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2014 만화 플랫폼의 도전과 실험

최근 만화판 상황을 살피기에 앞서 살펴야 할 지점이 있다면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등장이다. 다양한 논란과 기대 끝에 2009년 말 아이폰3Gs가 국내 정식 수입되었다. 이미 수입 전부터 상황이 심상찮음을 감지한 이들은 스마트폰이란 물건이 무엇이고 어떤 콘텐츠 시장이 가능할지에 관해 탐색하기 시작했다.

2014-10-31 서찬휘
■ 만화 플랫폼 현황

① 3년, 적응기라기엔 적잖게 고통스러웠던 시간

20141029_첨부이미지_1_아이폰3Gs.jpg
 

최근 만화판 상황을 살피기에 앞서 살펴야 할 지점이 있다면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등장이다. 다양한 논란과 기대 끝에 2009년 말 아이폰3Gs가 국내 정식 수입되었다. 이미 수입 전부터 상황이 심상찮음을 감지한 이들은 스마트폰이란 물건이 무엇이고 어떤 콘텐츠 시장이 가능할지에 관해 탐색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게임으로 큰 수익을 올렸다더라 하는 소식이 들려오자 망 사업자인 이동통신사가 일방적 폭리를 취하던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변화가 예고됐고, 만화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굉장히 다양한 각도에서 시선이 집중됐다. 일례로 아이폰이 들어오기 직전 네이버는 발 빠르게 움직여 무료 웹툰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아이폰과 아이팟용으로 내놓으려다가 “새로 등장하는 시장마저 무료가 우선하는 구도로 만들 것인가”라는 만화계 내부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 일은 만화계가 웹툰이라는 새 매체의 형성기에서 소비 가치를 채 세우지 못했던 데에 따른 반작용이 적극적으로 표면화한 사례였다.
 
스마트폰 시대, 나아가 아이패드를 위시한 태블릿의 등장으로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만화계는 전과 다른 콘텐츠 유료화 시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흐름이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그 3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고 하니, 일단 스마트 디바이스용 앱을 기반으로 한 만화 플랫폼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다소 지지부진했다.

시장 확장 가능성을 보고 도전했던 여러 기업들은 시장과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무너져 내렸고, 만화잡지 『윙크』가 앱 잡지로 전면 전환한다거나 『챔프』가 앱 잡지와 종이 잡지 출간을 병행한다거나 했지만 역시 아주 큰 반향을 얻진 못했다. 일부 인기 작가들이 직접 앱을 제작하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마찬가지 결과를 낳았다.

요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는데, 기대보다 도서 성격을 띠는 콘텐츠를 유료로 구입하는데 다소 박한 인심을 보인 대중들의 성향과 출판만화의 앱 기반 콘텐츠화가 카드 번호를 꺼낼 만큼의 매력을 주진 못했다는 점, 웹툰이 돈을 내고 볼 매체로 인식되지 않았다는 점, 돈 내고서라도 보고 싶게 하는 확실한 신규 스타 콘텐츠가 나와주지 못했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마켓에서 받은 앱 안에서 스토어를 따로 연다는 것도 콘텐츠 결제에 박했던 국내 대중들에겐 다소 번거롭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콘텐츠 파워가 있을 때 상쇄될 수 있는 약점이었다는 점에서도 이 시기의 난맥상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만화판 상황은 몹시 복합적이어서 어느 하나를 원인으로 꼽을 순 없다.

이 지리멸렬해 보이던 3년의 막바지에 터져 나온 상황들은 꽤 절망적이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이용자 수를 앞세워 콘텐츠 마켓을 형성해 보려던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지가 몹시도 안일한 방향 설정과 전략 부재로 2012년 말을 기점으로 처절하게 실패했고,  비슷한 시기 웹툰을 다루던 포털 야후와 파란이 2012년 12월 31일과 이듬해인 2013년 7월 31일 연이어 문을 닫는다. 만화를 취급하던 포털 두 곳이 문을 아예 닫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학습·교양을 잠시 제쳐놓고 보자면 대중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만화는 웹툰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 지가 오랜데, 심지어 웹툰이 곧 포털 웹툰이고 그게 전부다시피했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 웹툰을 다루는 업체가 다음·네이버·네이트 3사만 남았다는 건 시장이 확장은커녕 현상유지 상태에서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웹툰에서 포털의 영향력만을 재확인하게 됐다는 점을 말한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콘텐츠 판매는 게임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웹툰은 그렇게 변화를 멈추는 듯해 보였다. 2013년 중반이 오기 전까지는.


