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앙굴렘국제만화패스티벌은 여성작가 차별논란과 가짜 수상식의 두 가지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다.
첫 번째, 여성작가 차별논란은 앙굴렘 그랑프리 후보작 중 여성작가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주최측의 해명과 명단 변경이 있었지만 여성작가들은 그동안 앙굴렘페스티벌에서 여성차별이 계속되어 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2016년 8월에 쓴 기사 ‘프랑스 만화계는 성차별적인가?’에 실려 있다.)
또 다른 스캔들은 가짜 시상식 사건이다.
△ 수많은 비난을 받았던 앙굴렘 가짜시상식의 사회자 히샤르 게떼(Richard Gaitat)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은 코미디언 히샤르 게떼(Richard Gaitat)의 사회로 수상작을 발표하고 시상했는데, 몇 분 후에 모든 것이 가짜였다고 장난을 쳤다. 가짜 상을 수상한 작가들과 출판사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분노와 어리둥절함, 모욕감이 비춰졌다.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와 관객들도 사회자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했다. SNS를 통해서 수상작 소식을 전했던 사람들은 이 엉뚱한 장난 덕분에 자신의 메세지를 수정해야만 했다. 만화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짜 시상식이 전혀 적절하지 않은 유머였다고 페스티벌 주최측을 강력히 비난했다.
만화 연구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브뉴와 페테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짜 트로피는 진짜 시상식의 임펙트를 약하게 만들었고, 여러 작가와 출판사들을 잔인하게 상처를 입혔다"라는 메세지를 남겼다.
페스티벌 디렉터인 프랭크 봉두는 이에 대해 전혀 사과를 하지 않았다.
기자 컨퍼런스에서 그는 “모든 사람들이 오늘 시상식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사회자가 장난치려는 의도가 분명히 보이도록 광대 옷을 입고 있었으며, 가짜 수상작들의 이미지가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지도 않았고 트로피가 수상자들에게 주어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들에게 상을 받으러 무대로 올라오라고 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이것이 세상을 조롱하고 그 자신을 조롱하는 예술인 ‘만화’의 시상식이라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다.”라고 가짜 시상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을 주관하는 회사 뇌비엠 아트 플러스(9eme art plus)는 2016년 여름부터 ‘작가 작곡가 국가노조(SNAC : Syndicat National des Auteurs et des Compositeurs)’의 만화 분과 작가들이 참석한 여러 차례의 회동을 통해서 참여 작가 처우에 대한 개선책과 그랑프리 선정과정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 첫 번째, 수상작 후보 선정위원회에서 남녀 작가의 비율을 동등하게 유지하는 조치이다. 이것은 성차별에 반대하는 여상작가 모임의 주장으로 이루어진 변화이다.
- 두 번째, 만화작가라는 직업, 작가의 지위와 관련된 실용적 정보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포함한 작가의 날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미리 등록한 작가에 한하여 2시간 정도가 되는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 세 번째, 앙굴렘 시청사의 뜰 안에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작가들을 위한 정보공간, 휴식공간, 바, 콘서트, 전시와 기타 행사들을 위한 장비가 구비될 것이다.
- 네 번째, 페스티벌 그랑프리는 남녀를 포함한 작가들을 통해 선정된다. 2016년의 예에 따라 작가들은 2차에 걸쳐 투표한다. 또한 자체적인 확인 시스템을 통해 투표에 참여할 작가들은 자신이 투표인단 리스트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3. 프랑스 만화의 실질적인 모습을 알아보는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 ‘에따 제네로 드 라 베데(etats genereux de la bd)’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경까지 프랑스 만화는 양적 질적 성장이 있었다. 때문에 많은 소규모 출판사들도 등장했고 대규모 출판사들도 컬렉션의 수를 늘려가며 출간만화의 숫자를 늘려갔다.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만화시장은 잘 버티고 있는 편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경제 불황이 계속되고 만화가 영화, 게임과 같은 다른 여가 거리와 경쟁하게 되면서 만화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요즈음의 전반적인 지적은 출간되는 만화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신인, 중견을 불문하고 출간 계약서가 점점 작가에게 불리하게 변해가고 있으며 그 때문에 만화가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고 있다.
△ EGBD의 사이트
이 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에따 제네로 드 라 베데(etats genereux de la bd 이하 EGBD)’라는 모임이 생겨났고 2015년 작가들에 관한 대규모의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2016년에 프랑스 만화 작가들의 수, 교육, 노동조건, 수입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보고서가 소개되었다.
