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및 정리 : 양세종(ysjsizz@gmail.com) / 만화 칼럼니스트
참석자 : 만화가 조재호, 만화 연구가 김낙호, 만화 칼럼니스트 서찬휘
서찬휘 : 오늘은 뉴 미디어 시대의 만화라는 주제로 연구자 대표로 김낙호 님, 만화가 대표로 조재호 작가님(과 동료 프로그래머분), 독자 대표로 서찬휘, 그리고 사회와 정리에 양세종 님. 이렇게 패널을 구성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무겁지 않게 자유로운 이야기로 이 땅에서 뉴 미디어란 화두와 만화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조명 그리고 만화는 어디로 갈 것인가 와, 각자가 지금 준비 중이거나 보고 있는 화두 등에 관한 언급 등을 쭉 진행해 나가면 좋을 듯합니다.
김낙호 : 이미 무겁군요!
양세종 : 쉽지 않아요. (절레절레)
서찬휘 : 아하하. 자. 그럼 이상과 같은 내용으로 이후 진행을 양세종 님께 넘깁니다.
양세종 : 안녕하세요. 찬휘님과 같이 『컬처밤』을 운영하고 있는 양세종이라고 합니다.
조재호 : 안녕하세요.
서찬휘 : (짝짝짝)
양세종 : 우선적으로 뉴미디어와 만화의 만남을 먼저 이야기 해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에서 웹툰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우리나라지만 한동안 액티브X나 단순 스크롤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점차 플래시 등을 이용한 새로운 보기 방식이 나오기도 했죠.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애당초 휴대폰 쪽으로 인터넷 등이 발전하다보니 그 쪽을 염두에 두는 동시에 만화책의 모습을 최대한 옮기려는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현재 스마트폰이라는 포터블 매체가 발전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보고 배울 점도 생겼다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더불어 아이패드 등의 태블릿 PC도 기존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앱을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죠. 이렇게 매체들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만화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첫 순서는 딱히 정하지 않겠습니다. 자유롭게 발언해주세요.
김낙호 : 만화와 뉴미디어를 생각할 때, 사실 표현적 가능성과 상업성 두 가지를 사실 각각의 영역으로 봐야한다고 봅니다. 표현적 가능성에서 새로운 연출 등 미학적 개척을 이야기하는 것과 특정한 새 매체에서 만화산업을 만드는 것은 각각 생각할 부분이 많죠.
예를 들어 세로 스크롤 연출 웹툰의 범람은 단지 작가들이 게을러서 같은 것보다는 한국에서 포털사이트가 그런 형식의 지면만을 제공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에 적응한거고. 액티브X 온라인 만화방의 참극은 더욱 더 개별 작가들과는 상관이 없었죠. 아예 이미 종이만화로 나온 것들을 스캔해다가 서비스를 했으니 말이죠.
물론 자기 매체와 창작을 동시에 하시는 분들은 항상 있었으나 (사실 세로스크롤 웹툰 양식도 개인홈페이지들에서 시작되었듯) 매체를 만드는 이들과 그 속에서 작품의 연출 양식을 만드시는 분들은 일정부분 계속 서로 따로 존재하실겁니다. 그런데 매체를 만들어오던 쪽의 분들이(예를 들어 포털) 지금껏 놀랄만큼 등한시해온 것이 수익모델이었죠.(……)
여튼 첫번째 화두인 뉴미디어와 만화의 만남에 대해, 저는 매체제작자, 창작자 두 가지로 나누어 만났다고 보고 매체제작자는 뉴미디어에 만화를 접목시키는 열의를 발휘하면서 수익성과 새로운 미학에 대해서 의외로 인식이 얕았고 창작자는 적극적 개척보다는 주어진 매체에 적응하는 쪽으로 너무 쏠렸던 것이 아닌가 라고 봅니다.
