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PPS 프로그램 성공의 명암
2013년 6월 4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네이버 웹툰에 ‘광고’ 넣었더니…한 달 만에 매출 6억’이란 기사가 실렸다. 2013년 4월 네이버가 전격적으로 도입한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 시행 결과를 결산한 기사였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4일 PPS 매출액을 공개하고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디지털 콘텐츠 유료 시장에서 가능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작가 108명은 자신의 작품과 어울리거나 제작 방식이 마음에 드는 광고 모델을 선택해 지난 5월31일까지 한 달 간 평균 255만 원의 부가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각 모델별 1개월 간 총 수익금은 ▲텍스트형 광고 2억1909만원 ▲이미지형 광고 7380만 원 ▲콘텐츠 유료 판매(미리보기, 완결보기) 3411만 원이다.”(한국경제 2013년 6월 4일자 출처 :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15&aid=0002891127)
전체 광고수익이 5억8,900만원, 이 수익을 작가 108명으로 나누면 255만원. 이 간결한 계산식으로만 따지면,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는 작가들은 PPS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매달 수입이 255만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 정도면 대다수의 작가들은 고료만큼의 비용이 올라간 셈이 된다. 그럴까?
그렇지 않다. 당연히 수익은 작가별로 다르게 산출된다. 콘텐츠 유료 판매는 당연히 작품마다 다르고, 텍스트형 광고나 이미지형 광고의 경우에도 ‘클릭’이 얼마나 유입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다르게 편성된다. 그러니까 255만원은 평균치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5억8,900만원의 새로운 수익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를 108명으로 나누어 작가별로 255만원은 무의미한 숫자다. 차라리 등급을 나누어 평균 수익을 구간별로 계산해 주었으면 훨씬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몇몇 주요 작가별로 예시를 들어주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작가들에게 개별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PPS 프로그램의 수익은 ‘천 단위 / 수백 단위 / 수십 단위’ 정도로 등급화된다. 네이버 PPS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의 댓글에서 의미 있는 수치가 거론되기도 했다. 정철 작가의 페이스북 글에 곽백수 작가가 단 댓글에서 “현실은 200명이 유로로 봐서 10만원을 벌고 100만명이 무료로 봐서 1000만원을 벌지”라고 PPS 프로그램의 수익을 언급했다.
사실 천 단위 혹은 수백 단위라는 표현도 모호하지만 네이버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혀주지 않는 한 정확한 데이터를 알 수도, 또 알았다 하더라도 공개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더 궁금한 사항은 어떤 작품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하는 문제다.
결과가 나오기 이전 대략 (1)트래픽이 많이 나오는 만화(인기 만화) (2)다양한 키워드를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일상툰(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가벼운 만화들을 통칭한 용어. 조석의 <마음의 소리>, 김양수 <생활의 발견> 등의 작품이 해당된다.)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1)은 당연한 상식이고, (2)는 초기 네이버가 PPS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거론된 <마음의 소리>에서 ‘군단의 심장’을 키워드로 노출했다는 사례를 들어 이런 유추가 가능했다. 결과적으로는 (1)트래픽이 많이 나오는 만화가 PPS 프로그램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사에 나온 ‘텍스트형 광고’나 ‘이미지형 광고’가 모두 사용자가 광고창을 클릭해야 수익이 나오는 구조다. 따라서 높은 트래픽(높은 인기)가 더 많은 클릭이 나올 수 있다. 아무튼 PPS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인기작가의 수익은 더 올라갈 것이다. 인기작가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플러스 요인이 발생할 것이다.
작가들에게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는 네이버의 PPS 프로그램, 그것도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수익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된 PPS 프로그램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수익구조이고, 당연히 환영한다. 그런데 방문자의 클릭에 기댄 광고모델이 과연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일까? 몇 가지 예측가능한 문제점들이 있다.
