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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진흥법 제도개선 그후

2013년 10월이면 <만화진흥법>(이하 만진법)이 발효된 지 14개월째 접어들고, 국회를 통과한지는 2년에 가까워진다. <만진법>의 제정으로 인해 만화계에 큰 변화가 있었느냐면, 답은 ‘점진적 변화’ 정도일 것이다.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에 <만진법>자체가 기초 대사량만 유지하는 선언적 의미의 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

2013-10-02 김병수
‘예술’로 인정받은 ‘만화’와 만진법 제정 1년
 
2013년 10월이면 <만화진흥법>(이하 만진법)이 발효된 지 14개월째 접어들고, 국회를 통과한지는 2년에 가까워진다. <만진법>의 제정으로 인해 만화계에 큰 변화가 있었느냐면, 답은 ‘점진적 변화’ 정도일 것이다. 대대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에 <만진법>자체가 기초 대사량만 유지하는 선언적 의미의 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
 
<만진법>은 다음 세 가지의 질문에서부터 비롯되었다.
 
1. 정부의 관련 부처와 기관은 과연 만화를 이해하고 이끌만한 곳인가?
2. 만화계 밖에서 만화의 정책이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것이 과연 마땅한가?
3. 만화의 정책과 비전은 만화계 뜻을 모아 수립되어야 하지 않겠는가?(이희재, 한국만화의 현황과 만화진흥법의 필요성, 만화진흥법 공청회,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2011년 2월 17일, 6p)
 
우리 만화계는 2000년대 이후 그 전 시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1909년 한국만화가 탄생(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형 화백의 ‘삽화’를 최초의 현대적인 만화로 보고 있음)한 이래 9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국의 만화는 인쇄를 통해 유통되고 소비되는 출판의 한 분야였다. 한편으로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오락거리 정도로 인식되는 하류문화의 한 장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웹툰이 큰 인기를 끌면서 만화의 중심을 출판에서 인터넷으로 바꾸어 놓았다. 2000년대 초에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라는 정부 산하 진흥 기관이 생겨서 만화를 대중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간주하고 체계적인 진흥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부천시는 만화를 3대 문화정책과제로 선정하여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2011년 마침내 <만진법>이 생겨 만화는 문화산업의 가장 중요한 진흥 대상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2013년 올해는 <문화예술진흥법>에 ‘만화’가 포함되어 만화는 ‘예술’로도 공식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동안 문화예술진흥법 2조 정의 <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응용미술 포함),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및 출판을 말한다>고만 명시하고 있어 만화는 빠져 있었다. 응용미술 혹은 출판에 포함된 것으로 어정쩡하게 인식하여 왔으나 문화예술로서의 만화의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데 만화계에서 소홀히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만진법>의 제정은 <문화예술진흥법>(이하 문예법)상에 ‘만화’가 들어 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법안을 발의한 도종환 국회의원은 "만화는 사진, 영화에 이어 제9의 예술로서 국내외에서 이미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출판 등 주요 문화산업의 창조적 원천으로서 그 중요성 또한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만화산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지난 2월에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을 정도로 만화는 예술로서, 산업으로서 그 가치가 널리 확인된 바 있다"며 "문화예술 개념 규정에 만화를 포함시켜 더 늦지 않게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야한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뉴시스. <도종환 “만화도 예술”... 문예진흥법 개정안 제출>. 2012.8.1.)
 
<만진법>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법제도적 발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화문화, 창작, 제작, 유통, 거버넌스 등 만화계에 산적한 여러 문제들을 풀어가는 열쇠가 되는 동시에 만화가 문화콘텐츠 시대의 첨병으로서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영화진흥법>과 <만화진흥법>
 
만화계에서는 1990년대부터 만화진흥 관련 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 되어 왔다.
 
‘만화’는 문화콘텐츠산업 전반에 만화원작의 가치가 상승하면서도 정작 진흥의 중심에서는 소외되어왔다. 법제도적 지원이 해당 산업의 지형을 바꿔 놓는 사례는 영화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영화산업은 심의와 규제, 부흥과 침체, 외화의 시장 잠식 등 여러 면에서 만화와 유사하다. 최근 다양한 만화원작이 영화화되면서 가장 밀접한 연관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영화의 사례를 통해 <만진법>이 어떻게 만화문화와 산업 진흥의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하는 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대 영화 흥행 순위를 살펴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2013년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역대 영화 흥행 순위를 살펴보면 흥행 2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한국영화다. 2009년에 개봉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가 1,3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1위를 차지했다. 2위부터 10위까지는 놀랍게도 <도둑들>, <7번방의 선물>, <괴물 >,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모두 한국영화다. 2013년 2월 한국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무려 82.9에 달한다.(2013년 3월 4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에 따르면 2013년 2월 총관객수는 2천182만4천393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 관객수는 1천809만6천430명으로 전체에서 82.9퍼센트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2년 2월의 1천306만5천438명에 비해 67.03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한국영화가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1996년 23.1퍼센트, 1997년 25.5퍼센트, 1998년 25.1퍼센트, 1999년 39.7퍼센트를 거쳐 2001년 50.1퍼센트를 넘어선 이후 2013년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만 하더라도 56.6퍼센트로 2006년 상반기 이후 최고치다.
 