양세종 : 네.. 그럼 조재호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조재호 : 김낙호 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업체를 선택하지 않고 친구와 작업하게 된 계기는 업체와 처음 만날때 한국시장에서 수익을 얻는 부분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 작품을 주고 업체가 번역을 해서 해외서비스를 해주었으면 했는데, 전혀 의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가 좀 나기도 했구요. 그렇게 대단한 기술인가 생각하다가 친구와 이야기하고 우리끼리 해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해서 시작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해볼만하다는 생각에 시작한겁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씀하신것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얻어지는 기술적인 노하우라든지 아니면 작가가 갖게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술적인 또다른 노하우는 서로 공유해야 될것같다라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초창기 디지털 만화 전환기 때 지금의 웹툰작가들은 거의 대부분의 공부를 책이나 인터넷에서 습득한 겁니다. 저처럼 만화를 도재시스템에서 배운것과 다르게 누군가 한명이 기술을 가지고 이렇게 빨리 변하는 디지털환경에서 한국만화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빠른 변화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기술의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밌는게 만화 만큼 공유가 없는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거대 기업이고 미국도 마찬가기고, 그런데 우리가 이길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세종 : 네. 확실히 김낙호 님의 말씀대로 업체는 업체대로 새로운 매체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서 만화가 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죠. IPTV의 경우를 보자면 한숨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럼 서찬휘 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서찬휘 : 그 전에 낙호 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만.
양세종 : 네.
김낙호 : 말씀하셨듯 노하우의 공유, 기술의 개방과 표준 등이 중요합니다. 다만 중요한 건 공유로 인하여 서로의 시장성을 잠식하지 않는 방식에 합의하는게 필요한데 그게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쉽게 되지만(다른 작품들이니) 매체제작자(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불꽃 튑니다;
따라서 사업자들로 하여금 표준 기술 속에서 각자 사업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인식과 그에 합당한 사업모델을 자꾸 제안해야하는 단계죠. 비유하자면 애플보다 구글식.
양세종 : 네.
조재호 : 맞습니다.
서찬휘 : 네. 애플은 아무래도 폐쇄형이다 보니 그러한 지점들을 독점해서 움직이고 다들 이쪽으로 와서 놀아라, 하게 마련이니까요.
양세종 : 구글은 반대로 범용적인 녀석을 만들어서 누구든 가지고 놀아라. 하고 던져준 모습이죠. 애플의 모습을 보고 노린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김낙호 : 그걸 위해 콘진 같은 곳에서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앱 엔진 개발을 공모하고 있기도 한데 과연 실제 제대로 된 엔진을 위해 만화전문가들의 의견을 얼마나 수렴할 지가 관건..OTL
서찬휘 : …아멘.
양세종 : 사실 안드로이드로만 개발해도 문제가 없어보이는게…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가 구동되니까요.(…)
서찬휘 : …그건 아직 버그가 좀 많..(…)
양세종 : 그렇군요. 쿨럭..
김낙호 : 만화 독서에 최적화하기 위한 인터페이스가 무엇인지 제대로 사용자 피드백, 작가 피드백 받아가면서 개발해야하는데 개별 사업자들이 지금껏 그런걸 뭐 한 적이 없다고 봅니다.
양세종 : 네..
김낙호 : 다올이나 이니셜의 앱 보면 뭐. 한숨만 나오죠.
서찬휘 : ….그렇죠.
김낙호 : 온라인 만화방들은 그저 페이지를 화면에 잔뜩 우겨넣는것만 해왔고 포털은 자기네 원래 틀만 던져줬을 뿐. 그나마 미디어다음이 좀 더 플래시 기반 페이지뷰어라든지 그런걸 고민했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죠.
서찬휘 : ….그나마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진보적(?)입니다….
양세종 : 확실히 국내 업체들은 베타테스팅 부분이 많이 부족한 모습입니다. 기술 유출을 신경쓰는건지 내부 사정까진 모르겠지만 말이죠.
서찬휘 : 다만 외국 쪽 앱이라고 특출나게 낫단 느낌이 들지만은 않는 게 위안이랄까 뭐랄까.
양세종 : 아직은 고민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겠죠.
서찬휘 : 네..
조재호 : 공용 앱 엔진이라는 것도 하나의 뷰어 일뿐이란 생각인데요. 정해진 틀에 모든 만화가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단지 업체를 끼지않고 만화가들이 자유롭게 올릴수 있다는 것 외에는…
김낙호 : 옙. 하나의 뷰어일 뿐이죠. 그렇기에 사실 더 필요한건, 여러 틀로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선택권을 기술적으로 넓히는 것이죠. 종이페이지 방식으로 하려는 작품은 그렇게 하고, 세로 스크롤은 그것대로, 가로는 가로로…
서찬휘 : 기술적인 측면으로 볼 때엔 일종의 공용 라이브러리 같은 개념이 되겠군요.
