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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믹스와 만화의 영상화] 웹툰의 영상화 동향

쉽고 빠르게. 대세는 웹툰이다. 웹툰은 ‘스낵컬처’(짧은 시간 동안 부담 없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트렌드) 시대를 이끌 주역이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는 작품은 1년에 570편 이상, 작가 수만 4600여 명에 이른다.

2016-08-30 김수민


들어가며
쉽고 빠르게. 대세는 웹툰이다. 웹툰은 ‘스낵컬처’(짧은 시간 동안 부담 없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트렌드) 시대를 이끌 주역이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는 작품은 1년에 570편 이상, 작가 수만 4,600여 명에 이른다. 웹 문화의 최전방에 자리 잡은 웹툰은 어느새 순식간에 우리의 일상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웹툰의 영상화 흐름. 웹툰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 게임까지 나오다 못해 이제 웹툰 자체를 소재로 한 드라마(MBC )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모양새다. ‘W’에서 만화와 현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웹툰 캐릭터 강철(이종석)처럼, 웹툰은 본래 주요 플랫폼인 스마트폰, 컴퓨터를 넘어 TV와 스크린까지 진출할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웹툰의 영상화, 어디까지 간 것인가.
△ MBC 수목 미니지리즈 W의 포스터

영화
웹툰의 첫 손님은 영화였다. 영화에서 웹툰이 보여준 성공은 포털 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서도 웹툰이 질기게 살아 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시작은 강풀이었다. 강풀의 ‘아파트’가 2006년 국내 최초로 개봉하면서 본격적으로 웹툰의 영화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08년 강풀의 ‘바보’와 ‘순정만화’가 같은 해 개봉했으며 2011년에는 중장년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개봉했다. 2012년에는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다양한 인물이 26년 뒤 학살의 주범을 단죄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26년’과 평범한 아파트 이웃들끼리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 스릴러물 ‘이웃사람’이 영화화됐다.
△ 강풀 원작 영화 <아파트>의 스틸컷
웹툰 영상화 흐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작가로는 강풀과 더불어 윤태호가 꼽힌다. 강풀과 윤태호는 ‘이름’이 갖는 브랜드파워가 독보적인 웹툰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2010년 개봉한 윤태호 원작의 영화 ‘이끼’는 해국이라는 남성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한 시골 마을을 찾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왔던 해국(박해일)은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 소식에 아버지가 거처해 온 시골 마을을 찾아간다. 언뜻 보면 평범하게 보이는 시골 마을은 섬뜩한 카리스마를 지닌 이장과 그를 이상하리만치 맹목적으로 따르는 마을 사람들로 인해 묘한 기류를 자아낸다.
△ 윤태호 원작 <이끼>의 스틸컷
또, 2015년 개봉한 ‘내부자들’은 정치, 언론, 그리고 어두운 뒷골목까지 보이지 않게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들의 배신과 의리를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큰 인기를 불러 모았다. 윤 작가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문사 주필이나 대기업 임원들과 식사 자리를 할 기회가 있을 때 이들은 ‘일반적 사람들의 사고체계와 좀 다른 게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노인들이 다 벗고 놀면서 젊은 웨이터가 들어와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아예 다른 세계 사람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태도라는 것. 이러한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덕에 영화는 감독판을 포함한 관객 수가 9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웹툰 원작 영화로는 독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 윤태호 원작 <내부자들>의 스틸컷
특히 영화에서 조폭 안상구 역을 맡은 이병헌은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하지"라는 우스꽝스러운 유행어를 낳으며 10회 아시안 필름 어워드 남우주연상과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최우수남자연기상에서 수상하고 가까스로 사생활 추문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 윤태호 원작 영화 <내부자들>의 스틸컷-2
또 웹툰 원작 영화로 인기를 끈 작품으로는 2010년 연재했던 Hun의 작품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있다. 이 작품은 2013년 김수현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져 700만을 관객을 동원했다. 달동네 슈퍼집 바보가 사실은 북한 최정예 스파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팬덤을 만들어내며 100만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웹툰으로 이후에는 뮤지컬 제작이 확정되기도 했다.
