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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VS영화] 더 파이브: 만화와 영화를 보는 다섯 가지 재미

동명의 웹툰을 영화로 옮긴 <더 파이브>는 공교롭게도 11월 중에, 정확히 얘기하자면 11월 14일에 개봉했다. 여기서 ‘공교롭다’는 의미는 <더 파이브> 역시 스릴러로 구분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며, 이는 곧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많은 스릴러 작품들과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음을 뜻한다.

2013-11-27 김성훈
2013년 11월, 스크린을 장악한 것은 스릴러물이었다. 일단 한국영화만 하더라도 <열한시>(김현석 감독, 11월 28일 개봉), <데드 앤드>(윤여창 감독, 11월 14일 개봉), <야관문: 욕망의 꽃>(임경수 감독, 11월 7일 개봉), <소녀>(최진성 감독, 11월 7일 개봉) 등이 모두 스릴러의 옷을 입고 개봉했다. 게다가 평소에는 정말 보기 힘들었던 국산 애니메이션(<사이비>(연상호 감독, 11월 21일 개봉))도 이 시기에 개봉했는데, 이 또한 스릴러다. 수입영화 역시 스릴러 물결이었다. <더 퍼지>(제임스 드모나코 감독, 11월 6일 개봉), <디스 커넥트>(헨리 알렉스 루빈 감독, 11월 7일 개봉), <필스>(존 S. 베어드 감독, 11월 21일 개봉), <스시 걸>(컨 색스톤 감독, 11월 13일 개봉), <스콘드: 잔혹 불륜사>(마크 존스, 11월 14일 개봉) 등은 물론이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카운슬러>는 포스터에 아예 대놓고 ‘역대 최고 스릴러의 탄생’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으며 11월의 극장가에서 스릴러 향연을 펼쳤다. 마치 11월 한 달 동안 스릴러영화제를 치룬 듯하다.
 
동명의 웹툰을 영화로 옮긴 <더 파이브>는 공교롭게도 11월 중에, 정확히 얘기하자면 11월 14일에 개봉했다. 여기서 ‘공교롭다’는 의미는 <더 파이브> 역시 스릴러로 구분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며, 이는 곧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많은 스릴러 작품들과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음을 뜻한다. 그러니 영화 <더 파이브>가 다른 영화들과 제대로 맞붙기 위해서는 웹툰을 보았던 독자들도 결코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웹툰과 다른 영화 <더 파이브>, 어떻게 관객들을 맞이했을까.
 
웹툰 <더 파이브>
 
첫 번째 장편 <달빛 구두>가 미디어다음에서 발표된 이후 웹툰에서 ‘정연식’이라는 이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매일매일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고, 급기야 포털에 연재되는 작품 수만 수백 개에 이르는 현실에서 어쩌면 그의 이름을 잊어버린 독자들도 생기게 되었을 것이다. 급변하는 만화계 환경에서 그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렇게 만화독자들 사이에 잊혀져 가던 그의 이름을 6년이라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다시 회자되게 만든 것이 <더 파이브>다. 그만큼 웹툰 <더 파이브>는 작품 시작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다.
 

 
 
 
 
 
 
 
 
 
 
 
 
 
 
 
 
 
 
 
 
 
1. ‘오재욱’에 의한 스릴러
 
한 마디로 말하자면, <더 파이브>는 복수극이다. 작품이 연재된 미디어다음에서도 “모든 것을 앗아간 연쇄 살인마를 향한 뜨거운 복수극!”이라고 소개하고 있듯이 주인공 고은아가 자신의 남편과 딸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을 추격하여 복수를 진행하는 스토리가 주된 내용이다. 거기에 원조교제, 장기 밀매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주요한 소재로 삼고 있다. 즉, 이야기 자체는 픽션이지만,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면면들은 논픽션을 차용해 긴장감을 흐르게 만든다.
 