첫 번째, 광고 클릭의 효과에 대한 검증이 요구될 것이다. 네이버는 블로그에도 ‘애드포스트’란 광고 매칭 및 수익 공유 서비스가 있다. 네이버에 애드포스트를 신청하면,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 등에 애드포스터를 부착하고, 사용자가 그 광고를 클릭하여 발생하는 광고료를 네이버와 배분하는 서비스다. 당연히 ‘의미 있는 클릭’만 수익으로 인정한다. 운영정책에 따르면, “애드포스트 광고에 대한 클릭은 방문자의 관심에 의해 발생한 것을 전제”로 하고 따라서 “무의미한 반복 클릭, 대량 클릭, ‘클릭유도’ 문구 등으로부터 발생한 클릭과 같이 인위적으로 광고주의 비용을 늘리거나 특정 회원의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클릭을 ‘무효클릭’으로 판단”(네이버 애드포스트 운영정책 http://adpost.naver.com/help/policy.nhn)한다. 때문에 클릭을 유도하는 문구의 게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웹툰은 작품마다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며, 팬덤은 팬 까페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한다. PPS 프로그램에 따라 클릭이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팬 까페를 중심으로 ‘자발적 클릭’ 혹은 ‘구독료 클릭’을 유도한다. 이렇게 유입된 클릭이 광고효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될 경우, 네이버 웹툰의 PPS 프로그램은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팬덤에 의한 의미 없는 클릭을 기술적으로 걸러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팬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광고클릭-구독료지급’이라는 논리가 정착되었을 경우 유저들의 무차별적 댓글 테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도 많은 웹툰 작가들이 독자들의 댓글을 보기 힘들어하는 지경인데, 광고클릭이 구독료라는 논리가 형성, 확산될 경우 그 후폭풍은 꽤 강력할 수 있다. ‘난 광고 클릭으니 덧글 단다’는 식의 악성 댓글들이 대거 몰려올 수 있다.
두 번째, 네이버 PPS 프로그램은 작가에게 있어 꽤 강력한 수익창출 구조다. 광고가 되었건, 아니면 7월부터 시행될 연관상품 노출(작품의 캐릭터 상품이나 만화책을 홍보하고, 클릭하면 마켓으로 연결시키는)하는 정책이 시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로 인해 광고 수익이 나오지 않는 작가라 하더라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도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에 연재하는 작가들은 네이버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작가들은 네이버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다. 마치 예수천국, 불신지옥처럼, 네이버 천국이 된다면? 이렇게 강력한 네이버 구심력은 이후 한국만화의 기반 자체를 흔들어댈 수 있다. PPS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네이버 웹툰의 구심력은 강화된다. 이는 다시 독점문제로 확산되고, 역으로 네이버 웹툰 서비스를 흔들 수 있다.
잘 되도 걱정, 안 되도 걱정인 상황이 되어버렸다. 모두 네이버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제자리다.
카카오페이지 런칭시 가장 주목받는 콘텐츠인 <식객 2>를 발표한 허영만 작가의 경우 2013년 6월 25일 국회에서 개최된 만화문화산업 미래발전전략 토론회에서 “저는 4월 9일부터 (카카오 페이지에) 연재했던 것에 상당히 후회를 하고 있지만 어차피 택한 길이고 여기서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만큼의 시간이 또 필요한 거니까 기왕 몸 담았으니 이 길로 가자. 작정했습니다”고 밝혔다. 또한 “몇 차례에 걸쳐 오픈이 연기되었다”며 부실한 준비를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5월 24일 열린 카카오페이지 파트너사 간담회가 열렸다. 한 달 반 동안 카카오페이지의 현황이 발행자도 사용자도 만족하지 못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발표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카카오페이지측은 불편함을 지적받은 탭 형식의 UI를 개선하고, 회차권 소진, 충전 방식을 도입하는 등 부분유료화방식을 재설계하고, 다운로드 없이 바로보기 등이 가능하게 하며, 소셜 피드&발행자 마케팅 수단을 강화하고, iOS뷰어를 개발하는 등 서비스 개선 후 리런칭 마케팅을 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지는 여전히 개방형 플랫폼으로 콘텐츠의 효과적 유료판매를 통한 수익구조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창작자가 관심을 갖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김수용 작가는 <힙합>의 후속편 <브레이킨>을 2013년 7월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겠다고 밝혔다. 스튜디오 지하의 페이스북은 <브레이킨>의 티저 일러스트레이션을 공개하고, “달라진 힙합씬만큼 달라진 태하와 바비도 기대해주세요. 오는 7월!! 카카오페이지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국만화의 대표작가의 대표작품인 김수용의 <힙합> 후속편을 카카오페이지에 독점연재할 경우 <식객2>와 함께 좀 더 많은 이들이 카카오페이지의 만화에 주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 편을 보기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편당 결재를 하는 것 쉽지 않다. 다만, 카카오페이지가 새롭게 도입할 정책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모르겠다.