△ Hun 원작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컷
같은 해에는 정연식 원작의 ‘더파이브’와 이종규 원작의 ‘전설의 주먹’이 개봉했으며, 이듬해 기안84의 인기 웹툰 ‘패션왕’이 동명의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다.
하정우·차태현·마동석·이정재 등 호화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신과 함께’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원작은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로 인간의 죽음 이후 저승 세계에서 49일 동안 펼쳐지는 7번의 재판 과정 동안,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 되는 저승차사들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일에 동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이 작품은 2011년에는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 만화부분 대통령상 대상과 독자만화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그 밖으로는 신의 손을 가진 남자 허세가 빚 독촉에 시달리다 금자탕에서 목욕관리사들을 만나면서 이 세계에 입문하는 내용을 그린 웹툰 ‘목욕의 신’과 작가 서나래 씨와 가족의 에피소드를 그린 인기 웹툰인 ‘낢이 사는 이야기’ 등도 영화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기안84 원작 영화 <패션왕>의 스틸컷

드라마
영화가 웹툰의 첫 손님이라면 드라마는 웹툰의 단골손님이다. 웹툰의 드라마화는 역설적으로 드라마의 사회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도 있다. 2014년 방송된 tvN의 ‘미생’(윤태호 원작)은 늘 약자로 대표됐던 비정규직을 사회적 이슈로 꺼내 신드롬에 가까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사회 초년병인 장그래(임시완)의 눈으로 직장인의 냉혹한 현실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는 것. 바둑에서 외부를 향한 활로가 막혀도 죽지 않는 상태의 돌(완생)이 되지 못한 돌을 뜻하는 ‘미생’을 제목으로 하는 이 작품은 다음 만화속세상을 통해 2013년 시즌1이 시작돼 총 145화로 마무리된 바 있으며 2015년 11월부터 시즌2가 서비스되고 있다. 드라마까지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만 단행본이 200만 부가 팔렸으며 드라마가 일본에 수출돼 올해 6월에는 일본에서도 단행본이 출간됐고 중국에 드라마 판권이 팔리기도 했다.
△ 윤태호 원작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한국 드라마에서 거의 다루지 않던 노동문제를 전면에 다룬 jtbc의 ‘송곳’(2015) 역시 최규석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송곳’은 외국계 대형 마트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줄기가 된다. 현실에 굴복하지 못하는 주인공 이수인(지현우)과 냉철한 조직가 구고신(안내상)이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을 통해 담백하고도 냉철하게 한국 사회를 짚었다는 평을 받았다. 실제로 해당 작품은 제 6회 미디어공공성포럼 ‘언론상’을 받으면서 심사위원회로부터 "어느 보도 못지않게 저널리즘 역할을 잘해낸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 최규석 원작 드라마 <송곳>의 포스터
캐스팅부터 논란이 들끓은 웹툰도 있다. 올해 초 방영된 tvN의 """"치즈 인 더 트랩""""은 인기 웹툰 작가 순끼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여주인공 홍설 역에 김고은이 물망에 오르자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며 ‘치어머니(’치즈 인 더 트랩‘과 시어머니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치즈 인 더 트랩’은 결국 마지막 회 시청률 6.9%를 기록하며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제작사인 중국 한미(상해)영사문화유한회사와 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는 "영화 치인트의 여주인공 홍설을 맡을 여배우를 찾기 위해 한중 동시 공개 오디션을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순끼 원작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의 포스터
특히 케이블 방송사는 다양한 소재의 웹툰을 영상화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tvN의 ‘싸우자 귀신아(2016)’는 귀신이 보이는 눈을 떼기 위해 귀신을 때려잡아 돈을 버는 복학생 퇴마사 박봉팔(옥택연)과 수능을 못 치른 한으로 귀신이 된 여고생 귀신 김현지(김소현) 가 동고동락하며 함께 귀신을 쫓는 줄거리로 임인스의 웹툰 원작이다. 해당 웹툰은 누적 조회수 7억 뷰를 기록한 인기 웹툰. 첫 방송 시청률이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전국 평균 4.3%(최고 5.2%)를 기록할 만큼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이종범의 웹툰 ‘닥터 프로스트’는 2014년 ocn에서 드라마로 방영됐으며, 유현숙의 웹툰 ‘호구의사랑’은 2015년 tvN에서 드라마화 됐다.
