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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신년 특집(2) 2007년, 만화계의 트렌드

2007년이 밝았다. 늘 그렇듯 묵은 것이 씻기면 새 희망을 이야기하게 된다. 묵은 흉조와 길조를 중심으로 올 한 해 만화계를 이끌어 갈 새 경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2007-02-01 이영미

2007년이 밝았다. 늘 그렇듯 묵은 것이 씻기면 새 희망을 이야기하게 된다. 거기서 새싹이 돋는다는 밝은 징조가 딱히 없더라도 지는 한 해는 곧 새 해와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힘든 해를 보낸 만화 인들에게 새해는 그냥 희망 자체다. 아니 징조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난해 길조로 키울만한 조짐은 만화 안팎으로 있었다. 묵은 흉조와 길조를 중심으로 올 한 해 만화계를 이끌어 갈 새 경향을 살펴보기로 한다.


만화와 영상의 만남, 맑음 뒤 계속_

식객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로 만들어진 <식객>, 인기 원작 만화가 영화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가지 여건들이 충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화원작의 영화화, 드라마화는 올해도 활발하게 추진될 전망이다.「바보」,「순정만화」등이 이미 개봉 대기 중이고,「분녀네 선물가게」를 비롯해「두 사람이다」,「로맨스 파파」그리고「26년」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봉준호 감독은 2009년 「설국열차」를 영화로 선보인다.

타짜
인기 만화가 영화로 성공하기 위해서 원작의 재해석은 필수적인 것이다. 허영만의 <타짜>의 경우 인물의 재 해석, 탄탄한 영화적 구성으로 원작에 살을 보태 영화로 성공했다.
왼쪽 : 허영만 원작의 만화 <타짜>속 캐릭터 고니 / 가운데 : 영화 <타짜>의 고니 역 조승우 /
오른쪽 : 사진은 만화 속 인물과 다르게 설정된 영화 <타짜>의 정마담 역 김혜수.

「궁」의 드라마 성공으로 이어진 만화의 브라운관 진출 또한 올 한 해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충무로 관계자들이 신촌의 모 만화방에 상주한다는 소문은 근 2년간의 소문. 영화와 방송계에서는 영화와 드라마, 출판을 동시에 아우를 원작을 찾아 영화, 만화, 드라마를 동시에 장악해가는 총체적 협공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하기에 앞서 만화인 들의 우려는 다른 데 있다. 먼저 이러한 체제에 가장 중요한 기획자가 안 보인다는 의견이다. 만화계 안팎의 사정에 어두운 관계자들은 특정 유명 만화가의 작품에 프리미엄만 얹어놓기 일쑤고 참신한 ‘보석’은 못 보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해당 매체에 잘 어울리는 기획물을 내놓지 못하고 원작의 유명세로만 밀어붙이다 보면 지난해와 같은 실패가 나올 거라는 걱정이다.

다세포 소녀
인기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원작의 인기가 영화의 성공을 반드시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 지난 한 해다. 이미지는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원작의 성공을 따라가지 못한 <다세포 소녀>.

더욱이 이러한 기획들은 물량공세만 앞세운 채 알맹이는 유행 아이템을 ‘벤치마킹’으로 무단 복제할 위험마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 라는 성마른 이름만 난무하기에 앞서 꽉 찬 알맹이로 들어찬 유행이 되기를 만화 인들은 고대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란, 만화계 흔든다!_

만화 독자들의 열띤 성원은 역시 올해도 붐업! 할 전망이다. 네이버 툰의 독자 참여 만화공간은 벌써 그 안에서 조회 수 10 만에 달하는 ‘스타’ 가 양산되고 게시판을 통한 독자와 참여자 간의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참여자가 곧 독자이며 동시에 작가가 되는 이 서비스는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네이버 툰 외에도 ‘이지 툰’ 과 같은 독자 참여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이는 더욱 활발해졌다.

네이버툰이미지. 독자만화는 웹툰 작가들의 데뷔무대와 독자간 소통 공간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각각 더 활발해질 것이다.

네이버 툰 뿐 아니라, 독자 참여만화 가운데 지난 해 「스쿨홀릭」 이나 「낢이 사는 이야기」처럼 고정 팬층을 거느린 인기 만화도 탄생했다. 미디어 다음의 「나도 만화가」 코너로 등장한 ‘홍작가’도 이러한 이른바 ‘만화가 공개 모집’의 장을 통해 만화계에 입성했다. 최근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미 강풀이나 마린블루스의 정철연도 이런 과정을 거쳐 스타급 만화가가 되었다. 올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웹툰, 지금 만나러 갑니다._

도로시밴드
왼쪽 : 미디어 다음 만화 속 세상 에 연재되는 고리타의 / 오른쪽 :홍작가의 <도로시밴드>
웹툰의 인기 또한 더욱 지속될 전망이며 소재와 형식에서 다양성을 더해갈 것이다.