조재호 : 제 생각엔 앱스토어나 기존의 모바일에서 우리 만화가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중 하나는 새로운 방식이 나왔는데, 기존의 것을 완전히 부정했다는 겁니다.
김낙호 : 옙. 동의.
조재호 : 매체는 보여 주는 것일 뿐. 만화가 그리고 편집자, 이번의 앱같은 경우엔 이 곳에 프로그래머까지 또 작품을 올리는 오소링기술자까지 포함해서 여럿이 같이 만들어 가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모바일을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편집자나 기획자 없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그래서 프로그래머와 아는 지인 중에 있는 편집자 분께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발표하기 전에 쓴소리를 좀 해달라고… 이게 얼마전에 웹에서 연재를 하다 끝마친 제 작품에서 배운 노하우 였습니다.
양세종 : 음. 확실히 새로운 매체가 나온다 해도 기반이 되는 시스템. 편집자의 존재라던가.. 이런 것들의 유지는 확실히 필요하죠.
김낙호 : 그런데 포털만 해도 같이 협의하는 제작자로서의 편집자 개념이 꽤 희박한 편이죠. 그나마 조금씩 인력을 늘려가고 있다곤 하지만… 원고 거두는 기계말고, 제대로 내용과 연출을 피드백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찬휘 : …없어요. 사람이…
조재호 : 그게 제일 큰 문제죠.
양세종 : 어찌보면 기존 출판사가 아닌 새로운 업체에서 이런 뉴미디어의 만화를 시도하면서 담당자 라는 개념 외의 것. 편집자와 만화가, 그 내부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느낌도 큽니다..
김낙호 : 까놓고 이야기해서, 만화를 만만하게 보는거죠 너도나도.
조재호 : 만화가가 이런 소리 하면 같은 만화가한테 욕먹을 지 모르지만 만화가 열명 키우는 것보다 제대로 된 편집자 하나를 키우는게 먼 미래를 볼때 한국 만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얘기로 조금 떴다고 자기 초심을 잃고 점점 식상해져가는 만화가를 다시 되살릴 수 있는 사람은 제대로 쓴소리를 해줄수 있는 편집자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업체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아니면 일본 작품을 수입하는 사람들 중에 편집가가 아닌데 스스로를 편집자라고 애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돈이지 한국만화가 살든지 죽든지는 관심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정부에서 도와주는 앱스토어 공청회때 작가인 제가 끼게 됐는데… 물론 그들은 제가 작가인지 모르죠.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또 똑같은 생각을 갖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렇게 기회가 올 때 편집자, 아니 만화인 모든 분들이 올바른 시각을 갖고 더 모질게 감시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는게 제 바람 입니다.
양세종 : 네.. 그럼 다시 이야기를 주제로 돌려보면, 뉴미디어에서의 만화는 기존 시스템이 유지되는 기반 위에서 새로운 환경에 맞게 덧붙여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크게 드러난 듯 합니다. 사업에 뛰어드는 분들 역시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구요.
쉽게 말하자면, 나 그리 쉬운 만화 아냐. 가 되겠군요.
서찬휘 : …(…)
양세종 : 그럼 아직 서찬휘님께서 이야기를 못하셨으니…
서찬휘 : 네. 이어서 진행할까요?
양세종 : 네. 독자 대표로 나오신 만큼 독자의 입장에서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만화 앱에서 필요한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태블릿을 통해 좀 더 바뀔 환경에선 어떤 모습이 보고 싶으신지. 생각을 들어보고 싶네요
서찬휘 : 음.. 일단 너무 좋은 말씀들 해 주셔서 약간은 다른 쪽에서 접근을 해 볼까 합니다. 현재 국내 만화계에서 뉴 미디어라는 용어가 유난히 부각되기 시작한 건 실상 아무래도 지난해부터였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을 겁니다.
양세종 : 그렇죠.
서찬휘 : 그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역시 그노무 아이폰이랑 앱스토어가 화제에 오르면서부터 인데요. 어떤 디지털 플랫폼이든 만화를 보여주는 틀이란 면에서의 차이는 사실 어마어마하게 크지는 않을 겁니다. 이미 여러 가지가 나왔었고, 움직임이든 성우든 별의별 것이 다 이미 국내에서도 나오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었죠.
