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업계 내부의 뜨거운 웹툰 붐
2022년 현재, 한국발 콘텐츠 붐이 일본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본 내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을 보면 <이태원 클라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한국산 콘텐츠가 10위권 내 순위 중 절반 이상을 잠식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퀸 이래의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는 등의 뉴스는 이제 일상다반사 정도로 인식되는 느낌이다. 영화 부문에서는 영화관계자, 일반인들 누구라도 한국영화의 압도적인 퀄리티 차이를 인정한다.
이 압도적인 한국 콘텐츠 붐의 한중간에 웹툰도 있다. 지금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국 웹툰에 대한 거대한 관심은 단순히 뜨겁다는 수준을 넘어선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될 정도다.
픽코마의 거대한 성장세와 매출에 일본 만화산업 전체가 경악하다.
일본에서 모두가 웹툰에 주목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플랫폼 “픽코마”의 거대한 성공과 성장에 있다. 픽코마는 2016년 등장한 이래로 2021년 전 세계의 만화앱 순위에서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거둔 매출이 2021년 4월까지 10억 달러를 넘어선다.
△ 카카오 재팬 발표 자료 (출처_닛케이 트렌디)
일본에서 픽코마 매출 추이. 2021년 7월 현재 전년도 같은 기간의 매출 1.8배를 벌어들였다.
좀체로 믿어지지 않는 픽코마의 급성장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웹툰들이다. 카카오 페이지에 연재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일본어로 번역된 뒤, 일본현지에서 팔리는 이들 웹툰들은 일본 젊은층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폭발적으로 팔려 갔다. 일본 만화는 <귀 멸의 칼날>과 <주술회전>, <스파이 패밀리> 등이 큰 인기를 얻고는 있으나,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한 만화 열람 화면의 규격변동에 대해서 신통한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나혼자만 레벨업>이나 <싸움독학>과 같은 한국발 웹툰은 스마트 폰에 최적화된 작화, 연출을 갖췄다. 또한 픽코마, 라인망가에서 보듯이 판매형식과 판매를 지탱할 선전방식에서도 픽코마와 라인망가 등에 비해서 느린 대응을 보여준다. 일본 만화업계의 대안제시와 방안이 늦어지는 사이 한국발 웹툰이 일본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 라인망가와 TBS 협약 (출처_https://www.kstyle.com)
일본에서 웹툰 플랫폼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라인망가의 진격도 거세다. 라인망가는 이번에 일본 거대 공중파 방송사인 TBS와 손잡고 <스튜디오 툰>을 설립하여 웹툰의 드라마화, 영상물의 웹툰화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한 일본의 거대 전자책 서비스 업체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했다.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은 일본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과 연동되어 있다. 약 80만 개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거래액 중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5%이다. 라인망가와 이북 재팬을 통합하여 계산하면 거래액은 약 8000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일본 내에서는 가장 큰 디지털 만화 플랫폼이 된다. 한국에서 잘 알려져지 않지만 만화 관련으로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래액을 자랑하는 곳은 코믹 시모어였다. 이 입지가 크게 위협을 당하게 된 것이다.
일본 디지털 미디어 운영업체들과 만화 콘텐츠를 제작 중인 출판사들도 이러한 한국발 웹툰의 거대한 대약진에 긴장하면서 나름대로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중에는 자신들 나름대로 플랫폼을 갖추거나 웹툰을 연구하여 자신들도 웹툰을 제작하는 등의 노력이 있다.
굴지의 일본유명 출판사인 슈에이샤는 2022년 새로 만화 편집부를 정식으로 발족하고 작품 제작에 들어갔다. 이미 외부에 외주를 주어 제작 중인 작품도 다수 존재한다. 이외에도 각 유명출판사가 웹툰 전문 부서를 설립하여 웹툰 붐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 중이다.
△ 카도카와 웹툰 공모전 (출처_카도카와 홈페이지)
유명출판사 카도카와가 실시한 웹툰 공모전. 전사의 전 편집부가 참가하는 초대형 공모전이었다.
일본에서 웹툰 관련회사가 만들어지거나 기존의 유명 IT관련회사가 속속 웹툰 전문 부서를 창설, 스튜디오를 만드는 일도 급속히 늘어나는 중이다. 2021년 12월 시점에서 3월까지 단 4개월 만에 일본 내 웹툰 관련 플랫폼 회사와 제작회사의 숫자는 공식적으로만 거의 2배에 가깝게 늘어났다. 참가하는 회사들의 면면도 대단하다. <GREE>, <DMM>, <아카츠키>, <사이버 에이전트> 등등 일본의 유명 IT관련 회사들이 총망라되다시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웹툰에 참여하는 그룹이나 회사는 더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이를 과열 현상이라 우려하는 목소리도 결코 없지 않다. 서적형 만화가 강세였던 일본 시장에 이 정도의 회사 숫자를 지탱할 만한 인적 자원이 있을리가 없다. 여기에 한국 웹툰 회사들의 일본 지사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심각한 구인난조차 생겨나는 중이다. 뜨거운 관심도에 비하여 이렇게 내적으로 내실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인원이 부재할 시 실망스런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기껏 조성된 한국발 웹툰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