한국 영화 산업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을 《한국영화정책과 산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영화 정책이 규제에서 지원으로 변했다. 검열제도가 폐지되어 분단을 비롯한 사회정치 이슈에 대한 창작의 자유가 확대되었고,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지원이 대폭 증가했다.’(한국영화의 성장과 지원 정책. 한국영화 정책과 산업. 네이버 지식백과.) 그 밑바탕에는 <영화진흥법>이 있었다.
 
<영화진흥법>은 1995년 제정되어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법적, 제도적 기반이 되었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의 설립과 영화진흥기금을 통해 영화제작, 배급, 교육 등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만진법>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만진법> 제정 경과
 
<만진법>은 김대중 정부 시절 애니메이션계와 함께 <만화?애니메이션진흥법>의 현태로 제정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설립되어 만화진흥실무를 맡게 되었고 이로인해 <만진법> 제정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이 개선되면서 영화, 인터넷 콘텐츠, 게임, 방송 등 연관 산업들에 진흥법이 연이어 개정 혹은 제정되었다. 이와 더불어 <만진법>의 필요성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형성하게 된다.
 
2010년 2월 국내 대표적인 젊은 만화작가들이 만화진흥법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당시 한나라당 조윤선의원을 통해 6월 8일 국회에 발의하였다. 그 후 12월 29일 본회의 통과 등의 과정을 거쳐 제정, 2012년 8월 18일 공식 발효되었다.(김병수 <만화진흥법제도개선연구>에서 인용)
 
원래 국회에 제출된 <만진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만화진흥위원회 설립, 만화산업발전기금 설치, 만화저작권보호위원회 설립, 한국만화자료원의 설치 등이었으나 법안소위 논의 과정에서 대부분 삭제되고 다소 상징적인 법안이 수정 통과되었다. 그러나 법의 제정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만화창작 및 만화산업을 육성·지원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어 만화산업중장기 발전 계획을 새롭게 수립하는데 근거가 되고 있다. <만진법>상의 만화진흥에 관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한국만화 진흥의 기본방향
2. 만화 관련 법령 및 제도의 개선
3. 만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방안
4. 만화 창작 활성화를 위한 방안 
5. 만화 및 만화산업 관련 전문 인력의 양성
6. 만화산업과 관련된 기반 조성
7. 만화산업 및 디지털만화 관련 기술·표준의 개발과 보급 
8. 국제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  
9. 만화 및 만화산업 관련 재원의 확보 및 효율적인 운용방안
10. 기타 만화창작 및 만화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만진법>으로 인한 변화
 
<만진법> 제정 이후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문체부에서 수립하는 <만화산업중장기발전계획>이 과거에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근거하였다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시행되는 3차 계획은 <만진법>에 기초하여 수립된다는 점이다. <만화산업중장기발전계획>은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콘텐츠 전반의 진흥을 위한 법에 근거하기보다 만화만의 진흥을 위한 법에 기초한 진흥 정책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만화계 안팎에서는 크게 기대하고 있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문예법> 상에 ‘만화’가 포함 된 것도 <만진법>의 제정으로 인한 연쇄 효과에 힘입은 것이다. <만진법>이 없었다면 <문예법>상의 ‘만화’ 포함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큰 긍정적인 변화는 만화인들의 자존감 회복과 민간 만화단체의 자신감 충전이다. 과거에는 관련 부처나 공공기관에 업계의 현안 및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다소 궁색하거나 옹색하게 수동적인 자세였다면 <만진법>으로 인해 보다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만화단체에서는 지난 9월 <만화창조발전위원회> 설립, <만화진흥법> 등 만화 관련 법제도 개선, 만화창작을 위한 CT 기술 개발 사업, 만화문화산업 인식 개선 가사업, 만화콘텐츠 진흥기금 조성 등 중장기 계획 과는 별도의 세부 사업을 문체부에 제안 하기도 했다.
 