웹툰은 지금 만화들의 장이 되었다. ‘다음’과 ‘파란’을 비롯해 ‘네이버’, ‘네이트’, ‘싸이월드’ 등에서 웹 연재만화들을 다투어 싣고 있다. 강풀이나 강도하, 고리타, 청설모를 비롯해 처음부터 웹을 기반으로 시작한 작가들과 홍작가(도로시밴드), 캐러멜(캐러멜의 오리우리), 이림(죽는 남자), 워니(골방환상곡)처럼 ‘독자만화’로 떠오른 작가들 그리고 김규삼, 김진태, 정연식과같이 오프라인에서 웹툰으로 영입돼 온 작가 군이 웹툰의 주요한 흐름이다.

어느 쪽이든 웹툰 작가는 ‘재미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는’ 그야말로 완전 경쟁에 노출돼 있다. 열성적인 독자층이 있어도 숫자가 적으면 곧바로 잘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인 작가에게는 매우 비현실적인 고료가 지급되고 오프라인이나 타 지면 동시 연재는 원고료가 삭감된다. 이 점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지만, 이것이 웹툰에 연재하는 작가의 현실이다.

다만, 자기 고백이나 신변잡기에 머물던 웹툰의 소재가 SF나 판타지, 전통 물, 학원물로 소재가 다양해지고, 형식 면에서도 웹툰이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작가 처우 현실화 문제를 안고는 있으나 한 층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갖춘 웹툰은 올해 만화계 안팎의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만화잡지 창간, 기대? 기대~_

『씨네21』의 만화잡지 창간은 폐간, 정간, 휴간 소식만 들려오던 만화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을 전달해주었다. 그동안 씨네21이 보여 준 잡지의 알찬 틀들을 보고 만화가들이 적잖이 기대와 관심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새 출판만화의 극심한 불황을 몸으로 겪은 만화가들은 안정된 출판 잡지 연재에 목이 말라 벌써 편집실에 원고를 들고 줄을 선다는 소문이다. 일단 만화계의 지대한 기대는 바탕에 있으나, 지난해에만 4종 이상의 잡지가 폐간되는 등 출판계 전체의 불황은 이 단비 소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바닥이란 곧 치고 올라갈 계기가 되는 법. 만화잡지뿐 아니라 출판만화에도 출사표를 던진 『씨네21』 만화잡지의 패기에, 만화 인들의 기대는 더 해가고, 이는 분명 새 만화잡지의 탄생에 힘을 보태줄 것이다.


만화교과서가 시장을 접수하다_

마법천자문, 그리스 로마 신화 , 교과서 만화
6백 만부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한 <마법천자문> 시리즈로 출판계의 학습만화 출판 붐은 더 고무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학습만화 시장도 좀 더 탄탄한 기획물을 찾고 있다.

학습만화시장은 20여 년 전부터 형성된 것이다. 방문판매 형태의 학습만화전집이 서점용 시리즈물로 옮겨가고 다시 게임 산업과 연계한 학습(판형만 키운 작품 포함) 시리즈물로 속속 나오면서 올해는 더 세분화된 다양성을 보일 전망이다. 「마법 천자문」 이 6백만 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올린 만큼 학습만화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것은 학기 초마다 쏟아지는 만화교과서 열풍이다. 3~4년 전 과학, 수학, 역사, 논술, 지리에 이르기까지 만화로 학습을 접한 초등학생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된 지금, 만화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한 교과서만화는 이들을 위한 가장 적절한 매체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도감, 종이접기, 공예 등 각종 오프라인 상품이 포함된 에듀테인먼트 학습물이 붐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와 함께 규모는 작지만 안정된 독자층이 있는 성인용 학습만화가 학습만화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만화, 해외에서 활짝!_

우리 만화들이 잇따라 해외에서 상을 타고, 인기를 끄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활약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궁」의 경우 대만과 베트남에서 20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고, 「천추」, 「유레카」, 「이르카나」 등 여러 작품이 해외 시장에 나가있다. 변병준은 유럽의 한 소규모 만화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잇따른 수상 소식도 국내 만화계에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올해도 이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만화 인들은 내다본다.

이 밖에도 BL(boy love) 소재 만화들의 활성화, 소규모, 신진 만화출판사의 도전, 그리고 한, 중, 일 3국의 만화 교류, 역사소재 만화 활성화도 2007년의 경향으로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시장의 규모는 작으나 모바일 시장의 꾸준한 성장에, 아직 그 분야에 성공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예측도 들린다.

트랜드란 말이 무색할 만큼 어둡게 식었던 지난 만화계다. 그러나 이제 한층 밝고 역동적인 트렌드들로 만화계가 더욱 커지고 힘 세지기를 새 해에는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