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웹툰과 웹소설 수집 가능해졌다
웹툰과 웹소설 등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공식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6월 7일(월) 새롭게 등장한 매체인 웹툰, 웹소설을 포함한 온라인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수집대상 온라인 자료의 종류, 형태에 관한 고시’를 11년만에 제정, 지난 6월 1일(수)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집 보존가치 있는 자료’로 명시된 웹툰, 웹소설
수집 대상 온라인 자료는 크게 분류하면 ‘웹사이트’와 ‘웹 자료’로 나뉘는데, 웹 자료에는 문자자료(전자책, 저널, 논문, 보고서, 신문, 웹툰 웹소설 등)와 음성/음향자료(음원, 강의 등의 음성자료, 음향자료)와 영상자료, 이미지자료 등이 포함됐다.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국제표준화기구)와 KS(Korean Industry Standards, 한국산업표준) 및 국내외 표준 규격에 맞는 모든 파일 형태를 수집할 수 있고, 그 밖에 현재 활용되는 파일 형태와 새롭게 출현하는 파일 형태를 모두 수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도서관법 제20조의 2항, ‘온라인 자료의 수집’ (출처_국가법령정보센터)
국립중앙도서관은 보존가치가 있는 자료를 수집,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으로 도서관법 제20조의 제2항에 의거해 보존가치가 높은 온라인 자료를 선정, 수집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수집해야 하는 온라인 자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수집할 것인지가 모호해 제대로 수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를 받아 왔다.
온라인 상에 쌓이는 자료들 중에는 보존가치가 있는 중요한 것들도 있지만, 일상적인 게시판 글이나 소셜미디어 자료까지 보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고시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웹사이트’ 외에 ‘웹자료’를 문자 자료, 음성/음향 자료, 영상자료, 이미지자료 등으로 세분화하고, 대상 자료 예시를 명시했다.
별도 식별체계 마련에 한 발짝 나가는 계기 될 듯
웹툰과 웹소설은 ‘문자자료’에 포함되어 있는데, 전자책의 하위개념이 아니라 별도의 자료로서 수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전자책은 ‘책’으로 분류되어 ISBN을 발행받고 수집과 납본의 대상이 된다. 웹툰은 초기 분류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ISBN을 발행 받았고, 이 때문에 웹툰과 웹소설이 ‘출판업’에 종속되어 도서정가제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 국립중앙도서관고시 ‘수집대상 온라인 자료의 종류, 형태에 관한 고시’ (출처_국가법령정보센터)
웹툰계는 그동안 출판물과도, 잡지와도 다른 온라인 매체인 웹툰의 특성을 이해하고 별도의 식별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때문에 이번 국립중앙도서관 고시에서 ‘전자책’과 웹툰, 웹소설이 별도의 자료로 분리되어 수집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웹툰과 웹소설이 전자책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별도의 자료로 인정받고, 수집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별도의 웹툰 식별체계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별도의 식별체계 마련을 위한 UCI(Universal Contents Identifier, 국가표준식별체계) 또는 DOI(Digital Object Identifier, 디지털 콘텐츠에 부여되는 국제표준체계)등을 도입할 수 있는 첫 단추를 꿰었다고 볼 수 있다. ‘수집’을 하기 위한 표준 정보를 확정하는 체계가 마련되면 바로 식별체계 코드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구축, 국립중앙도서관과 시너지 기대
지난 2019년 4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국립중앙도서관은 웹툰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웹툰을 수집하고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웹툰 자료를 모으는 아카이브를 구축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웹툰 연구자를 위한 연구정보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별도로 웹툰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자료 수집에 나섰고, 국립중앙도서관은 그렇게 모인 자료를 수집해 기록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동안은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관련된 자료를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고시를 통해 국립중앙도서관 아카이브에 웹툰과 웹소설이 포함되면서 자료 수집에 탄력을 받는다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아카이브 사업과 국립중앙도서관의 웹툰, 웹소설 수집이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 최고의 아카이브 기관으로서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만화, 웹툰 시장에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모을 수 있다면 수집-아카이브로 이어지는 체계 구축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자료 수집에 얼마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를 추산해야 하고, 아카이브 자료를 온라인에서 연구자들이 볼 수 있게 되려면 저작권과 관련한 불신도 종식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플랫폼 서비스, 계약 만료 등으로 감상이 불가능해진 웹툰을 연구하는 데에 애로사항을 겪었던 시간이 종식되어 웹툰의 발전과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되기를 웹툰계 종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서혜란 관장 역시 이번 고시 시행을 두고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대부분 부여받지 않아 납본 대상에서 누락되었던 웹툰, 웹소설, 음원 등 보존가치가 높은 온라인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앞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자료가 수집 및 보존되어 미래세대에 전승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서 관장의 말 대로 지난 시간동안 미래를 그리며 달려왔던 웹툰이 켜켜이 쌓여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될 수 있는 아카이브의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