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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국 대학의 만화, 애니메이션 교육방식

예술분야의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은 한번쯤 좁고 한정적인 시장, 즉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곤 한다. 100년 넘게 앞선 산업적 기술과 역사를 가진 곳, 그리고 그 만큼이나 일찍이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시작한 나라 미국. 과연 현재의 미국대학은 한국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지금부터 알아본다.

2010-06-12 오필정

예술분야의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은 한번쯤 좁고 한정적인 시장, 즉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곤 한다. 100년 넘게 앞선 산업적 기술과 역사를 가진 곳, 그리고 그 만큼이나 일찍이 교육시스템을 만들어 시작한 나라 미국. 과연 현재의 미국대학은 한국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지금부터 알아본다.



철저한 분업화와 실무 일치, 그것은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연재 만화는 물론 소규모 연재 웹툰까지 점점 분업화된 작품이 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시장은 물론 교육장소에서도 당연시되고 있는 부분이다. 원래부터 철저한 분업화를 지향하는 미국시장특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 할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양국에서 공부를 해온 필자에게 피부에 와 닿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한가지 미국학교의 사례를 들어본다. A라는 학생은 애니메이터를 지망하는 학생으로 다양한 파트의 기본기수업을 이수, 후에 개인 졸업작품 제작을 위한 중간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심사는 제작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로 스놉시스, 스토리보드, 캐릭터설정, 앞으로의 작업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이다. 하지만 이 학생의 캐릭터는 졸업작품에 준하는 퀄리티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은 어떤 조언을 해 주었을까? 한국에서는 특별히 그룹졸업작품 제작이 아닌 담에야 보통은 당사자에게 직접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국의 교수들은 절대 당사자가 직접 보완하는 것을 요구 및 추천하지 않았다. 즉, 해당학생은 애니메이터지 캐릭터 디자이너가 아니며, 해당 문제점은 캐릭터 디자이너 지망의 학생을 찾아 보강하거나 혹은 외부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작품의 질을 높이라는 것이었다. 덧붙여 교수들은 실무에서 벌어 질 수 있는 유사한 상황설명까지도 곁들여 A에게 조언 및 평가를 주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Academy of Art University의 전경



이렇듯 미국의 대학은 교육현장에서부터 실무의 분위기와 시스템 익히기를 중요시한다. 철저한 분업화에 따른 전문적인 인력육성, 그리고 실무와의 연계고려까지, 학생의 개인 프로젝트 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과 본인의 힘으로 멀티작업을 요구하는 국내대학의 분위기와는 상반된 점이라 볼 수 있다.


인간관계(communication) 교육의 중요성


만화 애니메이션을 교육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림을 그리는 기술력, 스토리 구성력, 창의적인 색깔 등 여러 가지 것들을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미국의 대학커리큘럼 중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바로 인간관계를 첫째로 중요시하는 마인드였다.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미국에서 인간관계 중시한다는 말은 다소 생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인간관계란 사람의 기본적인 성품과 성격을 아우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상호관계 즉 커뮤니케이션은 다각도의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는데, 이것을 프로젝트 진행상의 ‘협동과 단합’, 사람을 컨트롤하는 ‘리더십’으로 나누어 해석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미국의 학교에선 작품활동에만 매진하기도 바쁠 학생들에게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제일먼저 가르치는 것일까?


여기서 한가지 예시사건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규모 있는 회사에 한국인 졸업생들이 한꺼번에 취업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길지 않은 시간 뒤, 그들은 회사로부터 한꺼번에 해고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회사와의 조화를 생각하지 않고 한국인들끼리만 몰려다녀 사내 작업분위기를 저해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해고사유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학생시절에도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던 B는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는 데에 집중주력, 드디어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회사에 입사했다. 비록 외국인이라 의사소통이 자연스럽지 않지만 그의 실력은 회사 내에서도 인정할 만한 것이었다. 몇 년 후, 그의 상사는 그의 실력을 인정, 일정직위의 승진(팀장 이상 급의 관리직)을 추천하였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승진이 취소되었다. 바로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이 언어적으로 성격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업계 내에서도 실무자들이라면 공감할만한 것들이라 본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협동과 단합을 못하는 사람은 업계에서 원하지 않는다. 본인의 실력이 뛰어나도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 능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미국의 학교는 이런 인간관계 즉 소위 한국에서 말하는 ‘사회생활’에 대한 것들을 대학에서부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종합예술분야라 볼 수 있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이것은 소위 예술작가 생활을 하는 것과는 다른 공동상업예술이다. 하나하나의 분업화가 필수인 프로젝트 안에서의 인간관계 또한 작품제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학교의 교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작품에 열중하고 기술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클럽이나 파티장에 나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맥주한잔 하는 것이 더 너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라고. 미국학교의 이런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교육은 새삼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던 필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되었다.


지금까지 간단하게 미국 만화애니메이션 교육의 큰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현실적인 교육체계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부분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항목이었다. 하지만 현장과 교육의 상황이 일치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단편적인 기술만을 강조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생각한다면 다시 한번 반성해 봐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주: 위의 내용은 만화, 애니메이션 실무를 고려한 커리큘럼의 학교를 예로 든 사례입니다. 예술적인 부분을 주요커리큘럼으로 지향하는 학교와는 다소 차이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