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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디지털 만화는 어느 길로 갈 것인가? (1) : 문제는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차세대 디지털 만화를 운용할 플랫폼은 현재 (1)Web (2)모바일폰 (3)스마트폰 (4)스마트 타블렛 (5)스마트 TV(IPTV) (6)e잉크 기반의 e북 (7)기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디지털의 특징상 언제 어느 플랫폼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이렇다.

2010-11-12 박인하

11월 3일은 만화의 날이다. 청소년보호법이 창작의 자유와 만화시장을 위협하자, 1996년 11월 3일 만화인들은 ‘만화심의 철폐를 위한 범만화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만화역사상 최초의 집단행동이었다. 그 뒤부터 11월 3일을 ‘만화의 날’로 기념하며, 2001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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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만화의 날은 국회에서 개최된다. 시대를 되돌아보면 참 놀라운 일이지만, 지금은 감동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10시부터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주제는 ‘뉴미디어 시대 만화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이다. 크게 3개의 주제가 발표된다. 뉴미디어에서의 만화 창작 및 유통 활성화 방안, 만화콘텐츠에 대한 법적, 제고적 지원방안, 한국만화의 세계화 전략. 발제문을 검토해 본 결과 세 이슈의 중심이 모두 디지털로 향하고 있다. 핵심은 디지털이다. 그리고 디지털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콘텐츠의 가치사슬이 움직이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출판도 그랬고, 웹도 그랬듯 차세대 디지털 만화도 플랫폼별로 창작-제작-유통-소비의 가치사슬이 완성된다.(당연하게 융복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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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디지털 만화를 운용할 플랫폼은 현재 (1)Web (2)모바일폰 (3)스마트폰 (4)스마트 타블렛 (5)스마트 TV(IPTV) (6)e잉크 기반의 e북 (7)기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디지털의 특징상 언제 어느 플랫폼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이렇다.

이중 2010년 한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플랫폼은 (1), (2), (3), (5), (6)이다. (4)스마트 타블렛과 (7)기타 플랫폼을 제외한 전부다. 물론 메인 플랫폼은 (1)web이다. (2)모바일폰 플랫폼은 점차 대세 하락으로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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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04년~2008년) 전세계 핸드폰시장은 연평균18.6의 성장률을 구가하며 호황을 누려왔으나,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2008년 4분기(-4.6)부터2009년 2분기(-6.1)까지 3분기 연속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하며 부진의 늪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있어서는 2008년 4분기 3.7, 2009년 1분기 12.7, 2009년 2분기 26.9 등 오히려 성장률이 증가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향후 스마트폰시장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2008년 1억 3,929만대를 판매하며 전세계 휴대폰 시장(12억 2,225만대)의 11.4를 차지한 스마트폰은 휴대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2006년 8.1에서 지속적으로 늘려 왔으며, 성장률에 있어서도 2007년 52.5, 2008년 13.9를 기록하여 동기간의 전체 휴대폰 시장 성장률 16.3 및 6.0를 크게 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중략) 전세계 핸드폰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2006년 8.1에서 2011년 31로 늘어날 전망.” (김성욱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의 부상>,『신한FSB리뷰』2009년 9월호)

링크 : http://img.shinhan.com/cib/ko/data/FSB_0909_0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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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스마트폰 점유율이 31로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모바일폰은 플랫폼으로 존재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될 것인데, 모바일폰으로 만화를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3)스마트폰은 뭐 위력을 실감했겠지만 대세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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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폰 및 스마트폰 분기별 성장률 추이(출처 : 『신한FSB리뷰』200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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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플랫폼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형성되지 않은 (4)스마트 타블렛 역시 대세 상승이다. (콘텐츠 생산 기능에 집중한 타블렛형 PC는 타블렛 PC, 소비에 집중한 타블렛형 기기는 스마트 타블렛으로 지칭함)

