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홍보웹툰을 그리거나, 드라마나 영화 판권을 계약하거나 책을 출간한다. 안타깝게도 2011년의 만화생태계는 작가들에게 만화에 집중해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아이돌 스타가 버라이어티에 아주 적은 비용으로 출연해 인지도를 높이고 행사나 광고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전략과 동일하다. 만화가가 점점 아이돌을 닮아가는데, 시스템은 택도 없다. 소수의 만화 매니지먼트 회사가 있지만(역시 웹툰 작가들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과 비교하기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3. 행사편
만화의 2대 대중행사는 sicaf, bicof다. sicaf는 1995년도부터 시작된 만화, 애니메이션 행사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행사고, bicof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개최하는 행사다. 각각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부천국제만화축제라고 부른다. 두 행사의 명암은 몇 년 전부터 엇갈리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행사였던 sicaf는 2005년 전통적인 핫 시즌 8월의 coex를 버리고 학여울 setec에서 5월에 개최하는 무리수를 둔 후 8월, coex를 차지한 캐릭터페어에 기업 부스 유치 주도권을 빼앗겼다.
결국 2009년 8월 coex에서 캐릭터페어와 동시 개최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1995년 개최부터 coex를 대표하는 대중 행사였던 sicaf는 1층 전관을 사용했었다. 그러나 2009년 캐릭터페어와 동시 개최를 결정한 후 기업부스를 모두 캐릭터페이어 내어주고, 전시부스만을 sicaf에서 진행했다. 이에 대해 2009년 두 행사를 취재한 기자는 “sicaf는 상대적으로 캐릭터페이어 계속 밀리는 분위기를 보였다”고 점잖게 평가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68185.html) 2011년도 sicaf는 캐릭터 페어와 동시 개최되었다. 행사장소도 A~D홀 중 제일 접근이 불편한 D홀. 캐릭터페어는 sicaf 전성기에 사용하던 1층 A홀에 자리잡아 두 행사의 변화한 위상을 공간적으로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행사였다.
bicof는 부천 종합운동장과 복사골문화센터를 탈출해 번듯한 제 집(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활용해 보란듯 국제 전시를 치루었다. sicaf가 8월에 있어 가을에 축제를 개최해야 했던 bicof가 sicaf가 ‘글로벌 휴가시즌’이라 이름 붙이고 내어준 8월을 접수한 후 이제 8월 만화행사의 주인 노릇을 했다. 공식 보도자료에 의하면 5일 동안 8만 여 명이 입장했다고 하는데, 한국만화박물관, 전시, 개폐막식 이벤트, 작가와 만남 등 대중행사를 통해 시민(혹은 독자)과 만나는 대중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은 2011년 bicof에서 잘 나가던 시절 sicaf의 모습이 보인다는 점이다. 기업부스과 영화제를 중심으로 시작된 sicaf가 전시, 투자행사, 아마추어 행사에 학술행사로까지 확장되어가다 갈피를 잃어버린 전력이 있기 때문에 bicof도 행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대중행사인 만화축제로 갈 것인가, 아니면 시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해 적어도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2012년 bicof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본다.
2011년에는 2대 대중행사에 1개 행사가 새롭게 등장했다. 2010년 12월 21일부터 2011년 3월 20일까지 고양 아람누리의 미술관에서 개최된 ICAFE(국제만화예술축제)는 만화와 미술을 통합한 전시행사로 첫 선을 보였다. 고양문화재단에서 주최하고, 아르떼피아가 주관한 ICAFE는 전시장에 ‘그림’으로 설치된 만화를 보여줬고, 동시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만화가 장 자크 상페 특별전을 개최했다. 총 6만 여명이 관람했고, 5만 4천여명이 유료관람객으로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만화전시를 개척했다. 기실 전시의 기초에 충실한 당연한 결과이지만, 대중전시가 놀이공원 분위기로 변화하는 만화전시에 많은 고민을 던져준 행사였다. 테즈카 오사무 특별전과 함께 2회 행사도 같은 장소에서 2011년 12월 21일에 개최되어 만화의 3대 대중행사로 발돋움 하고 있는 중이다.
