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09년도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정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만화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1. 한국 만화 100주년
올해 만화계의 가장 큰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한국만화 100주년’이었다. 1909년 6월 2일, 관재 이도영 화백이 대한민보에 만평을 실은 지 딱 100년이 되는 올해 만화계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많은 행사들이 열렸다.
「만화, 한국만화 100년」 전시회 포스터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행사는 역시 100주년이 되는 지난 6월 2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만화, 한국만화 100년」 전시회. 이 전시는 한국만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국내 미술관에서 열린 최초의 만화 전시회로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이후 전시는 제주현대미술관에서도 연이어 열리면서 열띤 호응을 얻었으며 연장 전시가 이루어지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도 함께 거두었다.
또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SICAF)」, 「부천국제만화축제(이하 BICOF)」 등의 정기 행사에서도 한국만화 100주년을 알리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들이 열렸다. 우선 「SICAF」에서는 만화 100주년 기념 전시관을 만들어 한국 만화들의 명장면을 재구성하는 한편, ‘만화 타임캡슐’이라는 부대 행사를 열어 만화가들의 기증품을 한국만화가 200주년을 맞이하는 날, 꺼내보기로 약속을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더불어 「BICOF」에서는 「만화, 만화(漫畵, 萬話)」 전시를 통해 굴곡 많았던 한국만화의 역사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11월 3일 ‘만화의 날’에는 SBS를 통해 다큐멘터리 「시대를 그리는 만화 100년」이 방영되었고 이 방송은 이후에 보지 못한 시청자들의 재방영 요청이 이어질 정도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는 「제9회 만화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지난 2008년 6월 공식 출범한 한국만화100주년위원회가 이후 활동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위임하면서 그간의 활동을 정리했다.
2. 우여곡절 많았던 만화 행사들
올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만화 행사인 「SICAF」와 「BICOF」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인 해이기도 하다. 우선 「SICAF」의 경우 예년과 달리 단독행사로 열리지 못하고 「서울캐릭터· 라이선싱페어 2009」와 함께 열리면서 전반적으로 행사의 규모가 상당히 축소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만화출판사 부스와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부스들까지 모두 「서울캐릭터· 라이선싱페어 2009」 쪽에 자리를 잡으면서 두 행사의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했다.
행사가 축소되긴 했어도 큰 문제 없이 개최된 「SICAF」에 비하여 「BICOF」의 경우는 행사가 한 번 취소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개원과 함께 열릴 예정이던 행사가 취소 직전까지 간 이유는 다름 아닌 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 지난 9월, 정부가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자체 축제와 행사를 취소, 연기할 것을 요청하면서 「BICOF」는 1차적으로 취소가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지자체 자율 결정’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동시에 「BICOF」의 취소건 역시 번복되었고 이에 행사 홍보는 혼선을 빚기 시작했다. 더욱이 주 관객층인 어린이 대상 행사들이 대거 취소됨에 따라 행사의 호응도는 일부를 제외하면 그리 높게 나타나지 못하는 모습도 보임에 따라 「BICOF」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3. 만화출판사들의 잡지 개편 및 정리
2009년은 예년보다 잡지들의 변화가 많이 이루어진 해이기도 하다. 우선 학산문화사와 씨네 21은 자사의 잡지 『부킹』, 『찬스』 그리고 『팝툰』을 모두 월간으로 전환했으며 대원씨아이의 경우는 아예 『영챔프』를 온라인으로 전환시켰다. 이 중 학산문화사의 소년지인 『찬스』 발행주기 변경은 서울문화사, 대원씨아이의 소년지인 『아이큐점프』와 『소년챔프(현 코믹챔프)』에 이어 3년 만에 이루어진 간판 잡지 발행주기의 변경이었던 만큼 현 만화계의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참고 자료가 되었다.
새로운 만화사이트 ‘툰도시’(http://www.toondosi.com)
또한 대원씨아이는 격주간 청소년지 『영챔프』를 발매 15주년인 지난 5월 20일부터 SK의 새로운 만화사이트 ‘툰도시’(http://www.toondosi.com) 를 통해 서비스하기 시작하면서 잡지의 오프라인 발매를 종료했다. 이미 SK의 네이트를 통해 온라인 잡지인 『수퍼챔프』를 포함한 모든 잡지를 서비스한 바 있는 대원씨아이이기에 이번 『영챔프』의 툰도시 입성은 남은 오프라인 잡지인 『코믹챔프』와 『이슈』의 향후 행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 대여점협회 입고 거부 사태
지난 1월 23일, 전국 거래처에 대원씨아이 영업부의 공문이 돌려졌다. 내용인 즉 래핑을 뜯은 2권 이후의 단행본은 앞으로 반품을 받지 않겠다는 것. 실질적인 반품 불가를 천명한 이 공문에 전국도서영상대여점협회(이하 전대협)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이후 전국만화방도서대여점연합회(이하 전만연)와 연합하여 3월 13일자로 대원씨아이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게 된다.
사실 총판을 통한 대여점의 반품 운영 형식은 그 자체로도 잘못되어 있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름 하에 운영되어 오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러한 관행 속에 일반 구매자들은 서점에서 신간을 구입했음에도 안에 대여점 스티커가 붙어있는 책을 받는 등의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전대협과 전만연은 이런 폐해를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전면전을 통해 대원씨아이를 압박한 것이다. 더불어 전대협과 전만연은 대원씨아이만 압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판타지 ? 무협 작가들까지 대원씨아이와 계약할 시 입고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작품 페이지 수에도 제한을 두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상당히 거셌다. 「END」와 「너의 시선 끝에 내가 있다」 등의 작품을 그린 서문다미 씨와 「유령왕」, 「언밸런스 X2」 등의 작품 스토리를 쓴 임달영 씨 등 여러 작가들이 자신의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태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혔으며 네티즌들도 개인 블로그와 다음 아고라 등을 통해 이 사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는 등 전반적인 반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 사태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인 상황. 한국만화가 100년을 맞는 이 때, 현재 우리 만화계의 한 축이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총판을 벗어나 새로운 출판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5. 앱스토어 논쟁으로 야기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논의들
지난 6월, 네이버는 자사의 웹툰을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뷰어를 발표했다. 앱스토어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프로그램, 또는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노출할 수 있는 콘텐트)을 사고 파는 시장을 뜻하는 말로 이 중 애플의 앱스토어는 자사의 기기인 아이팟과 아이폰에서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을 이용, 개설 9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10억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네이버의 웹툰을 앱스토어를 통해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옛날 라이코스 등의 여러 업체들이 웹만화 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 무리한 무료 경쟁을 벌이다 무너진 사례를 들면서 다시 그 역사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애플사의 앱스토어 소개 이미지
이로 인해, 만화계 일부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일어났다. 초기엔 이야기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한 공정 경쟁 이야기 이전에 네이버에 대한 질타로 이야기가 몰리면서 다소 방향성을 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이어진 토론회와 컨퍼런스 등을 통해 방향성을 다잡기도 했다. 이제 아이폰이 국내에 정식 발매가 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열리려는 상황. 앞서 이루어진 이 논의들이 앞으로 만화계가 나아갈 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