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만화속에서 만나는 죽음 (2)

이 작품은 조조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난세라는 혼란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작품 내에선 인상적인 죽음을 맞는 이들이 많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동탁의 죽음은 초반부에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2009-10-09 만 편집부

「창천항로」

창천항로

이 작품은 조조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난세라는 혼란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작품 내에선 인상적인 죽음을 맞는 이들이 많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동탁의 죽음은 초반부에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동탁은 「창천항로」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삼국지」의 원작 국가인 중국에서도 작품을 대표하는 호색한이나 폭군으로만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창천항로」에선 겉으로 보기에는 여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호색한에 폭군이지만 동탁으로 인해 이전에 권력을 잡았던 십상시들에 의해 공정하게 등용되지 못했던 인재들이 기용될 수 있었다는, 조금은 다른 시각을 통해 그를 난세에 등장한 영웅 중 한 명으로 당당히 묘사하고 있다.

이는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초선을 사이에 둔 치정관계 때문에 자신의 양자인 여포에게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삼국지」와 비교해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진정한 왕을 논하며 여포에게 일갈을 날리는 장면은 두말할 나위 없이 멋지다. 원작과 거리를 두면서도 특유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이 장면은 작품 초반부, 동탁의 특유의 카리스마를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데스노트」

데스노트

사람이 살면서 ‘살인 욕구’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꼭 그 대상이 최신 뉴스를 연일 장식하고 있는 파렴치한 범죄자가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데스노트」는 이런 욕구를 대리만족 시켜주는 하나의 두통약 같은 설정을 가진 작품이다. 사람을 마음대로 심판할 수 있는 신의 권리가 주어진 사람의 모습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라이토는 ‘이 세상은 썩었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고교생이다. 그는 우연찮게 데스노트를 손에 넣은 후 약간의 제약을 제외하면 자유롭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데스노트의 힘으로 썩은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고 심판을 시작하게 된다. 누구나 이런 노트가 손에 쥐어진다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그것이 자신 주위의 작은 세상이든,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큰 세상이든 말이다.

하지만 작품 내에서 보이는 라이토의 심판은 자신만의 정의를 기준으로 하는 무차별 살육에 불과하다. 작품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흉악범으로 시작한 심판의 기준이 점점 자신만의 정의로 변해가면서 하나의 사신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되는 라이토를 통해 개인의 정의로 세상을 바꾸려는 일이 얼마나 모순 되는 행동을 낳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붕우」

붕우

이 작품은 중국 전국시대 중 있었던 방연과 손빈(작품에선 본명이 손서하)에 대한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실제 내용은 친구였던 방연의 시기로 인한 모함으로 발목이 잘려 앉은뱅이가 되어버린 손빈이 미친 척을 하여 죽을 위기를 모면하고 적국으로 건너가 방연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을 가진 이 이야기는 「붕우」라는 단편 작품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붕우」에서는 둘 사이에 존재하는 캐릭터를 한명 더 설정해 실제 이야기 속에 가려져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렇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친구인 방연과 서하의 관계를 더욱 인간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방연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친구인 서하를 향해 말을 하는 장면은 그 드라마 틱의 절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원 이야기를 최대한 바꾸지 않으면서도 교묘하고 확실하게 독자들의 감정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작가의 감각이 얼마나 출중한지 느껴볼 수 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기적의 아이들」

기적의 아이들

「레드문」, 「슈퍼 트리오」로 유명한 황미나 씨의 단편. 1917년,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인 파티마에서 세 아이들(프란치스코, 히야친타, 루시아)이 성모 마리아를 만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세 아이들이 성모 마리아를 만난 후 변해가는 모습에서부터 그들을 통해 변해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련을 통해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를 하늘로 떠나보내는 루시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작품 속에서는 놀라우면서도 신기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작품을 연재하고 단행본으로 발매한 곳이 가톨릭 서적 출판사인 만큼 작품 전반적으로 죽음을 ‘하느님 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는 가톨릭 적 시각이 크게 깔려있다. 그런 이유로 죽음을 미화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거나 영(靈)적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관지기 쿠로」

관지기 쿠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모습. 언제나 관을 지고 다녀서 흡혈귀, 장례사 등으로 오해를 사는 여행자 쿠로. 언제나 지고 다니는 관을 ‘자신의 관’ 이라 말하며 여행이 끝날 땐 반드시 이 관이 필요할 거라 말하는 그녀는 어느 날, 한 저택에서 실험체로 갇혀있던 29와 30을 만나게 된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박사의 존재를 죽음에 대해 모르는 아이들에게 말해줄 수 없었던 쿠로는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려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귀여운 그림체와 따스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작품. 아직 1권밖에 발매되지 않은 작품이지만 전반적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들을 많이 보여준다. 1권 말미에 등장하는 허풍쟁이 할아버지 이야기는 개 중에서도 추천할 만한 에피소드. 특히 마지막에 29와 30이 할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며 죽음이라는 단어에 정의를 내리는 모습은 흡사 죽음에 대해 써내려간 동화와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순수하고 서정적이다.


「쓰르라미 울 적에」

쓰르라미 울 적에

「쓰르라미 울 적에」는 문제 편과 해답 편이라는 특이한 구성을 하고 있다. 개중에 국내에 발매 중인 문제 편은 섬찟하고 잔인한 연출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데 이 문제 편에서 공통되는 특징이라고 한다면 작품의 무대가 되는 히나미자와에서 발생하는 ‘오야시로 님의 저주’라는 설정을 꼽아볼 수 있다. 이 저주란 히나미자와 마을의 정기축제인 ‘와타나가시’ 날 밤 발생하는 연속 괴사 사건을 부르는 말로 죽는 두 명 중 한 명은 시체로 발견되고 다른 한 명은 행방불명으로 처리 되고 있다.

문제 편 전체를 지배하는 이 사건은 때로는 진짜 저주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때로는 인간의 광기로 인해 저질러진 듯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독자들의 공포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지만 작품 자체가 ‘문제’ 편이기 때문에 쌓이는 의문이 시원하게 밝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연 이 살육은 정말 신의 저주일까, 아니면 단순한 인간의 소행일까. 그 답은 해답 편이 발매되는 날,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