그런데 (3)과 (4) 플랫폼에는 중요한 이슈가 있다. (가) web이냐 (나)app이냐. 웹이라면, 스마트 기기를 활용 바로 웹에 접속해 만화를 즐기는 방식이고, 즉 (1)web 플랫폼과 (3)스마트폰, (4)스마트타블렛이 통합되는 방식이겠고, 앱 방식이라면 지금처럼 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아 보는 방식이겠다. 난 이 두 방식이 혼용되어 발전할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마블, 코믹솔로지, 데즈카 오사무 매거진(일본 YAPPA제작)처럼 앱을 다운받아 구동시키고, 그 안에서 스토어에 접속해 신규 콘텐츠를 구매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앱 스토어의 결재모듈처럼, 직관적이며 손쉬운 결재방식이 등장하지 않는 한 말이다. 그러니까 일단 유료 만화는 앱 방식이 가장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개별 앱을 결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코믹솔로지처럼, 게이트웨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게이트웨이가 되는 앱을 다운받고, 무료 만화 등을 보고, 유료 만화를 다운 받아 보관하며 보는 형태는 유료화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준다.

더불어, 만화 독서 환경에 가장 근접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플랫폼으로, 나는 주저 없이 스마트 타블렛을 선택하겠다. 흔히 타블렛 PC라 부르지만 예전 타블렛 PC와 다른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을 부르는 명칭으로 ‘발견’(내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한 스마트 타블렛은 매우 효과적이며 적합한 용어다. 좀 풀어 쓰면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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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米アップルの多機能情報端末「iPad(アイパッド)」など?面を?って操作する「タブレット型」と呼ばれる平板形?の電子端末...미 애플의 다기능정보 단말 「iPad(아이패드)」 등 화면을 접촉해 조작하는 「타블렛형」이라고 불리는 평판 형상의 전자 단말(후략)” (일본 IT미디어뉴스 출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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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사에서도 PC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키워드를 모아보면, 다기능, 정보단말, 화면접촉, 평판이다. 화면을 접촉해 정보를 소비하는 평판형 단말기가 스마트 타블렛이다. 스마트라는 용어가, 스마트폰에서도 보듯 다기능 정보기기를 뜻하는 말이니 스마트타블렛이 매우 적절한 용어다.

아이패드가 개척한 이 시장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미처 공급이 모자랑 정도로 말이다. 10월 18일 애플 결산발표에서 7~9월 아이패드 판매대수가 예상한 500만대를 밑도는 420만대라는 성적에 대해 스티브 잡스는 공급 때문이었다고 한다. 애플은 공급선을 정비해 후발주자의 반격에 대대적 공세를 내세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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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ようやく生産?制を整えることができた。これで販?も爆?的に?える 간신히 생산체제를 정돈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판매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출처 위와 같음)”?

기사 원문 : http://www.itmedia.co.jp/news/articles/1010/22/news016.html

기사 번역본 : http://isao76.egloos.com/1907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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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의 경우 갤럭시탭, 갈라파고스(샤프) 등의 출시로 스마트 타블렛 시장이 플랫폼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패드의 시장 지배력이 흔들거린다는 내용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으로 스마트 타블렛이 급속도로 떠오르고 있다는 핵심을 읽자. 스마트 타블렛, 그 중에서도 애플 아이패드는 만화독서경험과 거의 일치된 인터페이스를 보여준다. 게다가 앱 스토어를 통한 유료화 모델도 쉽게 구축할 수 있다.

컬러 이북 리더기가 출시된다는 소식도 있지만, e잉크는 해상도나 컬러화에 있어 스마트 타블렛에 디지털 플랫폼의 주도권을 내줄 것으로 보인다.

(6)e잉크 기반의 e북은 설명이 길어 보인다. 흔히 우리는 e 북(e-book, e book, e-북, 이북 등의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나 여기서는 e 북으로 통일) 시장을 그냥 e 북으로 하나로 묶어 파악하는 경향이 많다.

월간으로 제공되는 『신한FSB리뷰』 2010년 10월호에 실린 <전자책(e-Book)의 부상과 시장전망> 지창구 연구위원의 글을 보이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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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전세계 전자책 시장규모는 25.2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PwC).

