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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만화책을 보자 (3) 만화 외의 책으로 만화를 만나보자

하지만 기왕 독서의 계절을 맞이한 김에 좀 더 폭넓은 독서를 해 보는 게 어떨까. 이번 특집에선 만화는 아니지만 읽으면서 만화를 즐겨볼 수 있는 책들을 골라 보았다. 천고마비에 이은 가을 특집 두 번째, 이번엔 다양한 책으로 마음도 살찌워보자...

2006-10-01 만 편집부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라면 단연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 그리고 바로 ‘독서의 계절’이다. 덥고 습한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바람과 함께 책 한 권 펼쳐드는 여유를 보일 수 있는 계절. 마음 같아선 장편 한 질 쌓아놓고 하루 종일 방바닥에 배 깔고 뒹굴 거리며 읽고 싶다.
만화인이라면 역시 만화책을 열심히 읽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기왕 독서의 계절을 맞이한 김에 좀 더 폭넓은 독서를 해 보는 게 어떨까. 이번 특집에선 만화는 아니지만 읽으면서 만화를 즐겨볼 수 있는 책들을 골라 보았다. 천고마비에 이은 가을 특집 두 번째, 이번엔 다양한 책으로 마음도 살찌워보자.
-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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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인생의 교과서로「슬램덩크 승리학」

왼쪽-슬램덩크 승리학 표지이미지,오른쪽-슬램덩크표지이미지
왼쪽 : <슬램덩크 승리학>표지이미지
(츠지 슈이치 지음/ 대원씨아이)
오른쪽 : 만화 <슬램덩크>표지이미지
(이노우에 다케히코/ 대원시아이)

일본 소년 만화계 최대 히트작을 꼽으라면 누구도 이론의 여지없이 세 손가락 안에 넣을 농구만화 「슬램덩크」. 「슬램덩크 승리학」은 이런 「슬램덩크」를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훌륭한 지침서이자 철학서라 외치며 등장한 일종의 ‘자기계발’ ‘성공전략’ 계열 서적이다.
만화가 인생의 교과서라고 한다면 오버라고 비웃을 사람도 많겠지만 저자가 「슬램덩크」의 한 장 한 장, 한 장면 한 장면을 들어 꼼꼼하게 설명하는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사이엔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책은 치수 백호 대만 태섭 태웅, 그리고 준호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시합과 갈등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들에서 때로는 목표를 향한 집중력을, 때론 팀워크를, 때론 마인드 콘트롤을, 때론 말로 채 설명할 수 없는 ‘근성’을 찾아내며 독자들에게 말한다. 그들의 승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당신도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바로 이들을 보라고.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저자의 분석은 제목에서 받기 쉬운 인상과는 달리 「슬램덩크」에 대한 칭송과는 거리가 멀다. 책장이 닳도록 보고 또 보아 왔던 「슬램덩크」지만,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주인공들의 땀방울이 묘하게 달라 보인다.

만화가의 만화 이야기「박모씨 이야기 - 나는 만화인이다」

박모씨 이야기 - 나는 만화인이다
<박모씨 이야기 - 나는 만화인이다> 표지이미지
(박무직 지음/ 시공사)

한 때 ‘행동하는 만화가’의 표상이었던 박무직 씨가 만화에 대한 생각과 비평들을 묶어냈던 책이다.
다소간의 오류와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날이 선 주장으로 말미암아 상당히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지만 ‘나는 만화인이다’라는 외침에서 묻어나는 자기주장은 지금에 와서 봐도 생생하기 이를 데 없다. 책에는 ‘만화와 만화 이야기’라는 화두로 묶어낸 작품 분석과 단상들, 그리고 박무직이란 이름 석 자를 유명하게 만든 대여점 논쟁에 대한 이야기들이 당시의 감성 그대로 핏물마냥 스며 나온다.
박무직 씨는 현재 ‘글’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일을 완전히 접은 채 일본에서 에로 만화가로 활동 중이다. 또한 만화계의 지형도는 당시의 논쟁을 비웃듯 피아식별이 불가능할만치 완전히 뒤집혀 있는 상황. 하지만 현업 만화가로서 고민을 거듭하며 외쳐 온 사안들은 그 성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또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지 간에 만화계 흐름의 한 자락을 장식했다.
바로 다음에 소개하는 「만화세계정복」은 박무직 씨의 주장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만화 집단 <두고보자>의 저술이다. 다소 아이러니한 조합 같지만 함께 읽으며 생각의 저울추를 가늠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만화를 읽는 색다른 눈을 길러보자「만화세계정복」

만화세계정복 표지이미지
<만화세계정복> 표지이미지
(두고보자 지음/ 길찾기)

“당신은 「만화」를 좋아하십니까?”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말에 발끈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만화웹진 <두고보자>에서 기획한 「만화세계정복」은 다른 평론 서적이나 만화소개 서적과는 조금 다르다. 이 책은 한국만화의 정체와, 이제까지 걸어온 길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발칙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만화계라는 구불구불한 숲속에서 갈 길을 몰라 헤매는 사람을 위해 정리된 지도라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만화시장의 흑역사에 대해서도, 예를 들자면 해적판 시장의 구조마저 가감 없이 풀어놓는 솔직함(?)을 보인다. 읽은 만화에 대해서 은근슬쩍 얼버무리는 내공마저 전수받고 나면 당신도 마니아.

* (http://www.dugoboza.net/tt/index.php?pl=154) 에서 PDF 파일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만화가’를 살펴본다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 표지이미지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표지이미지 (나예리 등 지음/ 부키)

만화가라고 뭉뚱그려 부르긴 하지만 만화가도 다 같은 만화가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색깔이 있고, 만화책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사람이 모두 만화가인 것도 아니다. 부키 전문직 리포트 9번째 시리즈로 출간된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는 ‘만화가 좋아서 만화에 목숨을 건’ 사람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담았다. 만화가가 되고픈 문하생서부터 현직 만화가, 만화기자, 평론가, 편집자 등 역할도 가지가지다.

꿈과 자유의 세계인 만화와 달리 만화가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사회적인 편견과 현실적인 장벽, 그리고 원수 같은 마감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그래도 만화가 좋다면 오라고 손짓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만화가의 세계가 알고 싶은 당신을 위한 이야기이다. 부록으로 전국 만화 관련 대학 및 교육기관 리스트와 공모전 정보가 실려 있다.

만화가의 만화 밖 이야기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1권, 2권 표지이미지
<박재동의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1권, 2권 표지이미지 (박재동 지음/ 한겨레신문사)

언제나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놓지 않아온 만년 소년 박재동 선생. 장선우 감독과 함께 제작할 예정이었던(현재는 보류 상태인) 「바리 공주」의 현장 답사를 위해 다녀온 30여 일 동안의 실크로드 여행 동안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쓰고 그렸다. 이 책은 박재동 선생이 실크로드에서 보고 느낀 감상을 그 때 그 때 손끝으로 남긴 수많은 스케치들을 곁들여 적어놓은 가볍고도 묵직한 ― 누군가의 평을 빌자면 ‘실로 그림 같은’ ― 기행문이다.

흙냄새가 절로 묻어날 것만 같은 그림들에 겉멋 부리지 않은 솔직한 문체가 부담 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만화인으로서는 박재동 선생이 어쩔 수 없는 만화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즐겁기만 하다. 스케치 속에 그야말로 ‘찐’하게 묻어나는 함축력도 함축력이요, 중간에 끼어 있는 만화 「샤워나」는 ‘카툰’이 아니라는 점에서 박재동 선생의 작품으로서는 그야말로 희귀품(?)이니 필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