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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모두에게 일상 : 생활툰. 일기보다 생활툰!_웹툰 작가 8인, 생활툰에 대해 말하다.

생활툰은 더 이상 만화가의 일기가 아니다. 일상, 연애, 직장, 요리, 여행, 애완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단면을 담아내는 생활툰을 ‘일기’에만 가둬두기엔 단어가 너무 비좁다. 그래서 생활툰과 가장 가까운 웹툰 작가들에게 마이크를 내밀고 물었다. 생활툰의 개념과 범위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생활툰 추천까지. 그들의 서로 다른 목소리에 ‘생활툰’이 오롯이 담겼다.

2013-09-30 남민영
생활툰은 더 이상 만화가의 일기가 아니다. 일상, 연애, 직장, 요리, 여행, 애완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단면을 담아내는 생활툰을 ‘일기’에만 가둬두기엔 단어가 너무 비좁다. 그래서 생활툰과 가장 가까운 웹툰 작가들에게 마이크를 내밀고 물었다. 생활툰의 개념과 범위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생활툰 추천까지. 그들의 서로 다른 목소리에 ‘생활툰’이 오롯이 담겼다.
 

 
 
 
 
 
 
 
 
 
[이미지] <달콤한 인생> ? 이동건
 
“생활툰은 ‘공감’을 주제로 한 만화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 속에서 얻는 공감을 각기 다른 성별과 연령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 웹툰 <달콤한 인생>의 이동건
 
무엇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일이 쉽지 않듯 생활툰에 대한 개념도 한 마디로 풀어내기가 쉬울 리 없다. 그럼에도 작가들에게 생활툰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삶과 음식에 대한 정보가 맞닿아 있는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의 조경규는 생활툰이란 “그래픽 수필”이라 말한다.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다른 작가들의 의견도 대부분 뜻을 같이 한다. 작가 개인의 삶을 통해 동성애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웹툰 <모두에게 완자가>의 완자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와 그에 따른 작가의 생각, 주변인의 반응을 섞어 그린 짧은 호흡의 만화”라고 생활툰을 정의했다.
 

 
 
 
 
 
 
 
 
 
 
 
 
 
 
 
[이미지] <오세요 타로샵> -박강호
 
“돈을 잘 벌고 싶다,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다, 명예를 얻고 싶다 등의 바람이 때론 고민으로 이어진다. 기쁜 일로 행복하다가도 어쩔 땐 누구의 위로도 마음을 다 감싸주지 못할 만큼 힘든 일이 닥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의 생활이다. 생활툰을 그리게 된 계기는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웹툰 <오세요 타로샵>의 박강호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개인의 삶과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대신 작가들은 왜 ‘만화’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 하고 싶어졌을까. 작가마다 서로 다른 계기를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관심’과 ‘소통’에 대한 바람으로 생활툰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커플, 싱글, 직장인, 학생, 애완동물 등 다양한 등장인물의 일상을 재치 있게 다뤘던 웹툰 <달콤한 인생>의 이동건 역시 그렇다. “관심사가 나와 같은 고민과 공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쏠려 있었기에 생활툰을 그리게 됐다.”
 

 
 
 
 
 
 
 
 
 
 
 
 
[이미지] <모두에게 완자가> ? 완자
 
“생활툰의 가장 큰 미덕은 공감과 발견 같다. 다른 장르의 만화와는 다르게 만화를 내 생활에 대입해 볼 수 있고,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혹은 ‘이 사람도 나와 같구나’ 하고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 또 하나의 미덕은 솔직함이다.”
- 웹툰 <모두에게 완자가>의 완자
 
가상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거대한 상상력대신 생활툰은 ‘진솔함’을 무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웹툰 작가들 역시 진솔함을 바탕으로 한 독자와의 공감을 생활툰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특히 육아 웹툰 <긴넥타이 긴치마 긴기저귀>의 네군자는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을 나만의 이야기로 풀어낼 때 생기는 공감과 새로움의 조화”가 생활툰의 매력이자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점이라고 말한다. 생활툰의 미덕은 일상을 작가의 손을 거쳐 드러낼 때 풍기는 진짜 ‘삶’의 냄새에 있다.
 

 
 
 
 
 
 
 
 
 
 
 
 
[이미지] <긴넥타이 긴치마 긴기저귀> - 네군자
 
“가장 좋아하는 생활툰으로는 일상을 자기만의 색깔로 유쾌하게 담아낸 <어쿠스틱 라이프>를 꼽고 싶다.”
- 웹툰 <긴넥타이 긴치마 긴기저귀>의 네군자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작품을 가장 좋은 생활툰이라 꼽고 싶은지 물었다.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은 것은 결혼, 만화가로서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낸 난다의 <어쿠스틱 라이프>와 결혼, 직장인의 일상을 주제로 큰 인기를 얻어온 정철연의 <마조 앤 새디>였다. <생활의 참견>의 김양수는 가장 좋아하는 생활툰으로 <마조 앤 새디>를 꼽으며 “연출력과 작가의 감성에 늘 감탄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복사골 여고 연극부>의 스토리 작가 전진석은 “사실 생활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작가가 특정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만화적 재미를 넘어서 디테일과 정보가 무척 유익하다”고 말하며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이토 준지의 고양이 일기 욘&무>등을 꼽기도 했다.
 