2013년에는 65.3억달러에 달해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중략) 국내전자책 시장규모는 2009년 1,323억원으로 추정되며, 방문학습지를 제외한 출판시장 3.5조원 의 3.8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2013년까지 5,838억원으로 연평균 44.9 성장하면서 출판시장에서의 비중이 10이상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지창구 <전자책(e-Book)의 부상과 시장전망>,『신한FSB리뷰』2010년 10월호)

링크 : http://img.shinhan.com/cib/ko/data/SH_review_1010_1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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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을 플랫폼별로 나누지 않은 전체 전자책의 시장 규모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플랫폼에 실려 유통될 것인가는 만화의 길을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된다. e잉크 기반의 e북은 600dpi의 해상도, 흑백, 저전력 소모라는 특징으로 집약된다. 내용에서 보듯 글자책에 적합하며, 아마존의 킨들처럼 e북 서비스와 연동되며 크게 히트했다. 하지만 스마트 타블렛인 아이패드가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e잉크 기반의 e북은 잉크로 종이에 인쇄하듯, e잉크가 디스플레이에 뿌려지는 방식이다. 때문에 역동성이나 컬러 표현에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 한계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스마트 타블렛, 그 중에서도 아이패드다.

아이패드가 출시된 이후 구매해 사용해 본 개인적 경험으로 보면, 9인치 아이패드는 만화, 잡지 등 서적 콘텐츠에 가장 적합한 크기다. 반면, 아이패드의 경쟁기종으로 이야기되는 7인치 갤럭시 탭은 ‘휴대성’에 주목한 것 같다. 아직 사용해 보지 못해 뭐라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 두 기종 다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남은 고민은 스마트 TV라는 화두다. 구글과 애플 두 사업자가 스마트 TV에 뛰어들었고, 삼성이나LG, 소니 등 가전사업자도 스마트 TV를 차세대 가전통합의 중심으로 인지하고 있는 듯 하다. 현재 출시된 구글 TV의 경우 콘텐츠 영역은 TV용 프리미엄 동영상과 PC 기반의 웹 콘텐츠라고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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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TV의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콘텐츠 영역은 크게 기존 TV용 프리미엄 동영상과 PC 기반의 웹 콘텐츠로 구분할 수 있음. 최근 YouTube, Hulu, iTunes 등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웹 콘텐츠와 TV 콘텐츠의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는데, Google TV에서는 웹 콘텐츠와 TV 콘텐츠를 구분하지 않고 검색 키워드에 대한 종합적인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웹 콘텐츠와 TV 콘텐츠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 것으로 보임.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기술(CT)심층리포트 3호(하) : 스마트 TV, 태블릿 PC 기술 및 산업동향>, 20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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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분석이라면, 스마트 TV 플랫폼 역시 만화가 탑재될 경우 (가) web이냐 (나)app이냐의 선택지에 놓여있다고 본다. 구글TV의 경우 web방식을, 애플의 아이TV의 경우 app방식으로 일단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TV의 두 번째 문제는 디스플레이의 사이즈다. 흔히 TV라고 하면 거실의 대형 TV를 떠올린다. 40~50인치 TV에 만화를 본다? 기존 독서경험과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만화들은 말이다. 그러니 이 부분은 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금만 상상해 보면 스마트 TV라는 것이 거실의 대형 TV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스마트 TV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개인화’를 거쳐야한다. 정보를 받아보는데, 거실에 있다면 지금 TV의 운명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개인화를 위해서 스마트 TV는 방으로 들어가야 하고, 사이즈도 줄어들어야 한다. 방마다 책상위에 올려질 스마트 TV는 디지털 만화의 플랫폼으로 활용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동성이라는 측면만 빼면 스마트 타블렛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모니터 사이즈로 보면 대략 20인치 대의 와이드 모니터가 개인형 스마트 TV로 정착된다고 봤을 때, 이 정도 사이즈면 고해상도 만화를 보기에도 적합하다. 그러니 스마트 TV도 중요 플랫폼으로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차세대, 아니 우리 눈 앞까지 다가온 디지털 만화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지금까지 열거한 플랫폼 중 거의 대부분은 현실화되어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패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만화계가 정신 차리고 디지털 플랫폼 전쟁을 지켜보면서, 또 그 안에 참여해 우리의 지분을 확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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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삼아 세미콜론에서 출간예정인 여행무크지를 편집해 넣어봤다. 저해상도 파일인데도, 읽는데 아무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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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도, 컬러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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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는 약간 무거운 감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거치하고 보면 된다.

필진이미지

박인하

만화평론가, 서울웹툰아카데미(SWA) 이사장
웹툰자율규제위원회 위원
前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前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정책그룹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