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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2022년 하반기 웹툰계

이어서, 2022년 하반기에는 웹툰과 관련된 어떤 이슈들이 있었는지 핵심 키워드를 통해 살펴봅니다.

2022-12-10 이재민

키워드로 보는 2022년 하반기 웹툰계

다사다난했던 2022, 상반기의 키워드는 구글인앱결제, 네이버와 카카오의 유럽 격돌, 고금리로 인한 투자 위축, 독자들의 불법웹툰 근절 캠페인, 그리고 변화가 필요한 웹툰 원작 게임이었다. 상반기가 뜨거웠던 만큼 하반기 역시 다양하고 뜨거운 키워드들이 있었다.


1) 오프라인 홍보 늘었다 : 코로나19, 이제는 일상

<재벌집 막내아들> 팝업 공간을 찾은 송중기 배우


먼저 상반기부터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한 홍보 포스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던 웹툰이 이제는 오프라인 팝업과 전시 형태를 섞어서 독자들을 찾고 있다. 상반기에는 <내 남편과 결혼해 줘> 등의 작품 홍보에 치중했다면, 하반기에는 IP확장과 연계한 팝업스토어가 선보이고 있다. 특히 웹소설 원작으로 웹툰이 공개된 <재벌집 막내아들>은 방영에 맞추어 서울숲 인근에 팝업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은 준비 중일 때부터 작품 속에 등장하는 대기업이 공사 중이라는 컨셉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리디 역시 <상수리나무 아래>웹툰 전시를 코엑스 공간에서 진행했던 경험을 살려 리디 브랜드 자체를 코엑스에서 홍보하는 기획전을 이어 가고 있다. 온라인 홍보에서 오프라인 홍보로 넘어가는 경향이 보이는 것은, 웹툰이 단순히 만화를 좋아하는 소수가 즐기는 문화를 넘어 대중적으로 누구나 볼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성장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한다.

특히 리디의 경우 여성향-성인-BL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확장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대중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리브랜딩의 일환으로 작품이 아닌 브랜드 홍보를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네이버웹툰의 작품 홍보는 IP확장과 대중화, 그리고 일상적 웹툰 감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보다 넓은 독자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플랫폼 내부에서는 보다 개인적인 큐레이션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대표작으로 유인하고, 큐레이션으로 많은 작품을 감상하도록 한다는 전략이 본격 수행되는지 지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애니메이션화 : 로맨스 판타지부터 글로벌 1위까지

글로벌 1위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독자들이 열광했다. 제작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A-1 픽쳐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액션 명가로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소니픽쳐스의 자회사인 애니메이트 소속이다. 소니픽쳐스는 북미 최대 애니메이션 서비스 플랫폼인 크런치롤을 인수해 소유하고 있어 글로벌 론칭에 유리할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네이버웹툰의 대표작 중 하나인 <외모지상주의>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가 예정되어 있고,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은 로맨스 판타지 장르 웹툰으로는 최초로 애니메이션화가 확정되면서, 그동안 실사 영상으로는 제작이 어렵지만 애니메이션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던 판타지와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애니메이션화 역시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웹툰의 <신의 탑> 시즌 2도 제작이 확정되면서 향후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은 흥행 가능성이 높은작품 위주로 라인업이 구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흥행뿐 아니라 굿즈, 피규어 등 부가산업으로 확장하는 관문이 되므로 향후에도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2) 2D여도 괜찮아: 데못죽부터 버튜버까지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이다. 엄청난 인기의 웹소설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도 있지만, ‘텍스트 아이돌팬덤이 보여주는 구매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아이돌이 2D로 데뷔한다는 설정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한 웹툰 역시 굉장한 파괴력을 보여주며 인기작 반열에 안착했다.

이처럼 버추얼 아이돌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이 하반기에 웹툰계에 등장했다. 비단 <데못죽>만이 아니라, ‘버튜버로 활동 중인 이세계 아이돌의 웹툰화에 카카오웹툰이 나서기도 했다. 특히 이세계 아이돌 웹툰은 스트리머 우왁굳이 직접 모집한 팬이 작가가 되어 카카오웹툰의 프로듀싱을 받고,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에 정식 연재를 예고했다.

한때 프로슈머라는 개념으로 각광받았던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창작자 개념이 이제는 팬슈머(Fan+Consumer)로 확장되면서 단순히 애정을 쏟고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덕질하는 대상을 소재로 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직접 참여하는 등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카카오페이지로, 앞서 언급한 <데못죽>이나 이세계 아이돌 웹툰뿐 아니라 <소녀: 리버스> 등 다양한 버추얼 아이돌 프로젝트를 기획해 선보이면서 아이돌 시장을 확장해 웹툰-웹소설-아이돌-영상화로 이어지는 IP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4) ESG 경영 : 재미있지만, 의미있게

웹툰계를 포함한 콘텐츠 업계 역시 ESG 경영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재미만 있으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독자보다, ‘재미있되 의미까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사태는 단순히 ESG를 넘어, 소비자 중심의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카카오페이지 PD와 관련한 논란과 웹툰업계 일부에서 벌어진 부당대우 등이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독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ESG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에서는 E, 즉 환경 분야가 집중 조명 받고 있는 반면, 웹툰 업계에서는 S, G에 해당하는 사회공헌과 경영 측면에서의 예시들이 가장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웹툰업계가 ESG 경영의 의미를 빠르게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주목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를 단순히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만 접근해 표면적으로 보여 주기생색내기로 접근한다면 소비자, 즉 독자들의 반응은 싸늘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변화가 콘텐츠 업계에도 요구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5) 돌아온 오프라인 축제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웹툰 축제들이 돌아왔다. 25회째를 맞는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본격적인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되었고, 6회째를 맞는 부산웹툰페스티벌 역시 경남권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오프라인 축제를 마쳤다.

오랜만에 오프라인 현장이 북적이는 만큼 축제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웹툰 독자들과 작가들이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를 찾기 위해 찾아온 독자들도 있었고, 가족 단위로 만화 축제를 즐기기 위해 현장을 찾은 관람객도 있었다.

오래간만에 돌아온 오프라인 축제라는 점은 성공적이지만, 게임계에서 펼쳐지는 지스타(1116~20, 벡스코 일원)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라는 점은 받아들여야 한다. 웹툰이라는 막강한 IP를 다루고 있는 데다가 25회째라는 역사까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천국제만화축제는 그간의 레거시를 정립하고, 신작 발표회나 다양한 체험 공간 등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주었다. 부산웹툰페스티벌 역시 비즈니스 연결 등 네트워킹에 집중했지만 일반 독자 참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은 상대적으로 부실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지스타에서 호평을 받은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웹툰 축제들에서는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는 점, OTT 확장 등이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OTT에 공개를 예고한 작품들의 소식은 웹툰 축제에서 전해들을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부천국제만화축제 현장을 찾은 코스플레이어들의 대다수가 일본, 중국 등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한국 만화-웹툰 축제의 정체성이 모호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웹툰이 콘텐츠 부문에서 뛰어난 확장성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축제는 확장의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점을 기억하고, 내년 축제에서는 이런 지점들을 수정해 보다 확장성 높은, 2023년의 웹툰 독자들이 바라는 웹툰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필진이미지

이재민

만화평론가
한국만화가협회 만화문화연구소장,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2017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2019 만화평론공모전 기성 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