② 격동 2년, 비 포털 웹툰 플랫폼의 대폭발기


20141029_첨부이미지_2_레진코믹스.jpg
 

상황은 ‘프리미엄 웹툰 서비스’라는 슬로건을 내건 레진코믹스가 2013년 6월 7일 첫 발을 내딛으면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레진코믹스가 시동을 건 지 1년 4개월 여가 지나는 동안 웹툰을 비롯한 만화판은 그야말로 격동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시기를 겪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진코믹스 출범 이후 1년 사이에 등장한 웹툰 플랫폼만 해도 KT의 올레마켓 웹툰을 비롯해 키위툰, 카툰컵, 티테일, 탑툰, 커피코믹스, 판툰, 제트코믹스, 곰툰 등 9개다. 절치부심 끝에 웹툰·웹소설 중심 전자책 앱으로 재등장한 카카오페이지까지 치자면 10개에 달하는 포털 밖 웹툰 매체가 난립했던 셈이다.

재밌는 사실은 이 가운데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곳은 레진코믹스와 올레마켓 웹툰, 탑툰, 곰툰, 티테일, 카카오페이지 정도로 절반이 사라진 셈이다. 나머지는 소속 작가를 노예계약으로 부리려다가(키위툰), 또 관공서 지원사업만 믿고 나왔다가 정작 따내지 못해서(커피코믹스), 또는 투자자가 투자자 자신의 사업 부진을 이유로 해당 사이트에 손을 떼는 바람에 다른 투자자를 찾지 못해서(제트코믹스) 같은 이유로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외에 재벌 3세가 설립해 화제를 모았던 툰부리의 경우 레진코믹스 이전에 등장했지만 극우적 주장을 서슴지 않던 윤서인 씨를 관리자로 앉히면서 역효과에 가까운 화제를 모았고, 결국 2년 3개월 만인 2014년 10월 31일자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러한 연쇄 폐쇄 사태는 상당수 업체들이 준비 없이 레진코믹스와 올레웹툰의 상업적 성공을 보며 “웹툰이 돈 된다”라는 생각에 무작정 뛰어든 결과라 할 수 있다.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등장한 카카오페이지는 비교적 높은 고료를 책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시 나온 이후 콘텐츠로 이슈 선상에 오른 일이 많지 않다.

결국 이 복마전 같은 상황을 거쳐 지금까지 남은 매체들 가운데 눈에 띄는 성장세와 화제성을 갖춘 곳은 레진코믹스, 올레웹툰 그리고 탑툰이다. 이 세 곳의 상황을 잘 보면 웹툰 플랫폼의 생존 법칙이 무엇인지를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레진코믹스는 시작 단계에서 인기 만화가와 포털 아마추어 만화 게시판 등지에서 이미 주목 받던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 화제성과 품질을 함께 챙겨내는 한편 기존 포털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성인이 만족할 만한 이야기들을 대거 들여옴으로써 기존에 없던 유료 결제를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초반부터 기존 만화 업체와는 전혀 다르게 숫자를 이용해 영리한 여론전을 펼쳤고, 가치를 부풀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 확장에 이용하는 수완을 보여주었다. 1년 만에 회원수 110만에 연재작품 270편, 게임 제작사에서 투자 50억을 끌어낸 건 다분히 공격적이면서 잘 짜인 노출 전략 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덧글을 없앤 전략도 오히려 피드백 폭풍에 지친 작가와 독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20141029_첨부이미지_3_올레마켓웹툰.jpg
 