EGBD가 시작된 이유를 알려면 프랑스 만화가들의 사회보장 시스템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사진, 만화일러스트레이션, 미술, 음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메종 데 아티스트(maison des artistes)’ 혹은 ‘아제사(agessa)’라는 기관에 등록해서 건강보험과 연금보험 그리고 다른 몇 종류의 세금을 내고 있다. (물론 소득세는 세무서에 따로 낸다.) 이 밖에도 RAAP-IRCEC이라는 보조 연금보험에도 납입을 해야 한다. 보조 연금보험은 그 동안 작가의 수입에 따라 A, B, C, D등급으로 정해진 금액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납입하는 방식이었으나, 연금 재정이 부족해진 프랑스 정부는 몇 년 전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보조 연금 보험의 납입료를 연수입의 8퍼센트로 상향해서 일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장의 생활도 걱정되는 마당에 일반 연금보험뿐만 아니라 보조 연금 보험료까지 더 내라는 정부의 요구는 만화가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연수입의 8퍼센트면 한달 수입이 고스란히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작가들과의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이루어진 정책 변화에 만화가들은 분노했고 이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만화가이자 만화시나리오 작가인 ‘브뉴와 페테스’는 어느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조 연금 문제는 만화관련 직업의 깊은 위기를 반영하는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금 보험료 인상문제에 대한 해결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상황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2014년 생 말로(Saint-Malo)만화페스티벌‘에서 그의 생각을 동료 작가들에게 설명했고, 이듬해인 2015년, 앙굴렘에서 EGBD가 본격적으로 출범한다. 그는 이 모임에 사회학자, 경제학자, 역사가, 만화이론가 등도 참여시켜 그들이 EGBD가 얻은 자료들을 분석하고 견해를 밝힐 수 있도록 했다.
EGBD는 크게 10가지 축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1. 만화작가에 대한 조사
그들은 몇 명이나 되고, 무엇을 하고, 어떻게 수입을 얻고 있는가?
2. 만화시장
출판사와 출간, 판매에 대한 현황조사.
3. 만화학교
누가 무엇을 가르치는가?
4. 만화독자
누가 만화를 읽고 어떻게 읽는가?
만화의 배급, 만화의 대여, 디지털 만화의 소비
5. 서점과 배급망
누가 만화를 팔고 어떻게 파는가?
6. 디지털의 문제
새로운 방식의 생산, 배급, 소비에 관한 연구
7. 다양한 문화 자산 중에 만화의 위치
타 예술과 비교한 만화의 예술적 정당성
8. 수집에서 예술시장까지
원화 판매 등 만화 관련 상품 시장의 변화
9. 페스티벌
현존하는 만화 페스티벌의 경제, 문화, 교육적 측면에 대한 연구
10. 만화작가의 결집 : 그 성공과 실패의 이해
권익보호를 위한 만화가들의 결집
연구의 첫 단계인 만화 작가들의 조사를 위해 EGBD는 SNS를 통해 설문지를 배포하였고 2015년 9월부터 11월까지 약 1,500명의 만화작가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2016년 분석되고 발표된 조사 결과를 통해 다른 문학 직업군과는 다른 만화 직업군의 특징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문학 직업군에서 작가는 대개 교사나 기자, 출판사에서 일하며 문필가의 일은 부업과 같은 것인데 반해 만화가들은 만화작업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만화가의 일이 부업이 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다. 프랑스 문화부와 다른 공공기관들은 만화가들의 직업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체 여타의 문학 작가들과 같은 범주에 놓고 정책을 시행해서 만화가들이 사회보장 시스템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이도록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공연, 영화 예술 종사자들은 엥테르미땅 (intermitternt du spectacle)이라는 제도를 통해 일 년에 석달 이상 법정 노동시간 정도 일을 하면 일을 쉴 때도 몇 개월간 실업수당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만화가에게는 그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EGBD는 2016년에 앙굴렘에서 컨퍼런스를 열고 그 동안의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윤보경 작가가 글로벌 리포트 10월 기사에 소개하고 있다.?해당기사보기)
그리고 앞에서 제시되었던 10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분석을 계속할 계획이다.
프랑스 국내의 디지털 만화의 현황과 시장변화는 주요 매체들(만화 관련지. 주요 주간지)의 관련기사와 프랑스 만화 기자 비평가 협회(ACBD : association des critiques et journalistes de bande dessinee)가 발행한 《유럽 불어권 연간 만화 생산 보고서(Rapport sur la production d’une annee de bande dessinee dans l’espace francophone europeen)》의 2015년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2016년 연간 보고서는 아직 발행되지 않았다.)