그에 따라 작품의 초반부는 살인자에 대한 소개가 섬뜩하게 느껴질 만큼 치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살인마 장경철(최민식 분)처럼 오재욱의 살인에는 망설임이 없다. 환락 속에 빠져있는 도시를 “작업에 필요한 모든 재료들이 널려있는 만물상.”이라 빗대고, 스스로를 창조주로 신격화시키며 살인을 행하는 오재욱의 모습으로부터 우리는 사전적 의미로만 익히 알고 있었던 ‘악마’에 관한 단어의 정의(定義)를 직접 눈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악마의 존재에 대한 놀라움이 분노와 경악으로 바뀌는 시점은 인형작가라는 오재욱의 직업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을 때다. 작품은 그의 직업과 살인의 연관성을 논리적으로 보여주며, 논리적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분노를 극한으로 인도한다. 당연하게도 작품에 대한 독자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이르고, 복수를 향한 주인공의 발걸음에 독자들도 동참하게 만든다. 그렇게 작품은 독자들에게 주인공의 감정을 이입시킴으로써 스릴러로서 긴장감을 형성시켜 나가고 있다.
 
2. ‘고은아’를 위한 복수
 
이제 복수의 차례다. 이야기는 당연히 피해자의 시점에서부터 출발한다.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고은아는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잃고 사고무친(四顧無親)이 된다. 다섯 살 때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천애고아(天涯孤兒)가 되었던 그녀였기에 의지할 수 있는 피붙이도 하나 없다. 부모형제가 없다는 것은 곧 그녀에게 살아가야 할 의미가 한 가지뿐이라는 얘기로 직결된다. 즉,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살인자에 대한 복수! 모든 조건은 갖추어졌고, 이제 그녀의 실행만이 남았다.
 
부모형제도 없는 그녀의 딱한 처지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녀의 몸이 성치 않다는 사실이다. 다리를 쓸 수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그녀로서는 살인자에 대한 복수를 감행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작품은 그 장치로서 고은아의 팔과 다리가 되어 움직여 줄 수 있는 인물들을 섭외한다. 즉, 고은아의 말 한 마디에 그대로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들을 가져옴으로써 복수 할 수 있는 장치를 완성시킨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고은아의 말을 고분고분 따라야 할까. 아니, 어떻게 고은아의 얘기에 고분고분 따르게 만들 수 있을까. 거기에는 다시 그들이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개입시킨다. 작품은 그것을 ‘장기(臟器)’로 설득력을 높인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소중한 자신을 위해 혹은 그런 자신보다 더 소중한 가족을 위해 기꺼이 주인공의 명령에 따를 수 있는 사람들. 고은아는 자신의 신체를 내걸었고, 그들은 거기에 응했다. 그렇게 거래는 성립되었다.
 
응급실에 누워 생사의 갈림길에 있으면서도 “지금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놈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는 것이다!”라며 극한의 복수심으로 생존의 의지를 다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독자들이 보기에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한 측은지심을 더욱 확장시키는 것은 사고가 나기 전에 남편과 딸하고 함께 보냈던 시간에 대한 기억이다. 남편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아인 주인공과의 결혼을 감행했고, 또한 결혼 후에도 그녀에게 착한 남편이 되어주었다. 딸 가영 역시 은아에게 있어서 또 다른 심장이라고 여겨질 만큼 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누가 보더라도 행복한 가정이었고, 딸 가영의 생일파티를 통해 그 행복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주인공이 겪어야 할 비극은 그 행복의 정점 바로 뒤에 찾아온 것이기에 복수에 대한 말릴 수 없는 정당성을 확보시킨다. 그리고 그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녀의 복수에 응원을 보내도록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제 복수는 그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작품을 보는 모든 이의 바람으로 확장된다.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단 한 가지. 놈을 떠올리는 것뿐이다.”라며 홀로 전의를 불태웠던 주인공!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놈이 벌 받는 것을 보는 것이다.’라고 생각한 독자들의 응원이 함께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정의는 살아있다!
 