올레마켓 웹툰은 이동통신사 KT가 만화 3만 권이라는 대원씨아이와의 물량공세 제휴를 끊고 강풀, 윤태호, 주호민 등 유명 만화가들이 직접 세운 에이전시 누룩미디어가 웹툰 사업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누룩코믹스(현 투니드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으면서 태어났다. 준비 기간은 다소 짧은 편이었지만 SK의 포털 네이트가 출판만화의 디지털라이징화에서 웹툰 중심으로 개편했다가 반응이 적다는 이유로 얼마 안 되는 기간에 작가들을 내치는 사고를 치면서(!) 누룩미디어 소속 작가들의 옛 작품과 네이트에서 연재를 종료 당한 작가들의 신작, 여기에 다급하게나마 받아낸 신인들의 작품까지 모아 두 달 만에 제법 구색을 갖춘 웹진을 만들 수 있었다. 레진코믹스와는 달리 유료화 정책은 펴고 있지 않지만 이동통신사라는 강력한 동력을 확실하게 꿰어 차고 있다.


③ 비포털 웹툰 생존 3사에서 도출할 수 있는 웹툰 플랫폼 생존 법칙

20141029_첨부이미지_4_탑툰.jpg
 

반면 탑툰의 경우는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대부분의 만화를 성인향 에로로 채움으로써 사이트의 색깔을 명확하게 특화했다. 드러내놓고 포털 검색 키워드에 어뷰징 마케팅을 도입함으로써 다른 웹툰 사이트 이름을 검색할 때 자사로 들어오게끔 하면서 대대적인 논란을 일으켰고, 초반 슬로건은 아예 레진코믹스의 “프리미엄 웹툰 서비스”를 그대로 들고 오기도 했다. 여기에 네이버 웹툰 덧글에 탑툰 링크를 도배한다거나, 페이스북 그룹들에 마구잡이로 링크를 뿌린다거나 아예 여성 속옷·수영복 모델 화보를 올리며 링크를 뿌린다거나 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업체의 항의에는 영세하여 마케팅 팀을 내부가 아닌 외주를 주어 하고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현재도 딱히 고쳐지진 않았다.

이는 각 콘텐츠의 질이나 수준을 논한다거나 공정성에 관한 만화계 차원의 비판이 이들에게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음을 뜻한다. 실제로 탑툰은 레진코믹스가 1주년 당시 회원수 110만 명을 돌파했다는 자료를 냈을 때 우린 200만 채웠다며 불쑥 자료를 내미는가 하면, 1년 5개월 만인 2014년 10월 말 현재는 유료 회원 600만을 넘겼다고 밝히고 있다. 누가 옆에서 무어라 하든 우린 장사 잘하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이 세 곳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웹툰 플랫폼의 생존법칙은 무얼까. 화제성 있는 작가의 신작, 넘쳐나는 물량 공세, 이슈 파이팅, 퍼부을 수 있을 만한 자본력 또는 든든한 자본과의 제휴, 그도저도 아니면 아예 만화 바닥에서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확실하게 돈 버는 데에 집중하기다. 특히 탑툰의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이들은 남들이 욕하든 말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선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그 막무가내 방식을 따라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없어졌거나 반응을 얻지 못하는 곳들에게 빠진 한 가지를 탑툰은 갖고 있고, 그로 말미암아 내용이 어떻든 욕을 먹든 말든 살아 남아 있다. 그게 바로 웹툰 플랫폼의 생존법칙 그 자체다. 웹툰 플랫폼은 어쨌든 지속적 상업적 흥행과 외부 노출이 우선해야 유지가 가능하고, 여기서 의미 있는 방향성은 실상 1차로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만화를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 또는 도구를 표방하던 사이트도, 아마추어 작가들의 데뷔 공간을 표방하던 사이트도 그것만을 우선하고 만화로 돈을 벌 방법을 찾지 못할 때 빠르게 사라져갔다. 탑툰의 마케팅 방식은 몹시 위험천만하고 불공정하지만 최소한 이들은 돈을 만들 줄은 알았고 어쨌든 많은 작품을 연재 중이며, 심지어 초반과 달리 점차 그럴싸해 보이는 콘텐츠들을 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에로 표현의 선은 한국 현실 속에서 여전히 전혀 봐줄 만한 수준이 아닐지언정, 어쨌든 그나마도 지갑을 열게는 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게 중요하다.

