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초기화
글자확대
글자축소

스튜디오 웹툰 시스템의 발전과 한계

한국의 웹툰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한 만큼 스튜디오 형태의 웹툰 제작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스튜디오 웹툰 시스템을 살펴보며, 변화가 필요한 문제점을 알아봅니다.

2023-02-28 박영준

스튜디오 웹툰 시스템의 발전과 한계

우리나라의 웹툰 시장은 정말 폭발적인 속도로 성장하였다. 출판만화 시장의 붕괴 이후 작가들의 창작 욕구와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찾으려는 독자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졌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웹툰 환경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초기와 달리 이제는 곳곳에서 하나 둘,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들이 점점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웹툰이 초창기 환경에서 지금의 어마어마한 시장으로 발전된 과정을 보면 시기의 문제였을 뿐 어쩌면 스튜디오 형태의 웹툰 제작은 작가에게나 플랫폼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문제였을까? 지금의 웹툰 시장을 살펴보면 출판만화 시장에서 보여 줬던 단행본 공장의 모습이 재현되는 듯한 모습이다. 어느 정도 장점을 반영하여 발전시킨다면 분명 효과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지만 단점까지 가지고 가서 그대로 진행하는 듯한 시스템들이 여기저기에서 드러난다. 이것은 우리의 웹툰 시장에서 잘못 관리하면 출판만화 시장의 붕괴와 같은 아픈 현실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랫동안 대본소 만화의 공장 체계를 이끌어 온 작가들도 시대적인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웹툰을 연재하게 되었고 마침 이러한 시스템에 영향을 받은 유명 웹툰 작가들이 시스템을 답습하여 자신의 작품들에 반영하여 확장시켜 나가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다양한 작품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독자들도 환호하는 것이지만 너무 무분별하게 연재되는 작품들은 필연적으로 독소 같은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다. 작화가가 다르다고 하여도 비슷한 스토리텔링적인 부분이 비슷한 작품들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되면 이제는 독자들이 먼저 느낀다. 이전의 독자들과 다르게 스토리의 플롯을 보다 깊이 있게 파악하고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금방 싫증이 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 시장이 활발한 지금의 환경에서는 독자들이 더 이상 예전의 독자들이 아니다. 작가들과 플랫폼이 발전하듯이 독자들의 눈도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한 사람의 작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스튜디오는 지금의 웹툰 시장에서는 필요한 요소이기에 발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창작 시스템 상에서 볼 때 웹툰 작품에 엄청난 분량을 요구하고 있고 매주 타이트한 마감 일정을 소화하려면 작가 1인의 창작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문적인 배경을 그리거나 채색을 작업할 어시스던트들의 직업 시스템도 정착하였다. 그렇지만 예전의 문하생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제는 좀 더 전문화되고 안정화된 직업군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작가가 매번 외주로 제작을 맡겨서 채색이나 배경을 맡기는 것도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며 균일한 스타일을 가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이러한 작업 스타일은 불안한 환경일 뿐이다. 결국 작가 작업실에 상주하는 어시스던트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이것이 현 스튜디오 체계의 시스템으로 발전한 계기가 되었다.

일본 같은 경우 스튜디오 개념의 창작 시스템이 많이 발전되었는데 작품만 봐도 이것은 어디에서 만든 것 같다는 얘기가 저절로 나온다. 그렇지만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있다.

분명 하나의 스튜디오에서 만든 비슷한 작품들 같지만 정말 예술적 마인드를 가지고 작품성을 예술의 경지에 까지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이렇게까지 그려도 되나? 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에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느낌이 있더라도 독자들은 불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은 그 스튜디오의 느낌이 나서 좋아. 역시 그 스튜디오는 믿고 보는 콘텐츠야라는 신뢰가 쌓이고 있다.

external_image

그런데 우리나라의 스튜디오 시스템은 어떠한가? 수익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봤으면 좋겠다. 마감이 바쁘다고 모든 것이 용서가 되지는 않는다. 마감이 바쁘면 작품 수를 줄이면 되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어시들을 줄이면 된다. 작품의 수량이 적어도 작품의 완성도와 예술성에 포인트를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초심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독자들은 이해하지 않는다. 즐길거리, 볼거리인 콘텐츠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다른 콘텐츠를 찾아 나선다. 다양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굳이 독자들이 기다려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웹 소설의 부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웹소설의 탄생은 어쩌면 다양한 볼거리에 목말라 있던 독자들의 요구에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웹 소설 시장도 독자들의 눈높이를 신경 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도 하나의 참고서 삼아 지금의 웹툰 시장을 발전시켜 나가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잘못된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는 스튜디오는 발전하기가 힘들다. 일단 개별적인 팀원들 하나하나가 작품에 대한 애착심과 스튜디오에 대한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어야 하는데 공장형 체계를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분업화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문제점은 드러난다. 굉장히 세분화된 작업들 속에서 퀄리티는 높아지겠지만 그렇게 많은 분업화된 작업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레이어를 취합했을 때 과연 자연스러운 연출과 작품성 느껴질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최근에 봤던 작품들을 보면서 캐릭터의 얼굴에 집중이 되어야 하는 컷인데 주변 배경 소품들의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장면에 집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떠올렸다. 한 번쯤 작가에게도 물어보고 싶었다. 대사의 전달을 하는 것은 작품의 캐릭터인데 필요하지도 않은 배경적 소품에 퀄리티를 그렇게 높일 필요가 있었는지 말이다. 필요 없는 배경은 여백의 미를 위해서도 캐릭터의 집중도를 올리기 위해서도 차라리 배경을 넣지 않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장면이 많다. 다량의 질 낮은 작품들을 론칭할 것이 아니라 소량의 작품이라도 지속적이면서 밀도 있게 작업하고 아티스트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비전을 위해서도 작가 스스로에게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스튜디오 방식의 웹툰 시스템은 현재의 운영방식에서 변해야 한다. 물론 잘하고 있는 곳들이 훨씬 많이 있다. 이런 고민의 대상은 일부 공장형 웹툰 작업 환경을 만들고 있는 스튜디오들을 얘기하는 것이다. 현재의 작품들이 회사의 유지는 되는 것이라서 어쩔 수 없이 대량으로 찍어내듯이 만들고 있는 곳들도 많고 경험하고 배운 스타일이 올드해서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창작 시스템은 분명하게 지금의 웹툰 시장에서 독이 된다. 당장은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서서히 곪아서 전이가 되고 붕괴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먼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며 그때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시스템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작가로 경험한 것이 풍부하다고 하여 스튜디오를 잘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올드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관리자는 웹툰의 완성도만 후퇴시킬 뿐이다. 웹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줄 알고 현재의 웹툰 시장을 관망할 줄 알며 독자들의 눈높이를 작품에 충분히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독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독단적인 작업 스타일로 작품을 만들어 가면 그것은 작품이 아니라 제품이 되고 만다.

작가들은 하나 하나가 제품을 만드는 소모품도 아니고 기계처럼 조립만 하는 로봇이 아니다. 스토리와 작화가 생생하게 살아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할 창작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자세만이 지금의 웹툰 시장에서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현재 스튜디오의 작업 환경을 올바르게 정착하게끔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해 보고 다시 한번 응원해 본다.

필진이미지

박영준

만화가, 만화기획자
만화콘텐츠 제작사 디투웍스 대표