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Comic & Culture 21] 만화와 새학기동장군이 기세 좋게 춤사위를 펼치고 지나가니 어느덧 꽃피는 춘삼월이다. 하지만 학생 여러분에게는 꿈에 개와 학이 나와 즐거이 뛰노니 개학을 알리는 전조라 두렵다던 고릿적 개그가 현실로 다가오는 때기도 하니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 터. 어디선가 “볼일은 다 보셨나? 신께 기도는 다 올렸고? 방구석에서 방학 숙제 해치우며 달력만 올려다 볼 준비는 OK?”라는 음울한 대사가 들려올 것만 같다.그래도 기왕 다가오는 새 학기는 즐겁게 맞이해야 좋은 법. 이번엔 ‘새 학기’라는 화두와 어울릴 법한 작품들을 한 번 모아보았다.「학교방위 365일」신유하 / 대원씨아이 / 전 3권 완결최근 「안녕, Pi」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유하 씨의 장편 데뷔작. 마치 도플갱어처럼 누군가의 공백을 얼굴이 똑같은 다른 성별 인물이 대체한다거나 학생회 권력이 막강한 학교라든가 등등 설정 면에서 독창성이 다소 떨어지는 점은 있으나 작가의 첫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그림체로 그려내는 ‘늘 재미난 이야깃거리와 약간의 감동거리가 넘쳐나는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다.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연두는 소녀가장으로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일만 하다가 우연히 저지른 실수(?)에 따른 빚(?)을 갚기 위해 졸지에 학생회장 대역을 하게 된다. 관계자들도 놀랄 만큼 닮은 외모 때문이긴 하지만 문제는 겉만 비슷하지 속(성격 및 두뇌)이 같을 리가 없다는 점이라 졸지에 사방천지가 사고만발. 하지만 내심 누리고 싶었던 학창시절을 범상치 않은 상황 속에서 누리게 된 연두에게는 어쩌면 그 생활 자체가 하나의 새 학기와 같지 않았을까.「토라도라!」타케미야 유유코 원작·젯쿄우 작화 / 학산문화사만화판 1권 출간 중 / 원작 소설 본편 7권, 스핀오프 1권 출간 중최근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인기 라이트노벨의 만화판. ‘미니 타이거’ 아이사카 타이가(호랑이 : 토라)와 삼백안 때문에 오해를 사지만 실은 실로 가정적인 타카스 류지(용 : 드래곤 - 도라)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라이트노벨 장르에서 학원 러브 코메디 장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 작가의 작품답게 학창시절의 일직선적이고도 복잡다단한 소년소녀들의 연심과 연애담을 섬세한 필체와 ‘몹시’ 개성 강한 캐릭터 속에 잘 버무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 학기 들어 좋아하는 여자애와 같은 반이 된 걸로 기뻐하지만 정작 그와는 상관없이 학교 최강의 위험생물(?)과 조우해 얽히고 마는 운명에 빠진 주인공을 뜨뜻미지근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기분이 꽤 쏠쏠하다. 게다가 둘 다 겉으로 드러나는 면과는 다른 면모를 품고 있는데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접근하기 위해 서로를 의지하는 묘한 관계를 끌고 가면서 새 학기 새 인연에서 비롯하는 학교 생활의 의외성과 잔인함(?)을 즐겁게 즐길 수 있다.원안이 된 소설 일러스트보다 주인공 류지가 너무 멋있어졌다는 점과 여성진들이 미묘하게 더 색기를 띠고 있다는 점은 만화판만의 볼거리이자 특징.「그 남자! 그 여자!」츠다 마사미 / 학산문화사 /전 21권 완결쿨한 미모와 높은 성적과 좋은 성격을 다 갖춘 우등생이지만 사실은 남 앞에서 잘 보이기 위한 노력에 열중하는 허영덩어리(?)인 유키노가 막상 야심차게 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자기보다 한 술 더 뜨는 완벽남을 만나는 바람에(?) 대차게 인생이 꼬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남 앞에서 완벽한 외양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었던 실체를 하필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들키고, 게다가 그런 모습을 보았음에도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해오는 그에게 유키노는 점차 가식적이었던 모습을 버리고 진솔한 삶의 방향을 찾아가게 된다. 이러한 전반부 이야기만으로도 이 작품은 가벼운 연애담으로 빠지기 일쑤였던 소녀만화들과는 다른 개성을 뿜어냈음은 물론 애니메이션화 등으로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남자 주인공인 아리마 소이치로를 둘러싼 마음의 병 치료기(?)가 많이 길어지면서 다소 독자들을 음울한 기분과 충격에 빠트린 감은 있지만 학창시절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안들과 복잡미묘한 심리들을 역시 독특한 인물 설정들과 함께 잘 버무려낸 초반~중반기 이야기들은 여전히 학원물에 도전해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본 기사은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http://mahn.co.kr)과의 제휴기사입니다.
서찬휘
* 만화 칼럼니스트. * 《키워드 오덕학》 《나의 만화유산 답사기》 《덕립선언서》 등 저술.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백석문화대학교 출강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