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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콘텐츠 시장과 중국의 영향력

과거 몇몇 글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것 중 중국이 미국 내 콘텐츠 산업,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영상산업에 걸쳐 점점 진출하고 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방향들은 유통망은 물론 제작스튜디오를 아시아 등지로 설립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드림웍스의 상하이 스튜디오설립이나 ‘루카스 필름’의 싱가포르지사, 그리고 ‘월트 디즈니’의 중국 내 사업방향성까지 다양했다.

2012-08-23 오필정

과거 몇몇 글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것 중 중국이 미국 내 콘텐츠 산업,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영상산업에 걸쳐 점점 진출하고 있음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방향들은 유통망은 물론 제작스튜디오를 아시아 등지로 설립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드림웍스의 상하이 스튜디오설립이나 ‘루카스 필름’의 싱가포르지사, 그리고 ‘월트 디즈니’의 중국 내 사업방향성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이것뿐만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자본과 인력으로 영상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점점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미국업계나 할리우드의 급격한 상황변화인 것이다. 하여 중국과 얽혀있는 업계의 최근 변화, 그리고 그 밖의 미국 제작사들의 동향과 다양한 상황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드림웍스, 중국제작 스튜디오 설립 확정계약과 엔터테인먼트 구역 설립 예정 추가 발표
작년부터 드림웍스는 중국 상하이 제작스튜디오 설립을 발표했었다. 당시 드림웍스의 작품 ‘쿵푸팬더’ 등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콘텐츠로 중국 미디어회사와 제휴를 속속들이 진행하고 있던 상황에 제작스튜디오 설립발표는 큰 반향을 불러왔었다. 이 공동 스튜디오는 약 45퍼센트 정도가 캘리포니아 애니메이션 회사의 소유이며, 나머지 부분은 상하이 정부 소속의 중국 파트너사가 권한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드림웍스애니메이션 SKG Inc. 는 중국 파트너사와 전격계약 확정, 약 35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효과적으로 쿵푸팬더 후속 프랜차이즈 ‘쿵푸팬더 3’ 제작을 위한 것은 물론, 중국 내 영화업계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설립 프로젝트이다. 이들은 2015년 혹은 2016년 즈음 프로젝트가 진행 될 예정이며, 2017년 이후 매년 1~3편의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 질 것이라 발표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드림웍스는 상하이에 엔터테인먼트 구역 설립, 일명 오리엔탈 드림센터 계획을 추가 발표해 관련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일명 ‘드림센터’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제일 큰 미디어사와 공동으로 진행되며, 약 30억 달러(약3조4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여 2016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드림센터는 쇼핑몰과 각종 상영관, 공연장, 레스토랑과 관광객들을 위한 어트랙션 시설 등을 포함 할 것이라 발표했다.

위의 두 가지 드림웍스와 중국기업과의 협업은 전 세계 관련업계 흐름은 물론, 미국 내 업계사정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로 드림웍스 외 대형 제작사들은 지금까지 고급 퀼리티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미국 내에서 자체 제작해 왔었지만, 그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프로젝트의 기획이나 연출 부분은 종전대로 미국스튜디오에서 진행돼 중국스튜디오로 넘어 갈 예정이지만, 달라진 점은 지난 세월처럼 국외 하청외주 식의 구조가 아닌 점이다. 그것을 반영하듯 예전부터 스튜디오 운영총괄 맡기 위한 CEO급 인사, 제작부분 슈퍼바이저나 팀장급 이상의 미국인 인력 파견이 앞서 발표되기도 했고, 제작환경 또한 중국내에서 대부분을 소화 할 수 있게 조성할 예정이라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 내 인력시장의 이동변화가 다양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며, 이는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해외 하청업체의 동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미국 내 인력시장 변화와 관련업계
미국 내수경제가 몇 년 전 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업계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최근에도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제외한 작은 업체는 여전히 감소하거나 현상유지를 겨우 하는 상태이며, 발생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 개수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조금씩이지만 영상업계 전반적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중국인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5년, 10년 전부터 건물주나 크고 작은 사무실들이 중국인들에게 인수되었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들어왔을 정도로 중국인 오너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점은 비단 일반 빌딩이나 건물주, 작은 사무실뿐 아니라 대형 회사나 지역명물 체인레스토랑 등도 들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중국인 오너의 확산도 확산이지만, 이 들이 예전처럼 중국계 미국인인 점이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순수한 중국인, 즉 외국인 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의 다른 변화는 중국본토에서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국영 텔레비전 방송국 CCTV가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에 둥지를 틀은 것이다. CCTV가 캘리포니아에서 문을 연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지만, 특히 주목할 부분은 관련업계 중국인 유학생이나 중국계 미국인을 집중적으로 흡수하고 장려하고 있어 현지 인력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의 영화배급 및 제작·투자의 대형업체인 AMC가 중국인에게 매각되어 한국에도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단순히 AMC가 매각되었다고 하면 국내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모를 수도 있다. 이것은 한국으로 치자면 CJ E&M의 CGV 같이 제작, 투자, 배급망 등을 총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영화관련 업체가 통째로 중국인에게 넘어간 것과 비슷한 것이다.


