매체를 통한 투쟁 같은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만화가 노조의 성과와 계획


만화가 노조의 활동과 성과는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만화가 노조가 출판사를 상대로 협상하거나 소송하여 만화가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게 된다하여도 대외적으로 커다란 승리인양 떠들썩하게 광고하는 것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제나 작가들의 협력자로 남게 될 출판사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소문을 통해서 작가들은 그 소식을 알게 되고 지금은 비조합원이라 해도 조합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조합의 창립 맴버 중 하나인 작가 시릴 페드로사에 의하면, 노조를 통한 협상들은 “작가의 손에 결국 수표가 쥐어지며”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조는 작가들에 대한 개인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권익의 보호를 위한 활동뿐 아니라 장기적인 측면에서 만화가라는 직업과 관련된 제도개선에도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다.

과세 조정에 관한 협의, 사회보장과 은퇴에 관한 제도 등이 그것이다.

작가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관행처럼 되어버린 시청각 저작권에 대한 문제라던가, 도서관의 대출관리에 대한 재평가, 판매촉진을 위한 사인회에 초대된 작가들에게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 신인작가들에 대한 진로 지도, 도서시장에서 만화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것등에 관한 문제들도 노조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개선하려고 시도 하고 있다.

필진이미지

박경은

만화가, 번역가
『평범한 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