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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만화와 영화 (3) 이 만화, 왜 아직도 영상으로 안 옮겼나!
만화계엔 아직 영상화되지 않은 보석 같은 작품들이 쌓이고 쌓인 게 사실. 그 중에서도 왜 아직도 영상으로 안 옮겼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이 잔뜩 넘쳐나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작사 판권 구매 담당이라면 다음 추천작들을 절대로 놓치지 마시길!
2006-11-01
만 편집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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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만화 원작 영상물의 시대입니다. 드라마와 영화에 수가 좀 적긴 하지만 애니메이션까지 ‘원작산업’으로서의 만화가 이처럼 원작 산업으로 각광을 받았던 때도 드물죠.
그렇지만 만화계엔 아직 영상화되지 않은 보석 같은 작품들이 쌓이고 쌓인 게 사실. 그 중에서도 왜 아직도 영상으로 안 옮겼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이 잔뜩 넘쳐나고 있습니다. 당신이 제작사 판권 구매 담당이라면 다음 추천작들을 절대로 놓치지 마시길!
-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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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비헴 폴리스」
1∼3 (완결)
강경옥 / 시공사
「라비헴 폴리스」는 전 세계 만화를 통틀어 유래를 찾을 수 없을 둔녀 하이아와, 하이아와 얽히면서 냉소적이다 못해 암울하기까지 했던 모습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게 변하고 만 로맨스 가이 라인. 이 두 경찰 커플을 주인공으로 하는 근미래극입니다. 1989년에서 1991년까지 한국 최초의 순정잡지 <르네상스>에 연재되었던 열편짜리 중편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독특한 캐릭터 덕에 인기가 상당하지요.
하지만 작품 서두에 작가가 밝히고 있듯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네 사람 사는 모습은 여전할 것임을 볼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미래라는 시대 배경은 양념에 불과할 뿐이고 오히려 강경옥 씨 특유의 심리 묘사와 개그 감각에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 줍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개성의 소유자들이 서로를 조금씩 변하게 해 가는 바보 같으면서도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지켜보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합니다.
짧은 이야기들을 묶어나가는 옴니버스 형식이어서 미니 시리즈 드라마나 OVA(Original Video Animation)에 잘 어울릴 법한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 쪽이 더 좋을 듯하지만, CG 활용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요즘이라면 드라마 쪽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을 듯합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라인의 절친한 친구이자 웬수 레이는 절정의 인기 가수이므로 스타 캐스팅을 쓰기에도 참으로 유용하군요.(서찬휘)
2.
「주희주리」
1∼8 (미완, 단행본 진행 중)
양여진 / 시공사
10권 완결 예정으로 9권 단행본 작업이 진행 중인 「주희주리」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주희·주리 자매와 그 주위 인물들의 ‘성장기’입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가인 양여진 씨는 그런 그들을 사정없이 몰아세웁니다. 두 주인공 소녀는 물론이고, 둘을 둘러싼 주위 인물들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마음 속 깊이 감추고 싶은 콤플렉스, 자신에겐 없는 재능, 받지 못했던 사랑, 뒤틀린 집착, 배신, 드러나는 진실… 하나같이 순탄하기는커녕 쉴 새 없는 고민과 고난에 휩싸입니다. 누구 하나 쉬운 길을 가지 못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들에게 맞닥뜨린 현실 앞에서 살기 위해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가라고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간단하게 결론 내리지 않으며, 입고 또 입히는 상처를 보듬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에 좀 더 시선을 둡니다.
“성장이란, 수없는 상처를 견뎌내고 아문 자국을 바라보며 자기 내면의 키를 키워나가는 겁니다.” 그 과정의 갈등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고 말이지요. 서로의 감정선을 정리해가고, 훌쩍 큰 키로 씨익 웃으며 달려 나가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돌아볼 여유를 찾은 어른들의 모습은 작품을 단순한 사랑 이야기도, 단순한 성공기도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성장기로 승화시킵니다.
다만 이 작품은 그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감정선을 살려 내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트렌디 드라마도, 불륜 치정극과도 어울리지 않기에 요즘 조류에 비해선 오히려 정통파로 밀고 나가야 하겠네요. 잘 짜인 극본과 복잡한 심리를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가 필요한 작품입니다.(서찬휘)
3.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1∼2 (완결)이아인 / 서울문화사
소년들의 청춘과 땀 냄새가 가득 묻어나는 본격 세탁우정만화(?).
지금은 폐간한 <슈가> 연재작으로 2권 완결이라는 부담 없는 분량입니다. 초반 단발 연재가 반응이 좋아 장기 연재로 이어진 경우로, 첫 연재작답지 않게 잔잔한 연출과 심리 묘사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세탁소 아들(세현)과 열혈 축구소년(동혁)이라는 기묘한 조합과 그들 주위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이어가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놓치기 쉬운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한 편 한 편이 단편과도 같은 안정적인 짜임새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90년대 방영해 호응을 얻은 바 있는 드라마 「맥랑시대」와 같이 잔잔한 어린 청춘들의 이야기로 풀어낼 법한 아이템이라 하겠습니다. 정중동의 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면 「논스톱」 류의 시트콤과는 구별되는 청춘극을 끌어낼 수 있을 만합니다. 한편 작가인 이아인 씨는 이 작품으로 <독자만화대상2002>의 신인상을 받았습니다.(서찬휘)
4.
