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코믹스 편집장인 악셀 알론소(Axel Alonso)가 2014부천국제만화축제를 맞아 방한했다. 그는 미국 이주민 1세대로, 기자생활을 거쳐 90년대 DC코믹스에서 코믹스 업계 경력을 시작으로 현재 마블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엑스 맨>과 <스파이더 맨>은 그의 명성을 확고하게 해준 편집 작품들이다. 이번 축제에서 진행된 악셀 편집장의 강연 ‘미국 만화시장 히어로 되기’와 윤태호, 정연식 작가 등과 함께 한 정글 세미나, 인터뷰 등을 모아 소개한다.
악셀 편집장이 바라보는 만화시장 그리고 한국의 웹툰
현재 만화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14년 전만 해도 <아이언 맨>, <엑스 맨>, <어벤져스> 등의 미국 영웅을 아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수퍼 히어로를 알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마블 코믹스는 75년의 역사를 가진 <캡틴 아메리카>, 50주년을 맞은 <스파이더 맨> 등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마블 캐릭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만화는 영웅 이야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건이나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시대 흐름을 읽고 반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만화 웹툰의 선두 주자인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블과 같이 일을 할 경험과 능력이 있는 한국 작가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되었다. 또한 디지털 만화 시장을 앞서 개척한 한국 웹툰 제작자들의 제작방식, 독자들의 소비행태, 성향 등을 배우러 왔다.
현재 마블 코믹스는 26명의 편집자, 30개의 프로덕션 그리고 100여 명이 넘는 아티스트와 전 세계적에 걸쳐 일하고 있다. 물론 한국 작가들과도 작업하고 있으며, 한국의 재능 있는 작가에게 관심이 많다. 관심이 가는 작가를 꼽는다면 웹툰으로 큰 성공을 거둔 윤태호 작가, 그리고 미국에서 영화화까지 됐던 <프리스트>의 형민우 작가가 있다. 그리고 하얀 화면에 양쪽 끝에서부터 시작해서 작품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준 김정기 작가는 정말로 천재적이라고 생각한다.
김정기 작가가 드로잉쇼 공연을 펼쳐 보이고 있다.
디지털 만화 시장은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개척지라고 생각한다. 변하는 시대에 휴대용 기기는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위아래로 스크롤하며 볼 수 있는 웹툰은 매우 간단하고 쉽기 때문에 높은 시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현재 디즈니 코리아에서는 마블의 캐릭터를 이용한 2개의 웹툰을 준비 중에 있으며, 우리는 한국의 웹툰 시장을 분석하여 맞춤형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사업인 ‘인피니티 코믹스(infinite comics)’는 처음부터 디지털 판매를 목적으로 기획되어 판매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웹툰과 매우 유사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인피니티 코믹스는 웹툰과는 달리 가로로 스크롤 조작을 하며 무빙툰과 같이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한국의 웹툰 시장 분석을 참고하여 더욱 완성도를 높일 전망이다. 마블은 사업을 함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회사지만 ‘인피니티 코믹스’는 한국의 웹툰처럼 크게 성장할 플랫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큰 투자를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만화 시장은 종이 만화책과 디지털 만화가 공존할 것으로 예측하기에 디지털 시장은 새로운 가판대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한국 웹툰의 장점은?
한국 웹툰은 미국보다 앞서나간 디지털 플랫폼이다.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드라마가 펼쳐지는 이야기가 많은 것이 강점이다. 특히 윤태호 작가의 작품은 예술로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만화 역시 다양한 범주의 이야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시장의 90퍼센트가 히어로물이라고 볼 수 있다. 남은 10퍼센트는 지적이고 치밀한 구성을 가진 일반 소재의 작품들이 살아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웹툰은 정말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편집장으로서 바라보는 마블 코믹스
90년대의 마블은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그 이유는 미래 지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DC가 재능 있는 작가를 영입하여 시대에 맞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었을 때, 마블은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시류를 읽지 못하였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배웠으며 한 번의 파산을 겪은 후에야 모험적이지 못했던 성향을 벗어나 도전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독자층을 늘려가는 것이 목적이며 여성 독자가 늘고 있는 시장을 감안하여 최근 2년간 10명의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을 발표했다. 분명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도전이지만 우리가 최근에 시도한 ‘미스 마블’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성공했기 때문에 충분히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장은 독자층의 요구를 시대에 맞춰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회사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요즘 시대에 맞는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는가?
