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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만화, 음악을 만나다(3) 클래식음악 만화들
"만화", 음악을 만나다 - <
, <스바루>, <피아노의 숲>등 클래식음악 만화들을 만나보자.
2007-03-07
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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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Comic & Culture ①] 만화, 음악을 만나다.
01.
Kiss
마츠모토 토모 / 서울문화사
피아노라는 악기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그것은 아마 남녀를 불문하고 약간의 동경이 포함된 매력일 것이다. 피아노가 가진 이런 로맨틱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만화로는 마츠모토 토모의 「Kiss」가 제격이다.
잘생긴 피아노 선생 고시마와 조금씩 어른이 돼 가는 16살 소녀 카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장편으로, 그를 유명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매력적인 캐릭터, 간간히 폭소하게 만드는 개그 센스로 진부해 보이는 소재를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로 탄생시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만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만화 전체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에 있다. 카에와 고시마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누군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정말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부드럽고 간결한 그림체와 물 흐르는 듯한 칸 분할을 통해 피아노 소리를 만화 속에 ‘그려’ 넣었고, 읽는 사람은 그에 빨려들고 만다. 이 만화를 다 읽고 나면, 고전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든 없었던 사람이든 한번쯤 만화 속에 나왔던 피아노곡을 들어보고 싶어진다. 만화 속의 음악을 그대로 틀어놓고 읽는 것도 무척 즐거울 것이다.
_김민경(민경|allas)
02.
스바루
마사히토 소다 / 학산문화사
고전(클래식)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언뜻 바이올린 주자의 현란한 손놀림이나, 지휘자의 우아한 지휘 동작 등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음악을 하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지, 음악 자체를 표현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음악을 ‘보여줄’ 것인가? 마사히토 소다의 「스바루」는 무용수의 몸짓으로 음악을 보여주려 한다.
「스바루」는 어린 시절 난치병을 앓는 쌍둥이 동생을 위해 춤을 추기 시작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레리나로 성장해 가는 소녀 미야모토 스바루를 그린 만화다.「스바루」의 중심 소제는 물론 춤(발레)이지만, 춤은 음악 없이 출 수 없는 만큼 「스바루」에서 음악의 비중은 크다.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잠자는 숲속의 공주」, 「지젤」등 많은 발레 음악이 「스바루」에 등장하지만 그 중의 백미는 단연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이다. 음악에 취한 듯한 스바루의 춤사위와 이를 강요하는 듯한 시스테론 발레단의 군무는 작가 특유의 대담하고, 격정적인 그림체와 어우러져 「볼레로」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점점 증폭해 가는 음향을 표현하는데, 이는 독자로 하여금 「볼레로」를 ‘들었다’는 착각을 줄 정도이다.
_윤진태(스에즈에|neoyungoon)
03.
피아노의 숲
잇시키 마코토 / 삼양출판사
천재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자기 인생에 천재가 끼여 있다면, 마냥 즐겁기만 할까? 「하나다 소년사」의 작가 잇시키 마코토의 대표작 「피아노의 숲」은 천재 피아니스트 카이와 그와 경쟁하는 노력파 피아니스트 슈우에이의 이야기이다.
창녀의 아들 카이는 우범지대에 버려진 ‘숲의 피아노’를 친구 삼아 살아간다. 출신 때문에 제대로 된 음악교육 한번 받은 적 없는 카이는 타고난 재능으로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어 간다. 그런 그를 발견해 준 것이 유명한 피아니스트를 아버지를 둔 슈우에이이다. 그는 카이의 재능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재능 없음에 괴로워한다.
이 만화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천재 카이의 인생 뿐 아니라, 노력하는 슈우에이의 인생을 균형 있게 다루었기 때문이다. 슈우에이는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르처럼 절망만 하지 않고, 자기만의 피아노를 만들어 나간다. 음악은 클래식 위주지만, 천재 카이가 재즈로 편곡한 클래식도 등장해, 현대적인 감각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숲 속에서의 피아노 연주 장면은 청각 뿐 아니라, 시각까지 만족시켜준다.
_백은지(지노|coolcat78)
04.
노다메 칸타빌레
니노미야 토모코 / 대원씨아이
카프리치온 칸타빌레 - 제멋대로 노래하듯이. 두 주인공의 첫만남에 등장한 이 나타냄말이 작품을 간단명료하게 말해준다.
노다 메구미(이하 노다메)는 쓰레기가 방에 산더미처럼 쌓이도록 자취방을 방치하고, 만날 친구의 도시락을 훔쳐 먹고, 학교에선 피아노 레슨 대신 자작 방귀춤을 만들어내는 등, 그야말로 제멋대로의 극치를 달리는 엉뚱한 음대생이다. 그런 그녀가 같은 피아노학과의 귀공자, 치아키 마사유키에게 반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히 스토커를 방불케 하는 노다메의 행동들에 치아키는 그녀를 떼어내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둘은 같은 교수의 레슨을 듣게 되는 등 자꾸 묘하게 얽히게 된다.
자칫 식상하게 여겨질 수 있는 내용 구조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제멋대로 개그가 그 식상함을 씻어낸다. 또 슈트레제만, 마스미, 미네 등 노다메만큼이나 괴상한 주변 인물들도 재미에 한몫한다.