「주주(ZOO ZOO)」
1∼3 (완결) 김언형 / 학산문화사
독특하게 동물원 사육사 아가씨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입니다. 심지어 주인공 이름부터가 주주(ZOO ZOO). 무
대로는 서울대공원이라는 훌륭한 로케 장소가 있군요. 잡지 폐간으로 중단되긴 했지만 옴니버스 방식이므로 이야기가 딱 끊긴 느낌은 주지 않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아가씨인 ‘주주’는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동물원 사육사에 지원해 합격 통지서를 받아듭니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첫 출근한 동물원의 현실은 신출내기 여자 사육사에겐 가혹하기만 해서, 실수를 저지른 데다 선배에게서 모욕적인 잔소리까지 얻어먹고 맙니다. 그런 냉혹한 현실 속에서 주주는 선배와 벌이는 승부(?)는 물론 마치 환상 같은 동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육사로서의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갑니다. 때론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이면서도, 때론 몽환적이기까지 한 환상기담을 선보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지요.
동물원과 그 안의 동물들에 대한 묘사가 무척 세심한 작품입니다. 게다가 잔잔함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기도 하지요. 머리를 쉬게 하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드라마를 목표로 삼으면 좋을 작품입니다. 1권 속날개에 적힌 작가의 말이 이 작품의 지향점을 말해주는 듯해 소개합니다. “오래 전부터 동물을 소재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들의 눈을 보면 때라는 것이 없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그 때 때문에 힘겨워지는 것 같아요."(서찬휘)
5.
「바람의 나라」
1~22 (미완) 김진 / 시공사
김종학 프로덕션과 MBC가 야심차게 준비 중이라는 「태왕사신기」가 표절해 갔다는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 대표 순정만화 작가 김진 씨의 작품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이 대부분 드라마에 어울릴만한 작품이라면 「바람의 나라」는 이야기의 규모 면에서나 밀도 면에서나 대하드라마는 물론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가 부럽지 않은 ‘시리즈 극장판’으로도 손색이 없는 ‘대작’의 면모를 지니고 있지요. 게임에 이어 뮤지컬화도 되었습니다만 영상화는 아직 시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구려가 화두에 오르고 있는 지금, 벌써 이런 저런 드라마들이 이 시대를 무대로 삼아 등장했고 또 등장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한다는 대의명분(?)에 집착한 탓인지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오류를 남발한다거나, 고증은 아예 묻어둔 채 이야기의 힘보다 배우의 힘에 의존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같은 무대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바람의 나라」라는 작품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동력 면에서 오랜 시간을 거치며 ‘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진행해 온 세월이 말해주듯 한국 순정만화의 굵직한 서사성을 지금에 이르러서도 매우 진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대업과 개인의 갈등을 묘사하는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심리묘사도 일품입니다.(서찬휘)
6.
「소년별곡」
1∼4 (완결) 김은희 / 서울문화사
이 작품이 떠오른 이유는, 아무래도 원고 속의 늘씬늘씬한 캐릭터들을 실사 배우로 보고 싶다!! 는 욕망이 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영상화하기에는 작품 내의 분위기가 오래전 것이라 안타깝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십대의 방황과 고민하는 정서는 2000년대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기원 전의 이집트인가 로마의 목욕탕에도 세대갈등을 토로하는 낙서가 있었다고 하잖아요.
당찬 여학생 우영이 한정적으로 남학교에 위장전학하여 지켜보는 남학생들의 세계는 지금 다시 봐도 두근두근합니다. 여학생들이 가질 법한 남학교의 환상을 박살내는 척하면서 멋진 소년들을 생동감있게 풀어놓는 교묘함이 일품이죠. 동시에 보여지는 소년들의 성장기 또한 이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이야기의 씨줄날줄을 이어갑니다.
남주인공 지후의 외모는 1997년작 『비트』에 등장했던 정우성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어요.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번 왜 이걸 실사로 만들지 않았나! 를 외치게 됩니다.(장은선)
7.
「그린빌에서 만나요」
1∼3 (완결) 유시진 / 서울문화사
올해 완결된 최신작입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내부에 감춰져있는 어떤 위태위태함, 미스테리한 구석이 엿보여서 긴장감을 주는 작품이죠. 이러한 설정은 마치 십대가 성장과정에서 겪는 불안감을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합니다. 뭔가 이유없이 불안하고 눈앞의 일상이 위태로운 듯한 느낌을 받지만 그 원인은 절대로 알 수 없죠. 사씨남매의 정체를 끝까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왠지 서글퍼서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처럼. 하지만 일상의 불안과 성장의 진통을 느낀 것은 사씨 남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도현이의 미소를 보고 가슴이 아팠던 것처럼요.
비교적 짧게 끝난 작품이지만, 작품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에피소드 위주의 드라마로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만화에서는 상징적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플루트 연주를 제대로 듣고 싶군요. 도현이의 꿈이나 나레이션 등을 어떻게 영상화할지도 궁금하구요.(장은선)
8.
「쿠니미츠의 정치」
1∼27 (완결) Yuma Ando / 학산문화사
"나의 이름은 무토 쿠니미츠! 나라(國)에 빛날(光)자를 써서 무토 쿠니미츠! 일본을 바꿀 사나이다!!" 정치꾼들이 넘쳐나는 부패한 도시 신치카가사키. 하지만 이곳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줄 한 사나이가 등장한다. 만화는 무대포 정치가 비서, 문외한의 눈을 가장해 썩은 정치판의 모습을 낱낱이 까발려 보여준다. 사익에 휘둘리는 정치꾼들에게 호령하는 쿠니미츠의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들은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법하다.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정치가 돌아가야 한다는 구호. "정치란 국민들이 서로 싸우지 않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료마의 말은 준엄하다. 한일 양국에 퍼져있는, 일신의 사익에 골몰하는 정치가들의 존재는 분명 왜곡되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 정치판에서도 통할 수 있게 만들자. 물고 물리는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는 우리네에겐, 그러한 작은 구호가 무엇보다 거대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철저한 공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만화다. 그 말은 영상으로 만들어져도 충분히 성공할 만화이기도 하다는 뜻이다.(백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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