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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만화와 겨울(3) 겨울! 하면 떠오는 만화 10선
따끈한 호빵이나 군고구마, 혹은 허리를 지지는 온돌목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이 계절,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만화 10선을 만나보자-
2006-12-01
만 편집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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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한혜연 / 서울문화사
현재 절판 상태이지만 만화전문서점을 잘 찾으면 구할 수 있다. (수록작품 :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사막, 가짜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말하라)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혜연 특유의 세밀한 관찰로 그려낸 단편들이다.
이 단편집은 독자들이 한혜연을 확고히 ‘크리스마스 작가’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초코칩)
2.
『어색해도 괜찮아』
권교정 / 학산문화사
고등학생이 된 긍하는 소문의 미소년 한강과 큰 사건은 없지만 차분하게 만남을 이어간다. 우정의 갈등이나 화려한 연애 없이 주인공 긍하의 성격만큼이나 차분한 전개이다.
정통 학원물에서 반 발짝 정도 벗어나 있는 듯한 진행이지만 그것이야말로 권교정 학원물의 매력이라고 주장하는 독자들도 많다. 이야기는 1년의 마지막 날, 자신을 소중하게 감싸주는 강이의 따듯한 손에 볼이 발갛게 물드는 긍하의 얼굴로 끝이 난다. 한 해의 마지막 날로 끝을 맺는 만화라니, 읽어볼만 하지 않은가? 분명 독자의 옆구리를 시큰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초코칩)
3.
『팜 시리즈-Standard Daytime 1,2』
타마키 신 / 대원씨아이
최근 27권으로 「오전의 빛」이라는 새로운 장을 시작한 팜 시리즈. 워낙 긴 장편이긴 하지만 마침 중쇄본도 나왔으니 한번쯤 도전해보길 권한다. 그 중에서도 가볍게 끼어들어 읽어볼만한 부분이 6, 7권의 「Standard Daytime」이다. 「팜 시리즈」 전편에 흐르는 구원과 용서, 화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 긴 시리즈 중 잘라서 보기에도 적당한 대목이다.
탐정인 오거스 일가는 실어증에 걸린 소녀와 빚달리의 등장으로 평온한 일상이 깨어지고 긴장한다. 그 와중에도 자기 페이스대로 태평한 제임스나 호들갑스런 카터가 재밌다. 꼬마전구로 인해 크리스마스 트리마냥 반짝이는 정원수를 보여주는 걸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즐길 수 있기 바란다.
(초코칩)
4.
『월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글), 사사키 노리코(그림) / 삼양출판사
함박눈이 오는 겨울 기차를 타고 밤새워 달려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다만 철도 마니아가 동행하지 않고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여야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처음으로 외할아버지에게서 연락을 받은 소라미. 외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떠난다. 그러나 두근거리며 오른 기차엔 철도마니아들 뿐이고 어렵사리 잠이 들었다가 깼더니 살인이 일어났다. 추리만화와 겨울은 언듯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낭만을 자극하는 겨울 기차여행과 「닥터 스쿠르」와 「헤븐?」의 작가 사사키 노리코 특유의 능청스런 연출이 재밌다.
(초코칩)
5.
『보이!』
야마자키 타카코 / 서울문화사
겨울은 한 해의 끝이 다가오는 계절이다. 헤어짐, 아쉬움과 함께 새해의 희망이 교차하는 계절인 것.「보이!」는 이런 겨울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보이!」가 보여주는 겨울엔 눈도, 크리스마스도 아닌 졸업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사춘기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중학교 3학년 소년소녀들을 그린 이야기다. 작은 키에 귀엽지만 성격만은 당돌한 미소년 타이라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만리, 타이라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히나키와 마코토, 그리고 그들을 둘러 싼 많은 친구들은 각자 입시, 진로, 사랑 등 그 나이에 걸맞은 고민을 하면서 중학교 시절 마지막 겨울을 보낸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고민은, 졸업 후 이제까지처럼 다시 만나지 못할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물론 유쾌한 「보이!」의 소년소녀들은 이런 아쉬움을 앞에 두고 한숨만 쉬고 있지는 않는다. 헤어짐의 즈음에 아직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졸업을 앞둔 겨울을 여러 가지 가슴 따뜻한 추억들로 채워 가는 것이다.