카카오페이지가 ‘잡지’여야 한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다. 만화칼럼니스트 서찬휘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카카오페이지는 앱스토어가 아닌 잡지여야 하지 않았을까(http://seochanhwe.com/188051450)’라는 글에서, “카카오 페이지는 잡지여야 했다. 앱스토어일 수도 없었고, 사람 수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게임 정도였으니 가능했으며 다른 콘텐트는 게임이 아니었다. 잡지로서의 정체성을 주도적으로 품을 수 없다면 이건 더 해 봐야 소용이 없다.”라고 강력한 의견을 밝혔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보이치 작가는 “자체 만화컨텐츠를 만들 것. 그걸 위해 가장 뛰어난 편집부를 구성할 것. 유료 만화 컨텐츠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연구할 것”이라는 유사한 주문을 했다.
서찬휘씨와 보이치 작가의 주문은 유사한 맥락에 존재한다. 서찬휘씨의 카카오페이지는 잡지여야 한다는 주장이나 보이치 작가의 편집부를 구성한 유료 만화 콘텐츠 제공은 결국 유료 만화를 구매할 독자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카카오페이지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를 고민하기 위해 먼저 질문이 필요하다. 개방형 플랫폼으로 제공된 카카오페이지의 만화를 개방형 플랫폼인 카카오톡 사용자가 유료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을까?
카카오톡을 무료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만화를 보려면 어떻게 할까? 다른 무료 플랫폼에 제공되는 만화를 볼 것이다. 이들을 카카오페이지로 끌어들이고, 만화를 구매하게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결국 유료구매가 가능한 독자층, 유료구매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서찬휘 씨나 보이치 작가의 의견의 공통된 맥락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건 작가가 개인적으로 들어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 CJ E&M과 같은 콘텐츠를 기획, 개발할 수 있는 회사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같은 맥락에서 카카오페이지가 플랫폼만 제공했다고 저절로 활성화될 수 없다. 현 단계 한국 독자들 대부분은 무료 웹툰에 익숙한 독자들이다. 게다가 음원과 달리 만화는 회별 구매를 하는 사례도 많지 않다. 다행히 회차권 등 부분유료화 모델을 적용한다고 했으니 조금 더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유료만화독서경험을 유지한 세대와 그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연령별로 차별화된 콘텐츠, 작가의 지명도를 강조하는 콘텐츠 등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아니, 그 전에 일단 카카오페이지로 사용자를 모으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수적이여야 한다. 1위 유통업체가 대형쇼핑몰을 오픈했다. 많은 업주들이 1위 유통업체를 믿고, 쇼핑몰에 입주했다. 그런데, 오픈하고 보니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전철도, 버스도 없고 주차장도 없다. 게다가 런칭했는데 광고도 변변하게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레진코믹스가 드디어 안드로이드 앱을 오픈했다. 입소문은 나쁘지 않다. 카카오페이지보다 오히려 더 기대해 볼만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성인타겟, 차별화된 사용자경험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문제는 무료공개와 프리미엄서비스 전략을 어떻게 성공시키느냐에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그랜드 오픈이 베타테스트 정도의 위상으로 정리되어갈 무렵, 대형 블로거 레진이 들고 나온 레진코믹스가 일약 돌풍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것도 단지 작가와 작품을 오픈하는 페이스북 ‘좋아요’ 누르기 이벤트를 통해서. 1만3천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페이스북 기업 페이지들이 ‘좋아요’를 누르게 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걸고 이벤트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 레진코믹스는 단지 연재작품공개 이벤트 정도였다. ‘좋아요’ 숫자가 올라가면 연재작을 하나씩 공개했다. 감추어진 실체를 공개하는 ‘티저방식’의 익숙한 이벤트이지만, 그걸 만화 서비스에 적용했고, 다시 페이스북 ‘좋아요’ 누르기와 연계시켰다. 익숙한 것들이 모여 참신한 흥미를 자아낸다는 전력이다.