△ 이종범 원작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의 한 장면
공중파 역시 웹툰의 영상화 흐름에 톡톡히 동조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의 ‘동네 변호사 조들호(2016)’는 잘 나가던 검사에서 동네 변호사로 변신한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대본과 내용 전개는 엉성하다거나 유치하다는 평이 적지 않았지만 ‘박신양이 곧 개연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신양의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들의 찬사는 뜨거웠다. 작가 해츨링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작가 김달님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MBC의 ‘운빨 로맨스’(2015)는 미신과 행운에 의존하는 여주인공 심보늬와 그와 반대로 세상 이치는 수학과 과학에 있다고 생각하는 공대 남자 제수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인기를 끈 류준열과 ‘드라마 퀸’ 황정음의 만남만으로 방송 전부터 관심이 쏠렸으나 시청률 10.3%으로 시작한 첫 방송 이후에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밖에 석우의 웹툰 원작인 KBS2의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조주희 원작의 MBC ‘밤을 걷는 선비’, 만취 원작 SBS의 ‘냄새를 보는 소녀’가 지난 한 해 공중파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 김달 원작 드라마 <운빨 로맨스>의 포스터

게임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게임의 강점도 크다. 젊은 연령층에 친숙한 주인공 캐릭터와 줄거리를 활용해 이용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대중성을 확보한 만큼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젊은 층의 만화 소비 방식이 출판 만화에서 웹툰으로 바뀌면서 만화가 아닌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하며 또 다른‘리니지 신화’를 꿈꾸고 있다. 특히, 최근의 웹툰들은 온라인 게임에 비해 소비 속도가 빠른 모바일게임과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와라! 편의점’, 와이디온라인의 ‘갓 오브 하이스쿨 with 네이버웹툰’, ‘신의탑 with 네이버웹툰’, ‘카페 드 쇼콜라 with 네이버웹툰’, ‘마음의 소리 with 네이버웹툰’ 등 인기 웹툰이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돼 이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석 작가의 웹툰을 게임화한 ‘마음의 소리’는 에피소드 형식의 웹툰인 점을 고려해 지구의 치킨 맛에 빠진 외계인이 조석과 애봉이의 치킨집을 침공한다는 게임용 시나리오를 별도로 제작했다. 대신 조석, 애봉이 등 웹툰 캐릭터 50여종이 그대로 등장하고 외계인을 무찌르는 애봉이의 스킬인 ‘강화성공’은 웹툰 1,007화에서 애봉이가 빵이 아닌 단단한 무기를 구워냈다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6 갓오브하이스쿨’, ‘외모지상주의’, ‘덴마’, ‘노블레스’ 등 다수의 웹툰 소재 신작 게임들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07년 12월부터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되고 있는 ‘노블레스’는 820년 전 깊은 잠에 든 주인공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가 현대의 서울에서 눈을 뜬 후 고등학생으로 현재 세상에 적응하면서 수수께끼의 조직 유니온과의 전투를 그리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누적 조회수 24억 회를 찍으며 명실상부 네이버 대표 흥행 웹툰으로 자리 잡은 노블레스는 게임 외에도 소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모습이다. 현재 와이디온라인, 네오위즈게임즈, 망고스틴 등 3사에서 각각 이를 소재로 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글·그림 손제호, 이광수, 네이버 웹툰 <노블레스>의 한 장면
박용제 작가의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은 우승하면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주는 격투기 대회에 참가한 고등학생들을 다룬다. 액션과 더불어 개성 넘치는 개별 캐릭터로 인해 게임은 물론 다른 분야에 서도 응용이 기대되고 있다.