또한 단적으로 미국전역의 상영관 일부를 중국인이 확보한 것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그만큼 중국인들이 할리우드 제작시장에 점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작프로젝트나 제작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할리우드에 거대한 중국 자본금이 흘러들어가는 형상이니,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제작사나 아티스트들도 슬슬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이런 변화는 단순히 현지 부동산이나 회사 매각 부분에 중국인들이 참여하는 방식에서 중국 인력과 중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업계를 장려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재생산 할 수 있는 방향변화로 예측되고 있다. 한 예로, 이전 모든 외국인들은 물론 중국인들도 영어를 현지인만큼 하지 못하면, 단순생산·노동직을 제외한 전문적인 업무 참여가 거의 불가능 했었다. 하지만, 최근 텔레비전 영상업계에서 중국인에게 만큼은 이런 부분이 관대해 지고 있는 분위기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애니메이션 업계의 최고봉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형 업체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암암리에 외국인 채용을 배척하거나 자제하는 회사들도 중국인에게는 관대한 인사채용 규칙을 적용하는 것을 종종 발견 할 수 있어 얼마나 인력시장분위기가 변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이나 실제 취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현지, 혹은 외국인들은 이런 취업분위기를 동감하는 편이며, 앞으로 중국어를 할 수 있느냐 미국 내 업계에 취업의 문을 두드리는 현지인이나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들의 대부분은 아직 중국인의 진출바람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본토 중국인의 회사, 빌딩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드림웍스 같은 대형 제작사가 중국현지에 제작스튜디오 등으로 진출을 진행하고 있는 이상, 중국인의 미국 내 영향력은 무시 할 수 없는 점일 것이다. 또한 중국계 업체가 아니더라도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미국기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므로, 그만큼 ‘중국’ 혹은 ‘중국어’에 대한 중요도와 선호는 당분간 증가 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미국, 중국, 그리고 한국의 콘텐츠 업계
우리나라는 예전 1967년 즈음부터 애니메이션 하청제작 국가라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관련업계 기사에서는 ‘당시 순수 국산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기획능력과 자본금이 없었기에 그랬었다.’ 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3D애니메이션 제작기술이 점차 보급되고, 2D에서 3D로 제작 대세가 옮겨가며, 그리고 충만한 기술력과 한류 코드가 슬슬 세계에 통용되면서 부터는 조금씩 국내 애니메이션 콘텐츠나 만화관련 원작수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여 요새는 ‘한국산’이라는 이름하에 만들어진 작품들이 꽤 많아졌고, 항간에는 ‘이제 더 이상 우리는 하청국가가 아니다! ‘ 라는 말이 나오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좀 더 전세적인 3자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한국애니메이션 제작 현실에 대해 그렇게 낙관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오리지널 제작품은 굉장히 한정되어있으며, 아직도 많은 수의 회사들이 해외프로젝트 하청외주를 받아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업체들이 해외프로젝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국내순수 프로젝트에 비해 투자되는 예산이나 요구하는 퀼리티, 그리고 국내산 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유명세를 통해 회사나 개인의 포트폴리오 용도로 큰 도움이 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수의 제작사들은 아직도 서방국가의 제작하청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오리지널 국산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회사에서 조차 해외 하청작업을 받아서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점이 과거의 2D애니메이션 하청시절과 같은 것은 아니다. 기술과 관객의 요구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하청을 주던 본사 스튜디오에서도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게 되었는데, 이런 수준을 만족시켜주는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하여 최근에도 미국 할리우드쪽 CG작업이나 각종 애니메이션, 게임의 일부 제작파트, 심지어는 출판코믹스의 작화부분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한국 인력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실력부분에 대해 마냥 낙관 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요새 미국은 중국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을 관련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하청을 주거나 협업을 하는 관계수준을 한국과의 관계와 사뭇 다르게 진행하고 있다. 생각해보자. 만약 한국에 드림웍스 제작스튜디오가 들어서고 각종 관련업계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 현지 인력을 파격적으로 고용해 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면 당장에라도 하청업계가 아닌 ‘그들이 매력을 느끼는 업계’ 라며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중국보다 월등한 제작 실력에도(비록 기획·연출력은 부족하지만) 시장논리에 따라 더 크고 많은 인력과 자본이 있는 곳으로 미국업체의 러브콜이 들어갔다. 이 점은 당장 비즈니스 부분에서 이미 끝난 게임일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바로 한국 인력이 중국으로 점점 유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직 종사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많은 서방 선진애니메이션 제작 국가들은 여전히 한국 인력을 선호한다고 한다. 심지어 ‘싼맛’에 중국에게 맡겼다가 망가진 작업물을 한국 업체에 다시 맡기는 해프닝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한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수주업체에서는 중국 현지 업체에 한국인 작업자, 혹은 한국인 지휘자가 있는지 확인하면 안심하고 일을 맡기는 분위기가 있다고도 한다.