해외 사례도 그렇지만, 실제로 게임 엔진을 쓰는 정도가 아닌 이상은 기술적인 면에서 지금까지 나온 방식의 변용에 가깝죠. 그것을 어찌 시도하느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느냐의 차이는 앞서 두 분께서 말씀하신 것과 많이 닿아 있을 겁니다. 사실 오히려 중요한 건 뷰잉 그 자체보다는 그에 맞는 게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져서 어떤 독자들에게 보여질 것인가에 관한 연구가 선행될 수 있는가랑 그걸 콘트롤할 수 있는 인적자원의 유무.. 아니, 오히려 기획력의 유무죠. 기술적인 면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인… 기술 자체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아. 그 전에 낙호 님 말씀이 듣고 싶네요.
김낙호 : 아. 제가 하려던 이야기는 그런 연구와 인적자원을 끌어들이는 동력은 사실 뚜렷합니다.
바로 돈이죠. 여기서 말하는 돈은 공적지원금말고 상업적 수익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수익연구보다 콘진의 돈, 포털의 일방적 투자 그런 걸로 굴러왔고 수익모델과 수익성에 대해 좀 더 집중적으로 이슈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서찬휘 : 네. 사실 제가 지금 말하려던 부분이 바로 그겁니다. 다들 그 지점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 같네요. 다들 그런 와중이었는데도 유난히 지난 해, 아이폰 들어오기 전에부터도 유난히 뉴 미디어네 플랫폼이네 하는 게 부각된 이유는 결국 돈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존과는 달리 얘네를 이용하면 직접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가 들렸거든요. 제가 오늘 위치를 독자 쪽으로 잡았으니까 그쪽으로 좁혀서 말하자면 -작품이 좋으면 독자는 산다 이런 단순한 신소리를 할 것도 아니고- 결국 관건은 기술적인 플랫폼 그 자체의 문제도 문제인데 그것에서 어떻게 돈을 내게 해서 작가와 제작자 같은 쪽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느냐 라는 거지요.
간단히 말해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그 다른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결제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최대 강점은 앱스토어를 개발자로 하여금 들어오게 만드는 전략도 있었지만 앱스토어와 아이폰/ 아이팟 터치와의 연계, 이를 원터치 결제로 연결해놓은 결제 경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앱스 내부에서도 결제할 수 있게 해놓았고요. 물론 폐쇄적입니다. 애플….이번에 음악 쪽 막는 거 보면서 정말 "야 이 씨xxx야" 소리를 지르긴 했는데..
그런 거와는 별개로 어쨌든 돈 발라낼 줄 아는 놈들이죠. 지금까지의 새로운 시도들이 없지 않았음에도 고작 휴대전화 하나 들어오는 것(?)만큼의 파급력을 끌어내지 못했던 건,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는 것에서 모델을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점이 바로 뉴 미디어와 만화의 만남이란 화두에서 소비자들을 움직인 요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앞으로의 구상들에서도, 아니 플랫폼 구축에서도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쉽게 낼 수 있게 하는 부분을 고민하란 거죠. 지금까지처럼 말고. 이상입니다.
양세종 : 네.. 찬휘님께선 이제 지금까지 늘 이어져왔던 내용적 문제 외에 이용자의 편의성, 그 중에서도 결제 시스템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네요. 사실 뭐, 인터넷 결제만 해도 국내 은행들은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보니..(…) 이런 부분은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이제 마무리로 최근 주목하고 계신 화두에 대한 말씀을 들어보면서 이 화두를 통해 만화는 어디로 갈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말씀해주시면서 마무리하면 될 듯 하네요. 원래 순서대로 김낙호 님 말씀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낙호 : 앞서 이야기한 것과 이어지겠는데요.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 역시 돈입니다. 다양한 방식의 간접수익/ 직접수익 결합, 적극적 해외마케팅 및 외국기업과 협업으로 시장확대 등을 통해 사업모델을 키우는 쪽으로 과연 만화계가 인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걸 해내는 여부에 따라서 만화가 뉴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느냐, 매니아 시장과 지원금으로 연명하느냐가 갈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좀 덜 삭막한 이야기라면, 인터페이스와 아카이브 같은 서비스 품질의 문제입니다. 보다 편하고 직관적으로 만화를 볼 수 있게 하고, 많은 만화를 구비해서 쌓아놔도 편리하게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혹 이런 류의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은, 얼마전 콘진에서 발간한 「디지털만화 플랫폼 연구(http://capcold.net/blog/5823)」 를 읽어보실 것을 추천한다는 말로 마무리 짓고 싶군요. 참고로 저건 제가 진행했습니다. 핫핫.