20141029_첨부이미지_5_케이코믹스.jpg

레진코믹스도 올레만화 웹툰도 방향은 다소 다르지만 최소한 살 방법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니 매체라면 일단은 살 방법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 최근 매니지먼트 업체로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오늘의 웹툰’을 제공하던 케이코믹스가 웹진을 직접 내고 나오는가 하면 역시 예비 만화가들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보이고 있는 타다코믹스 같은 곳도 있다. 앱 만화 쪽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큰돈을 짊어지고 덤비려는 회사가 있다느니 하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다. 


■ 만화 플랫폼의 해외 진출

격변은 국경을 넘나든다. 10년을 채운 웹툰은 이제 바깥을 내다보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한류 상품으로 만화를 언급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열린 웹툰 전시관을 통해 외국어로 번역된 웹툰이 공개된 바 있는데, 번역 품질에 문제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나, 전반적으로 외국에서 통할 만한 작화 품질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포털 웹툰이 규모 면에서 국내가 좁아졌다는 면으로 읽을 수 있겠다. 네이버는 전 세계 5억 명이 가입한 스마트폰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한 라인 웹툰을 통해 자사 작품들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다음이다. 다음은 자체 메신저인 마이피플이 점유율 면에서 워낙에 형편없는 상황이라 직접 진출을 하기보다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북미권으로는 북미권 웹툰 서비스로 등장한 타파스틱을 통해 자사 웹툰을 내보내기 시작했는데, 일본어권으로 내보내려는 창구가 NHN플레이아트라는 점이다. NHN플레이아트는 NHN엔터테인먼트의 일본 현지 법인으로, 한게임을 전신으로 하는 NHN엔터테인먼트가 13년 만에 네이버와 분사되어 남남인 입장에서 네이버 웹툰의 경쟁사인 다음 만화속세상의 웹툰을 일본으로 소개할 예정이라니 굉장히 재미난 대결구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NHN플레이아트는 다음 웹툰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것뿐 아니라 반대로 한국으로 일본의 웹툰을 소개하려 들고 있다. NHN플레이아트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comico(이하 ‘코미코’)라는 일본판 웹툰 서비스를 시작해 왔는데, 2014년 10월 13일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웹툰이란 형식 장르가 한국에서 발명된 이래 10여 년 간은 본격적으로 스크롤 방식의 만화를 구현해 온 나라는 한국뿐이었다면, 코미코의 등장은 이제 일본을 비롯해 해외에서도 일정 부분 이 형식이 눈에 익었다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심지어 <시마 과장>의 히로카네 켄시가 데뷔 40주년 기획이라면서 스크롤로 편집한 3부작 원고 <소년 시마 코사쿠>를 투고하기도 할 정도다. 코미코 한국판에선 일본 작가들의 웹툰은 물론 강도하, 남지은·김인호 등 우리나라 작가들의 신작도 만날 수 있어서 사실상 매체의 국가 경계가 허물어진 인상을 받는다.


20141029_첨부이미지_6_comico.jpg
 

코미코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일본에서 600만 누적 다운로드에 97개 작품, 3천 화 분량 웹툰이 서비스 중인데다 다운로드와 이용자 수 면에서 1~2위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고 하니 양국간의 웹툰 콘텐츠 시장이 중첩과 교차를 반복하는 데에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본과 영향력을 확보한 업체가 국내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은 커피코믹스나 키위툰 등 일부 게임업계 출신들처럼 만화를 쉽게 보고 접근하려 들던 이들은 더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판세가 짜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웹툰은 규모와 자본의 싸움이다. 만화가들이 그 사이에서 얼마나 권리를 잘 챙길 수 있느냐 또한 물론 중요하겠다.