업계의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중국 쪽에서도 한국인 전문 인력 영입을 적극적으로 한지 오래다. 특히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해외인력이나 업체 유치를 중국정부가 직접 움직여 진행한다는 점이다. 그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한국에 내놓라 하는 애니메이션 CG 전문 교육기관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전되는가 하면(한국 쪽 교육기관은 아애 문을 닫고 이전한 경우도 있음), 실력 있는 팀장급 이상의 기술자들을 중국 애니메이션 제작 단지 내 회사에 고용케 하는 등, 중국 예비인력의 교육은 물론 실전업무 향상을 위해 많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중국으로 이동한 상태이다.

여기에는 약 20여 년간 큰 변화가 없는 업계의 고질적인 인건비와 혹독한 작업환경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렇다보니 미국은 비즈니스적인 제휴를 제외하더라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효과적인 작업물을 뽑아야하는 수주업체 입장 상 점점 중국쪽 인력시장에 관심을 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당장 우려할 만큼 중국의 실질적인 애니메이션 제작기술이 높은 상태는 아니다. 또한 여전히 미국을 비롯한 수주국가 업체에서는 리테이크률이 많고 불안정한 중국보단, 몇 십 년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기술력을 가진 한국을 좀 더 신용하는 상태다. 하지만 몇 년간 벌어진 인력시장 변화와 중국의 정책 등으로 기술력이나 인력이 유출되고, 중국·미국 간의 협력이 돈독해질수록 국내 제작시장은 점점 황폐해져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콘텐츠 업계에서 중요시되던 외국어 비중도 영어에서 중국어로 변화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에 맞는 교육방향 또한 영어권 서방국가 중심에서 중국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현재 상황과 전망이 어쨌든 간에 업계는 결국 시장논리에 맞추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런 원리라면 당분간은 전문 인력 혹은 회사의 중국이동 또한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중국의 정부정책 공세와 미국 제작사의 사업방향성에 끌려간다면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시장도 앞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가장 급한 근본대책은 한국자체 기획력이나 제작시스템을 확고히 해 자립하는 시장 규모를 늘리는 것 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과 적은 자본으로는 미국·중국의 정책 방향과 동일하게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업계와 업체들이 좀 더 성장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벌기 위해서 국가적인 인력보호정책이나 수단이 필요 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