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만화 시상식 3관왕, 올해의 화제작 <로어 올림푸스>
△ <로어 올림푸스>, 레이첼스마이스 (출처_네이버웹툰)
<로어 올림푸스>, 미국 3대 만화상 수상
네이버 웹툰이 발굴한 <로어 올림푸스(Lore Olympus)>가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상을 휩쓸었다. 링고 상(Ringo Awards)과 아이스너 상(Eisner Awards)에서 ‘베스트 웹코믹’ 부문을 수상했다. 하비 상(Harvey Awards)에서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올해의 디지털 북’ 상을 받았다. 이 상은 각각 만화가 마이크 위링고(Mike Wieringo), 미국 만화의 거장 윌 아이스너(Will Eisner), 미국 만화가이자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Harvey Kurtsman)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으로 미국에서 가장 유력한 만화상들이다.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웹툰이 미국의 대표적인 만화 3대 상을 모두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의 여러 작품이 미국 주요 만화상의 후보에 올랐다. 한국 웹툰의 위상을 보여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로어 올림푸스>는 레이첼 스마이스(Rachel Smythe)가 2018년부터 네이버웹툰의 북미 서비스인 ‘웹툰WEBTOON’에서 연재하고 있는 작품이다. ‘캔버스(CANVAS)’를 거쳐 ‘웹툰’에 연재되었다. ‘캔버스’는 아마추어 웹툰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평가를 받아 정식 작가로 등용되는 네이버웹툰 ‘도전만화’ 코너의 북미 버전이다. 네이버웹툰의 작가 등용 시스템이 북미에서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로어 올림푸스>는 한국 웹툰의 시스템이 미국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증표나 다름없다.
그리스 신화의 현대적 재해석
<로어 올림푸스>는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다. 페르세포네는 봄의 여신이며, 하데스는 죽은 자들의 신이자 언더월드의 왕이다. 이들은 여러 면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페르세포네는 19살의 대학생인데 비해, 하데스는 2000살이 넘었다. 나이도, 성향도 너무 다른 이들이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속의 내용을 재해석한 것이다. 사실 신화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로맨틱하지 않다. 그리스 신화의 내용에 따르면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강제로 납치하여 자신의 아내로 만든다. <로어 올림푸스>에서는 다르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이 지점에서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는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로맨스 판타지로 재해석된다.
<로어 올림푸스>에서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신화 속의 모든 내용들이 새롭게 그려진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21세기를 사는 인간들처럼 묘사된다. 지하 세계의 신인 하데스는 언더월드 컴퍼니 CEO로, 대지와 농경의 여신인 데메테르는 보리주식회사 대표로 그려진다. 신들은 우리처럼 SNS도 하고,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여행도 가며, 때때로 파티도 벌인다.
△ <로어 올림푸스>, 레이첼스마이스 (출처_네이버웹툰)
이 작품은 신화 속의 방대한 이야기를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재구성한다. 신화 속의 내용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로 재해석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리스 신화는 대중적인 로맨스 판타지로 거듭난다. 신화의 내용을 몰라도, 색다른 이야기로서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신화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면 신화와 비교해 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처럼 로맨스 판타지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그리스 신화는 대중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현재 <로어 올림푸스>는 네이버웹툰의 북미 서비스인 ‘웹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다. 2022년 11월을 기준으로 조회수 12억, 구독자 수는 61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 사랑을 방해하는 이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는 제우스가 개최한 파티에서 처음 만난다. 여기서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첫눈에 반한다. 페르세포네 역시 하데스에게 호감을 갖는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와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이전에 한 번 만났던 적이 있었다. 데메테르의 집에서 만났었지만, 하데스가 술에 잔뜩 취해서 기억을 못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들의 사랑은 이미 운명적으로 정해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로어 올림푸스>, 레이첼스마이스 (출처_네이버웹툰)
페르세포네는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외동딸이다. 엄마와 함께 인간세계에서 살아왔다. 페르세포네는 엄마의 지나친 과보호에서 벗어나고자 엄마를 떠나 올림푸스로 온다. 페르세포네는 헤라의 도움으로 언더월드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게 되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와의 나이 차이와 불임인 자신의 몸을 이유로 페르세포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또한, 주위에서도 이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하데스의 전 애인이었던 민테, 페르세포네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아폴로 등 주위에 있는 신들이 이들의 사랑에 훼방을 놓는다. 심지어 신들의 왕인 제우스 또한 이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페르세포네가 풍요의 여신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들의 사랑은 수많은 방해물 앞에서 크나큰 시련에 휩싸인다.
페르세포네의 성장담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다. 이 과정에서 페르세포네는 많은 시련에 마주한다. 페르세포네는 아폴로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그것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다. 결국 페르세포네는 그 일을 주위의 다른 신들에게 알리고, 아폴로를 끊어낸다. 페르세포네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은 극복해낸다. 페르세포네는 과거에 갖고 있던 다른 상처 역시 극복해낸다. 이처럼 페르세포네가 가지고 있던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는 <로어 올림푸스>의 중요한 서사 중 하나이다.
페르세포네의 본래 이름은 ‘코레’였다. 과거에 페르세포네가 폭주 상태로 인해 인간들을 대량 학살 했을 때부터, ‘죽음을 부르는 자’라는 의미의 페르세포네라고 불리게 되었다. 페르세포네가 많은 인간들을 죽인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폭주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해 자신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페르세포네는 재판을 받는다. 제우스는 페르세포네를 인간세계로 추방한다. 그리고 올림푸스와 언더월드를 인간세계와 단절시킨다. 제우스의 마음에 들기 이전까지 페르세포네를 인간세계에 둠으로써 하데스와 멀어지게 한 것이다. 그렇게 페르세포네는 10년 동안 인간세계에서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하데스가 기르던 케르베로스가 인간세계로 넘어오게 된다. 페르세포네는 상처 입은 케르베로스를 통해 언더월드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된다. 페르세포네는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언더월드로 향한다. 언더월드에서 페르세포네는 위기에 빠진 하데스를 구하고, 언더월드와 올림푸스, 인간세계에 닥쳤던 위기를 극복한다. 제우스는 페르세포네의 처벌을 해제한다. 페르세포네의 주체적인 행동이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로어 올림푸스>는 페르세포네의 성장담으로도 읽을 수 있다. 엄마의 과보호를 받았던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와의 사랑을 통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페르세포네는 오랫동안 엄마가 바라는 꿈을 자신이 바라는 꿈으로 믿었다. 하지만 하데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엄마보다 자신을 위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꿈과 자신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행동하면서 엄마의 뜻을 거스르게 된다. 그렇게 페르세포네는 언더월드의 여왕으로서 거듭난다.
이처럼 페르세포네의 성장담을 그리면서, <로어 올림푸스>는 그리스 신화와는 별개의 작품으로서 흥미로운 하나의 이야기로 도약한다. 이 작품이 북미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미국의 주요 상을 휩쓴 것 역시 단순히 신화를 재해석하는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신화와 다른 별개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로어 올림푸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이들은 꼭 한 번 작품을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