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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신년 특집 (1) 2007 만화계 전망

올해의 날씨입니다. 2007년도의 만화계 날씨는 전국적으로 맑겠으나 곳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습니다. 지역적으로 천둥을 동반한 구름과 호우가 예상되오니, 나가실 때 우산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2007-02-01 백인성

「올해의 날씨입니다. 2007년도의 만화계 날씨는 전국적으로 맑겠으나 곳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습니다. 지역적으로 천둥을 동반한 구름과 호우가 예상되오니, 나가실 때 우산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틀리곤 해서 믿기 어렵다만, 9시 뉴스의 일기예보에 ‘만화판’이 존재했다면 아마도 이렇게 보도하지 않았을까.

웹툰(Web-Toon)의 신화_

26년
웹툰의 대표적 작가 강풀의 최신작 『26년』
(미디어 다음 연재)
분명 2006년 만화계의 화두는 ‘웹툰’이었다. 네이버와 다음, 파란 등의 포털사이트에서 경쟁적으로 인기 만화의 연재를 추진했고, 새로운 수익구조가 창출됐다. 그로 인해 태어난 것이 온라인상의 만화연재를 뜻하는 ‘웹툰(Webtoon)’이라는 신조어이자 새 장르다. 강도하와 강풀- 그러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탄생은 웹툰이 만들어낸 부산물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웹에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들은 존재했다지만, 포털의 힘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확대 재생산됐다는 점에서 웹툰의 부상은 유의미하다. 이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연재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웹툰’은 당당한 주류의 반열에 올라섰다. 대약진이었다.

물론 내년에도 웹툰의 인기가 식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06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온라인 만화의 열람경험 비율은 27.5로 출판만화의 대여경험 비율(28.8)과 비슷한 수준이다. 독자들 역시 무료로 편리하게 보는 웹툰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로 인해 생겨난 ‘인터넷 만화는 공짜’라는 통념이다. 신문이나 잡지 등의 오프라인 매체가 고료를 지불하지 않고 작품을 게재하려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계기는 ‘온라인 콘텐츠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편견에 있다. 분명 연재공간의 마련과 장르적 다양성의 포용은 포털이 만들어낸 장점이지만, 만화에 붙여진 ‘공짜’라는 이름의 태그는 단점이다. 웹툰에 던져진 숙제이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의 그림자인 셈이다.


오프라인의 붕괴?_

온라인이 그렇다면 오프라인은 어떠할까. 들려오는 만화계의 비명처럼 붕괴 상태일까. 실제로 만화계는 고전하고 있는 출판업계 가운데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해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일반 출판사에서 500종 이상을 출간한 출판사가 8개 사에 불과한데 비해, 만화는 1000종 이상 출간한 출판사가 셋(대원씨아이가 1366종, 학산문화사가 1147종, 서울문화사가 1063종)이나 된다. 물론 만화 단행본은 2005년 한 해 동안 총 4558종이 발행되어 2004년에 비해 816종(12.99)이 줄어들었고, 시장규모 역시 923억으로 전년대비 107억원(10.3)이 감소하는 등 시장의 파이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왼쪽 : 서울문화사의 『슈가』/ 오른쪽 : 대원씨아이의 『SUPER CHAMP』
왼쪽 : 서울문화사의 『슈가』/ 오른쪽 : 대원씨아이의 『SUPER CHAMP』

이러한 상황에서 만화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대형 출판사라는 ‘공룡’들은 진화냐 멸종이냐의 기로에 섰다. 2006년도를 정리하는 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이들이 내놓은 작품들은 단 한 편의 본상 수상작도 배출하지 못하는 등, 대형 출판사 중심의 출판시장은 전면적인 개편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일찍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서울문화사의 『슈가』나, 작년 10월에 대원씨아이가 창간한 온라인 전문 만화잡지 『SUPER CHAMP』 등의 창간은 변화의 물결에 대비한 ‘공룡’들의 자구책이자 몸부림인 셈이다. 자연스럽다. 압박을 통해 만화시장의 새로운 물꼬가 트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하다. 온라인이든,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든 말이다.

결국 지금 부르짖는 만화계의 위기는 ‘대형 만화출판사의 위기’이지, ‘만화시장 전체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채야 한다. 만화시장 전체의 시야에서 보면 한국 만화계의 장래는 아직도 밝다. 정부에서 만화를 중요 문화콘텐츠의 하나로 점찍어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국가는 드물기도 할 뿐더러, 산업으로서의 만화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기에 그러하다. ‘출판시장의 파이 축소’는 전체 만화시장 붕괴의 서곡에 방점을 찍을 일이 아니라, 만화산업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 잡지에서 웹으로, 영화로- 다른 콘텐츠의 활용 원천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격변기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음악 산업의 중심이 공연과 온라인, 모바일로 대거 옮겨갔지만 음반시장 전체가 무너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2007년, 새로운 도전들_

물론 오프라인 잡지시장의 완전한 붕괴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새로운 도전자들의 계속되는 출현이 그 증거다. 다시 만화계의 주도권이 시대를 거슬러 ‘공룡’에게 넘어갈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려우나, 최소한 역습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07년의 화두가 될 그 기회란, ㈜씨네21의 신규 만화잡지 창간이다. ‘윙크’, ‘영 점프’ 등의 편집장과 ‘애니북스’ 팀장을 역임했던 전재상 씨를 새 편집장으로 선출했고, 새 잡지의 제호를 외부에서 공모 중이다. “창간과 단행본 출간을 동시에 시도하겠다”는 그네들의 패기 넘치는 모습에서, 지난해 잡지시장이 겪었던 불황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마련되어 있는 ㈜씨네21의 기존 유통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신생 잡지사가 겪을 하나의 장벽을 이미 제거한 셈이다.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지하철’에서 격주간 만화잡지를 들고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지금까지의 출판사와 어떠한 점에서 다른 면모를 보여줄지를 지켜보는 것도, 2007년도 만화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즐거움일 게다.

왼쪽부터 : 씨네21 / 애니북스 / 길찾기 홈페이지
왼쪽부터 : 씨네21 / 애니북스 / 길찾기 홈페이지

더구나 작지만 뚜렷한 색깔이 있는 만화 출판사들의 약진- 역시 2007년의 기대할 만한 사건이다. 2002년 「고우영 삼국지」를 복간해 화제를 모았던 출판사 ‘애니북스’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과 「하나오」, 다니구치 지로의 「아버지」 등 작가정신을 갖춘 이들 작품을 출간해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대형 출판사들이 일본의 라이센스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낸 작은 성과였다. 또한 「로보트 킹」과 「바람의 파이터」를 출간한 만화전문출판사 ‘길찾기’는 재능 있는 신인들을 발굴해 알리는 실험적인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 외에도 2007년에 이루어질 소규모 출판사들의 약진. 아직은 느리고 작디작은 걸음마에 불과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진보하는 한국 만화계의 현주소다.

달력의 첫 장을 넘기자, 마악 차디찬 겨울바람이 창문에 부딪는다. 2007년을 맞이한 만화 생태계에도 추운 삭풍이 불어오고 있다. 하지만 가슴을 펴자. 「아치와 씨팍」이 국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잖은가. 2007년의 한국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날씨 예보가 분명히 「맑음」일 거라는, 희망적인 ‘기상청 발표’를 한 번 더 믿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