 
 
 
 
 
 
 
 
 
 
 
 
 
 
 
 
 
 
 
 
 
 
 
 
 
 
 
 
 
 
 
 
 
 
이상의 세부 사업을 문체부에 우선 제안 하였으며 20종 이상의 구체적인 진흥방안을 담은 <만화미래전략 계획서>를 10월 중으로 문체부에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보다 직접적인 수혜는 <문예법>상에 ‘만화’ 조항이 포함되면서 만화계도 <예술인 복지법>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면서다.
 
 
<문화예술진흥법>으로 인한 변화
 
시나리오작가 최고은씨의 사망이 계기가 되어 2012년 11월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국내 예술인이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문예법>의 개정으로 만화인도 포함되게 되었다.
 
재단 사업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예술인의 ① 사회보장 확대 ② 직업안정 지원 ③ 복지사업 추진 ④ 복지기반 구축 등이다. 핵심 사업으로는 창작지원 복지사업인 ‘예술인 창작 디딤돌’, 취업지원 교육사업인 ‘예술로 배우고 예술로 일하기 프로젝트’, 표준계약서 개발보급,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지원, 예술인 의료비 지원사업을 들 수 있다.
 
창작지원 복지사업인 ‘예술인 창작 디딤돌’은 예술인들이 실질적으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창작 준비 기간에도 더욱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창작준비금 지원과 창작전환기 지원 그리고 장애예술인 창작활동지원으로 나뉘어 지원되는데, 선정된 예술인들에게는 5개월간 60만 원씩 총 300만 원이 지원된다. 1차, 2차 사업 수혜자 수가 천단위 수준인 미술, 문학에 비해 만화는 30명에도 미치지 못해 홍보와 참여 독려를 강화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재단 사업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산재보험 제도이다. 산재보험은 근로시간과 작업장이 보장된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단기 계약이 대부분인 예술인들은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기가 어려웠다. <예술인복지법>에서는 예술인들도 기존의 산재보험 제도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 고용주 없이 스스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산재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재단을 통해 예술인 산재보험에 가입한 후 3개월 이상 보험을 유지한 예술인가입자에는 최저임금 수준인 1등급(월 보수액 1,166,400원) 기준 납입보험료의 30(월 보험료 1만1,660원인 경우 월 3,500원/연 4만2,000원)를 지원하고 있다.
 
직접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힘든 이들을 대신해 산재보험사무도 대행하고 있다. 예술인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예술인에게 사회보험을 통한 보장의 길을 열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외에도 표준계약서 개발 및 보급 사업, 원로예술인 의료비 지원, 예술인의 직업 안정을 위한 교육사업, 예술인 경력관리, 계약과 노무관리에 대한 컨설팅, 예술인 현황 파악과 정책 개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사)한국만화가협회, (사)우리만화연대,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등은 협회차원에서 교육사업을 위탁 받아 만화인 맞춤형 교육사업을 이미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상의 사업에 대해 만화인들이 예술인 증명 등록을 자발적으로 해야 함에도 8울 23일 등록 기준으로 총 4266명 가운데 만화인은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 관계자는 “예술인 복지는 예술인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게 아니라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만들어 주는 일임에도, 상당수 예술인들이 예술인 복지기금은 돈을 나눠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예술인들의 예술인 복지에 대한 인식이 다시금 정립돼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동시에 예술활동증명이나 산재보험신청 등은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인 만큼, 다소 귀찮더라도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송민애. <제2의 최고은을 막아라 -한국예술인북지재단>. 전북도민일보. 2012.8.21)
 
현재 문체부 예술정책과에서는 예술인 복지 TFT를 꾸려 지난 9월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10일부터 2주 간격으로 4차례에 걸쳐 각각 창작 및 직업역량 강화, 예술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예술인 복지금고 설립운영 방안, 예술인과 직업을 주제로 포럼을 열 계획이다. 만화계에서는 필자가 ‘창작 및 직업역량 강화’에, 한상정 상지대 교수가 ‘예술인과 직업’ 분야의 토론자로 나선다.
 
