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웹툰 시장의 현황
동남아시아의 인구수는 대략 6억 8천만 명에 이르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6.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던 웹툰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사드발 봉쇄에서 웹툰은 살짝 비껴가기는 했으나 중국 현지 웹툰의 발전과 중국정부의 문화정책의 관여로 우리나라의 웹툰은 중국현지에서는 큰 효과를 내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는 K-POP과 한국드라마의 효과로 한국을 좋아하는 비중이 다른 유럽이나 미주보다 월등히 높은 국가들이다. 거기에 드라마의 원작 웹툰들이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웹툰도 동남아시아에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먼저 주목받는 국가였다. 개방정책으로 중국의 임금상승과 중국 정부의 이런저런 압박에서 자유로운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작은 웹툰플랫폼들과 한국 정부의 해외문화 콘텐츠 지원 사업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베트남에 현지 웹툰플랫폼을 개척하려는 시도가 4년 전부터 꾸준히 시행되었다. 하지만 이는 3년 전부터의 COVID-19로 인한 봉쇄정책과 중국웹툰의 베트남 진출로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현지에서 조그마한 한국 플랫폼들이 많은 노력을 아직도 하고 있으나 불법복제 사이트의 난립으로 조금 유명한 웹툰들은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NHN[코미코]는 베트남 현지 플랫폼 철수를 결정하였다. 불법복제 사이트의 난립과 더불어 불법으로 웹툰을 보는 사람들의 인식문제도 큰 문제로, 한국의 한 작가(베트남 현지에서 작업하시는 분)과 불법 사이트의 문제를 이야기 했을 때 오히려 “쪼잔하게 왜 그러냐, 이런 사이트가 없으면 네 작품을 봐 줄 것 같냐?” 등의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불법 사이트에 대한 인식변화가 없는 한 베트남으로 대규모 사업진출은 어려우리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동남아에서 인도네시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작품진출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 7천만 명으로 동남아시아 단일국가로는 제일 많으며 또 젊은 세대의 비중이 고령 인구 1명 당 인구수는 5.3명으로 웹툰은 소비하는 독자층이 다른 인구가 많은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전체 인구의 53.81%가 콘텐츠 주 소비층인 MZ세대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GDP가 올라가고 소비여력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문화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생기면서 한류 콘텐츠에 관심이 있던 상황에서 스마트 폰에 최적화된 '간식문화' 형식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이 즐겨 찾는 오락거리가 되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즐겨 찾는 분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로맨스, 코미디물이다. 이는 낙천적이고 감성적인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그만큼 젊은 층에서 결혼과 연애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COVID-19도 봉쇄 기간 동안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채널과 웹툰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로 급격히 이동했기 때문에 코로나19 재앙의 발발은 인도네시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른 OTT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로 웹툰이 사랑받게 된 것이다. 현재는 한국에서도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웹툰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인기작품들을 번역하여 업데이트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도네시아 현지 설화를 바탕으로 한 웹툰 ‘데데스 Dedes (글/그림: egestigi)’를 현지에서 작가와 제작, 2월에 론칭하여 신작&트렌딩 차트 1위를 기록하였고 드라마 제작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공모전과 한국의 '도전만화'와 유사한 도전만화 캔버스(CANVAS) 시스템을 적용하여 로컬 정서와 문화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2018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 네오바자르 인도네시아를 인수했으며, 2020년 1월 카카오페이지 인도네시아에서 네오바자르의 현지 서비스인 웹코믹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한국의 인기 콘텐츠를 모두 인도네시아 현지어로 번역하여 서비스 하고 있다. 카카오는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등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한다고 한다. 최근 흥행했던 '사내 맞선'을 비롯해 '나 혼자만 레벨업', '도굴왕', '악역의 엔딩은 죽음 뿐', '악녀는 오늘도 즐겁다', 'Dr.브레인' 등 대형 IP를 현지화해 공급하겠다는 것디다. 카카오페이지 인도네시아는 전문 현지화 인력을 바탕으로 기존 카카오페이지 인도네시아 작품을 합쳐 연내 총 700개 이상의 작품을 내보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여러 제작 기획사들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발을 들여 놓고 있습니다. 유명 제작사인 RED***, C****** 등과 네이버와 카카오페이지에서 투자하고 있는 제작사들이 인도네시아 현지작가들과 한국 웹소설이나 원작 시나리오를 작품으로 같이 만드는 작업을 여러 방면으로 실험, 제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국가들로의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만화가 번역되어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망가로 불리는 일본만화가 불법 번역되어 태국 현지시장을 잠식하였다. 서서히 오프라인 만화시장에서 웹툰으로 보는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채팅 서비스)을 중심으로 태국으로 진출하였다. 라인은 태국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불리는데 월 실사용자(MAU)는
4천 9백만 명으로 일본(8천 8백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가이다. 이를 통해 서서히 태국에 웹툰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 현지 작품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태국의 고전 설화를 트렌드에 맞게 각색한 작품 ‘완텅라이짜이 วันทองไร้ใจ (글/그림: Mu)’ 역시 론칭 후 일주일 만에 주간 거래액 1위를 차지하며 현지 작품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지난해부터 태국 웹툰 서비스 론칭 준비에 들어갔다.
이처럼 ASEAN 국가들은 1인당 GDP가 어느 정도의 수준 이상이 되면 한국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즐길 한국을 사랑하는 국가들이 많다. 젊은 층들이 인구수 대비 많다는 것도 ASEAN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미얀마는 2년 전 다시 군부의 쿠데타로 많은 것을 잃고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나라 1위는 한국이라고 한다. ASEAN 국가들이 발전하고 소비여력이 형성되는 시기가 언제일지는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베트남의 사례를 보면 불법 사이트들의 난립으로 작가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은 지속적인 대비방안 구축과 콘텐츠에 대한 인식변화유도 등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도 불법 사이트가 웹툰 시장의 1/3 이상을 소비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한국 웹툰은 불법 사이트에서 70% 이상이 소비되고 있다.
ASEAN 국가들은 1인당 GDP가 더 낮은 상황에서는 불법에 대한 욕구는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연구되고 있는 불법 사이트 근절 대책들을 ASEAN 현지국가들에 잘 적용하여 앞으로 더욱더 거대해질 동남아 웹툰 시장의 발전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