낯선 전략은 아니다. 누적 조회 수 5천만 명을 자랑한다는, 성인취향의 인기 블로그 레진의 운영 방식이다. 일본 성인콘텐츠 여배우 리뷰를 올리고, 스스로를 파괴하며 소통하는 콘텐츠 생산 전략을 썼으며, 자발적인 참여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식은 늘 익숙하면서도 참신한 콘텐츠였다. 인증사진이 그랬고, 아스카에 대한 몰입이 그랬으며, 웹툰 연재가 그랬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뜨거운 SNS인 페이스북을 통한 사전홍보는 적절한 입소문을 동반했다. SNS를 통해 서서히 레진코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선두에서 꼬마비, 가스파드, 네온비처럼 웹툰에서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이 달렸고, 베스트도전, 웹툰리그 등에서 역시 참신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 작가들이 든든하게 팬들을 모아나갔다.
역시 가장 결정적인 전략은 성인독자 타겟. “성숙한 독자를 위한 어른의 만화 서비스, 코믹스 콘텐츠의 프리미엄 채널 레진코믹스”라는 컨셉처럼, 레진코믹스는 20대 이상 성인독자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가격정책은 기본 무료에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한 유료화다. 지난 6월 7일 업데이트된 앱은 577명이 참여한 평점이 총 4.2를 랭크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만화서비스이지만, 기존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50여 작품의 신선함이나, SNS를 활용한 런칭 방식 그리고 무료를 기본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모델까지, 일단 레진코믹스의 출발은 산뜻하다. 정산 페이지를 구축해 작가들에게 실시간으로 정산내역을 확인해 줄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한다. 긍정적인 시도다. 빨리 iOS와 PC서비스까지 모두를 포괄하는 서비스가 완성된다면, 레진코믹스는 성인유료디지털 만화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첫 발을 앞서 나가게 될 것이다.
일본 고단샤의 대표 만화주간지 「모닝」이 iOS용 만화앱 「D모닝」을 출시했다. 월 500엔을 결재하면, 주간지를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다. 디지털 만화 앱 시장이 제일 크다고 평가받는 미주시장에서는 사업을 철수했는데, 일본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만화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 만화는 미주지역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그리고 앱까지 일본만화를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비즈미디어(Viz media)의 웹과 앱(비즈 앱, 소넨점프 앱)을 통해, 또 2011년 8월에 일본 39개 만화출판사가 참여하고, 일본 디지털 코믹협회가 추진한 제이망가(Jmanga)의 「Jmanga」, 「Jmanga7」 앱, 스퀘어에닉스의 앱 등이 서비스되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13년 3월 13일 포인트 유통 및 판매 종료를 시작으로 제이망가가 사업을 철수하고, 이어서 5월 23일을 북미지역의 「SQUARE ENIX MANGA STORE」와 프랑스 지역의 「SQUARE ENIX MANGAS BOUTIQUE」의 신규 업데이트를 중단했다.
