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너 어워즈 웹코믹 수상작 <로어 올림푸스>를 통해 보는 북미 웹툰 시장
[출처] https://www.comic-con.org
2022년 5월 24일 네이버웹툰의 오리지널 웹툰, <로어 올림푸스>가 미국 ‘아이즈너 어워즈’ 웹코믹 부문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해당 부문에서 세로 스크롤의 웹툰 장르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즈너 어워즈'는 미국 만화 시장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인 만화가 '윌 아이즈너'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어워즈다. 전 세계 만화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로, 수상 후보작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출처] 네이버웹툰/로어 올림푸스/레이첼 스마이스
<로어 올림푸스>는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와 풋내기 여신 ‘페르세포네’의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로맨스 판타지 웹툰으로, 독창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최근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2억 회를 넘겼다. <로어 올림푸스>는 2018년 네이버웹툰의 영어 서비스 웹툰(WEBTOON)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로어 올림푸스>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북미 네이버웹툰에서 발굴된 작품이란 점이다. 통상적으로 현재 한국의 유명 웹툰들이 한국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수출된 것이 아니라, 한국 플랫폼이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발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로어 올림푸스>의 작가 레이첼 스마이스(Rachel Smythe)는 네이버웹툰의 해외 도전만화 시스템인 캔버스(CANVAS)를 통해 데뷔했다. 캔버스는 네이버웹툰이 업계 최초로 구축한 창작만화(UCC) 게시판 ‘도전만화’를 글로벌 시장에 적용한 아마추어 창작 공간 플랫폼으로, 현재 전 세계 82만여 명의 창작자들이 모여 대규모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뛰어난 하나의 작품이 북미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한국 웹툰 플랫폼이 북미 웹툰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정해 나가고 있음을 반증한다. 북미에서 ‘웹코믹’으로 지칭되었던 웹툰이 최근에는 ‘웹툰’으로 통칭되어 불러지는 것 또한 이를 보여 준다.
△ 미국 만화 시장 규모 및 전망(2014~2023)
(출처_ICv2(2019), SNE(2019), PwC(2019)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만화 시장 규모는 10억 4800만 달러(약 1조3686억 원)로 일본 다음으로 크다. 미국은 아시아 지역보다 웹툰에 대한 수요가 적은 편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과 모바일에 익숙한 MZ세대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디지털 만화가 향후 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실제로 서서히 성장 중에 있다.
북미 웹툰 시장은 아직 북미 만화 시장의 크기에 비해 저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북미 만화 시장을 보면, 드러그스토어나 뉴스 가판대를 통해 주로 유통되던 북미의 전통적인 ‘이슈’식 만화책이 서서히 사라지고 단행본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또한 일본 만화책이 북미의 슈퍼히어로 만화책보다 더 많은 판매 부수를 올리고 있으며, 만화 전문점의 축소와 디지털 다운로드의 성장 등 격변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웹툰 플랫폼은 두터운 오리지널 콘텐츠와 적극적인 OSMU 전략, 그리고 한류의 강세 속에서 북미 시장에도 큰 족적을 남길 것이라 사료된다.
△ 북미 네이버웹툰 사이트 (출처_www.webtoons.com/en)
북미 시장에 먼저 첫발을 내딛은 것은 네이버웹툰이었다. 네이버웹툰은 2014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LINE WEBTOON(라인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 기기 전용 애플리케이션 및 모바일 버전 웹페이지 형태로 출시되었다. 서비스 초창기에는 네이버웹툰의 인기 웹툰들의 영어 번역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사실상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도 그 인기 웹툰의 팬이었다. 그러나 도전만화, 베스트 도전만화 같은 코너인 CANVAS(캔버스) 도입, 미국 현지에서 웹툰 공모전 개최 등 여러 시도를 거치면서 점점 영어권 현지의 오리지널 작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20년 현재는 웬만한 네이버웹툰 인기 작품들보다 더 인기 있는 현지 영어 웹툰들이 <WEBTOON> 플랫폼에서 연재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경 ‘호랑’ 작가의 웹툰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례적으로 영어 번역을 하였고, 2013년에는 ‘2013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에 참여하기 위해 임시 영문 웹사이트를 통해 네이버웹툰의 작품들 중 30개 정도를 선정하였고, 그 중 10화 정도만 시험적으로 영어 번역을 하여 제공하는 등 이미 자사의 웹툰을 알리고 있었다.
△ 타파스 사이트 (출처_tapas.io/comics)
카카오엔터는 세계 최대의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는 영향력을 키웠지만 미국 진출은 한발 늦었다. 카카오재팬의 픽코마는 진출 4년 만에 일본 웹툰 시장에서 네이버를 밀어내고 1위 자리에 올랐다. 카카오엔터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타파스>를 인수하고,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합병하였다. 카카오엔터는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분리하는 것이 아닌 <타파스>에 통합하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국내의 <카카오 페이지>와 같은 웹툰, 웹소설, 드라마를 전략적으로 통합하는 OSMU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타파스는 2012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으로 2020년 매출이 전년대비 5배 성장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 중에 있다. 카카오엔터는 일찌감치 북미시장에 진출해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던 타파스와 협력관계를 이어 오다 2019년 11월 해외 관계사로 편입시켰다. 2019년 하반기부터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등의 카카오엔터의 주요 IP를 타파스를 통해 북미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들 작품 모두 OSMU를 통해 드라마 및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이는 카카오엔터의 전략이 단순히 웹툰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웹툰을 원천소스로 활용하여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하려는 야심을 엿볼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 페이지>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웹소설, 오디오북, 웹툰, 드라마와 영화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적극적인 OSMU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인기 있는 웹소설을 가지고 오디오북과 웹툰을 제작하고, 이 중에서 몇몇 작품은 다시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다. 이를 통해 <카카오 페이지>는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선두에 자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의 합병은 북미의 <카카오 페이지>와 같은 OSMU 전략을 활용한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가 <래디쉬>를 가졌다면, 네이버는 그보다 먼저 북미 1위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하였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왓패드> 인수를 통해 1억66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창작자와 창작물을 확보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창작자 약 570만 명, 창작물 약 10억 개 이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 취향의 독자들을 만족시키고, 양질의 원천 콘텐츠를 통해 IP 비즈니스에서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왓패드>는 기본적으로 무료 플랫폼이기 때문에, 월간 순사용자수는 <래디쉬>(약 100만 명)에 비해 비약적으로 많지만, 매출은 약 443억 원으로 <래디쉬>(약 230억 원)과의 차이는 2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네이버는 2013년부터 웹툰을 통해 선보였던 유료보기-광고-IP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PPS 프로그램(Page Profit Share Program)을 왓패드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왓패드 역시 2019년 미리보기에 한해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고, 월 7.49달러를 내면 2권을 통으로 볼 수 있는 구독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수익 다각화에 노력했다. 글로벌 영상 사업을 펼치는 <스튜디오N>과의 협업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 총 167여 개(네이버웹툰 77개, 왓패드 90개)의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 <아이즈너 상>을 수상한 <로어 올림푸스> 또한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이 제작될 예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