△ 박용제 작가의 네이버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
1990년대 대표 성인 만화 ‘누들누드’로 유명한 양영순 작가의 ‘덴마’는 거대 기업, 거대 종단, 이기주의, 성상품화 등 현실의 어두운 면을 블랙코미디로 담았으며, 곧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네이버 웹툰 중 드물게 성인층의 두터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 양영순 작가의 네이버 웹툰 <덴마>
얼짱으로 잘 알려진 박태준 작가가 연재 중인 ‘외모지상주의’는 키가 작고 뚱뚱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매일 맞고 사는 주인공 형석이가 괴롭힘을 벗어나고자 전학간 학교에서 키 크고 잘생긴 또 하나의 몸이 생기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작품으로 이 역시 올 하반기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명과 암
무엇이 웹툰 영상화의 원동력인가. 직관적으로 웹툰은 이해하기가 쉽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고단하고 지친 이들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만한 주제를 전달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콘텐츠가 제격일 터. 가로 방향으로 이어지던 만화책과 달리 세로로 컷이 이어지는 웹툰이 갖는 흡인력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래로 빠르게 훑고 내려가는 시선을 꽉 붙들기 위해 이야기는 더 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웹툰은 영화든, 드라마든, 게임이든 ‘잘 팔릴만한’ 이야기의 원형을 갖고 있는 매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웹툰은 양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대중문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웹툰의 역사는 2003년 포털 다음 ‘만화 속 세상’ 출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지고 보면 역사는 10여 년에 불과하지만 2014년 12월 기준으로 다음, 네이버, 올레 웹툰, 레진코믹스 등 47개 매체에서 작가 4,661명이 4,440편을 연재하고 있다. 네이버 베스트 도전 등 아마추어 작가들이 무료로 연재한 것은 제외한 수치다. 주제와 소재가 폭넓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웹툰 플랫폼 레진의 메인 페이지(http://lezhin.com)
그러다 보니 내용의 소구성도 높다. 진입하기 위한 자본금이 적다는 등 장벽이 낮다 보니 상상치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는 것. 일상이나 청춘 로맨스는 물론, 병맛이나 스릴러, 사회물 등의 선택지가 많다. 젊은 세대의 불안과 우울, 미지에 대한 거부, B급 감성, 소심함, 찌질함, 비루함, 열패감 등 흥행에서의 실패를 무릅쓰고서라도, 솔직한 내면까지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여성들을 중심에 놓는 여성웹툰이라 할 만한 콘텐츠들도 간혹 나온다.
드라마와 영화계는 웹툰을 통해 시나리오와 대본의 곤궁함을 웹툰을 통해 해소하는 셈이다. 박범기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아마추어 웹툰 작가의 생산노동의 성격에 관한 연구: 네이버 <베스트 도전> 연재 작가를 중심으로>에서 "웹툰은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매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규석 작가의 <송곳>과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대표적. 박 연구원은 "동시대 대중들의 욕망을 재현하는 것이 대중매체의 역할인데, 웹툰은 특히 다수 대중이 외면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재현하고 또 지지를 받는다"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이미 한 번 검증을 거친 이야기이기도 하다. ‘포털’이라는 플랫폼에서 조회수와 댓글, 별점 등을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얼추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 완결이 나오지 않은 웹툰이 종종 영상화에 성공하는 이유도 ‘실시간으로’ 파급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영화 제작자들도 리스크가 높은 창작물보다는 안정적인 콘텐츠로 웹툰을 찾는 경향이 있다. 시나리오만으로는 영화로 론칭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웹툰은 팬들만의 반응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기획개발이 유리하다. 웹툰의 기존 팬덤을 유지하면서 신규 팬까지 가세하게 할 수 있다는 것.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설이나 판타지 소설과 달리 이미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거칠더라도 일종의 ‘시각화’를 거쳤다는 점에서 다른 매체보다 더 3D가 쉽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이미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상으로의 변환이 직관적이라는 것이다. 웹툰에서 각각의 장면을 연결하는 방식 역시 영화의 필름이 흘러가는 편집과 유사하기도 하다.