제이망가와 스퀘어에닉스 망가스토어 모두 직배 모델이었는데, 이 두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직배모델이 모두 철수하고, 비즈 미디어는 웹, iOS, 안드로이드에 킨들까지 유니버설 서비스를 구축해 미국내에 망가를 서비스하고 있다.
제이망가와 스퀘어에닉스의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사업 철수가 진행된 비슷한 시기 2013년 5월16일에 일본 앱스토어에는 엑사이트(excit japan co., Ltd)가 제작한 고단샤의 대표 주간지 「모닝」의 앱, 「D모닝」이 일본 앱스토어에 올라왔다. 놀랍게도 기본적으로는 종이 지면과 같은 구성(그러니까 같은 만화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으로, 고화질에, 월 500엔으로 매주 「모닝」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 잡지 「모닝」과 앱 잡지 「D모닝」은 약간의 차이는 있다. 기본적으로 <우주형제>, <쿠킹파파>, <자이언트킬링>과 같은 「모닝」의 인기 연재작을 볼 수 있는 것은 맞다. 여기에 더해 「D모닝」은 <침묵의 함대> 복각 연재같은 「D모닝」 오리지널 연재 만화가 추가된다. 안타깝게 <베가본드>와 <빌리배트>는 두 편은 「D모닝」에서 볼 수 없다.
우선, 「D모닝」을 다운 받은 후 월 500엔의 유료 결재 회원에 가입하면 매주 최신호를 다운받을 수 있다. 유료 가입 이후 특별한 탈퇴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매월 자동갱신. 최신호 업데이트는 목요일 자정. 한 호의 분량은 약 500MB로 구성되어있고, 다운로드할 때 지루하지 않기 위해 다운로드시 전용 만화인 「고양이투성이(ねこだらけ)」을 볼 수 있다. 유니버셜 앱으로 iOS의 모든 기기에서 동일하게 볼 수 있다.
자동갱신을 통한 전자잡지 구매. 「모닝」 1권에 300엔 정도인데, 한달 유료결재가 500엔이면 저렴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편안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일본 만화잡지의 디지털 잡지 실험은 희망적이라고 본다. 게다가 「D모닝」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라인에 소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해 SNS를 통한 홍보도 가능하게 했다.
일본만화산업구조의 핵심은 어쨌든 만화팔아서 돈 버는 것,이다. 안팔리면 안녕,은 당연한 거고. 솔직히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이 떨어지는 일본인데도 대표잡지를 앱으로 출시했다. 많은 이들이 「D모닝」 앱의 출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역시 문제는 콘텐츠다. 그러니까 만화가 콘텐츠의 힘을 갖기를 원한다면, 만화 그 자체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
2013년 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platform)’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플랫폼이라는 영어 단어는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용어가 기술분야, 컴퓨터분야 등에서 활용되면서 공통으로 활용되는 어떤 구조를 뜻하게 되었다. 공동으로 활용하는 플랫폼은 반복사용되면서 가치를 올린다. 이를 정리하면 “재사용으로 가치가 올라가며 참여자 간의 네트워크 효과를 만드는 유무형의 요소(황병선 「스마트플랫폼」, 한빛미디어, 2012, p82-83)”다.
2013년 만화의 플랫폼은 출판 플랫폼(도서, 잡지, 신문)과 디지털 플랫폼으로 양분된다. 디지털 플랫폼은 다시 웹 플랫폼, 스마트 플랫폼, e-book 플랫폼으로 구분된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의 만화 서비스는 웹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가 스마트 플랫폼까지 확산되고 있다. PC, iOS와 안드로이드의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서 한 아이디로 같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유니버셜 서비스’라고 한다. 카카오페이지의 경우 스마트 플랫폼이다. 서울문화사에서 출시한 점프, 윙크 앱은 스마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e-book은 e-book 뷰어나 별도의 소프트웨어에서 동작이 가능한 전자책을 말한다. 표준 포맷인 e-pub이 많이 쓰이고 있지만 TXT나 문서파일, PDF 등으로 제작된 책도 넓게는 e-book의 범주에 들어간다. 애플에서는 자사의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ibooks를 통해 별도의 e-book을 유통한다. 한국에는 교보, 리디북스, 네이버북스 등 e-book을 서비스하는 회사들이 있고, 이 회사에서는 만화도 e-book으로 서비스한다.