ACBD보고서에 의하면 프랑스 시장 내에서 디지털 형태의 만화 배급에 대한 정확하고 비중있는 자료를 구하기는 힘들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디지털만화는 아직도 주변부에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만화계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취합해보면 디지털만화가 전체 만화 시장의 1퍼센트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장르보다 빠른 확장세를 보이는 망가를 중심으로 디지털만화의 판매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2015년부터 디지털 만화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다수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들은 디지털 텔레비전 채널들이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이 만화책의 권당 가격을 동일화하거나 월정액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 프랑스 디지털 만화업계의 선두주자 izneo사이트
업계 선두주자 이즈네오(izneo)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즈네오(izneo)는 프랑스 디지털만화 업계의 선두주자이다. 뒤피, 다르고, 르롬바르 등의 만화출판사들과 만화영화 제작사 엘립스, 아동도서 출판사 플레뤼스 등을 소유한 대형 미디어 그룹 미디어 빠띠시빠시옹(Groupe media participation)에 의해 설립된 이 회사는, 2016년 1월 프랑스 최대의 도서, 음반, 전자제품 판매회사인 Fnac이 자본의 50퍼센트를 소유하는 투자자로 들어옴으로서 사세를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이즈네오에는 현재 30여개 출판사의 만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 중에는 다르고, 르롬바르, 카스테르만, 뒤피 등 대형 출판사의 만화들뿐만 아니라, 망가와 브라움 와룸 등의 대안만화 출판사 만화들도 포함된다. 창사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6백만 부의 만화가 이 플랫폼을 통해 읽혀졌다고 한다.
이즈네오의 서비스는 대략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5.99유로부터 시작하는 전자 만화책을 구입하거나, 1.99유로를 내고 10일 동안 만화를 읽을 수 있는 대여 시스템, 월 9.99유로를 내고 무제한으로 만화를 읽을 수 있는 월정액제. 또는 50유로나 100유로를 미리 지불하고 구매할 때마다 그 금액을 제해 나가는 방법 등이다.
이 업체는 디지털만화로 출시되는 만화의 99퍼센트인 14,000여 앨범을 보유하고 있다. 이즈네오의 사이트와 타블렛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직접적인 판매뿐만 아니라 경쟁업체인 애플, 구글, 코보에 만화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즈네오의 전자만화는 pc와 애플, 안드로이드 기반 타플렛에서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이 업체는 2015년 11월 도서관 전자 대여시스템(PNB : pret numerique en bibliotheque)에도 가입해 도서관 이용자들이 원거리에서 만화를 읽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과금 체계와 정확한 이용방법에 대한 정보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이즈네오는 다양한 외국의 디지털만화 플렛폼과 협력해 자신들의 타이틀을 소개하고 있는데, 영어권에는 유럽코믹스(europe comics) 네덜란드어권에는 이에하(yieha)등이 있다.
그 외의 디지털만화 플렛폼들
아마존에 매각된 미국의 전자 만화 플랫폼 코믹솔로지(comixology) 역시 2년 전부터 프랑스에 자리를 잡았다. 이 플랫폼은 프랑스 출판그룹 델꾸으(delcourt)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이즈네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또 다른 전자 만화책 플랫폼인 아브 코믹스(Ave comics)는 2012년 전자책 기기 제조사인 코보(Kobo)에 인수되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의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 만화전문 서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 만화사이트 sequencity
2014년부터 시작된 시퀀시티(Sequencity)는 12,000권의 전자만화를 소개한다. 이 사이트에는 만화 배급망 canal BD와 109 개의 독립 서점들이 참여하고 있다. 만화서점 종사자들은 마치 자신의 서점에서 고객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책에 대한 적극적인 소개와 추천의 말들을 사이트에 남겨 놓는다. 시퀀시티는 만화서점과 디지털만화를 ‘화해’시키는 공간, 그리고 디지털구매에 인간적인 측면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창업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서점과 시퀀시티간의 이익분배는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찾을 수는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아직도 블로그 만화들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블로그베데(blogsbd.fr)는 프로 혹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들의 블로그 만화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블로그베데의 작가 항목을 클릭하면 작가 블로그 사이트로 바로 이동해서 만화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이다.
2005년부터 블로그 만화가들을 모아 오프라인 행사를 열던 페스티 블로그는 wedoBD로 타이틀을 바꾸어 행사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300여 명의 작가가 행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주최 측은 그들 행사의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인간적이고 장인적인 측면을 지켜나가면서 행사의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블로그 만화들의 출판만화화도 꾸준한 편인데 2014년에는 77편의 블로그 만화가 출간되었고 2015년에는 90편으로 늘었다.
