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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교복 : (1)10대들의 생활 유니폼, 교복

정말 만화처럼 예쁘고 귀여운 교복을 입는 학교도 있고, 토니안이 만든 교복 브랜드는 실제로 힙합의 김수용과 원수연이 디자인했다고 하니까. 정말 만화 속 교복을 입고 싶어 해당 학교 경쟁률이 치솟는 즐거운 상상도..

2008-04-01 이영미

                                                                           [연중기획 Comic & Culture ⑫ ] 만화와 교복

어느덧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된 3월도 훌쩍 흘러가버렸습니다. 늘 3월이 되면, 새로운 학교, 새로운 학급에 대한 기대와 새롭게 꺼내입은 교복의 추억이 아련하지요. 이렇듯 추억을 가득 품고 있는 교복이 요즘 10대들에게는 새로운 트렌드 이자, 섹슈얼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경향도 종종 엿보이네요. 짧은 교복을 입고 “아이러니”라는 노래를 부르던 댄스그룹가수 “원더걸스”를 기억한다면 더욱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는 만화 속 주요 주인공들인 10대, 그들의 생활 유니폼 교복을 파헤쳐보았습니다. (편집부)

아마도 일부 세대를 제외하고 학교를 다녔던 한국 사람이면 교복을 경험했을 것이다. 줄여 입고, 고쳐 입고, 대 물려 입고, 낡아 빠지고 작아진 채 그대로 입고, 급기야 졸업식 날 갈기갈기 찢었던 교복의 추억. ‘학생’이라는 세대와 지위 덕에 겪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또래 세대들이 많이 나오는 만화 주인공들도 교복세대들이 많다.
<카드캡터 사쿠라> (클램프, 서울문화사)등장인물들은 핑크색 리본을 목 아래에 장식한 귀여운 교복을 입는다. <후르츠 바스켓>(나츠키 타카야, 서울문화사)도 리본이 달린 귀여운 스타일이다. <힙합>(김수용, 서울문화사)의 유명한 주인공 성태하도 학교서 침 좀 뱉고 다리 좀 떠는 학생이지만 교복은 입는다. 가만 보면 우리가 사랑하는 만화 속 주인공 가운데는 유난히 교복 입은 인물들이 많다. 교복이 학생을 상징하는 장치라서 그러한가? 허나 교복 말고도 10대를 상징하는 것은 많다. 우리도 일본도 교복을 입지 않는 학교는 있다. 하지만 만화 속 교복은 다양해도 하나같이 귀엽고 잘 어울린다. 마치 처음부터 교복을 입고 태어난 듯. 어찌 보면 만화 주인공들의 교복은 교복 이상인지도 모른다.

  또래 학생의 로망, 리본과 주름치마


후르츠 바스켓 속 교복 모습
<후르츠 바스켓> 속 교복 모습

만화 속의 여학생 교복. 흰 블라우스에 세일러복 형태의 앞 묶음이나 리본, 그리고 주름 스커트는 만화 속 교복의 기본이다. 소매의 모양, 자켓, 그리고 리본의 모양과 치마의 색깔이 변수로 작용한다. 남학생들은 흰 셔츠에 넉넉한 바지가 기본이다. 친구가 있고, 로맨스가 있고 장난과 수다가 있는 학교생활은 여학생들의 로망이다. <아즈망가 대왕>(아즈마 키요히코, 대원 씨아이) 그리고 <그남자, 그 여자의 사정>(마사미 츠다, 학산문화사) 과 <스쿨럼블>(코바야시 진, 학산문화사)을 비롯해 <궁>(박소희, 서울문화사) 모두 예쁜 교복이 포인트다. <비비>(최경아,대원씨아이)에서 보여준 패셔너블한 ‘교복 이상의 교복’이나 살짝 메이드를 연상시키는 원피스 스타일의 <소녀는 언니를 사랑하고 있다> 또는 <스트로베리 패닉>의 레이스 원피스를 연상시키는 살짝 변형된 스타일들이 있다. (소녀들만이 주인공인 소위 ‘백합물’이나 백합 느낌을 살렸을 때 교복이 화려해지는 경향은 있다.)
<상남2인조>나 <반항하지마>(후지사와 토루, 학산문화사)도 다르지 않다. 70년대 교복을 떠오르게 하는 <엔젤전설>(노리히로 야기, 학산문화사)의 까만 교복도 그렇다. 여학생들의 로망이 사랑과 우정이라면 만화 속 남학생들의 로망은 소위 ‘학교 짱’의 모습에 있다.
10 대들이 만화의 주제이자 소재가 되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학생시절의 특별한 이야기, 또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상징한다.
몸은 이미 다 커버렸지만, 아직 성인이 아닌 그 시절은 터질 것 같은 긴장감과 예민한 감수성을 동반하는 시기다. 남학생의 교복 자켓은 양복처럼 톡톡하고 단조롭지만 바짓단은 넉넉하다. 단추를 풀고 앞자락을 연 채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썩소로 째려보면 그대로 ‘싸움 좀 하는 남학생’ 캐릭터가 완성된다. 단추는 풀지만 앞자락은 열지 않고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를 펴고 잘생긴 얼굴로 미소 지으면 공학 인기 넘버원 완소 남학생이 된다.
또래의 로망은 그렇게 교복으로 완성된다. 발랄하고 순수하지만 잘 여물어버린 숙녀의 몸매는 주름 치맛자락으로도, 블라우스 앞섶으로도, 리본달린 세일러복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남학생도 마찬가지다. 그 터질 듯 한 몸매는 찰랑거리는 치맛자락과 함께 꽃망울을 가득 머금다가 툭툭 터뜨리며 만개한 청춘의 몸짓들을 그려낸다. 물론 그것은 현실보다는 독자의 ‘로망’에 훨씬 가깝다.
곧잘 이런 긴장감들은 섹시한 페티시로 흐르기도 한다.