3. ‘파이브’ 멤버가 보여주는 드라마
 
주인공의 얘기대로 “놈의 과거 행적과 현재의 위치를 알아내 줄 한 사람, 놈의 신원을 확인하고 놈이 사는 곳과 행동 패턴을 알려줄 한 사람, 그렇게 확인된 놈을 제 앞에 잡아와 묶어 놓을 한 사람, 마지막으로 장기이식 수술과 관련된 마무리를 해 줄 사람”이 모두 준비됨으로써 주인공과 더불어 이제 ‘파이브’는 완성된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고은아의 담당의사였던 박철민은 심장병에 걸린 딸이 있으며, 카드회사 상담원으로 등장하는 박정하는 장기이식이 필요한 어머니가 있다. 한쪽 눈이 없어서 손님으로부터 ‘개눈’이라는 욕을 듣고도 참을 수밖에 없는 열쇠수리공 백남철은 북에 가족을 두고 온 탈북자이며, 전과자 대호에게는 자신의 옥바라지만 하다가 병에 걸려 장기이식 차례를 하염없이 기다려야하는 아내가 있다. 이처럼 저마다 애틋함이 가득한 등장인물들의 사연은 작품을 보는 사이 모두 하나의 단어로 압축된다. 바로 ‘가족’이다.
 
물론 ‘가족’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의 출발점은 주인공 고은아다. 고아였던 그녀가 남편과 아이를 한꺼번에 잃은 슬픔은 가족에 대한 가장 큰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세상에 남은 것은 딸뿐이라고 말하는 박철민에게 딸의 심장병 역시 견줄 수 없는 비극이었으리라. 어머니의 수술을 위해 사채까지 써가면서 장기이식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박정하의 마음에도 가족을 잃고 싶지 않은 간절함이 있을 것이며, 자신의 옥바라지만 하다 죽을병에 걸린 아내를 곁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대호에게도 오로지 가족을 살리고 싶은 마음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탈북자 남철 역시 하루 빨리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새로운 가족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 이처럼 <더 파이브> 속에서 가족은 등장인물들 각자가 살아가는 중요한 이유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지켜야 하는 가장 소중한 무언가로 이야기 되고 있다. 복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더 파이브>가 보여주는 또 다른 휴머니즘은 거기에 있다.
 
 
영화 <더 파이브>
 
만화 <더 파이브>는 2011년 4월 초부터 같은 해 10월 말까지 반년여의 시간 동안 주 2회로 독자들을 찾아갔다. 총 52화로 마무리되었고, 2005년 <달빛 구두>로 독자들을 만난 이후 6년 만에 나타났던 작가는 <더 파이브> 연재가 마무리 되자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웹툰 속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 이후 많은 신인작가들이 데뷔했고, 그만큼 많은 작품이 발표되었으며, 또한 많은 작품들이 완결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잊혀지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랬는데, 2년의 시간 동안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던 그가 ‘영화감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4. 스릴러는 새로운 장치로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한여름 더위가 밀어닥치는 7,8월도 아니고, 입동(立冬)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 스릴러물이 스크린에 몰려들 줄이야. 그러다 보니, 영화 <더 파이브>는 만화원작 영화라는 사람들의 선입견(?)과 싸워야 하는 힘겨움 뿐만 아니라, 때 아닌 11월에 몰아닥친 스릴러 광풍과도 맞서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 셈이다. 더욱이 이미 결말이 한번 드러났던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기 때문에 ‘새로운 긴장감’도 요구되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더 파이브>에는 원작과 다른 여러 곳에 특별한 장치를 두었다.
 
우선, 스스로를 창조주로 칭하던 살인자의 모습을 통해 초반부터 긴장감을 형성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모았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고은아의 ‘행복한 가정’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행복 뒤에 다가올 비극을 더욱 처절하게 만든다. 즉, 응급실에 누운 주인공이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림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왕복했던 원작의 연출을 대신해 영화에서는 고은아의 행복한 시간들을 현재형으로 진행시킴으로써 이야기의 흐름을 ‘6개월 연재’용에서 ‘2시간’짜리 영화로 최적화시켰다.
 
또한, 원작에서 주인공의 가족과 무관했던 ‘채영’을 고은아의 딸 가영의 선배로 등장시킴으로써 오재욱과 고은아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었다. 즉, 오재욱과 고은아가 처음 만나는 장면 속에서 가영의 선배 채영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고은아와 오재욱의 얽히고 설키는 관계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던 웹툰에 비해 인물 간 개연성을 높였다. 한편, 오재욱이 갤러리의 여직원을 좋아했던 원작의 설정은 영화에서는 담아내지 않음으로써 오재욱으로 하여금 살인자 캐릭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 것도 눈에 띤다. 혜진의 경우 원작에서는 작품 초반에 자주 등장한 이후 한참 동안 보이지 않다가 고은아를 대신해 죽게 되는 장면에서야 나타나게 되어 연재가 진행되는 도중 그 행방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영화에서는 고은아를 찾아온 장대호와 우연히 마주치는 장면을 추가시킴으로써 캐릭터별로 등장하는 비중을 적절히 맞춘 것으로 여겨진다.
 
