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시장의 한국 웹툰산업 현황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는 이제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선도하고 있으며 키다리스튜디오, 탑코, 투믹스, 리디, 코미코와 같은 중소형 플랫폼들도 해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 5월 분사 5주년을 기념하며 발표한 자료에서, 전 세계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가 1억 8천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2017년 대비 약 3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페이지의 관계사인 카카오픽코마는 <픽코마> 서비스로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 디지털코믹스 시장의 신화를 쓰고 있다. 일본 디지털코믹스 매출 1위 플랫폼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였다. 지난 1월 픽코마는 사상 최대 거래액인 월 776억 원을 기록하며 강력한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관계사인 <라인망가>도 일본 디지털코믹스 플랫폼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계 디지털 코믹스 플랫폼이 일본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믿기 힘든 일이 현실화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일본 만화 관련 업체들은 한국 업체들에 대한 투자와 제휴, 작품 수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 지인은 일본 만화가들이 자주 모이는 클럽에서 한국 웹툰 작가들의 천문학적인 수입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 소비자 지출 기준 상위 10개 만화 앱 (출처_data.ai(구 앱애니))
바야흐로 한국 웹툰 전성시대다. 마블(Marvel)은 지난 2009년 마블을 4.7조원에 인수하였다. 1939년 설립하여 70년의 역사를 가진 만화회사의 가치로는 엄청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09년의 마블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의 가치를 일찍 알아보고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을 출자하여 네이버웹툰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네이버웹툰의 본사는 미국 LA에 위치한 웹툰 엔터테인먼트 컴퍼니(Webtoon Entertainment Company)이며 산하에 한국 네이버웹툰(유)과 일본의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를 두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웹툰 엔터테인먼트 컴퍼니의 자산만으로도 6조를 상회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및 전 세계 자회사를 모두 합칠 경우 20조 이상의 가치(value)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구 다음웹툰), 픽코마 등 핵심 서비스만으로도 20조 이상의 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 카카오픽코마의 경우 10조 규모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카카오엔터의 경우 카카오M, 멜론, 기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2021년 합병하여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향후 국내 혹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두 회사 모두 상장하는 경우 최소 20조에서 40조 가치의 거대 디지털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마블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의 거대 디지털콘텐츠 기업을 2개나 보유한 한국 웹툰 산업은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남아 국가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폴,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 동티모르 10개국을 말한다. 이 중 한국 웹툰의 진출이 활발한 국가는 태국, 인도네시아 2개국이 유일하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태국, 인도네시아에 ‘디지털코믹스 문화’를 처음부터 만들어 냈으며 1위 플랫폼으로의 지위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브랜드로 플랫폼을 론칭하였으며 ‘기다리면 무료’라는 비즈니스모델(BM)을 적용한 결과 매출 측면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비즈니스를 영위한 네이버웹툰의 매출을 론칭하자마자 단숨에 따라잡을 정도의 성과를 보임으로써 해당 국가에서 상당한 마켓쉐어를 가져가고 있다.
또한, 엔에이치엔 엔터테인먼트(NHN Entertainment) 산하의 NHN Play Art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인 코미코 또한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활발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 코미코 태국 웹사이트 메인 화면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2.7억 명, 70% 이상이 젊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국은 인구 약 7천만 명의 국가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국가별 1인당 명목 GDP 순위
하지만, 동남아 국가에서 한국 웹툰의 실질적인 성공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 말할 수 있다. 한국 웹툰 플랫폼들의 어려움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문제는 부진한 ‘매출’이다. 콘텐츠 비즈니스(Contents Business)는 기본적으로 인구 비즈니스(Business based on population)다. 소비할 수 있는 인구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다. 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아직도 낮은 1인당 명목 GDP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2022년 1인당 명목GDP가 4,691달러로 한국 환율로 환산하면 약 5백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개발도상국으로 정의할 수 있는 연간 1만 달러의 1인당 명목GDP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는 부진한 매출로 이어지며,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한 인도네시아 웹툰 플랫폼 비즈니스의 손익분기점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심각한 불법복제 문제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경우 불법복제 모니터링을 진행하면 한국 웹툰을 불법으로 소비하는 비율이 높으며, 그 정도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다. 태국의 경우 한국의 <밤토끼>와 같은 조직적인 형태의 불법복제 사이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저작권에 문제는 낮은 결제 전환율로 이어져 부진한 매출로 나타나게 된다.
셋째, 문화의 차이로 인한 콘텐츠 판매의 제약을 들 수 있다. 모 플랫폼의 경우 인도네시아 국가에서 BL물과 남성향 성인물 문제로 인해 서비스가 한동안 차단된 적이 있었다. 이는 사업을 영위하는 입장에서 큰 리스크로 다가왔다. 해당 문화권에 대한 정교한 접근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존재하며, 이를 이해하고 국가별 콘텐츠에 대한 판매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동남아시장에 한국 웹툰이 진출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많이 접하고 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매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낮은 결제율, 저작권에 대한 인식부족, 종교 및 문화로 인한 제약적인 콘텐츠 운용이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한국 웹툰이 넘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