현대의 독자는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나 역시 그런 캐릭터가 있다. 그것은 인크레더블 헐크이며 그의 급한 성질을 보면 나의 성격을 겹쳐서 보게 된다. 마블의 작품은 실제 세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판타지의 세계가 아닌 뉴욕,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서울에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이야기를 같이 겪어 나간다. 이는 시대를 읽고 시대성을 반영하기 위한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해서이며 ‘미스 마블’의 성공사례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원작을 영화화 할 때 포인트가 있다면?
먼저 원작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다양한 시리즈 중에서 최근의 트랜드에 맞는 이야기를 선택하여 영화화를 진행한다. 이에 대한 작가와 스튜디오의 숙제는 충분한 준비와 협의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아이언 맨>의 토니 스타크의 캐스팅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기용한 것은 현대에 맞는 토니 스타크에 그가 가진 캐릭터가 적합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가 튼튼해야 하듯이 영화를 제작할 때도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블에서 새로운 시리즈를 개발할 때 고려하는 점은?
매뉴얼화 된 기준은 없지만 편집자의 직감을 중요시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내 부하 직원인 동남아시아 출신 사마 아마나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영웅을 만들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 동남아 영웅을 만드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본능을 믿었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허락했다. 그리하여 미스 마블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했고, 이 캐릭터는 성공하여 전 세계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마블과 함께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마블의 편집장으로서 말하자면 우리의 스타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소재를 찾고 분석하여 반영하는 다양성을 추구하여야 한다. 최고의 예술작품은 자신의 흥미와 문화 정체성, 영혼이 어우러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작가의 선택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며 작가들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나?
출판 등의 업무 경험 있는 작가만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으며, 스토리 작가보다는 그림 작가 쪽이 도전하기 더 쉽다. 예술에 기준이란 것은 없지만, 잘생긴 남자나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느끼는 감정처럼 직감적으로 눈이 가는 작품들이 있다. 물론 작가도 이를 이해하고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같이 일할 수 있는 편집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
작가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아래의 3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컷의 연출을 통해 효과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복잡한 페이지, 예를 들자면 액션신 등의 움직임이 많은 컷의 구성과 커피숍에서 대화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정적인 페이지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적절히 배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폭발을 위해서는 기폭제가 필요하듯이 자신의 특기가 액션신이라 할지라도 그 토대가 되는 반대의 조용한 장면이 없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만의 특색과 스킬을 살린 그림이 포함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이다. 6~10페이지면 충분하며 더 많을 필요는 없다. 또한, 첫 페이지를 최신으로 배치하되 날짜순으로 정리하면 작가의 발전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당신이 노력하고 있음을 충분히 어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공략해야할 편집자를 조사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가 어떤 캐릭터를 담당하는지, 취향은 어떤지를 말이다. 실제로 내가 유럽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알려지자 유럽 작가들이 나에게 많은 연락을 해왔으며, 이는 내가 실제로 편집자 업무를 하는데 굉장한 이점이 되었다.
장담컨대 전 세계 프로 만화가들은 이 기술들을 잘 연마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성공하고 있다.
마블의 작업 조건 그리고 보상은 어떤가?
작업 시간은 6~7주 안에 컬러까지 20페이지를 완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주어진 시간 안에 프로다운 높은 완성도로 마감하여야 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현실적인 스타일 그림체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세세하면서도 묘사력이 풍부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발탁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개성적인 스타일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보상의 경우 자세한 금액은 마블의 내사 규정상 말할 수 없으나, 인기 작가들은 커버 페이지 한 장에 약 4천불(한화 약 400만원)정도를 받는다. 고료는 즉시 지불되기 때문에 마블을 선택한 작가의 만족도는 높다.
선물로 증정된 김정기 작가 티셔츠를 들고 있는 악셀 편집장과 그의 부인, 애니 알론소. 애니는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인이다.
악셀 편집장이 말하는 마블의 미래
우리는 마블이다. 우리는 업계 최고의 유통사이고, 현실 속에서 살아 숨쉬는 5천 명의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시야를 가지고 작품의 다양성을 추구함에 두려움이 없다. 마블 코믹스는 업계의 선구자로서 계속 존재할 것이며 재능이 있고 발전적인 전 세계 프로 작가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그것은 한국도 예외일 수 없으며, 우린 언제라도 같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