만화동인행사를 돌아보면 마음이 착찹하다. 만화동인행사는 코믹월드 독주로 굳어지고 있다. 한 때 코믹월드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래서 많은 동인들이 지지했던 서드플레이스는 2010년 9월 10회 행사를 끝으로 내부 문제로 결국 지속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 지방마다 특화된 동인행사가 개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의 소규모 행사 수준이다.
업계의 상황은 크게 DHS와 일반 출판사, 그리고 포털의 상황으로 나누어 파악하는 편이 좋다. DHS의 상황은 2010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적자를 보면서 출간하는 잡지는 여전히 힘들고, 일본 라이센스 만화의 번역 출간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애니북스, 세미콜론 등 일반 출판사의 만화브랜드나 임프린트에서 취한 고가 판매 전략을 도입해 고급화된 만화의 종수를 늘려가고 있다. 또한 라이트노벨이나 학습만화 출간도 예년처럼 지속하고 있다. 특별히 그들이 예년이 비해 못한 것도 없고, 잘 한 것도 없는 2011년이다. 다만, DHS 모두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기사가 2011년 12월 16일 bloter.net에 수록되었다. (http://www.bloter.net/archives/88179) 학산문화사 디지털 사업팀 이정근 담당자는 인터뷰에서 “올해 스토어 기능이 있는 자체 앱을 내놓으려 계획했는데 늦춰졌다”라며 “단권 앱을 테스트 형식으로 출시했는데, 출판사 단독으로 내놓는 게 큰 결정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DHS에서는 자사에서 보유한 만화 콘텐츠들을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디지털 서비스 업체(예를 들어 서울문화사의 만화를 디지털로 전환해 서비스하는 아이엠닷컴 같은 자회사)와 업무 영역이 중복된다는 점이다. 2011년에는 아직 획기적인 발표는 없었던 것으로 보아 구체적인 행보는 2012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면 2011년은 많은 시도가 있던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경우 아이패드의 등장 이후 스마트 타블렛 만화 시장(흔히 앱 만화라고 부름)이 확산되었다. 코믹솔로지를 중심으로 디씨, 마블 등 미국 만화 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한 앱 만화 시장은 연간 혁신적 성장을 이루고 있고, 2011년에 들어 구간 발표에서 신작 동시 발표 체제로 전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부터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논의와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여러 단권 앱(앱 하나를 스토어에서 구입해 보는 방식)이 등장해 있고,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서는 마켓 앱 MANHWA를 2011년 11월 16일에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하기도 했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즉 스마트 플랫폼(스마트 태블릿, 스마트 폰, 스마트 TV)에서 구동되는 만화 앱의 핵심은 결재 기능이 내장된 마켓 앱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코믹 솔로지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는데, 무리 없는 결재와 다운로드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KOCCA의 MANHWA가 대표적인데, 12월 29일 현재 21개의 리뷰가 있고 평점은 5점 만점에 2.5점에 불과하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경우 2010년부터 앱 만화를 ‘뉴미디어 만화’라는 이름으로 지원해 2011년 12월에 1차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에 가장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여하는 기관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다. 디지털 만화 유통 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해 디지털 만화 신기술 교육, 1인 기업 예비자 양성, 디지털 만화 콘텐츠 개발 지원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역시 2011년 사업을 바탕으로 2012년에는 구체적인 결과가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플랫폼을 겨냥한 디지털 만화 사업의 경우 콘텐츠를 보유한 출판사들 보다는 신기술 개발이 가능한 업체를 중심으로 여러 시도가 진행 중이다. 2011년의 시도를 기반으로 2012년에 작가와 디지털 만화 업체, 출판사와 디지털 만화 업체 등의 연계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출판사들의 경우 2000년대 들어 활발하게 만화로 들어온 전문 출판사(브랜드 혹은 임프린트)들은 각자 출판사의 정체성대로 출간을 이어갔다. 가장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출판사는 애니북스다. 일본의 화제작은 물론 웹툰 화제작을 가장 발빠르게 발굴해 내고 있다. 세미콜른은 꼭 내야 하는 책들을 출간한다. 안타까운 것은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뛰어난 작품들을 펴내고 있지만 이들 작품이 수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1년의 경우 가히 문예만화의 정수라 할만한 구로다 이오우의 <가지>, 만화 형식 탐구에 있어 가장 놀라운 실험을 보여준 마르크앙투안 마티외의 ‘아크파크 시리즈’, 국내에서 거의 처음 선보이는 아프리카 만화 마르그리트 아부에, 클레망 우브르리의 <요푸공의 아야>, 망가 이후 긱 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브라이언 리 오말리의 <스콧 필그림> 같은 걸작을 출간했지만 모두 흥행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독자편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한국 독자의 만화 편식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강병한 편집장은 와우 북 페스티벌의 작은 세미나에서 2,000부만 팔리면 보고 싶은 작품을 다 출간해 줄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여기쯤 되면 문제는 독자다.