다만 원작 웹툰의 뜨거운 인기는 곧 원작과 치열하게 비교당해야 하는 슬픈 ‘숙명’도 동반하고 있다. 아무리 웹툰에서 원작의 뼈대를 가져온다고 해도 영상의 스토리 전개와 흐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웹툰에는 나오지 않았던 새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정보나 성격이 조금씩 변형된 등장인물들도 등장한다. 애초에 이미지로 구성돼 있는 웹툰의 속성은 자유롭게 영상을 제작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만화의 병렬식 구조가 극적 구성을 필요로 하는 영상과 안맞을 수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할 때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 주연급의 메인 스토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다 보니 웹툰 팬들의 실망도 예고된 일. 충성도 높은 원작 팬은 리메이크 과정에서 외려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최강자로 불리는 강풀의 만화는, 가장 활발하게 영상화가 진행된 콘텐츠이지만 유독 영상화가 된 이후의 흥행력은 아쉬웠다. 만화가 가진 긴장감이나 과장 등이 영상으로 전개될 경우,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영화 ‘패션왕’ 역시 웹툰에서의 흥행력을 극장에서 이어가는 데 참패했다. 같은 반 얼짱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패션에 눈을 뜨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고등학생 ‘우기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주원, 설리, 안재현 등의 청춘스타들이 출연했지만, 만화가 갖는 ‘병맛’은 영화에선 희석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흥행에 참패했을 뿐 더러 전문가들의 평조차 따가웠다. 실제로 ocn에서 드라마화된 웹툰‘닥터 프로스트’의 작가 이종범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위의 문제도 있고 예산의 문제도 있다. 미술도 중요한 지점"을 영상화의 어려운 점으로 꼽기도 했다.

전망
그럼에도 불구, 웹툰 영상화의 미래는 밝다 못해, 희망차다는 것이 중론이다. 13년 15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웹툰 시장은 지난해 42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2018년엔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업계 매출 전망은 나날이 확대대는 추세다. 연구소는 2015년 4200억원, 2016년 5845억 원, 2017년 7240억원, 2018년 8805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 7월 해외서비스 ‘라인웹툰’을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만 2년 만에 해외 월간 사용자 수가 국내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국내에서 웹툰 시장을 키우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 작가를 육성하고 해외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프랑스 국제방송 RFI는 한국 웹툰에 대해 "빠른 인터넷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웹툰이 무료 제공되는 포털 등 ‘인터넷을 통한 만화 혁명’"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에서 서비스하는 라인 웹툰(http://webtoon.com)
해외 자본 역시 웹툰 영상화를 눈독 들이는 추세. 지난 7월 서울산업진흥원이 주최한 국제콘텐츠마켓 서울프로모션플랜(SPP)에서는 중국 쥐안스(卷石) 영화사와 웹툰 기획·제작사 ‘별책부록’이 국내 인기 웹툰 ‘위기의 범죄자’를 중국에서 16부작 웹드라마로 제작하는 협약을 맺었다. 같은 날 중국 콘텐츠기업 ‘IIE 스타그룹’도 웹툰 제작업체 ‘유주얼 미디어’와 중국 내 웹툰 연재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지난달에는 카카오의 모바일 기반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가 중국의 만화콘텐츠 서비스업체 ‘팡팡그룹’과 함께 최근 한중 글로벌웹툰 지적재산권 공모전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팡팡그룹이 아예 국내에서 ‘돗자리’를 깔고 작품 모집에 나선 것은 그만큼 한류 만화 및 애니메이션의 흥행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웹툰 영상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웹툰은 웹드라마나 모바일게임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고 OST 음원으로까지 그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웹툰은 특히 짧은 호흡의 웹드라마용으로 잘 맞다. 다만, 웹툰의 인기가 아무리 높아도 영상의 파급력을 따라가기는 어렵다. 하나만 모자라도 완성품은 삐걱댄다.
결국, 웹툰의 영상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원작이든, 영상 작이든 ‘웰메이드’로 모아지는 셈이다. 잘 만드는 것, 웹툰 영상화의 가장 유리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