한편 일본 만화의 대표선수라 할 수 있는 『소년점프』는 이번에 『소년점프 플러스』라는 앱을 내 인기 작품을 디지털로 공개했다. 한국에선 콘텐츠 파워 미비와 독자 이반 현상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종이 잡지 모델이지만 다른 작품도 아니고 <원피스>, < 쿠로코의 농구> 등을 대거 내세운 일본의 대표 선수는 어떤 결과를 낼까 주목된다. 특히 일본은 출판만화의 독서경험이 여전히 독자들 사이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나라여서 웹 환경에서도 웹툰이 아닌 출판만화 형식을 딴 ‘웹코믹’이 더 오래 자리하고 있던 터, 출판만화 최강자의 디지털라이징은 충분히 주목해 볼만한 사안이라 하겠다.


■ 만화 플랫폼의 다양한 실험들

한편 이렇게 격렬한 변화를 겪고 있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만화 옆도 전에 없이 자못 분주하다. 이쪽의 변화는 지난해부터라 할 수 있다.
먼저 만화 없는 만화 웹진을 표방하는 에이코믹스가 등장했다. 만화 리뷰와 뉴스, 칼럼과 순위를 게재하는 웹진인데 만화가 윤태호·영화 칼럼니스트 김봉석이라는 조합이 상당히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수익 창출 방안에 우려가 컸지만 어쨌든 어렵게나마 한 해를 넘기며 계속해서 기사를 생산해내고 있다.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의 공지 게시판 옆자리에 한 카테고리로 기사 제휴를 하고 있는데 미디어다음 측이 좀 더 전폭적으로 나섰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네이버가 웹툰 연재란은 아니지만 자사의 저술 콘텐츠 게시란인 네이버 캐스트를 통해 만화 비평을 연이어 ‘연재’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20141029_첨부이미지_7_BOGO.jpg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매체 지원 사업을 통해 등장한 잡지들도 눈에 띈다. 웹툰이나 장르만화처럼 엔터테인먼트적이진 않으나 만화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는 분야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끔 지원하는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만화가들의 직접 참여로 제작되는 『살북』, 『쾅』, 『우주사우나』 그리고 문예와 만화의 만남을 꾀한 『이미지앤노블』, 실험과 대중성의 중간을 꾀하는 『보고』가 등장했다. 실험과 파격을 꾀하는 인디·언더적 감성과 재기발랄한 발상이 돋보이는 이들 잡지에 이어 2014년 2차 지원에서는 카툰 무크지 『CARTOON』과 만화가들의 창작 공간과 일상을 공유하는  『MANAGA』가 나온다. 우리만화연대가 기획하고 휴머니스트가 출간하는 『보고』는 올해는 원고료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 ‘월간희망 만화 무크’에서 ‘월간 무크’로 판올림한다. 이들 매체들은 엔터테인먼트 매체로서의 웹툰이 지니지 못한 부분을 만화계에 수혈하는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도 큰 역할을 해 주고 있다.

에이코믹스가 애써 분투하고 있는 만화 리뷰·평론계에도 매체 지원이 진행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만화 리뷰·평론 지원 사업에는 그동안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 줄었다는 한탄이 무색한 11:1의 경쟁률을 보여주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단순히 지원 사업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늘어나고 폭발 중인 만화판의 상황을 말해 보려는 이들이 어쨌거나 대거 쳐져 있던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영화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만화판이란 만화가들이나 만화 창작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걸 두고 떠들고 조명할 수 있는 이들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좀 더 클 수 있다. 웹툰과 더불어, 좀 더 다양한 색채와 논조를 담은 조명 매체들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다지도록 비단 지원기관뿐 아니라 업계 차원에서도 이젠 노력을 해야 할 때다.
필진이미지

서찬휘

* 만화 칼럼니스트. 
* 《키워드 오덕학》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덕립선언서》 등 저술.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백석문화대학교 출강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