미메시스도 유럽만화 출간을 꾸준히 지속 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탈리아 만화처럼 우리가 접하기 어려운 작품을 출간하고 있다는 것. 마누엘레 피오르의 <엘제 양>이나 <초속 5000킬로미터>는 올 해의 외국만화 베스트에 뽑힐 만한 작품들이다. 물론 데이비드 마추켈리의 걸작 <아스테리오스 폴립>도 명불허전. 아무도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만화를 출간하는 출판사도 있다. 2008년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학자 하워드 진의 책을 만화로 옮긴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마이크 코노패키)를 출간하며 ‘다른 만화 시리즈’를 시작한 다른 출판사는 2009년 <바시르와 왈츠를>, 2010년 <나는 왜 저항하는가>, <에릭 드루커의 대홍수>까지 뛰어난 지식교양만화를 펴냈지만 안타깝게 2011년에 새로운 성과는 찾기 힘들다.
박시백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18권까지 출간하며 작품성과 상업성 모든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휴머니스트는 2011년 12월 <다큐멘터리 만화 시즌 1. 사람 사는 이야기>를 출간하며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후 계간지로 출간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미지프레임(길찾기)의 경우 2011년 1월 인문만화교양지 《SYNC》를 격월간으로 창간해 2011년 모두 6호를 무사히 출간했다. 탁영호, 조남준, 장경섭, 김보현, 김경호, 오영진 등 기존 길찾기 작가들의 작품을 연재하는 한편 인문학 연구팀 수유+너머와 협업을 통해 인문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비아북은 2010년 김태권의 지식교양만화 <한나라 이야기>를 출간하며 만화 출판을 시작한 후 2011년에는 <십자군 이야기>의 개정판을 출간했다. 때마침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와 출간 시기가 일치하면서 함께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거북이북스는 주로 학습만화 ‘킹왕짱’ 시리즈를 출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학습만화를 제외하면 2011년도 신작으로는 한혜연의 시즌 만화 <어른들의 크리스마스>, 황진선의 <쌩툰 두살가족>, 최신오, 최금락, 오영해의 <영산강 아이들> 정도에 불과하다. 이밖에 랜덤하우스, 중앙북스, 코리아하우스 등에서 웹툰이나 라이센스 번역작 등을 출간하고 있다.
만화 생태계의 포식자인 포털 사이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만화는 개별 작품이 수익을 올리는 유료 판매모델이 없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는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트래픽을 올려 광고수익을 얻는다. 비교하자면 미디어 모델이다. 당연히 제작비를 주고 만화를 소개한다. 포털의 규모에 있어서 네이버 1인 천하이지만, 그래도 만화는 미디어다음이 선전해 빅 2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포털의 만화 서비스는 크게 자사에서 제작비를 주고 연재하는 웹툰과 외부에서 제작해 비용을 포털에 주고 연재하는 웹툰이 있다. 네이버의 경우 브랜드 웹튼, 다음의 경우 특집 웹툰이라 부른다. 다음 특집 웹툰만 보아도 화장실 히어로 똥꼬짱 룰루, 삼성생명 사람, 사랑 버킷 리스트, 캐논 EOS 600D와 함께 하는 웹툰 작가 3인의 라이브 스토리 ‘7 days in memories’ 등이 있다.
5. 예측편
2011년의 주요 이슈들로 이후를 예측해 보자. 결국 2011년의 정리는 2012년의 예측을 위한 징검다리이니까.