  에로물 단골 소재?

홈스텝 점프 표지 이미지
<홈스텝 점프> 표지 이미지

이 교복이 페티시를 가진 오덕후씨들을 강하게 매혹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때도 있다. <파이>(후루야 우사마루, 서울문화사)나 <홉스텝 점프>(오카다 카즈토,서울문화사), <최강 여고생 마이>(후루야 우사마루, 애니북스)에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교복 페티시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특히 <최강 여고생 마이>에서는 끝 간 데 없이 나간 여고생 판타지의 섹시한 향연을 유쾌하게 볼 수 있다. 원시인들조차 주름 치맛자락 스타일의 교복 형태를 몸에 둘렀다가 현대의 여고생으로, 다시 교복이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미래의 여고생형이라든가, 거인 모양으로 커져버린 주름치마 교복의 여고생, 팬티보다 더 짧아진 교복 라인, 그리고 우주로 통학하는 외계인 학교의 여학생. “교복이 귀여워서 선택했어요.” 라고 고백하는 여고생이 다니는 우주 학교는 에일리언마저도 똑같은 여고생 교복차림이다.
이 교복과 (아마도) 그 안의 흰 팬티는 소프트한 성인 만화나 성애만화의 단골 소재기도 하다. 한국보다 일본이 이쪽에 가까운데, 그것은 일본의 정서 안에 있는 ‘흰 팬티 콤플렉스’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집단 히스테리로 불감증에 가까운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일본의 정신세계가 욕망하는 것은 치마 속에 살짝살짝 보이는 하얀 팬티이며, 이 하얀 팬티는 성기를 감추고 있는 마지막 관문이라서가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상징하는 팬티 그 자체가 대상이라는 인류학자 김정운교수의 말은 의미가 깊다. <최강여고생 마이>에서 그 트라우마와 판타지는 기발하고 우습다.

작가 후루야 우사마루가 그린 교복 이미지

작가 후루야 우사마루가 그린 교복 이미지

  더 특이해! 우리만의 교복

툰 표지이미지
<툰> 표지이미지

또한 교복은 그 학교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세대의 특별함을 넘어서 소속감과 자부심을 나타낼 때는 더 그렇다. <나루토>(마사시 키시모토, 대원)에서 교복은 아니지만 닌자 학교의 상징인 이마에 두르는 띠가 있다. 처음에 고글 형태였다가 나중에 띠 형태로 바뀌는데 이유는 ‘너무 그리기 힘들어서’ 라고 한다.

<툰>(박무직,서울문화사)의 여학생 교복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파란 점퍼스커트 형태다. <제로의 사역마>(야마구치 노보루, 우사츠카 에니지,서울문화사)는 교복에 마녀들이 입을 것 같은 모자달린 긴 망토를 두른다. 매력 있는 교복이다.
물론 단 돈 10원에 벌벌 떠는 짠돌이 최강 타로<타로이야기>(모리나가 아이, 대원)는 시장에서 원단을 사와서 스스로 만들어 입는다. 밤을 새워서라도 동생들 몫까지 손수 만드는 손재주에 많은 사람이 감탄을 했었다. 타로의 교복은 학교, 그리고 청춘의 상징인 동시에 가난한 주인공의 모습을 대변한다.

만화 속 교복은 더 많은 만화 팬들의 로망과 함께 한다. 즐겁고 기쁜 질풍노도의 제복은 아무리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도 감추기 힘든 개성이 살아있다. 세탁소에 가서 고쳐 만들어서가 아니다. 학교 때 교복은 그토록 싫었지만 어른들은 ‘학생들은 단정한 교복을 입었을 때가 최고로 예쁘다’고 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학생이라서가 아니라 본래 그 나이 때는 뭘 입어도 예쁜 나이인 것이다. 거기에 로망까지 덧 대어진 만화 속 교복은 더욱 더 예쁘고 멋있을 수밖에 없다.
촌스러운 교복이 싫은 학생들도 걱정은 마시라. 만화 속 예쁜 교복이 현실이 될 날도 얼마 멀지 않았다. 정말 만화처럼 예쁘고 귀여운 교복을 입는 학교도 있고, 토니안이 만든 교복 브랜드는 실제로 힙합의 김수용과 원수연이 디자인했다고 하니까. 정말 만화 속 교복을 입고 싶어 해당 학교 경쟁률이 치솟는 즐거운 상상도 가능하다.
만화 속 교복은 10대의 치솟는 감상과 터질 것 같은 긴장감 외에도 즐겁고 유쾌한 환상과 상상을 지금도 계속 안겨주고 있으며, 현실과의 즐거운 교류도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