그리고 거기에 곁들어진 음악이라는 소재. 개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지만,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피아노를 즐길 뿐, 음악에 대해 전혀 진지하지 않은 노다메가 치아키와의 만남을 계기로 노력하고, 좌절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함께 노래하듯이 그려진다. 따분하고 지루하게만 여겨질 수 있는 클래식이 제멋대로인 작품 속에서 경쾌하게 흘러 독자들의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주인공 둘의 파리 유학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노다메 칸타빌레」. 또 어떤 이야기를 노래하듯이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_노정원(ReD:|jungllm)
05.
그린빌에서 만나요
유시진 / 서울문화사 / 전 4권
플루티스트가 되고자 침을 뚝뚝 흘려가며 플루트 연주에 열심인 고등학생 도윤을 주인공으로 한 유시진의 「그린빌에서 만나요」는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는 주된 아이템이 요리, 그리고 바로 플루트이다.
작품 속에서 도윤의 성장에 플루트가 직접 언급된 것은 ‘플루트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게 잘 하는 일일까?’라는 생각에서이다. 도윤은 왜 자신이 플루트를 선택했는지 처음으로 의문을 느끼고 그것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상처받은 자아를 치유하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천천히 자각해 간다. 또한 엄마와의 단절된 관계에서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점이 플루트이기도 하다. 다정하지 않던 엄마가 처음으로 웃으면서 권한 플루트, 그리고 플루트를 그만두겠다고 고집부리자 처음으로 ‘실망했다’는 엄마였기 때문이다.
왜 엄마는 플루트 배우는 걸 권한 걸까, 왜 엄마의 실망에 상처받았을까? 엄마를,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도윤은 몇 년 만에 다시 플루트를 시작한다. 그러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 플루트를 부는 이유는 ‘음악에 푹 잠겨서 함께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이다. 그렇게 플루트는 점점 도윤의 안에서 자리를 잡아 어느새 ‘생활의 축’이 된다.
엄마 때문에 시작했다가 중단하고 다시 엄마 때문에 시작한 플루트이지만 대인관계가 서툰 스스로를 고민하던 도윤에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늦었으면 늦은 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을 거다’라고 알려준다. 조금씩 연주 실력이 늘어가는 것처럼 부족한 자존감이나 서툰 대인관계도 서서히 변하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플루트는 그렇게 도윤의 성장기를 함께 지내는 좋은 동료의 역할을 한다.
_유혜영(초코칩|chocochip)
06.
러버스 키스
아키미 요시다 / 시공사 / 전 2권
「바나나 피쉬」, 「야차」등 국내엔 하드 보일드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작가 아키미 요시다이지만 「러버스 키스」는 학원물이고 레이어를 여러 겹 씌운 옴니버스 형식이다.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인기작이다.
남→녀, 남→남, 여→여 로 사랑의 화살표는 복잡하지만 실제 사랑을 나누는 건 남→녀 커플 뿐, 그 외에는 서로가 알면서도 눈을 감는 외사랑의 화살표이다. 그러나 이 묘하고 쓰라린 사랑 이야기는 시종일관 카마쿠라 ? 사찰과 신사가 많고 도심 가운데 가로수도 많으며 해변가인 에노시마로 알려진 지역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삼아 텅 빈 배경조차 어딘가 매미 소리가 들리고 짭짤한 바다 냄새가 날 듯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이른바, ‘쿨한’ 사랑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국내에도 해적판 이후 정식판과 애장판도 나올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는 피아노를 쳤거나 치고 있는 인물이 두 명 나오며, 작품 속에서 언급된 곡들은 쇼팽(정확한 곡명 없음), 드비쉬의 「월광」, 사티의 「짐노페디」와 「Je te veux」, 베토벤의 「템페스트」, 미국 민요인「갈색의 작은 병」이다. 이 곡들은 작품의 중요한 대목마다 등장하며 곡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곡명이나 작곡가의 이름만으로도 인물의 긴장된 내면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과거의 기억을 잘라내기 위해 피아노를 치지 않기로 한 리카코이지만 후배인 다카오의 일취월장한 피아노 연주에는 마음이 쓰라리다. 이때 다카오가 연주한 곡이 쇼팽. 다카오가 동성(同姓)인 선배 후지이에 대한 마음을 담아 연주한 곡은 드뷔시의 「월광」과 사티의 「짐노페디」,「Je te veux」이다. 특히 「Je te veux」를 연주하면서 곡명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후지이에게 “당신을 원해”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만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
또한 언니의 친구인 미키가 실은 언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동생 에리카가 알게 된 것도 피아노 연주 때문이다. 베토벤의 「템페스트」를 연주하는 언니의 어깨를 감싸려다 멈추는 미키를 보게 된 것이다. 또한 미키가 친구인 리카코를 좋아하게 된 것도 그녀의 마지막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다. 언제나 언니에게 반발하던 에리카가 화해의 손짓으로 고른 것도 피아노 연주였다. 서툴게 「갈색의 작은 병」을 연주하고 그것을 리카코가 다가와 지켜본다. 리카코 역시 다시 피아노를 치기로 하면서 과거의 자신과 마주할 결심을 한다. 이 작품에서 피아노는 서로의 마음을 깨닫고 전하여 확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_
유혜영(초코칩|chococ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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