 
<만화 진흥법> 이후 전망 : 개정 작업의 방향
 
만화가 살아야 문화콘텐츠 전반이 훨씬 알차고 풍요로워진다. 지금까지 우리 만화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지금 만화산업이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재능있는 지망생들이 게임 일러스트, 캐릭터 디자인 등으로 떠나고 아예 해외에 나가서 만화 창작을 하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 만화 작품 창작만을 해서는 대체로 생활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15년 이상 정체된 잡지사 원고료,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않는 신인 웹툰작가 원고료, 인세대접 제대로 못 받는 대형시리즈물로만 성장하는 학습만화 등 산업 기반 자체가 창작자의 안정적 창작, 생활기반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 만화진흥법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만화인이 직접 만화 진흥정책을 수립, 집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현재의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출판을 비롯하여 웹툰, 학습 만화 등으로 무대를 확장하며 성장하고 있다. 지난 시대에 우리에게 압박이고 짐이던 국가는 이제 우리의 지원군이 되어주려 한다. 국가는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에서는 한걸음 앞선 지혜를 발휘했던 것처럼, 지금 세계의 문화 전쟁터에서 콘텐츠의 씨알인 만화를 어떻게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만진법>은 우리 만화가 우리 문화콘텐츠의 씨알이 되는데 작은 디딤돌이 될 것으로 믿는다. 2013년 하반기 정기 국회에 초안에서 빠졌던 만화진흥위원회, 만화진흥기금, 만화저작권보호육성위원회, 국립한국만화자료원 조항 등을 새롭게 살려 개정안을 통과시키는데 만화계가 힘을 모을 예정이다. 이상은 당초 제정안에 있던 것을 부활하는 것이라면 만화자율심의기구 설립 조항은 지난해 있었던 일부 웹툰 유해성 논란에 대한 만화계의 대응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2012년 1월 일분 웹툰의 청소년 보호법상의 유해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가열된 후 웹툰의 심의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사)한국만화가협회가 자율심의를 의뢰받아 심의를 대행 중이다. 현재 출판만화는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 웹툰은 방심위가 맡고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웹툰 연재 때는 방심위가, 출판만화로 출간 시에는 간윤이 다시 심의하고 있어 이원화된 심의 구조에 놓여있는 것이다. 만화는 별도의 자율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 체계를 일원화하고 민간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며 미국, 일본 등 세계적인 만화 강국도 민간에 의한 자율 심의가 일반적이다. 이하 주요 개정 조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만화진흥기구 설립
현재 문체부 1~2명, 한국콘텐츠진흥원 3~4명 수준의 인력이 정부의 만화관련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웹툰, 스마트툰 등 급변하는 만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고, 만화인 스스로 만화정책에 참여하여, 입안하고, 집행하는 민관 협동 혹은 민간 주도의 만화전담 진흥 기구 필요하다.
 
만화진흥기금 설치
만화문화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서 정부의 현행 50~80억 수준의 예산으로는 부족하다. 민간 주도의 만화진흥기금 설립 현실화되면서 법제화 가능성을 높여 갈 수 있다.
 
만화저작권보호육성위원회 설립
만화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과 달리 연간 제작, 유통 편수가 1만종에 달한다. 따라서 현행 한국저작권보호센터의 만화저작권 보고 기능으로는 충분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아가 영화, 드라마, 게임, 공연 등 연관 문화산업으로 활용 가치가 넓어지면서 유명, 인기작가, 작품에만 국한된 부가판권 사업을 일반 작품으로까지 확대해줄 필요가 있다. 저작권보호 및 육성을 책임지는 위원회 성격으로 법제화 할 필요 있다.
 
국립 한국만화자료원 설립
현재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한국만화박물관 자료수집, 보존 기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공간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초창기 만화의 경우 1억원대의 경매가를 기록할 정도로 만화에 대한 보존 가치가 사회적으로 성숙되고 있으나 현재 자료원 운영에 들이는 정부 보조금은 연간 4억원에 불과하다.
 
한국만화자료의 체계적 관리와 만화연구?보존의 장기적 발전 토대 구축을 위해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한국만화자료원(만화박물관) 건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만화진흥법추진위원회 개편
 
만화진흥법의 개정을 위하여는 기존의 만화진흥법 추진위원회를 한국만화연합 산하의 전담기구로 개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만추위 개편과 구체적인 사업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추진위에서는 구체적인 개정 작업을 위해 만화진흥법제도 개선 연구 / 관련 세미나, 토론회, 공청회 개최 / 관련 연구 자료 수집 및 발간 / 캠페인 등 다양한 사업을 병행하고 특히 만화계의 여론을 모으기 위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비록 선언적 수준의 법제화에 그쳤지만 <만진법>의 제정으로 인해 긍정적인 변화는 이상에서 살펴본 봐와 같이 점진적으로 보이고 있다. <만진법>의 개정은 이러한 변화에 더욱 큰 추진력을 보태는 것이다. 향후 개정 운동에도 만화인들의 한결 같은 지지와 성원,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필진이미지

김병수

만화가
상명대학교 디지털만화영상 교수, 前 목원대 웹툰애니메이션·게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