올겨울 추위에, 외로움에 가슴이 시리다면 「보이!」를 읽으며 학창시절의 겨울로 다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찬 가슴을 타이라와 만리,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따뜻하게 덥혀줄 것 같다.
(스에즈에)
6.
『고백』
후쿠모토 노부유키(이야기) / 카와구치 카이지(그림) / 삼양출판사
대학교 산악동아리 동창인 두 남자가 겨울 산악등반에 오르던 도중,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치며 급기야는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단 둘이 눈보라 속에 고립되고,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되면서 공포와 전율은 점점 격앙되는데…….
기후적 악조건이란 상황 아래서 고립과 동시에 인간 내면의 추함과 생존을 위한 처절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후쿠모토 노부유키 작품의 성향이 잘 표현된 작품. 단편인 만큼 오히려 그 특유의 임팩트가 극대화되었다는 느낌이다. 후쿠모토 만화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필견.
(시바우치)
7.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
사사키 노리코 / 대원씨아이
아예 배경이 일본에서 가장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은 홋카이도 지방의 수의학과. 그래서 겨울과 눈에 관한 에피소드가 자주 눈에 띈다. 작가 자신도 홋카이도 출신으로, 충실한 계절감과 생생한 생활감이 넘치는 겨울 풍경, 겨울 이야기가 매력만점.
추운 날 실수로 창고에 갇혔다든가, 눈 오는 날 집 밖에 고립되었다든가, 입학 예정인 대학교 캠퍼스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든가 등의 일화가 남 일 같지 않다. 물론 눈 다이빙이나 눈집을 짓고 냄비어묵을 끓여먹는 정취도 빼놓을 수 없다. 재미있고, 톡톡 튀면서 실감 나는 겨울 풍경이 그립다면 추천한다.
(시바우치)
8.
『유리가면』
미우치 스즈에 / 대원씨아이
내용 자체가 수년을 걸친 열혈연극대서사시이므로, 당연히 도중에 계절이 바뀌는 것은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것은 후반부의 애장판 8권에서 9권까지의 겨울, 즉 「두 사람의 왕녀」의 공연 부분. 「두 사람의 왕녀」의 경우 연극의 배경이 추운 북쪽 나라이고, 아유미는 그 추위에 얼어붙은 냉혹한 야심의 왕녀 오리겔드를, 마야는 추위 뒤에 오는 따뜻한 봄을 가슴에 품은 자애의 왕녀 알디스를 열연한다.
장내 관객들의 체감온도까지 바꿀 정도의 (절대 냉방장치 조작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두 사람의 명연기는 필견. 작중의 관객들처럼 독자들도 필히 그 온도차를 느껴보길 바란다.
(시바우치)
9.
『지옥도』
히노 히데시 / 시공사
공포물은 여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 독자들을 위한 추천작. [지옥도]를 그리는 것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광기에 넘치는 화가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만화 속에서는, 가장 무시무시하면서 잔혹한 겨울 풍경이 펼쳐진다.
클라이맥스뿐이 아닌, 겨울과 죽음, 피의 대조는 작품 내에 몇 번이나 반복되는 상징적인 이미지, 지옥 풍경의 틈새다. 불과 유황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뜨거운 기독교적 지옥과는 대조적이면서도, 마치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기괴한 지옥도를 보는듯한 섬뜩하면서 기묘하게 탐미적인 분위기는 어딘가 통하는 데가 있다.
(시바우치)
10.
『철도원』
아사다 지로(원작) / 타쿠미 나가야스(작화) / 삼양출판사
영화로도 만들어져 잘 알려진 아사다 지로 원작 「철도원」의 만화판. 같이 실려 있는 한국 영화 「파이란」의 원작, 「러브레터」 역시 겨울이 배경이다.
「철도원」은 평생을 작은 역에서 직무에 충실한 대신, 가족에 소홀했던 과거에 대한 죄책감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온 남자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며, 「러브레터」는 사진만으로 본 중국인 여성과 위장결혼을 한, 거칠게 대충대충 인생을 살던 남자가 그 여성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의 삶의 흔적을 되짚어 간다는 스토리다. 남자의 추억, 눈, 그리고 애잔한 슬픔이 가슴을 잔잔히 울리는 작품이다.
(시바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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