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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본경제 불황, 만화출판에 독인가 득인가? (1)

요즘 들어 일본의 텔레비전을 보고있노라면, 하루를 멀다하고 도요타 자동차나 소니와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수천,수만에 달하는 사원들을 정리해고하기로 하였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2009-01-07 이현석

             일본경제 불황, 만화출판에 독인가 득인가?

                  새로운 격동기에 들어선 일본 만화출판(1)


요즘 들어 일본의 텔레비전을 보고있노라면, 하루를 멀다하고 도요타 자동차나 소니와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수천,수만에 달하는 사원들을 정리해고하기로 하였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되는 버블경제 붕괴기때부터 일본의 종신고용 신화는 무너지기는 하였지만,(기실, 일본의 학계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이러한 종신고용은 단순한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정설로 굳어져있다) 기업이 가족을 대신한다는 말이 당연시 될 정도로 회사조직이 가지는 의미가 큰 일본에서 이런 대규모 정리해고가 매일같이 단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즉, 지극히 각회사가 꺼려하는 일들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각 회사들이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불황과 이로인한 엔고 문제 때문에 일본경제는 지금 심각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자아, 그렇다면 출판만화 분야는 어떨까?
일본출판 업계에 들려오는 소식들도 이러한 본격적인 경제불황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며 사뭇 심각한 색깔을 띄고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3대 만화 출판사에서 대규모의 감원이 단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그 출판사를 대표할만한 유명잡지의 무기한 휴간/폐간소식이 줄을 잇는 중이다. 이유는 당연히 각 부문의 부진으로 모 유명 잡지사의 대표잡지는 연간 50억원에서 1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출판사 전체를 보자면 500억원, 1000억원대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도 있다.
물론 이것은 출판사뿐만이 아니다. 신문, 방송과 같은 다른 문화산업분야도 마찬가지로 구독자 수가 너무 떨어져 매체로서의 힘이 약화되는 통에 광고료가 과거에 비해서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고이로인해 경영이 매우 악화된다거나, 철옹성이라 불리던 텔레비전 방송업계도 광고수익이 격감하여 고비용을 요구하던 현재의 프로그램 제작에 대대적인 수술을 가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해서 최근엔 이전에는 방송국이 걸러내서 방영이 안되던 질낮은 광고도 심심찮게 텔레비전 전파를 탄다) 물론 비대한 인력구조에 대해서 대대적인 개편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는 중이다.
즉, 얼핏보이는 외형적인 모습으로는 일본의 만화출판 전반이 경제불황의 여파로 대단히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제부터의 전망을 보자면 이렇게 어두운 분위기를 보이고는 있지만 부정적인 전망만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상당수 나오고 있다.

1. 집안 내에서의 소비 활동의 증가
2008년, 불황이 본격화된 일본에서는 외부 ? 집밖에서의 외향적 소비보다는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필요한 물품이 집중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을 알 수가 있다. 단적으로 전자제품의 소비경향을 보자면 대단히 잘 알 수가 있는데, 빅 카메라, 요도바시 카메라 등의 유명양판점의 연말 판매경향이 자택에서 고화질 영상을 즐길수 있는 블루레이 레코더나 액정 텔레비전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판매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자택에서 요리를 하는데 필요한 가정용 오븐이나 전기 프라이팬, 전기세가 절약되는 전기 냉장고, 세탁기가 호조를 보여 전년대비 5이상의 신장률을 보이는 중이다.
이 반면, 디지털 카메라나 비디오 카메라등과 같이 외부에서의 활동과 연관된 상품들은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후지 산케이 신문 12월16일판)



즉, 사람들이 불황에 대한 대책으로 외부로 나가서 생기는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 집안에서 여가를 보내려는 의식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교차검증을 위해서 보면 좋은것이 해외여행객의 추이인데, 일본의 대형 여행사들은 이번의 대형연휴와 엔고로 인한 화폐가치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상당한 이익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이런 소비경향의 추이를 보자면, 앞으로 사람들이 방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저렴한 오락거리에 지갑을 열거라는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만화책이나 일반 서적이 여기에 가장 먼저 해당한다. 실재로 일본에서 연말, 연초 시즌이나 골든 위크등의 시즌에는 만화책이나 서적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며, 신인작가의 만화도 독자에 대한 노출도를 고려하여 이 시즌에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자면 앞으로 일본전체의 경기는 상당히 후퇴를 하겠지만, 더불어 만화책이나 서적(그리고 게임이나 영화 DVD 판매, 렌탈)소비가 큰폭으로 늘어나는, 출판으로서는 호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가능할 것이다.

DVD렌탈점도 이전에 비해서 사람들이 늘고있는 중이다. 가정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내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반대로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2. 뿌리깊은 고비용 문제가 일본 만화출판사를 어렵게 만드는 장본인 중 하나
지금 출판업계에 불어닥친 위기는 경기후퇴 측면도 있지만, 지난 호황기에 만들어진 고비용 체제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실재로 각 대형 출판사는 별다른 큰 실적을 만들지 않아도 입사 몇년만에 한국의 원화로 환산하면 억대연봉을 넘어서는 급여를 받아왔다. (다만 정사원의 경우다. 상당수를 차지하는 계약직 직원이나 파견근무를 하는 편집인의 경우는 정사원의 절반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그리고 각 잡지부문이 써온 제작경비에서도 엄청난 낭비가 발생하고 있어서(가령 모 유명잡지 편집부는 20여명 남짓의 인원이 년간 7억원 이상의 택시비를 지출하는 얼핏 생각하기 어려운 경비를 당연하다는 듯이 장년간 써왔다), 이런 무분별한 고비용 체제가 지금의 적자와 부진을 불러왔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고비용 체제는 당연히 만화 한권을 만드는데 필요한 제작단가의 상승을 불러오고 수익의 감소를 불러온 것이다.

이러한 고비용 체제를 효율적인 체제로 개편을 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일본 만화출판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이익율의 전반적인 감소로 인한 위기는 의외로 극복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음호 기사에서는, 전체적인 만화출판사들의 극적인 쇠퇴조짐에 반해서 엄청난 순이익을 올리면서 일본 만화출판업계의 메이저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한 만화 출판사의 경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서 불황을 기회로 반전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자.
필진이미지

이현석

레드세븐 대표
前 엘세븐 대표
前 스퀘어에닉스 만화 기획·편집자
만화스토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