한국 만화계는 제법 복잡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 들어서 생태계가 복잡하게 증식했다. 2011년 현재 소위 일일만화라고 불리던 만화방 시스템은 거의 몰락했다. 대신 1990년대 중반 대여점에 진입한 프로덕션 시스템 중 일부 작가를 중심으로 성인만화로 발전해 스포츠 신문 연재 후 단행본 출간, 만화방과 대여점 유통으로 정착한 성인만화 프로덕션 시스템만 살아남았다. 김성모, 박인권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DHS로 대표되는 잡지-단행본-일본만화 라이센스 시스템은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고, 당분간 그럴 듯 보인다. 변화의 키는 디지털 플랫폼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또 일본에서 세계를 뒤흔든 신작이 나올 것인가에 있다. 일반 출판사들의 경우 전문분야가 정해지면서 특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니어 김영사는 학습만화, 넥슨은 메이플 스토리 만화(넥슨이 2011년 직접 만화를 출판하고 있다!), 거북이북스는 테일즈런너 킹왕짱, 애니북스와 세미콜론은 한국, 일본, 유럽의 만화들, 미메시스는 유럽만화, 휴머니스트는 다큐멘터리 만화 하는 식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포털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포털은 미디어로 역할을 할 것이다. 가장 많은 작가와 지망생들이 모일 것이고, 자본도 모일 것이다. 심심하면 화제가 되는 원고료 문제는 여전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기 위한 조직화 문제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가장 뜨거운 이슈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 스마트 플랫폼 / 아이패드, 아이폰, 안드로이드폰(모두 같은 걸 지칭했다!) 이었다. 코믹솔로지 사장이 한국을 찾아 미국 사례를 이야기해 줄 정도였고, 많은 이들이 이 새로운 엘도라도에 뛰어들었다. 2012년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핵심은 누가 유료 생태계 모델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있다. 2012년에는 작가와 기술의 결합이 더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지금 수면 아래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2011년 디지털 플랫폼의 이슈를 누를 비슷한 강도의 뉴스는 만화진흥법이다. 현재 국회상임위를 통과한 상태. 이제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해 심의, 의결하고 본회의 상정만 하면 정부에 이송 후 공표된다. 일단 상임위를 통과했으니 첫 관문은 통과한 상태다. (법사위에서 폐기된 법안도 수두룩하다!) 만화진흥법은 통과되어도 많은 숙제를 남긴다. “법안 통과가 끝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우리에게 그동안 조직도, 사업도, 예산도 있었다. 그런데 왜 만화진흥법과 만화진흥위원회인가? 비유하자면, 조각맞추기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그렇다. 포맷이 아니라 조각맞추기다. 조각맞추기를 통해 효율성이 좋아진다면, 더 좋은 한국만화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비장함을 넘고, 패배감도 넘어서 이제 시작이니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자.” 법안 통과 여부와 상관 없이 만화진흥법이 한국 만화계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이후 우리의 지혜와 노력에 달려있다.
만화작가의 해외 진출도 여전히 중요한 이슈다. 웹툰 화제작 <신과 함께>의 일본 만화 리메이크 소식은 2011년 하반기를 달군 핫 뉴스였다. 이와 함께 임달영 작가와 아트림 미디어로 대표되는 시스템을 통한 해외 진출이나 보이치(박무직)으로 대표되는 작가 1인 해외 진출, 그리고 윤인완과 YLab으로 대표되는 스토리 작가 중심의 해외 진출까지, 모두 21세기 첫 10년 한국 만화가 일구어낸 소중한 성과다. 2012년에도 한국만화 작가의 해외준츨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더 큰 차원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독자편’도 정리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난감하다. 독자편에서 2011년 말미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스캔본의 유통 문제다. 우리나라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일본만화와 우리나라 만화가 스캔되어 유통된다는 점에서 가해자고, 우리나라 웹툰이나 출판만화가 해외 불법 공유 사이트에 스캔, 번역되어 공급된다는 점에 피해자다. 하지만 독자의 측면에서 보자면 콘텐츠는 공유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좋은 독자 아니 상식적인 독자는 좋은 만화를 만드는 기초 토양이다. 만화보기교육, 만화저작권교육 등이 필요한 시점인데, 무릎을 탁 칠 정답은 없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맘 무거운 숙제다.
2011년 즐거운 만화생활을 하셨는지, 이렇게 긴 글을 정리하다 보니 좋은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해 준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