양세종 : 하하하. 네. 그럼 조재호 작가님 말씀도 들어보죠.
조재호 :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요즘 제 화두는 만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와는 좀 궤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작가다보니 내가 만화계에서 오래 남을려면, 나이가 60을 넘어서도 작가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변해야 하나? 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축구 작가로 10년을 살았으니까 이제 그 꼬리표를 떼고 변신을 해야 하는데 무지하게 고민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올바르기를 항상 바랍니다. 이게 작가 입장에서 드리는 솔직한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세종 : 네..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조재호 : 네.
양세종 : 확실히 작가 분들은 대표작으로만 이야기가 많이 되다보니 고민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찬휘님께선 어떤 화두를 주목하고 계시고 이를 통해 만화는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하고 계신 것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찬휘 : 역시 쉽지 않은 이야기긴 하죠. 일단 지난 해부터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또는 그 논란의 한 대목을 장식했던 당사자기도 하기에)
양세종 : 하하하..
서찬휘 : 마치 앞으로도 꽤나 오래도록 계속될 것만 같았던 굳건한 구도가 어이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해가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만화 뿐 아니라 말이죠.
일례로 통신망 자체의 트렌드가 완전히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폐쇄망(WAP)을 통해 이통사가 자기네와 계약한 회사 것만 보여주는 걸 받아먹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불과 반 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세상이 뒤집힌 거죠. 만화는 어떻느냐, 사실 지난해 모 포털 문제로 사단이 나긴 했지만 그 결과 작가들은 스마트 폰이란 화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아닌 게 아니라 아이폰이 들어오고 난 뒤에 만화계 행사 자리에 가면 만화가들 태반이 아이폰 꺼내들고 자랑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식은 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상황은 2002,3년 때 웹툰이 정립되면서 없던 시장이 추가가 되던 상황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변할 것이냐,라는 화두를 놓고 봤을 때 조심해야 할 것은 포털 웹툰, 저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구석이 많긴 합니다만 저네들이 죽을 일은 없을 거라는 거고 출판만화가 완전히 죽어넘어지지도 않을 거라는 겁니다. 없어질 거라서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말이죠.
다만 이제 다시 또 다른 창구가 생겨나고 있는 모양새고 다행히도 웹툰 때와는 달리, 역시 그 모 포털과의 사단이 제법 시끄러웠던 덕이 컸다고 자평하고 있긴 합니다만 덕분에 6월부터 아이폰 들어오는 11월 무렵까지 기간동안 마음의 대비를 비롯해 이런저런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때문에 조재호 작가님의 경우도 그렇지만, 이번엔 이렇게 새로 생겨나고 있는 창구가 단순히 국가 지원이라던지 또는 출판사들이나 포털이 그냥 먹고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라 뜻이 있는 이들이 직접 만들어나갈 수 있는 -물론 조금 더 정교하고 조금 더 많아야겠지만- 그런 창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리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뉴 플랫폼은 아이폰을 위시해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스마트폰은 물론 아이패드를 비롯한 전자책 단말, 누트나 킨들 등을 비롯한 전자종이 단말 등 다양한 쪽으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만 이들을 각각 지원하는 플랫폼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기보다는 결국 개발 부담이 적고 접근 방법이 어렵지 않은 그러한 쪽을 찾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만화는 결국 그런 화두들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또 그런 화두들을 놓치지 않게끔 이쪽에 계신 분들이 꾸준히 학습하고 또 경계하면서 뛰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재호 : 맞아요.
양세종 : 네.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만화계가 창작자만 있는 곳은 아니니까요. 화두를 알려주는 사람, 거기에 맞춰 개발하는 사람, 컨텐츠인 작품을 만드는 사람, 작품을 다잡아 주는 사람 등등등.. 자신의 위치에서 새로운 변화에 맞춰 각자의 할 일을 찾는게 필요할 듯 합니다.
그럼 여기서 좌담회는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좌담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