만화의 플랫폼이라 보기 어렵지만, 네트워크 플랫폼이 있다. SKT와 KT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각각 자사의 스토어인 올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SKT의 스토어는 ‘T스토어’로 SK플래닛(주)가 운영 중이고, KT의 스토어는 ‘올레마켓’으로 주(케이티가 운영 중이다. 두 스토어는 모두 e-book 기반의 만화 서비스를 운영 중이었다.
기존의 스캔만화 서비스를 대치하는 ‘무료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T스토어다. 2013년 4월 8일 모바일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트에서 서비스되는 만화를 기반으로 기존 출판만화 완결작과 시작 등을 묶어서 서비스 중이다. 흥미로운 건 작품의 구성이다.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미스터초밥왕>이나 사토 슈호의 <헬로우 블랙잭> 같은 일본만화는 물론 원수연의 <풀하우스>, 윤태호의 <야후>처럼 출판만화 기반의 완결작과 윤태호의 <인천상륙작전>처럼 현재 연재작의 온라인 서비스, 오은지, 전진석의 <복사골 여고 연극부>, 만두, 차라의 <한복이 너무해> 같은 신작이 함께 서비스되고 있다.
T스토어 웹툰 서비스가 시작하자, KT올레마켓도 기존 스캔만화 기반 e-book서비스에서 벗어나 ‘무료웹툰’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2013년 6월 25일 현재,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고 있지만 파트너사가 결정되었다. KT올레마켓 웹툰 서비스는 강풀, 윤태호, 주호민 등이 참여하고 있는 누룩미디어에서 작가 섭외와 작품 진행을 맡았다.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2013년 5월 1일 누룩미디어 박철권 대표는 웹툰 작가 커뮤니티인 카툰부머(http://cafe.naver.com/boomcartoon)’에 ‘누룩미디어와 KT에서 기성/신인 작가님들을 모십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 의하면, KT올레마켓 웹툰 서비스의 사업모델은 ‘모바일 게임 개발’이다.
“당장 제시 할 수 있는 원고료 이외에 다른 가능성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연재 작품의 모바일게임 개발에 대한 개발우선권을 KT와 협약하면 KT의 주도로 적극적인 모바일 게임 개발과 올레 마켓 등을 통한 유통/판매가 이루어집니다. 그 외에도 모바일 환경에서 개발 할 수 있는 폰 꾸미기, 이모티콘 사업도 작가의 동의하에 진행 가능합니다. 수익은 공정한 선에서 작가와 나눕니다.(http://cafe.naver.com/boomcartoon/15317)”라고 밝혔다.
이밖에 아직 국내에서는 서비스되고 있지 않지만, 애플의 e-book 서비스인 아이북스(iBooks)와 세계 최대의 전자책 플랫폼인 아마존의 경우 시시각각 한국 진출이 가까워지고 있다. 아이북스는 일본으로 진출했고, 아마존은 중국과 한국진출을 발표했다. 아이북스의 특징은 작가가 애플에서 제공한 저작프로그램을 통해 비교적 간편하게 이북을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다. 한국의 이북 서비스가 주로 출판사와 공급사의 계약을 통해 진행되는 폐쇄형 서비스라면, 아이북스는 개별 창작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서비스다. 아이북스의 한국진출이 진행될 경우, 만화 작가들도 효과적으로 자신의만화를 유통시킬 수 있다. 아마존킨들은 가장 강력한 e-book 플랫폼이다. 킨들파이어를 출시하며, 흑백화질에서 HD화질의 컬러로 서비스되고 있다. 역시 만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마존이 일본에 이어 중국에도 진출했기 때문에 한국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