△ 2016년부터 한국 웹툰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델리툰
웹툰 형식의 디지털 플렛폼 델리툰
델리툰은 다른 만화 플렛폼들과는 아주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의 웹툰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여 만들어진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델리툰은 한국의 웹툰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소개해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다른 사이트의 만화들이 페이지 만화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디지털화해서 소개하고 있는 반면에 델리툰은 한국의 스크롤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델리툰은 이 방법이 다른 사이트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스마트 폰을 통한 만화 읽기에 유용하다고 설명한다.
이밖에도 다른 사이트들이 권당의 판매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델리툰은 에피소드별 판매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특징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설립자 디디에 보르그가 편집자로 있던 카스테르만 출판사의 만화들을 디지털화 해 소개하고 있었는데 2016년부터 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해 바스티앙 비베스의 〈라스트 맨〉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웹툰 타이틀만을 소개하고 있다.
△ 프랑스 전국의 만화 전문 서점 분포도
프랑스에서는 만화전문 서점을 중심으로 하는 오프라인 만화시장이 견고한 편이다.
디지털만화는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
필자가 만화가들과 평론가,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것을 종합해보면 프랑스 시장에서 디지털 매체를 통한 만화소비가 주류로 들어서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프랑스 독자들은 여전히 오브제를 손에 쥐는 것을 선호하고 디지털만화에 대한 홍보도 아직은 소극적인 상태다.
프랑스 전국에는 수많은 만화 페스티벌과 원화 중고만화시장과 같은 오프라인 시장이 견고하다. 그리고 아직 많은 만화를 판매하고 있고 페스티벌에 만화를 공급하며 그것이 유지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화전문 서점들이 디지털만화시대가 오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대안이 없다면 오프라인 시장의 주체들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5. 프랑스 서점에서 한국만화가 사라지고 있다?
필자는 최근 2년간 프랑스의 꽤 많은 만화서점과 만화페스티벌들을 방문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것은 한국만화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괜한 걱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ACBD보고서에 나온 2015년 불어 번역 외국 만화 통계를 보니 한국 만화의 숫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 2000년 부터 2015년까지 불어 번역 만화의 주요 공급국가와 번역된 만화수를 보여주는 ACBD보고서의 도표.( Coree가 한국이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외국 번역만화 표를 보면 한국 만화는 2006년 259종이나 프랑스에 진출해서 일본 다음으로 많은 수가 프랑스에 진출했지만 2015년에는 21종에 불과하다. 33종의 중국만화보다 적은 수치이다.
프랑스 만화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기 임에도 불구하고 미국만화와 일본만화는 꾸준히 숫자를 늘려가고 있는 반면 한국만화는 뚜렷한 하향세다.
최근 델리툰이 한국 웹툰을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2016년의 수치는 이것보다 많아질지도 모르지만 델리툰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이전의 내용에서 확인했듯이 프랑스의 디지털만화는 전체 만화시장의 1퍼센트를 조금 넘을 뿐이다. 한국만화가 웹툰을 중심으로 한 홍보에 치중하면서 출판만화를 소홀이 한다면 99퍼센트의 시장을 놓치는 셈이다.
프랑스의 디지털 만화시장을 공략하면서 이곳의 시장이 변화했을 때 선두 주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한국만화를 프랑스 독자들이 접해서 관심을 유지하게 해주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많은 만화상이 있는데 디지털만화의 경우, 이 만화상의 심사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개인적으로 중국만화의 프랑스 접근 방법은 한국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중국인이 프랑스에서 설립한 페이 출판사는 프랑스의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지속적으로 부스를 마련해 중국 만화를 소개 중이며 프랑스 만화관련지에 광고를 자주 내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 중국 여성이 프랑스에서 설립한 중국만화 전문 페이 출판사(edition fei)의 사이트
이곳에서 펴낸 〈산 마오(san mao)〉는 2015년 앙굴렘페스티벌의 ‘문화유산상’을 수상했고 〈야야의 산책(balade de yaya)〉은 2012년 앙굴렘페스티벌에서 ‘prix des ecoles상’을 수상했다. 페이 출판사는 최근에는 중국 전통 연화화까지 출간하고 있다.
프랑스의 미디어 그룹 메디아 빠띠시빠시옹도 최근에 ‘urban china 컬렉션’을 만들고 중국 작가들의 만화를 소개하고 있다.
△ 메디아 빠띠시빠시옹 그룹이 설립한 중국만화 전문 컬렉션 urban china.
메디아 빠띠시빠시옹은 디지털 만화 회사 izneo를 설립한 회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