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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와 아이돌 : (1)꿈꾸는 청춘들 보다

하늘에 반짝이는 스타가 존재한다면 아이돌은 그와 조금 다르다. 아이돌은 미성숙이라는 반죽 위에 잘 꾸며진 외모와 스타일이 무기가 돼야 하고 동세대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아이돌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2008-05-02 이영미

                                                                       [연중기획 Comic & Culture 13 ] 만화와 아이돌

아이돌의 전성시대. 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요즘 TV에서는 아이돌 출신의 연예들이 연일 화면을 수놓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돌 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인 연예인의 개념과 많이 다른 것도 사실이지요. 배우, 가수, 댄서 등 단 하나의 분야의 집중하기보다 대중과 호흡하며 자신의 역할을 넓혀가는 청춘의 연예인들을 주로 일컫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많은 10대들이 아이돌을 꿈꾸거나 동경하는 것도 사실이구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청춘들의 집합 아이돌이 만화속에서 어떻게 다루어 지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편집부)

연예인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동생 같고 딸 같은 아이돌 그룹은 이제 선거 광고에까지 등장해 투표를 독려하기도 한다.
하늘에 반짝이는 스타가 존재한다면 아이돌은 그와 조금 다르다. 아이돌은 미성숙이라는 반죽 위에 잘 꾸며진 외모와 스타일이 무기가 돼야 하고 동세대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만들어진 상품이기에 뮤지션이나 연기자로 불리기보다 ‘만능’이라는 이름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발랄함과 재치를 갖추어야 한다. 도약은 단숨에 이뤄지지만 하강도 빠르기에 거품과도 같은 인기를 실감해야 한다. 때로 아이돌 스타들 자신도 이 시스템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또래집단의 감수성은 그들의 실체와 관계가 없는 그들의 껍데기에 열광한다.
아이돌이 등장하는 만화,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지는 내용의 만화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역시 ‘성장’의 한 의미라고 말한다. 인기와 갈채를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너무 크고 정말 많은 땀과 열정이 필요하지만 그것 자체도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아직 짙푸르고 상큼한 청춘이기 때문이다.

댄싱러버의 한 장면
<댄싱러버>의 한 장면

아무리 만들어진 스타가 대세라지만, 주인공의 땀과 열정에 비해 목표가 뭐든 너무 쉽게 이뤄진다면 만화의 독자는 허무해지고 만다. <댄싱러버>(이은혜, 시공사)는 10여 년 전 여학생을 열광시키던 유명짜한 순정만화였다. 어린 시절 캐롤송 가수로 활동했던 채린이는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실력과 미모를 바탕으로 가수로 데뷔해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유명한 아이돌 스타 하제의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어릴 때 추억이 선명한 신희의 오빠에 대한 감정을 아직도 가슴에 담고 있다. 섬세하고 화려한 안무에 멋들어진 의상, 감성어린 대사는 당시의 십대 여학생의 인기를 모았지만, 이제사 다시 보니 가진 게 많은 채 성장해 물 흐르듯 그냥 아이돌이 되어버린 소녀의 얼굴과 대사는 어느 새 싱거운 음식이 되어 곁에 남아버렸다. 뭔가 새로워야 한다. 뭔가 매콤해야 한다.

아이돌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원석을 발굴할 조력자가 원석을 발굴하는 순간부터 계속 그것을 갈고 닦아야 한다. ‘아이돌’ 의 이미지에 앞서 뮤지션이 되어가는 소년들의 성장기를 담은 특별한 만화 <오디션>(천계영, 서울문화사)은 그 산 넘어 산의 험난한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관문을 하나 통과할 때 마다 성취감은 높지만 그보다 더 큰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공연장은 소년 모험물의 격투장 처럼 보일 때도 있다. 소년들은 결승전에 도달할 때마다 성숙을 거듭해 합격보다 귀한 ‘성장’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또한 그것은 ‘아이돌’이 되는 것보다 훨씬 귀한 보석이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만화 <오디션>은 그 점을 강조했으나 만화의 말미는 그런 주제의식이 명확해 지기 보다 유머러스한 해프닝으로 급히 마무리된 느낌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모닝구 무스메 이야기 한국판
<모닝구 무스메 이야기>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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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디션 통과로 아이돌이 된 게 끝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프로 리그의 개막이다. 좋은 성과를 내야하고 좋은 반응을 얻어내야 한다. 더욱이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야 한다. <모닝구 무스메 이야기>(글 리카 타나카, 그림 유타카 칸자키, 대원)는 일본 최고의 소녀그룹 “모닝구 무스메”의 데뷔부터 활약까지의 실제 스토리를 만화로 꾸몄다. 순수한 카오리, 노력형 나츠미, 재능이 빛나는 고토 마키, 까불이 카고 아이, 깜찍이 노조미 등 모닝구무스메 그룹 내 프로젝트 소그룹 미니모니와 쁘띠미니 등에서 활약하는 멤버들 각자의 모습을 에피소드마다 하나씩 그려 보여준다. 실제 스타의 더 인간적인 모습과 친분관계를 공개함으로서 <모닝구 무스메>의 활동 홍보와 만화 소재 활용이라는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만화는 철저하게 모닝구 무스메 멤버들의 영입과 탈퇴까지의 이야기만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만든 원 안에서 겪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관계, 그리고 그들이 노력하는 자세만을 그릴 뿐, 원 바깥으로는 조금도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요계 관계자, 매니저, 소속사 사람들, 가족, 팬, 방송 관계자는 철저한 조력자로 원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아이돌이 되어도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 같다는 원칙을 일러주는 동시에 일본 연예계의 현실을 어느 정도 묘사하고는 있다. 이 만화와 같다면 모닝구 무스메는 꿈을 향해 쉼 없이 노력하면서 학교에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는 우리 주의의 평범한 소녀들이 만드는 아이돌이며, 또래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것은 12세에서 19세 이하라는 특정한 시절 밖에 활동할 수 없는 관문 같은 것이다. 만화 속에서는 탈퇴하는 멤버를 두고 충분한 준비 끝에 진정한 성인 연예인으로서의 데뷔라고 설명하지만, 그야말로 그것은 소녀시절과의 이별을 고하는 의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낮아지는 아이돌의 연령대를 생각할 때 19세는 아이돌 그룹의 환갑나이이며 탈퇴와 동시에 자기 살 길을 모색해야 할 때로 비쳐질 뿐이다. 이 만화를 달리 보면, 아이돌 스타란, 팬에게건 스타 본인에게 건 금방 지나가버리는 신기루와 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최강 여고생 마이 한국판 표지
<최강 여고생 마이> 한국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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