 
 
 
 
 
 
 
 
 
 
 
 
 
 
 
[이미지] <오무라이스 잼잼> ? 조경규
 
“작가의 예리한 시선과 개그 감각 등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술 같은 능력이 아닐까.”
-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의 조경규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고 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다른 무언가가 숨어있어 삶과 생활툰도 저마다의 의미를 갖는다. 평범한 생활을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무엇 역시 작가마다 달랐다. <모두에게 완자가>의 완자는 “감성과 이성”을 들었다. “같은 상황에서도 얼마나 특별한 감성으로 의미를 이끌어내는가”에 따라 작품 고유의 개성과 의미 역시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혼해도 똑같네>의 네온비는 ‘작가의 센스’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활툰은 그 시대의 트렌드를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있다. 너무 올드해서도 안 되고 혼자만의 개그를 해도 안 된다. 그 부분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생활툰을 그리는 작가는 기본 센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복사골 여고 연극부> -오은지&전진석
 
“아트 슈피겔만의 <쥐>는 엄밀히 말하자면 르포 만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르포 만화라고 하기에는 작가와 그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섞여 있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는 이 작품을 일기툰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웹툰 <복사골 여고 연극부>의 스토리 작가 전진석
 
생활툰은 ‘생활’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장르의 경계가 다소 희미하다. 작가의 일상도 가상의 인물이 살아가는 삶도 모두 ‘생활’의 범주 안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의 세계와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등장인물의 일상을 보여주는 만화도 생활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모두에게 완자가>의 완자는 신의철 작가의 <스쿨홀릭>을 예로 들며 “픽션 요소가 많지만, 작가가 직접 교사생활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그렸고 등장인물이 실존한다는 점에서 생활툰으로 분류하고 싶다”고 말한다. <오세오 타로샵>의 박강호 역시 같은 입장이다. 개와 고양이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겪는 애환을 그린 윤필의 웹툰 <야옹이와 흰둥이>를 생활툰으로 보고 싶다고 말한 그는 “우리가 단순하게 여기고 마땅히 여겨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이미지] <생활의 참견> ? 김양수, <결혼해도 똑같네> ? 네온비 (왼쪽부터)
 
“모든 작품에 대한 작가의 노력의 무게는 같다. 다만 그 모양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상대적으로 취재가 없거나 적다는 부분은 동의하지만, 그만큼 이야기를 풀어내는 부분에 있어서 작가적 고민은 더 많다.”
- 웹툰 <생활의 참견>의 김양수
 
“작품과 작가가 동시에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툰은 큰 메리트를 갖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엄청난 리스크다. 취재 없이 그릴 수 있는 만화라는 시선을 수긍하더라도 고민이 없는 만화라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
-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의 네온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툰은 폭 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별다른 취재나 고민 없이 손쉽게 그릴 수 있는 만화라고도 불린다. 이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은 극명하게 나뉜다. <달콤한 인생>의 이동건은 “생활툰은 공감이라는 코드를 가져가기 때문에 사람간의 교집합을 찾아내려면 취재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긴넥타이 긴치마 긴기저귀>의 네군자는 “다른 만화에 비해 취재 없이 그릴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고민은 오히려 더 많다”고 이야기 한다.
 
이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생활툰을 바라보는 이도 있다. <복사골 여고 연극부>의 스토리 작가 전진석은 “만화계 밖에서도 데뷔작을 자신의 경험담으로 시작한 작가는 그것이 마지막 작품이 되거나 오랜 시간동안 슬럼프를 겪는 경우가 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타인의 삶과 감정 속에서 소재를 발굴해내는 능력이 생기기도 전에 자신의 경험 안에서만 이야기의 소재를 찾는 것은 작가의 수명을 줄일 수도 있는 일”이라며 지적했다. 이런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생활툰이 각 작품을 분별할 수 없을 만큼 수가 많고 독자들의 기억에서도 비교적 빨리 잊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무라이스 잼잼>의 조경규는 “결국에 남는 작품은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생활툰의 미래를 다소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수많은 취재를 거쳤다고 해서 혹은 소재를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해서 꼭 좋은 작품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본 기사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만화전문 매거진 에이코믹스의 협력을 통해 제작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