5. 결말, 따로 또 같이
 
영화 <더 파이브>에서 나타난 또 다른 변모는 등장인물 다섯 명을 모두 만나게 하는 장면이 첨가됐다는 점이다. 고은아에 의해 전화로 자신의 역할을 전달받던 인물들은 영화에서 첫 번째 작전이 실패한 이후, 고은아가 비극을 당한 옛집에 모인다. 그리고 고은아가 지닌 원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며, 힘을 합쳐 그녀의 복수를 위해 새롭게 의기투합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로 인해 원작에서는 주인공에게 개별적으로 도움을 주던 백남철과 장대호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도 등장하며, 박철민과 박정하 그리고 장대호가 함께 차를 타고 고은아를 찾아가는 장면도 보인다.
 
이러한 연출을 통해 영화는 고은아 한명을 중심으로 각각 움직였던 원작의 이야기 흐름에 비해, 인물 간 조력관계를 두드러지게 함으로써 ‘더 파이브’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집단의 목적을 더욱 명확히 만들고 있다. 그 과정으로 말미암아 처음부터 끝까지 ‘고은아 개인의 복수’로 치닫던 원작의 흐름과 달리 ‘5명의 참가한 모두의 복수’로 수정된다. 즉, 시작부터 끝까지 고은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렀던 원작과 달리 영화의 경우 ‘파이브’의 의미를 확고히 보여주는 셈이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무엇보다 결말 부분이다. 원작은 결말에서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으며 다시 행복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장기이식이 필요했던 박정하의 어머니나 장대호의 아내에 관한 소식은 명확히 전해주지 않아 의아함을 남긴 바 있다. 반면, 영화는 주인공 고은아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해준다. 특히, 다른 사람의 손에 자신의 생명을 맡기지 않고 생사를 스스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미련 없이 복수도 마무리되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요컨대, 원작이 주인공의 목숨을 지속시키는 가운데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빛을 보여주었다고 한다면, 영화의 경우 주인공이 숨을 거둠으로써 다른 이들의 새로운 삶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의 생존과 죽음으로 갈리는 결말의 명확한 구분은 무엇보다 ‘복수’의 완결성과도 연관되어 보인다. 가령, 원작의 경우 벽이 무너져서 살인자가 깔려 죽게 되는 반면, 영화의 경우 살인자의 마지막을 주인공의 적극적인 행동 속에서 이루어지게 한다. 즉, 영화에서 고은아는 살인자의 창조물이었던 인형들을 살인자가 보는 앞에서 모두 부수고 불태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살인자는 무력감과 절망감을 드러내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말하자면, 원작에서 보여준 살인자의 마지막은 매우 갑작스럽게 이루어짐으로써 복수로서의 의미가 다소 퇴색된 느낌이 있었던 반면, 영화의 경우 살인자와 살인자가 만든 세계를 모두 무너뜨림으로써 완벽한 복수를 마무리 짓게 한다. 물론, 주인공의 죽음 또한 그러한 완벽한 복수가 이루어졌기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살인자는 원작과 영화에서 모두 죽는다. 그 죽음의 당위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며, 인과응보(因果應報)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인공의 미래는 삶과 죽음으로 갈린다. 원작이 헤어졌던 부모와 다시 만나게 하여 행복한 결말을 유도함으로써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를 떠올리게 한다면, 영화는 주인공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함으로써 결자해지(結者解之)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의미를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생사가 갈리니, 어쩌면 결말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도 원작과 영화 서로 다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이를 통해서 웹툰 <더 파이브>와 영화 <더 파이브>는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웹툰을 보았던 독자라 할지라도 작품의 또 다른 결말이 궁금해진다면 영화를 봐야만 될 일이다.
필진이미지

김성훈

만화 칼럼니스트
《만화 속 백수이야기》, 《한국 만화비평의 선구자들》 저자
http://blog.naver.com/c_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